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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한 조직에 관한 내 생각 (2)

백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7 13:48:19
조회 790 추천 24 댓글 8
														

만약 어떤 조직이 마르크스주의를 지향한다면 당연히 유물론적 세계관을 옹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기초 과학이 계속 발달하고 있으며, 그 성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유물론적 세계관의 대척점에 선 관념론적 세계관이 힘을 얻기도 합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이 살았던 때도 같았습니다. 이 사상가들은 역사적 발전 수준과 일정 조응하는 과학의 발전 수준이 철학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파악했고, 이에 따라 변증법적 방법이 확고히 서지 않으면 유물론자는 유물론을 고수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유물론자라면 당연히 물질이 관념보다 존재론적 측면에서 선차적으로 존재했음을 입증해 나가야 합니다. 만약 물질이 관념의 작용에 따라오는, 다시 말해 그것이 발생적으로 관념에 대해 피정립적인 것이라면 유물론은 헛소리에 불과할 겁니다.


과연 우리가 “의식은 뇌에서 나오지 않느냐”면서, “뇌는 물질이고, 따라서 관념보다 물질이 먼저다”라고 한다고 해서 유물론적 세계관이 제대로 고수될 수 있을까요? 18세기 유물론자들도 의식이 신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발전해 가는 관념론에 막혀서 결국 패권을 관념론자들에게 넘겨줘야 했습니다.


유물론의 옹호에서는 물질의 영원성을 고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영원성을 체계적으로 해명하기 위해서는 자기 운동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 운동의 논리적 구조가 파악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자기 운동의 주체가 물질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자기 운동을 규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기초가 되는 영역에 속합니다. 논쟁의 발단이 되었던 주제, 즉 물질이 어떻게 자기 운동적일 수 있는지에 관한 논리적 규명도 이와 연관되는 것입니다.


글에서 저는 물질의 자기 운동이 왜 자기-목적적인 운동인지에 관하여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었고, 또 독일 스피노자 학파에서 헤겔 철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숱하게 지적되었던, 매우 상식적인 수준에 머문 내용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동유럽의 철학자들도 약간 쓰는 용어에 따라 논쟁이 오갔지만, 물질이 목표를 가지며, 자기 운동이 성립하려면 이것이 개별 물질 운동에서 필수적인 요소임을 부정하는 학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예컨대, 어떤 학자는 물질에 목적은 없지만, 목표는 있다고 하였고, 또 어떤 학자는 둘 다 있다고 하였으며, 다른 학자는 목표와 목적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둘을 구분하는 논자, 둘을 동일시하는 논자 모두 목표나 목적을 사물이나 과정의 방향을 규정하며 그 사물과 과정에 내재한 상대적인 종국 지점, 즉 엄밀하게 말하자면 발생에서 소멸까지 동일한 규정력을 가하며 완성되는 상대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지점으로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개념 모두 합목적성 개념과 연관되어 설명되었습니다.


왜 물질의 자기 운동이 자기-목적적일 수밖에 없는가?


일단 자기 운동이 뭔지 파악해야 합니다. 자기 운동이란 자기 자신 운동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자기 운동에서 일차적으로 핵심이 되는 것은 자기원인 개념입니다. 그러면 자기 자신의 원인이 자기라면, 어떠한 결과로 꾸준히 운동하면서 계속 자기규정을 유지하는 주체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러한 주체가 없다면 자기가 자기 자신의 원인일지라도 어느샌가 시작점으로서의 자기규정의 영원성이 소멸하므로, 물질은 영원한 것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이로부터 물질의 영원성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물질 규정은 모든 것의 내포한 동일자임을 승인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예컨대 관념은 그 자체로는, 다시 말해 즉자적으로는 어떠한 물질적 속성이 관찰되지 않는 규정입니다. 그러므로 관념에는 물질이라는 동일성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변증법에서는 어떠한 규정의 부정은 최초의 긍정적인 것을 원인으로서 자기 내에 포괄할 수밖에 없으며, 부정적인 것 내부에서는 다시 그 긍정적인 것이 요지부동한 것으로 자리 잡는다고 하여, 동일성 문제를 처리합니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원인과 결과 규정이 전체 규정에 온전히 부착될 수 없음을 논리적으로 입증합니다. 그런데 이 주체는 어떻게 스스로를, 그 자신을 포괄하는 특수한 ‘결과’로 전개할 수 있을까요? 이는 자기 자신이 규정적이려면 자기 자신의 총체적인 부정을 자기 내에 포괄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으로부터 야기됩니다. 이 부정적인 총체성은 즉자적인 자기와 모순을 일으키는 또다른 상대적인 정립자이고, 이로써 제 규정의 동력이 성립합니다.


