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 2024년 세종호텔 후원주점 연대 보고

JB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2 16:40:31
조회 166 추천 14 댓글 4
														


24b0d777abd639b363bcd2bb479f34333fcf7b4aae4146932e31f22180be


24b0d777abd639b363bcd2bb58c12a3a483905ad27117ba04e3b6b8de1


기온은 분명 영상이었지만 바람 때문인지 아직은 겨울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던 3월 14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한강 잠두봉 선착장에서 한강을 배경 삼은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의 후원주점에 연대했다. 식권, 뱃지 구매 이외에도 후원주점 준비를 위한 봉사활동에 역시 참여했다.

가장 먼저 했던 식당 내 탁자에 보를 깔고 수저와 휴지를 비치하는 식의 일은 학교 축제 때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일이다. 별로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은, 그냥 말 그대로의 ‘잡무’이다. 하지만 뒤따른 주방 일은 규모가 남달랐다. 주방은 각 요리를 준비하는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우리는 파스타 면을 삶는 일을 맡았다. 후원주점에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동지들의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후라이팬에서 면을 삶아서는 안 됐다.

거대한 주방용 부르스타에 커다란 양동이에 올려 물을 끓이고, 거기에 한 번에 파스타 세 봉씩 삶고, 끓는 물을 버리고 찬 물로 면을 씻어야 한다. 이러한 일에 미숙했던 우리가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미끄러운 바닥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펄펄 끓는 양동이를 맨손으로 거침없이 들어 옮기고, 파스타 물의 간을 감 만으로 아는 경험 넘치는 다른 동지들 덕분이었다. 든든한 ‘5성급 호텔리어’의 경험을 주방에서만 보았겠는가? 우리가 이후에 합류한 서빙 조 역시 엄청난 체계와 질서 아래 그 많은 이용객의 주문을 받고, 기록하고 주방으로 전달해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꽤나 규모가 큰 작업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덥고 뜨거운 일을 하면서도 꽤나 즐거움을 느꼈다.

말랑키즘의 활동에 관한 소식을 자주 접한 독자라면 명동역 10번 출구에 있는 ‘세종호텔’ 부당해고 노동자의 복직투쟁에 관한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일자리에서 쫓겨나, 아직까지도 돌아가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이날 후원주점의 얕은 경험으로, 우리는 해고노동자가 왜 그렇게까지 복직투쟁에 열정적으로 임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뜨겁고 무거운 양동이를 맨손으로 거뜬히 들 수 있기까지 걸렸던 시간. 서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 많은 봉사자를 지휘하면서도, 모든 이용객에게 음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까지의 시간. 그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일자리는 자신의 일부가 되고, 동시에 그 일터에는 자신만이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런 소중한 공간에서 왜 노동자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며, 그러기 위한 시도만으로 탄압의 표적이 되어야 하는가? 그렇기 때문에 말랑키즘은 세종호텔 동지들을 위해 후원과 봉사를 했다. 그들이 당당히 승리하고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와 같은 크고 작은 승리들이 모이고 모여 언젠간 '내' 일터에서 '내가' 온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결국에는 아나키를 향해 우리는 이번 후원주점에 참여한 것이다.

세종호텔이 코로나를 핑계로 호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지 3년째가 되어간다. 정리해고의 명분이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끝났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며 세종호텔 정문 역시 관광객의 손에 문이 쉴 새 없이 여닫힌다. 2023년, 세종호텔은 전년도보다 훨씬 많은 107억원의 매출, 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 세종호텔이 주장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종호텔과 그 소유주 학교법인 대양학원은 호텔 운영을 정상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모자라 학교법인 3대 세습을 위한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세종호텔은 이제 세상 부끄러운 일은 그만두고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켜라. 호텔 영업을 정상화하고 4성, 5성 호텔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사랑하는 일터를 지키기 위한 세종노조 동지들의 투쟁에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2024년 4월 1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1] 제 46기 세종투자개발 주식회사 재무제표에대한 감사보고서

------------------------------------------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블로그 원문

https://malangkism.tistory.com/94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4

