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씹덕’이라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통칭되는 사람들은 흔히 불리는 오타쿠와 비교했을 때 그 객관적 성격이 다른 것인가요? 아니면 오타쿠를 그냥 멸칭으로 부르는 것인가요?

만약 일본 애니메이션의 반동적인 요소가 다른 나라의 문화적 생산물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면,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그 사람의 정치적 견해의 형성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기능한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비판적으로 취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과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 그것을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또 구분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은 무수히 많은 관계의 총체이므로, 그것을 지속적으로 소비함이 그 사람의 정치적 성격을 규정하는 데서 꼭 지배적인 것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오타쿠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단순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월등히 많이 소비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그걸 넘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반동적 요소에 강하게 영향을 받아서 정치적 성격마저 진보적인 세계관에 적대적인 사람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러한 것의 과도한 소비가 심리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을 때, 그러한 부정적인 것이 강하게 발현되는 개인이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