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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PC의 문제들

시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9 13: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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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시리즈 다섯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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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의 문제들

1. 폭력적 불관용이 된 취소

취소는 불의한 행동과 언행을 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처벌의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졌다. 흔히 “법원의 판결 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해당 인물의 의도에 대한 사전 검토나 해당 인물에 대한 어떤 종류의 청문도 없이 온라인 댓글이나 하나의 단일 진술이나 가설만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공정성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Charoula Papastefanaki (2022), Political correctness: a threat to free speech or a tool to achieve equality?, European Master’s Programme in Human Rights and Democratisation, p. 12.) 단순히 견해가 다르기만 한 사람도 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서 학문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잔인하게 추적하고 야유를 퍼붓고, 위협을 가하고, 사임이나 해고를 요구해서 경력을 파괴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자살 충동[주1]까지 불러일으키고, 그나마 자신이 속한 시대의 여러 한계선들 가장 가까이에 있었고 그 한계선 일부를 밀어붙이는 업적을 남긴 과거의 위인들에게 오늘날의 계몽된 의식의 기준을 들이대어 충분히 깨어 있지 않았다고 명예를 수여하기를 거부하고, 예술가가 취소될 만한 행동이나 언행을 했으면 예술가만이 아니라 그 예술가의 작품도 무조건 취소하고, 차별 표현이 들어 있을 뿐 하나의 전체로서는 차별을 권고한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을 차별 표현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소하고 그럼으로써 해당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도 취소하고, 취소될 만한 행동을 한 정권이 통치하는 국가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동에 동참하거나 지지한 적이 없는 개인을 취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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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캐슬린 스톡이 상해 위협 때문에 서섹스 대학교에서 직장을 그만둬야 할 때, 트랜스젠더들의 권리들과 경험들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지 않는다. 그 이해는 오직 하나의 승자와 하나의 진실만 존재할 수 있는 잔혹한 전장으로 평평해진다. 케이트 클랜치(Kate Clanchy)가, 그(녀)의 오웰 상 수상 저서 Some Kids I Taught and What They Taught Me에서의 인종적 비유들 사용에 관한 논쟁 동안 자살 생각이 들었다고 쓸 때, 정당화된 비판과 개인적 personal 잔인함 사이의 선은 위험할 정도로 가늘어진다.” (https://www.prospectmagazine.co.uk/society-and-culture/cancel-culture-is-turning-healthy-tensions-into-irreconcilable-confli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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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양성 이니셔티브의 문제들

