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해방이라는 의제는 매우 중요한 무기인 걸

비록 한국이 약소국은 아니고 되려 착취하는 쪽에 가깝기는 하지만 민주노총이든 어디든 간에 민족해방을 외치는 것이 타국 노동자들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잖아요?

역사적으로 약소국의 사회주의자들이 민족 문제를 괜히 강조한 게 아니죠. 제국주의자들이 '특정 민족'에 대해 착취와 차별, 탄압을 일삼았기 때문에 노동계급이 단결함과 동시에, 제국주의로 인해 고통받는 민족끼리도 정체성이 형성되게 되는 거죠.

그냥 민족 하니까 우익 세력의 내셔널리즘이 연상될 수도 있겠지만 좌우의 내셔널리즘은 서로 형성된 맥락이 매우 다릅니다. 약소 민족이기에 민족해방투쟁을 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거고, 이것을 타 국가에 거주하는 인민들에 대한 배척과 강력한 단일민족국가를 주장하는 우익 내셔널리즘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매우 일차원적인 사고가 아닌 이상 도출될 수 없는 결론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민족해방을 외치는 사회주의자들은 국제적인 연대를 부정하지도 않고 특정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노동계급의 단결'이 이와 충돌할 수 있죠? 뭐 그녀가 약소국의 해방투쟁에 대해 다소 과소평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지만.

민족해방을 주장한 사회주의자 중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의지를 보인 사람은 제가 알기로는 없는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사회주의자라면 민족 개념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르크스주의적인 것과도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또 민족자결권을 부정하면 그것이 과연 국경을 초월한 평등을 지향하는 국제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국주의적 간섭에 시달리는 것 부터가 국제주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비록 나는 민족주의가 반동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좌익 내셔널리즘이 무조건 배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밑에 글 생각나서 적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