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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티머시 스나이더의 저서 ‘피에 젖은 땅’에 대한 비판

라틴아메리카사회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27 22: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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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내에서 책 한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책의 이름은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D. Snyder)의 저작 피에 젖은 땅(Bloodland)이다. 올해 국내에서 출간된 스나이더의 책은 부제목은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이다. 이 책의 내용은 부제목에서 밝히듯이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을 다뤘다. 즉 이 두 명의 독재자들로 인해 20세기 유럽사가 피로 물들었다는 것이 저자 스나이더의 설명이다. 스나이더는 20세기 최악의 학살자인 아돌프 히틀러와 이오시프 스탈린을 전체주의론적 접근을 함으로써, 이들의 이데올로기가 공통된 점들이 많고, 따라서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더 나아가 스나이더는 스탈린이 히틀러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죽였고, 더 억압적이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즉 히틀러는 최소한 유대인들한테 도망갈 시간을 주었지만, 스탈린은 대숙청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두 지도자들이 국민들을 억압적인 조치를 했다는 점을 매우 강조하며, 따라서 이들의 지도체계가 전체주의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스나이더의 주장은 과거 냉전시기 서방 학계에서 흔했던 주장들 중 하나이다. 미국의 반공주의적 학자들은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 이론을 수용해 스탈린 사회를 해석했다. 이러한 해석은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서방 사회에서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으로 소련과 스탈린을 전체주의론으로 접근한 저서는 칼 프리드리히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쓴 《전체주의 독재와 전제정》(1956)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본 전체주의론적 접근이 소련 사회와 맞아 떨어질까? 이것은 스탈린과 소련시대를 지나치게 단순화 한 것이라는 비판론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학자 EH카는 저서에서 “최근 10여 년간(1961년 기준) 영어사용권 나라에서 생산된 소련관계 문헌들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소련사와 스탈린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는데, 대표적으로 1세대 수정주의 학파가 그랬다. 이들은 소련을 악마로 보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며 소련의 좋은 점을 밝히고자 했고, 소련의 나쁜 측면에 대해선 엄격한 증거를 요구했다.


이러한 수정주의 학파의 등장은 1970년대 로버트 터커나 쉴라피츠패트릭(Sheila Fitzpatrick) 그리고 아치 게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나 쉴라피츠패트릭의 경우 스탈린 시기 등용정책을 통해 노동자·농민 출신의 많은 청년들이 교육과 사회적 승진과정을 경험한 것과 노동자 계급에게 정치권력을 부여한 것은 아니더라도 개별 노동자가 행정적·전문적 엘리트로 상향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에 주목했다.


1980년대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소련의 기밀문서들이 공개가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수정주의 학자 아치 게티(Arch Getty)는 그 문서들을 바탕으로 스탈린이 단행한 대숙청을 연구하여 새로운 연구 성과를 만들어 냈다. 아치 게티의 폭로로 스탈린의 대숙청과 굴라그 노동수용소가 진상이 드러나 이것이 서방의 반공주의자들에 의해 과장되었음을 밝혀냈다. 특히 게티는 본인의 저서 ‘대숙청의 기원’에서 “스탈린 시기 대숙청에 대한 서방의 설명들 그 대부분이 지지할 수 없는 전제들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스탈린이 계획적으로 했다는 테러 즉 “1933년부터 1939년까지의 사건들이 모두 계획된 테러가 점차 고조된 것도 단일한 현상이나 과정을 구성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문서고의 공개는 한국전쟁이 북한이 먼저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혀 한국 학계의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정작 스탈린의 대숙청과 굴라그에 대한 진실은 한국에서 알려지지 못했다.


따라서 서방에서 등장한 수정주의적 학파의 관점에 따라 티머시 스나이더의 책 ‘피에 젖은 땅’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것은 과거 냉전시기 반공주의 사학계에서 유명하던 히틀러 스탈린 전체주의론에서 못 벗어난 나이브한 관점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서방의 수정주의 학계가 여러 가지 연구 성과들을 만들어 내고, 소련과 스탈린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재조명했지만,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친 서방 국가들의 사회에서 이들의 연구는 그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저 스탈린이 2천만 명을 학살했다는 앵무새와 같은 소리만 무한 반복할 뿐이다. 특히 북한과 대립하며 냉전의 유산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스탈린이 히틀러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이러한 영향이 있다.


스탈린이라는 인물을 히틀러와 동급으로 평가하기 위해 드는 예시 중 하나가 바로 독-소 불가침 조약이다. 독-소 불가침 조약은 1939년 8월 나치의 폴란드 침공한달 전에 맺어진 조약인데, 이들이 맺은 불가침 조약이 양측의 이데올로기적 그리고 군사적 동맹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독-소 불가침 조약은 어디까지나 불가침 조약이었고, 폴란드 분할의 경우 합의에 따른 결과였을 뿐이었다. 거기다 이 조약을 스탈린이 체결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했다. 1936~39년 스페인 내전에서의 방해와 1938년 서방이 나치 독일과 맺은 뮌헨 협정은 스탈린에게 배신감을 느낄 이유가 있었다. 거기다 스탈린 입장에선 한시라도 시간을 벌어서 군사력을 강화해야할 목적이 있었다. 거기다 이러한 불가침 조약은 불과 2년도 안되어 깨졌다.


이러한 사실들은 한국사회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히틀러와 스탈린을 동급으로 취급하며 2천 만 명 학살과 같은 지극히 과장된 뻥튀기 추산들이 주지의 사실인 냥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기다 1930년대 고려인 강제 이주와 같은 사실들이 한국 사회에 알려지면서 “스탈린 인간백정놈”식의 논리가 만연하고 있다. 따라서 티머시 스나이더의 책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인기를 끄는 건 이러한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반공 이데올로기가 해방 이후 친일파들이나 친미주의자들이 사대주의적 혹은 제국주의적인 만행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5년 국정 교과서를 주도했던 뉴라이트들이 그 예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티머시 스나이더의 책이 주장하는 소련과 스탈린은 나이브하고 반공주의적인 관점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반공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스나이더가 입에 피가나도록 비난을 하는 이오시프 스탈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해방에서의 상징성이 높은 인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소련은 미국에 맞서 반식민주의 그리고 반제국주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는 마오쩌둥, 베트남에서는 호치민, 북한에서는 김일성 그리고 그 외의 여러 나라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1960년대 미국의 추악한 침략전쟁 베트남 전쟁이 전쟁 참전론자들에 의해 합리화 될 때 사용되었던 논리가 바로 “호치민은 스탈린의 제자다. 따라서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였다. 알다시피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처럼 티머시 스나이더의 스탈린의 전체주의론 접근은 매우 황당하며 위험한 접근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찬성론자들과 같은 황당무계한 논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아직도 반공주의적인 서적들이 한국의 진보 보수 할거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소름끼친다. 아직도 ‘스탈린 2천만 명 학살설’과 같은 새빨간 거짓말이 주지의 사실로 받아지고 있는 것 같다. 티머시 스나이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러한 문제점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며, 이러한 움직임에 좌파들을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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