저건 무엇인가

왜 기억이 나는 걸까

왜 고통스러운 걸까

무엇이 내 앞에 있는 것인가

무엇이 내 안에 있는 것인가

무엇이 내 뒤에 있는 것인가

어떻게 달아나지

어떻게 진정하지

어떻게 없애지

의문에 다른 의문이 떠오른다

과연 그 기억에서 달아나는 것이 행복인가

과연 그 고통을 누르는 것이 편안인가

과연 그 망각으로 없애는 것이 자유인가

어느 한 인간이 있다

좋은 기억을 얻으려고

힘든 세상에서 편해지려고

그저 자유를 즐기려고

종착역으로 가는 열차의 티켓을 샀다

그 역이 원하는 목적지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저 그 앞의 것이 이전보다 낫겠다

그저 그 속의 것이 이제 편하겠다

그저 그 뒤의 것이 곧 없겠다

믿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과연 나은 것인지

과연 편한 것인지

과연 후련한 것인지

그 인간은 묻는다

정말 내 앞에 장애물만 있을까

정말 내 속에 응어리만 있을까

정말 내 뒤에 폐기물만 있을까

그때 열차는 도착했다

앞을 보면 허허벌판

속을 보면 어두컴컴

뒤를 보면 엉망진창

그 인간은 갑자기 폐기물을 뒤진다

그리고 보였다

그 인간이 걸어온 발자국

그 인간이 밟아본 여행지

그 인간이 앞지른 사람들

그 폐기물은 이제 더이상 엉망진창이 아니었다

그 응어리에서 나아가려 한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장애물을 넘으려는 그의 의지가 보였다

그 모습이 비록 하찮을 지라도

그 의지가 비록 헛된 것이어도

그 인간은 끝까지 걸을 것이다

그 인간은 끝까지 밟을 것이다

그 인간은 끝까지 앞지를 것이다

누군가 묻는다

왜 그러는 거지

어서 달아나

어서 억눌러

어서 없애버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그 인간은 답하지 않고

다음 열차를 탔다

이전 열차를 본다

그리고 목청껏 외친다

이 세상에서

태어났기에

살아있기에

움직이기에

나아갈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뒤가 어둠에서 빛냈다

잡동사니 같은 그 뒤에는

그 인간의 과거가 현재이자

미래가 되어 있었다

제가 예전에 지은 시입니다. 종착역으로 가는 열차의 티켓을 타고 끝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