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연구원 사명 바꿔
구광모 회장 의중 적극 반영
그룹내 싱크탱크 역할 강화

LG경제연구원이 27년 만에 이름을 바꾼다. 사명에서 '경제'를 빼고 그 자리에 '경영'을 넣는 것이다. 경제 영역을 줄이고 그룹 내 컨설팅과 같은 경영 분야에 대한 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경제연구원이 내년 1월부터 LG경영연구원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은 1986년 그룹 내 증권사 부설 연구소로 출범했다. 당시 사명은 '럭키경제연구소'였다. 이후 1988년 '럭키금성경제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다가 1995년 그룹 사명 변경과 함께 LG경제연구원이 됐다. 설립 후 이름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경제'라는 단어는 꾸준히 가져갔다.

이번에 LG경제연구원이 사명을 바꾸는 배경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있다. 그동안 LG경제연구원은 국내외 경제 분석, 산업 연구, 기업 경영 컨설팅 등의 역할을 해왔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연구소 중 유일하게 외부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등 사실상 종합연구소 성격을 띠었다. 구 회장은 LG경제연구원의 대외 기능을 줄이는 대신 그룹 싱크탱크 위상을 보다 공고히 하기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는 계열사 경영 진단과 사업 포트폴리오 컨설팅 등의 역할이 늘어나게 됐다. 연구원 성격이 바뀌는 것에 맞춰 간판도 변경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명 변경에 앞서 LG경제연구원 채용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입 또는 경력 직원을 채용할 때 경제 분석을 담당할 이코노미스트를 뽑았는데 올해 채용 공고부터 사라졌다. 그 대신 컨설팅 인력 채용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연구원이 경영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면서 최근까지 경제 전망을 총괄했던 모 박사는 이번에 연구원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경제연구소도 수년 전부터 외부 활동을 줄이고 내부 컨설팅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대기업 연구소들이 내부 싱크탱크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