이렇게 물질은 스스로 운동하며, 물질 규정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운동의 필연적 계기인 절대적 부정성을 보면 일단 운동의 동력인 부정성이 즉자적인 규정 내부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것의 부정성이 자기 내에 포함되어 있는 한에서, 또한 그 부정성이 자기 내에 포함한 자신의 근원을 즉자적인 규정이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정성이라 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즉자적인 규정의 부정은 즉자적인 것의 규정 내부에 있고, 부정 역시 즉자적인 것 내부 영역에서 또다른 즉자적인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한에서 자기 자신의 부정을 자기 내에 포함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규정, 즉자적인 규정은 자기 내에 이미 자기 자신의 복귀를 포함하는 것이고, 자기 자신의 운동은 그 전제된 자기 자신의 복귀라는 방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이 즉자적인 규정의 운동은 실은 처음부터 종점―목적을 가진 것이고, 목적은 자기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내부에 있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물질의 자기 운동은 초월적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 목적에 의한 것, 즉 자기-목적적인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종점이 없다면, 즉 즉자적인 것의 부정 내부에 긍정적인 것이 없다면, 즉자적인 것 내부에 부정이 있음을 철회해야 합니다. 그리고 즉자적인 것 내부에 부정이 없다면 운동은 불가능합니다. 대다수의 고전적인 관념론자들은 운동의 근원을 즉자적인 것의 내부에서 찾지 않고 항상 즉자적인 것의 외부에 초월적으로 실존하면서 ‘목적을 부여하는 존재’를 상정합니다. 그러나 이는 변증법적 세계관에서 철저히 배격됩니다.


부정이 없다면 운동이 성립하지 않을 테니, 개별자는 그 어떠한 영역에서도 현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현실적으로 우리는 그것이 가상이든, 현상이든, 본질이든 무관하게 상이한 것이 실존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이한 것이 존재하는 한, 운동 없는 절대자는 있을 수 없고, 스스로 운동하는 절대자를 상정하는 한, 그 운동은 자기-목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엥겔스가 언급한 그대로, “물질의 최종 목적인은 물질”입니다.


제가 있던 조직에 있는 주요 회원들은 Causa finalis가 왜 일반적으로 ‘최종 원인’이라 일컬어지지 않고 ‘목적인’이라 일컬어지는지, 서구에서도 왜 그것이 목적 개념과 연관된 개념으로 일컬어지는지 알아볼 일말의 노력조차 안 하고 있던 겁니다. 그분들 논리대로라면 저것은 ‘최종 원인’이니 목적과 관련해서 그것을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사실 어떠한 규정의 최종적인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순간, 목적 개념에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피노자는 엄격한 기계론자였으며, 유한 양태의 목적이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실존한다는 견해에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스피노자가 여러 저술에서 비판하는 ‘목적’이란 당대 신학의 목적론적 세계관 아래에서 개념화된 ‘목적’이었습니다. 스피노자가 “자연은 자신 앞에 어떤 목적도 설정하지 않으며 또한 모든 목적인은 인간이 꾸며낸 것”이라고 썼을 때, 의도한 것은 절대자인 자연의 앞에 있는 미지의 초월적인 규정이 ‘그’ 자연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의 목적인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피노자는 자기-목적 개념에 상응하는 것으로 코나투스(conatus)를 제출습니다.


전통적인 신학자들은 여전히 그 ‘목적’을 즉자적인 것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고자 합니다. 소위 언급되는 지적 설계자니 하는 개념도 다 이런 사고에서 잉태되는 것입니다. 현대 주관적 관념론자들은 ‘목적’을 개별 의식에서 찾고자 하고, 그러한 의식적인 목적만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유물론자는 목적을 다룸에서 두 양태 모두 지양합니다.


제가 있던 조직에서 철학사에 관한 기초 지식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물었고, 그 결과 개념을 용어로 대체하고자 하는 아주 그릇된 이해 방식이 계속 속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조직에서는 이러한 사고 방식마저 ‘모범적인 철학 해석 방식’인 양 취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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