1) 다양성 이니셔티브는 결과적 다양성을 추구한다. 차별로 인해 소수자 집단의 성원들의 ‘잠재적’ 멘탈 어빌리티가 다수자 집단 성원들의 잠재적 멘탈리티 만큼 ‘현실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멘탈 어빌리티가 결정적 요소인 통상적인 평가 기준만 가지고 소수자 집단 성원의 입학 및 취업 자격을 심사하면 소수자 집단 성원은 어떤 대학, 어떤 기업에서든 과소 대표되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기준에서 멘탈 어빌리티의 비중을 낮춰야 하고 소수자 집단 성원이라는 것 자체에 가산점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그것이 다른 집단의 구성원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그 차별은 “사람들을 개인들이 아니라 집단의 구성원들로 대하는 것이며 특정 집단의 구성원에게 당신이 잘못된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장점과 자격을 무시하고 어드미션을 거부 할 것이며 그렇게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보다 중요한 사회적 목표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소수자 집단을 차별한 다수자 집단의 성원으로 살아온 덕분에 알게 모르게 부당한 이득을 누려왔다는 사실에 감산점을 주겠다는 것인데, 삶의 곡절이 제 각각인 한명 한명의 개인들의 그 부당한 이익을 어떻게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가? 다른 하나는 “가장 재능있고 가장 잘 훈련된 인재를 고용/발탁하려는 노력”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업무 수행 능력이나 학업 능력의 최저선을 정해놓고 멘탈 어빌리티가 그 최저선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면 그 다음부터는 멘탈 어빌리티는 더는 고려하지 않고 어느 집단의 성원인가를 따지는 식으로 자격을 심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수학과 교수를 뽑는데, 수학 실력은 ‘이 정도’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수학 실력이 더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더 좋은 것 아닌가? 게다가, 3절에서 살펴보았듯이, 일부 대학에서는 심사 초기 단계에서 다양성 진술서만으로 적격 후보자를 선발하기도 한다. 자신이 지원한 분야에서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열심히 했고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깊음을 설득력있게 진술하지 못 하면 다음 단계의 심사 후보로 올라갈 수 없다. 이런 심사 절차는 해당 분야의 훌륭한 학자가 될 역량은 충분하지만 ‘사회 생활’은 서툰 천재적 인물들을, 공부밖에는 할 줄 모르는 인물들을 소외시킬 것이다. 4-1절에서 언급한 도리안 애벗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DEI 요구 조건이 “진정으로 적격한 후보자 풀을 2배 이상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대학들은 전 세계에서 인재가 몰려들기 때문에 재능과 훈련된 정도만 공정히 평가해도 충분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DEI를 통해 과소 대표되지 않는 선의 다양성을 기계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학문적 우수성을 희생”해서 “궁극적으로 사회에 대한 대학교의 기여도를 손상”시킬 것이라고도 말한다. (https://www.newsweek.com/diversity-problem-campus-opinion-1618419) 대학과 일부 직종들이나 고위 직위들에서 소수자 집단들의 과소 대표가 그렇게도 정의롭지 않은 것이라면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들인 장기적 계획을 세워 그 집단들의 교육환경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개선해서 그 집단의 성원들의 멘탈 어빌리티를 키워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의 기본은 소수자 집단 중 처지가 어려운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 학교들의 질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2) 기업들에서의 다양성 이니셔티브 도입은 초기 단계(https://www.ubob.com/insight/detail_view/2100) 이고 순조롭게 도입이 확장되리라 기대하기에는 이미 반발이 만만치 않다.(https://futurechosun.com/archives/79520) 기업은 이윤의 확대재축적이 목적인 조직이므로 도입의 성과가 도입의 비용을 능가한다는 증거가 축적되지 않는 한, 이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도입의 홍보(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 가치를 주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데다 동일 업종의 다른 거대 기업들도 도입해서 도입이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거대 기업들에서는, 특히 이름이 우리의 귀에 본인의 이름보다 더 친숙하게 들리는 일부 거대 기업들에서는 도입될 것이다.

