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가 재개봉한 5월 9일에 바로 보러 갔습니다.

가서 보니까 집에서 OTT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에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X표시가 떨어지는 연출은 정말 압권이더라고요.

대인기피증이 심했더 쇼야가 이제는 모두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정말 눈물이 나왔습니다.

--------------------------------

애니메이션만 본 분들은 쇼코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저도 처음에 영화를 접했을 때 쇼코가 왜 자기를 괴롭히는 쇼야에게 잘 해주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됐는데

원작 만화와 공식팬북까지 전부 다 읽고 난 후에 이해가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각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전부 이해가 돼서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원작을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아래 두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삭제된 중요한 장면을 총정리하다 - 목소리의 형태 마이너 갤러리 (dcinside.com)

쇼코의 시점에서 쇼야는... - 목소리의 형태 마이너 갤러리 (dcinside.com)

애니메이션에서 삭제된 장면과 쇼코라는 캐릭터를 이해시켜주기 위해서 제가 쓴 글입니다.

잘 정리해서 이해가 될 것입니다.

-------------------------------------

그리고 제가 여러분한테 하고 싶은 말은 작품을 볼 때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이 아니라 각 등장인물 개인의 시점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현실에서 쇼야처럼 자기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가해자는 매우 드물고,

쇼코처럼 피해자인 자신을 오히려 가해자로 여기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쇼야와 쇼코는 전형적인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본다면 내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제가 목소리의 형태를 보고 느낀 점은 '인간은 단편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목소리의 형태를 보는 방식 - 목소리의 형태 마이너 갤러리 (dcinside.com)

이 글은 제가 쓴 글인데요. 여기서 저는 목소리의 형태라는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모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작가의 가치관이 제 가치관과 비슷해서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싫어하는 캐릭터는 없어요. 그 캐릭터들의 행동이 싫을 뿐이죠.

작가의 말처럼 모든 캐릭터는 다 자신만의 정의가 있고 가치관이 있고 그들의 언행은 거짓없이 솔직하게 표출된 것으로

실제로 저 역시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작품 속 캐릭터와 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는 자신의 가치관이 작가의 가치관과 비슷한 지에 따라 작품의 호불호가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쇼야는 자살하려는 쇼코를 구하다가 추락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쇼코 어머니와 유즈루는 다음날 병원에서 쇼야 어머니에게 도게자를 합니다.

쇼코 어머니와 유즈루는 한때 쇼코를 괴롭혔던 쇼야를 몹시 증오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지금은 쇼야가 다친 것 때문에 도게자를 하며 사과한다는 건

쇼야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 대해 가해자-피해자 관계를 역전시켜서 싫다거나, 피해자 가족들이 가해자 어머니한테 사과하는 것 자체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한 장면에 대해 이렇게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은 사람의 가치관에 따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라며 아예 작품의 내용을 부정한다거나

가해자가 반성해도 자기는 절대로 용서해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해서 사과하면 오히려 고마울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가치관은 사람이 스스로 변하기로 결심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나 제 가족한테 피해를 입힌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쇼야처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용서해줄 수 있습니다.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목소리의 형태라는 작품을 평가하는 것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목소리의 형태를 높게 평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주인공인 쇼야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쇼야가 과거에 쇼코를 괴롭혔다는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쇼야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사람이고 쇼야가 쇼코에게 한 선행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게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쇼코에게 쇼야는 과거에는 자신을 괴롭힌 왕따 가해자였지만 현재는 자신을 지켜주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쇼야는 '쇼코의 행복했어야 할 과거'를 되찾을 수는 없지만 '쇼코가 행복해질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소통'이라는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강하게 그러내는 캐릭터입니다.

제 긴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