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리즈 두 번째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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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라는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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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없이 ‘PC’라는 약칭을 접하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Personal Computer’가 아니라 ‘Political Correctness’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 중 상당수, 특히 대다수가 남자일 인터넷상의 상당수가 즉각 일종의 원한 감정이나 혐오 감정을 내비친다. 예를 들어, 한 미국 식자는 미국은 “환상적인 속도로 부패하고 타락하여 반세기도 채 안 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에서 범죄, 소음, 마약, 더러움으로 뒤덮인 제3세계 나라로 전락”했는데, 그것은 “PC가 미국을 정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에 따르면 그 정복은 PC가 “사람들과 제도들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거의 모든 공식적 및 비공식적 규칙을, 특히 언어를 상당 부분 바꾸는 데 성공하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생각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데 있다.[주1] 이 판단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PC는 힘이 아주 센 것임에 틀림없다. 그람시의 헤게게모니 개념이 떠오르기도 한다. 비공식적 규칙과 언어까지도 상당 부분 바꿔서 나라의 상태가 완전 반대가 되게 했다면, 한 무리의 정치 세력이 지적 및 도적적 지도력을 발휘해서 자신들의 오리지널 동조자들 및 기반층만이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 상당수도 자신들의 주의주장에 ‘기꺼이’ 동의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특정 정치 세력의 헤게모니가 달성된 경우라 하더라도 위 식자같이 끝내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가 전혀 아닌 방향으로의 사회의 대대적 변화를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만 느끼고 그 변화를 주도한 이들을 규탄하는 이들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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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William S. Lind (2004), Political Correctness: A Short History of an Ideology, The Free Congress Foundation, 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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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으로 번역되는 ‘PC’는 위 식자와 같은, 특정 정치 세력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공작으로 말미암아 미국이 망조가 들었다고,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 훼손되고 자신들의 처지가 크게 악화되었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정치 세력의 주의주장과 그것에 상응하는 행동을 부정적으로 특징화하기 위해 쓰는 표현으로 정착했다. 그리고 그 정착 과정에서 ‘PC’가 대중적 공공 담론의 유행어 중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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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표현의 기원과 다양한 용법의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는 Amy Lai (2023), In Defense of Free Speech in Universities,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pp. 83-84를 참조하라. 그 정착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보수주의 식자들이 ‘PC’라는 표현으로 가리키고자 했던 부정성은 위 페이지의 다음 문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정치적 올바름’이 다시 대중화되었는데, 이번에는 보수 지식인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스탈린주의와 마오주의 사상 경찰을 비꼬는 말을 하면서 대학에서 페미니즘, 퀴어 정치, 탈식민 역사와 같은 좌파 커리큘럼의 부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요하고 자신들이 편협함과 인종 차별주의로 간주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자유주의 학자들의 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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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치 세력은 바로 평등주의적이고 그래서 좌파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자들의 특정 분파이다. ‘자유주의’의 의미가 워낙 넓어서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일 수 있지만 모든 보수주의자들이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와 대립한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서 대안우파를 포함한 공화당 지지자들과 아마 공화당 정도에 만족할 수 없을 앨런 블룸 류의 고매한 보수주의자들 모두 민주당 정부의 정책들에 일부 구현되어 있고 주류 미디어 대다수와 학계와 문화예술계와 기업계 일부를 거의 장악하다시피한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의 주장 및 그것에 상응하는 행동에 질색한다. ‘PC’는 보수주의 이데올로그들이 그 주의주장과 그것에 상응하는 행동 ‘일부’에 붙여준 멸칭이다.
‘일부’라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의 일부라는 것, 즉 모든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들에게 ‘PC’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 등을 지적 선구자로 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다른 일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은 정치적 신조 자체 면에서는 ‘PC’라는 꼬리표가 붙은 자유주의자들과 별다르지 않지만 그들의 ‘사상 경찰’적 행동 방식에 대한 비판 면에서는 보수주의 식자들과 의기투합한다. 비공식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자들도 자유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약되어 있는 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이들로 볼 수 있는데, 그 마르크스주의자들 역시 ‘PC’라는 꼬리표가 붙은 자유주의자들에게 비판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