3) 보수주의자들은 개인들 간의 타고난 멘탈 어빌리티의 차이를 반영하는 위계적 사회질서를 이상적인 사회질서로 보며 차별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주1]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들과 달리 불평등에서 곧바로 차별을 읽어내려 들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남성/여성 사이의, 인종 사이의, 민족 집단 사이의 사회적으로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결정되기도 한[주2] 멘탈 어빌리티의 차이를 강조하고 이런 저런 분야들에서 여성, 유색 인종, 특정 민족 집단이 과소 대표되는 현상에 그 차이도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고 본다.[주3]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과소 대표에서 곧바로 차별을 읽고 비례적 다양성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포인트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학문적으로 답이 내려져야 할 쟁점이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심지어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을 취소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2005년에 당시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로런스 섬머스(Lawrence Summers)는 여성이 과학기술 분야 학계의 최고 지위에서 과소 대표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여성의 멘탈 어빌리티들 정규 분포 가변성이 남성의 그것보다 낮기 때문 – 인지 능력이 낮은 사람의 비율도 높은 사람의 비율도 남성이 여성보다 높기 때문 - 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가 남성우월주의자자라는 호된 비난에 시달렸는데, 그로 인해 총장직을 사임하고 오마바 행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를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가 있다. 한 논자에 따르면, 로런스가 그 가설을 제기한 이래 그 가설이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대단히 많이 축적되었다고 한다.(Manuel Doria (2017), “The Unreasonable Destructiveness of Political Correctness in Philosophy,” Philosophies 2(3), 17, 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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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실제로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백인 노동계급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2] 물론 유전자는 문화의 영향력으로부터 면제되어 있지 않다. 인류의 진화는 문화적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오늘날은 아니더라도 어떤 시점까지 유대인들의 지능이 유난히 높았다면 그것은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수천 년간 영위해온 삶의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주3] Manuel Doria (20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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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PC에서 다양성은 실질적으로 정체성 집단의 다양성만을 의미한다. 그 외의 다양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대학의 경우 교수 임용 절차는 PC에 호의적이지 않은 지원자들을 솎아내는 일종의 정치적 테스트를 포함함으로써 이미 PC주의 교수들이 대다수인 대학을 PC주의 교수들이 절대다수인 대학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왜 정치적 신조도 다양해서는 안 되는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 대다수가 백인이거나 남성이거나 이성애자인 것은 학술적 연구의 질을 확보하는 데 나쁘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 절대다수가 PC주의자인 것은 학술적 연구의 질을 확보하는 데 좋은가? 연구의 객관성이 객관적으로 강제되어 개개 학자의 정치적 신조가 형성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는 학문으로서의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는 통일된 방법론이 없고 (주관적) 해석의 비중이 크고 이데올로기적 실천의 대상과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똑같이 사회적 인간세계라는 사실로 말미암아, 학자 개개인의 정치적 신조가 학문적 연구 활동 전체를 물들인다. 동료 학자들 대다수의 정치적 신조가 같다면, 서로 북쳐주고 장구쳐주고 소수자 학자들을 배제하면서 그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근본적이고 치열한 논쟁이 있기 힘든 이 획일적인 동호회적 학문 환경에서 어떻게 인간적 진실들이 더 풍부하고 깊이있게 드러나겠는가? 진작에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한 식자는 특히 피어 리뷰와 관련하여 이 획일성의 폐해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이나 직업적 이해관심에 가까운 문제에서는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항상 어렵다. 편견, 편향된 판단, 부정적인 성향에는 그것을 품고 있고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조차 종종 알려져 있지 않은 억누를 수 없는 원천이 많이 있다. [...] 피어 리뷰의 무결성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은 언제든지 문화적, 지적, 학문적 삶에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지배하는 정통들이다. 이 정통들은 제출된 원고의 저자들과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들, 출판될 것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리뷰어들 및 편집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 시대에는 정치적 올바름이 학계, 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지배적인 정통성과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후자는 (일부 사회과학자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결코 “과학적”이 아니며 그것들의 연구 결과는 주관적인 판단을 [...] 요구한다. 이 이유로 정치적 올바름은 실제 과학보다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상업적인 고려는 학술 저널과 관련이 없다. 따라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기준이 편집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 [...] 학술 출판물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의 영향은 해당 출판물을 출판하려는 저자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저자는 출판될 가능성이 없는 저널 논문 제출을 꺼린다. 지배적이고 명백한 합의나 정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러한 출판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차례로, 편집자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글이 출판되지 않는 것을 보장할 리뷰어들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Paul Hollander (2013), “Peer Review, Political Correctness, and Human Nature,” Academic Questions 26 (2), p. 149.)

5) 학자들 사이에서의 PC 정통의 지배는 커리큘럼과 대학원 세미나실과 학부 강의실에 획일성을 초래했다. 텍스트들은 정체성 정치의 관점에서 선별되고 해석되고 설명되며 지배적인 PC 신조에 어긋나는 발언들은 금기시되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소심해지고 과묵해지고 리버럴 아츠와 인문학에 대한 흥미를 잃고 대중문화와 소비와 돈버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다:

