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는 무차별 융단폭격에도 의연한 인민들의 용기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아옌데는 학생이 3만 5000명이나 된다는 '정글 대학'을 방문하고, 대나무를 엮어 병동을 만든 병원조 살펴보았다. 병실 침대마다 바로 옆에 방공호가 마련돼 있었다. 특히 베트남 지도자 호치민과의 만남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나중에 아옌데는 당시 호치민이 스페인어로 자기 일행을 맞이하고 이야기를 나눈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호치민은 젊은 시절 프랑스로 유학 가는 길에 이용했던 아르헨티나 증기선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면서 스페인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치민의 그 시절의 실력을 발휘해, 베트남 인민들에게 연대를 표하기 위해 멀리까지 찾아와준 아옌데 일행에 감사 인사를 건냈다.

당시 순방, 특히 베트남 방문은 아옌데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칠레에서 사회주의가 실현된다면 무엇을 이뤄낼 수 있을지를 상상해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경험을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저 멀리서, 칠레인 특유의 감성과 열정으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가진 구리와 철광석, 질산염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의 산림과 바다, 우리가 가진 막대한 부의 원천을 떠올렸다. 그리고 똑같이 영웅적이고, 똑같이 헌신적인 우리 인민에 대해 생각했다. 북한과 베트남의 파괴상을 목도하면서, 아옌데는 칠레가 사회주의를 달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국주의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을 터다.

출처 : 살바도르 아옌데, 혁명적 민주주의자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