고정닉 8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197471 공지 분탕 및 요주의 유동 인물 [3]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3 934 1
184339 공지 로갤 신고센터 (2024년 2월 13일 갱신) [8]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2.13 2437 10
184376 공지 3갤(로자,진보당,진정) 상호 비난 금지 및 정파 존중 선언 [2]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2.13 1628 16
175277 공지 로갤대사전 통합 [2] 우파가허락한사회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7 2376 23
175274 공지 로갤 추천 도서목록 모음 [2] 우파가허락한사회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7 2620 25
125715 공지 사상·양심·표현의 자유가 없는 체제를 여행하는 로붕이를 위한 안내서 [1] ㅇㅇ(117.111) 22.04.13 3437 40
35266 공지 갤주 텍스트 모음 및 번역 프로젝트 [3] Constructivis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29 3915 27
206249 일반 21세기 미국, 중국, 러시아의 가장 큰 실수 [1] 로붕이(36.50) 11:34 6 0
206248 일반 재미있는 아이러니 로붕이(144.48) 11:24 18 0
206247 일반 영국에 초대형 혈액스캔들 터졌는데 URAnIu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2 32 0
206241 일반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민주당 유튜버들 말 들어보면 로붕이(218.156) 10:54 47 0
206240 일반 매일경제는 극우언론이군 [3] 로붕이(218.156) 10:40 76 0
206239 질문 북한 연좌제 있음? 로붕이(180.81) 10:31 25 0
206238 일반 신경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ㅇㅇ(180.68) 08:29 63 3
206237 질문 인민민주주의 체제에서 지도자 선출은 어케해? [2] ㅇㅇ(223.38) 07:42 110 0
206236 일반 '알자지라 퇴출' 이스라엘, 이번엔 AP통신 방송 장비 압수 노동과_정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7 71 0
206234 일반 맑스 철학에서는 이 세상의 시작을 뭐라봄? [2] 로붕이(49.174) 03:52 153 0
206233 일반 민주당계 유튜버들은 남한이 북한이 되어간다며 분노하던데 [4] 로붕이(223.39) 02:50 216 0
206232 일반 아니근데 왜벌써 두 시임 당신도기릿하시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7 28 0
206231 일반 새벽반 고요하네요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8 33 0
206230 일반 궁서체) 늘 느끼는 건데 [1] 당신도기릿하시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1 63 0
206229 일반 노동신문 이거 이북발이라는 거 같은데 [2] 당신도기릿하시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7 129 0
206227 일반 사회주의를 이룩하기 전에 노동운동(14.53) 01:25 49 0
206226 일반 이번 퀴퍼 미국대사관 받았다고 보이콧하는 사람들 많던데 [3] ㅇㅇ(211.234) 00:49 177 1
206225 일반 "농공동맹"이 구체적으로 뭐임? [1] ㅇㅇ(39.120) 00:39 78 0
206224 일반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 이론의 거의 다수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6 89 1
206223 일반 (정의당 홍보글 써봄) 우리는 당신입니다. ㅇㅇ(222.237) 00:00 173 11
206222 일반 정의당 당직자는 전원 계약직임? [2] ㅇㅇ(222.237) 05.21 157 1
206221 일반 좌파에게는 '마지막 로마인' 정신이 필요한 게 아닐까 조르주VS소렐세기의대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95 1
206220 일반 이스라엘 시즌 1호 고장난시계 입갤 파트리오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14 0
206219 일반 천암함 세월호 압사사고 채상병 왤캐 슬픈 이야기들이 많을까 로붕이(58.121) 05.21 58 0
206218 일반 정의당 충격 배신자 끝장났다 [1] 리센코의망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63 1
206217 일반 신인균 러우전 전과를 보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4]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65 3
206216 일반 라인은 어떻게 될까? 로붕이(58.121) 05.21 30 1
206215 일반 22대 국회에서 가장 기대되는 인물 [2] 로붕이(144.48) 05.21 100 0
206214 질문 베트남인이 중월전 설명영상에 이런댓글적었는데 사실임? [7] Poemma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65 0
206213 일반 강풍올백은 희대의 명곡임 [3] 리센코의망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85 1
206212 일반 민주당이 더이상 진보가 아닌 이유 [3] 엘사는합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97 0
206211 질문 좌공은 실제하는 이념인가요? [7] 천대녀프리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65 2
206210 일반 해방정국 당시 반탁운동 참여한 자신의 과거를 비판한 리영희 [2]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13 4
206208 일반 브란테 경의 삶과 고난이라는 게임 한 갤럼 있나? [2] ㅇㅇ(220.78) 05.21 66 1
206207 일반 좌파 감성 멋지기만 한데 [4] ㅇㅇ(49.161) 05.21 192 3
206206 일반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과두제의 차이가 뭘까 로붕이(203.228) 05.21 55 0
206205 일반 좌파 디자인이 아무리 구려도 [2] Grundris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85 3
206204 일반 근데 상임위는 [4] 바뵈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05 0
206203 일반 반미 대신 용미가 필요하다 로붕이(211.235) 05.21 78 1
206202 일반 프롤레타리아트를 대변하는 축구선수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44 1
206201 일반 충격!!! 라인 사태의 진짜 원인!! [10] 리센코의망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217 0
206200 일반 변증법적 논리학 책 읽다보니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03 0
206199 일반 노래추천) 에스파 같지않은 에스파 노래 엘사는합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67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