독립적인 사고의 어떤 표현도 공개적인 창피 주기와 강요되는 비참한 참회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학생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신중한 길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요구되는 PC 신조에 최소한의 고개를 숙이고 정치적인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스포츠, 대중 음악, 돈 버는 일, 소비가 일반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제이다. 학생들은 리버럴 아츠와 인문학 공부에 대한 흥미도 잃었다. 한때 학생들은 서양 문명의 유명한 예술, 음악, 문학, 철학, 역사에 대해 정중하고 비판적인 마음으로 탐구하도록 장려되었다. 지금 PC는 그 정전들을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의 소굴이라고, (연구되어야 한다 하더라도) 그 잘못을 폭로하기 위해서만 연구되어야 한다고 경멸한다. 리버럴 아츠 및 인문학이 재교육을 위한 강제 수용소가 되면서, 학생들은 덜 정치화되고 직업적으로 더 가치 있는 금융학과 경제학 같은 분야로 도망쳤다. (George W. Dent Jr. (2017), “A Strategy to Remedy Political Correctness,” Academic Questions 30 (3), p. 3.)

PC주의자들의 터치를 받으면 한 동안 떠받들어졌던 과거의 저작들과 작품들은 백색을 생산하거나 소수자 집단들에 대한 차별에 열심이거나 타자들을 잘못 그리고 깔보는 모습으로만 보인다. 그런 모습에 유토피아적 충동이 얽혀있을 수 있다거나 그런 모습과는 다른 모습도 있다는 생각은 하기 싫어한다. 부정적 모범이 아니라 긍정적 모범으로 삼을 수 있는 점들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그것들을, 즉 고대 그리스-로마때부터 최근 반 세기 사이 PC적 의식이 자리잡기 전까지의 백인 남성 (중산층) 작가들의 저작들/작품들을 무려 연구까지나 하는 일에는 가능하면 시간과 신경 에너지를 덜 들이고 소수자 집단들의 저작들/작품들에 더 집중해야 한다. 프린스턴 대학교 고전학과가 “캠퍼스 내 조직적인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전공에 대한 라틴어 및 그리스어 요구를 제거하기로 한 결정 (https://supchina.com/2022/01/13/china-looks-to-the-western-classics/) 은 그런 PC적 층동의 극한적 발현이다.

6) 다양성의 증진이 반드시 인구 대다수의 삶의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의 향상은 정체성을 인정받고 존중 받는 것 외에도 빈곤으로부터의 탈출과 소득의 증대도 요구하지만 다양성 이니셔티브가 제거하고자 하는 것은 차별이고 따라서 부자가 아무리 많이 벌고 빈자가 아무리 적게 벌든 부자의 적절한 비율이 소수자 집단 성원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본주의가 유능한 개인들을 소수자 집단이라는 이유로 모욕적으로 취급하고 차별할 필연적 이유는 없으며 흔히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지난 3,40년간의 자본주의의 새로운 양상은 그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자본주의가 발전한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서는 특히나 더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간 계급 일부와 노동자 계급 과반수 - 숙련도나 교육 수준이 낮은 이들 - 의 삶의 질이 절대적으로 하락했다.[주1] 이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이들 중 가장 다수는 백인 인구가 미국 인구의 60% 이상이기 때문에 백인이며 나쁜 처지에서 더 나쁜 처지로 떨어진 유색 인종 상당수와는 달리 이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던 처지에서 나쁜 처지로 떨어진 탓에 유색 인종보다 타격이 더 컸다.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주었고 그 이후로 계속 그를 추종한 이 집단의 지난 25년 동안의 자살, 마약 및 알콜 과음으로 인한 사망률은 세 배 상승했다.[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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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조지프 스티글리츠 (2017), ?거대한 불평등 –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열린책들.

[주2]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2021),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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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백인보다 타격을 덜 받기는 했지만 삶의 질이 하락한 이들의 비율은 백인보다는 흑인과 희스패닉 인구가 더 높다. 숙련도나 교육 수준이 낮은 이들의 비율이 백인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위대한 나라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 60년대까지 공공연하게 인종차별이 자행되고 흑인 투표권이 1965년에야 보장되었던 나라가,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나라가[주1] 위대한 나라일 수는 없다 - 위대한 나라에서 제3세계 나라로 전락한 적도 없지만 1절에서 인용한 보수주의 식자의 한탄대로 현재의 미국이 과거의 미국보다 훨씬 더 “범죄, 소음, 마약, 더러움”으로 뒤덮인 나라인 것은, 그리고 민주주의보다는 금권주의에 가까운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https://theconversation.com/us-is-becoming-a-developing-country-on-global-rankings-that-measure-democracy-inequality-190486) 지난 몇 년 사이에는 기대수명조차 하락해 1인당 GDP가 자신의 6분의 1 이하인 중국보다 아래가 되었다. (https://v.daum.net/v/20230801172702005) 덧붙이면, 아메리카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의 기대 수명은,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년 동안 무려 6.6년 하락했다. (https://truthout.org/articles/life-expectancy-for-indigenous-americans-drops-by-6-6-years/) 이 모든 사실을 고려할 때 심화되어간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 소수자 집단들을 더 높은 비율로 타격한 것들 – 을 방치하고 다양성을 떠받드는 PC는 ‘좌파 신자유주의’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좌파 신자유주의와 우파 신자유주의 간의 차이는 경쟁 시장과 경쟁 시장을 유지하는 국가의 역할을 신봉하는 데 양자가 깊이 통합되어 있는 방식을 실제로는 훼손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그 구별은 “좌파 신자유주의자”는 자신을 신자유주의자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반인종주의, 반성차별, 반동성애혐오에 대한 그들의 신봉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사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자유주의가 정확히 바로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헌신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상당히 빨리 알 수 있다. [...] 다문화주의와 다양성은 보다 일반적으로 정당화 도구로서 훨씬 더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사회 정의의 궁극적 목표는 부자와 빈자 간에 차이가 적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 사실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규칙은 부자와 빈자 간의 차이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넓어진다는 것이다 - 어떤 문화도 모욕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되며, 과거에는 차별로 인해 엘리트가 되기 힘들었던 이들이 엘리트가 되는 경향이 있는 한 경제적 차이가 확대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괜찮다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사회 정의의 모델은 부자가 많이 벌지 않고 빈자가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아무리 많이 벌든 부자의 적절한 비율은 소수자 또는 여성이라는 것이다.(https://jacobin.com/2011/01/let-them-eat-d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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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동자 계급이 빠진 정체성 정치

노동자 계급은, 정체성 집단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정체성 집단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노동자 계급의 정체성은 우연히 소속되게 된 문화나 타고난 신체적 특성 따위가 아니라 자본가 계급과의 관계를 통해 규정되는 고유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소수자 집단들의 정체성도 억압적인 다수자 집단들과의 관계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계급의 경우는 물리적으로조차 자본가 계급(의 대리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단순히 착취로 끝나지 않는 그 관계의 모든 부정성들 – 예를 들어, 자기들 끼리의 갖가지 경쟁에 내몰린다 - 에 종속되어 계급의식 수준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극히 힘들다. PC주의자들이 관심갖는 소수자 집단들 목록에는 바로 이 노동자 계급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PC 관련 문헌에 간혹 ‘계급차별 classism’이 등장하지만 경제 영역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에 의해 착취를 수반하는 지배를 당한다는 마르크스적 의미에서의 차별이 아니라 하위 계급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는 의미에서의 차별이다. 이 제외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착취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계급 자체를 철폐하기 위한 노동자 계급의 조직화된 집단적 실천/투쟁 및 그 실천/투쟁과 연대하는 모든 활동으로서의 계급정치가 PC주의자들의 아젠다에 올라 있지 않다. 또, 이 누락과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PC주의자들은 백인 남성 노동계급 이성애자를 일관되게 적대시한다. 실제로 그들이 소수자 집단 성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이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제외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소수자 집단들 성원은 노동자 계급의 성원이기도 하고, 앞에서 확인했듯이, 차별을 덜 당하거나 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다양성 이니셔티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없고 실제로는 하락을 했기 때문에 이 제외는 철회되어야 한다. 지지난 대선에서 같은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한테 투표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상당수의 백인 여성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체성 정치는 평범한 백인 여성들과 최상층 부르주아인 힐러리 클린턴 간의 계급적 격차를 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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