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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트윈스타 사이클론 러너웨이-프롤로그 (2)

따비따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03 20:07:16
조회 374 추천 20 댓글 5
														


[시리즈] 트윈스타 사이클론 러너웨이
· 트윈스타 사이클론 러너웨이-프롤로그 (1)



  튜닉과 퀼로트에 움직이기 편한 부츠를 신은,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은 사복 차림의 여자가 런치 바스켓을 한 손에 들고 잡초와 부엽토를 밟으며 숲속을 걸어간다.

  시비 엔데버는 자그마한 양지쪽에서 발을 멈췄다. 오랜 세월 동안에 무너져 덩굴이 얽힌 모습의 높다랗게 돌로 쌓은 성벽이 좌측과 정면에 우뚝 솟아있다. 막다른 곳 바로 앞에, 바퀴살 달린 수레바퀴가 깨져서 짐칸이 기운, 이것도 반은 썩은 것 같은 포장마차가 한 대, 들꽃에 가득 둘러싸인 곳에 서 있었다. 말 한 마리가 그 꽃을 먹고 있었다.

  숲의 외진 곳에 있는 은둔처 같은 한 구석에 시비는 말을 걸었다.

  “마기리, 1차 보고는 보셨나요?”

  아무도 없어, 라고 말하는 듯한 침묵이 돌아왔다. 시비는 걸음을 옮겨 포장마차 뒤쪽으로 돌아가서, 지나가는 김에 등을 쓰다듬으려고 한 말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종종걸음으로 놓치고, 짐칸 쪽을 들여다보자, 누더기 담요를 뒤집어쓰고 구멍 뚫린 천막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여기에 와서 그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는 마기리를 보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저며오는 일이었지만, 시비는 그것을 하라고 강요받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을 허가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괜찮으시면’이라고 하면서 바스켓을 짐칸에 두고 등을 돌리고 기다렸다.

  느릅나무 가지에서 새가 지저귀고 있다. 영상이나 로봇이 아니라 진짜 새들이고, 진짜 느릅나무이다. 유채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등에도 날개소리가 난다. 하지만 저편에 있는 샘으로 도망친 말은 만들어진 것이다. 내리쬐는 태양 빛도. G형 모성 마더 비치 볼은 6억 8,000만km 후방에 있고, 몸을 덥힐 만큼의 빛을 전해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여기가 선단에서 가장 훌륭한 지상 재현 시설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가스 행성 주회 궤도상의 서쿠스 선단은 전부 빈곤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리더에게도 커다란 관저를 세워줄 수 없었다. 그 대신 선사한 것이 원심화물선 ‘아이다호’의 한 구획에 지어진 이 작은 정원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은 1~24까지의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분선단장과 그밖에 마음이 잘 통하는 브릿지 멤버 몇 명 정도, 즉 시비와 그 동료들 뿐이다.

  마기리는 일반적인 선장이 아니다. 우선 첫째로, 그레이트 치프(선단장)다. 이번에는 웬일로 할 마음이 들었는지 낚싯배의 선장 따위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원래 같으면 그런 일을 시켜서는 안 됐다.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능력이 너무 귀중하기 때문이다.

  CC 원년부터 시작된 통치 실패는 선단을 지옥으로 끌어 내렸다. 젊고 유능하며 매력 넘치는 두 명의 여성의 반란이 없었다면 분명 그대로 멸망을 맞이했으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CC 3년, 1성항행사였던 겐도 마기리와 폭재(爆才) 에다라고 불리운 루시드 박사 콤비가 베이크의 채취와 자원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사람들에게서 신망을 얻어 무법, 무계획이었던 구 지도부를 쓸어버리고, 서쿠스 선단의 질서와 발전을 이룩했다.

  이래로 15년. 마기리는 지도자로서 때로는 방긋 웃으며 상냥하게, 때로는 뛰어난 솜씨로 고난을 극복하며, 어쨌든 50만 명을 견인해 왔다. CC 8년에 박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얼마 안 되는 복상(服喪) 기간을 제외하면, 총명하고 발전적인 통치 태도를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그 카리스마는 유일무이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원래라면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장로 연합이 말하는 것처럼 그녀는 안전한 곳에 대기시켜 두는 편이 훨씬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딱 이 낡은 마차가 있는 외진 곳 같은 안식처에서.

  하지만 그녀가 여기를 찾아오는 한, 그녀가 그 벽돌색의 광활한 하늘을 잊을 수 있을 리도 없다. 비슷한 것이 둘을 묶어놓고 있으니까. 마기리는 앞으로도 억지로 부려서 행성 대기로 내려가려고 할 것이다.

  시비 엔데버는 자원해서 마기리의 시중을 들고 있다. 게다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까 공사 모두 모험을 막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지만, 그러나 마기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있어서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열중쉬어 자세로 계속 대기하고 있자 등 뒤에서 물통에서 졸졸 액체를 따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뭐야 이게, 하는 소리가 났다.

  시비는 돌아선 채로 대답했다.

  “커피 라이크입니다.”

  “라이크(가짜)?”

  “분자 프린터로 인쇄한 커피입니다. 성분 면에서는 진짜랑 다를 바 없을 겁니다. 모시 씨족의 재배공이 시제품을 내놓아서 어떨까 하고.”

  “진짜는 이렇게 쓰지 않아! ──어라, 진짜니까 쓴가? 으음, 그럼 우유랑 설탕도 인쇄해줬으면 하는데.”

  “마기리가 극찬했다고 전할게요.”

  그 마기리가 부스스한 머리에 팬티, 속옷 반나체 상태로 느릿느릿 나와서 짐칸 끝에 털썩하고 걸터앉아 잠이 덜 깬 얼굴로 컵 안에 든 커피를 홀짝였다. 바스켓 안에 있던 샌드위치를 우물우물 입안 가득 채워넣고 있다. 늘 미안하구만, 하고 말하고, 신경 쓰지 마시길, 이라고 5cm 옆에서 시비가 대답한다.

  “비, 너도 말야. 이거 말하는 거 몇 번째인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우중충한 아줌마 붙잡고 있지 말고, 더 좋은 사람이랑 어울리는 게 좋아. 인기 많잖아.”

  “자발적인 행동입니다.”

  “하아.”

  “결코 박사님의 후처 자리를 노리는 것은”

  “그건 거짓말이잖아.”

  “죄송합니다.”

  “음, 뭐어.” 커피 향이 나는 한숨을 쉰다. “솔직히 엄청나게 도움이 되고 있어. 언젠가 넘어갈지도 모르겠네.”

  “기뻐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렇게 해오길 10년.

  15cm의 거리감으로 계속 해 온 것이 이 두 사람이었다.

  “미안한걸, 마음 있는 것 같은 말이나 해대서. 이제 그만 꺾이고 싶어. 다른 사람한테 어리광 피우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말이야, 안 된단 말이지. 자꾸 솟아나온단 말이야, 그 녀석.”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아주는 것도 너밖에 없단 말이지.”

  손등으로 오른눈을 닦고 돌연 반듯하게 허리를 펴고 마기리가 돌아보았다.

  “본심이 너무 줄줄 샜네. 그래서, 뭐라고?”

  “초회 보고는 보셨는지, 라고 했습니다. 파파 앙리와 라덴비자야가 회수한 베쉬의 해부와 원소분석을 마쳤기에. 자세한 내용은 이제부터입니다만──”

  시비도 방금까지의 친밀한 모습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빠릿빠릿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딱 잘라 바꾸는 것도,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익숙한 것, 이었다.

  FBB 대기권내에서 4시간 반 동안 격투를 벌인 끝에 처음으로 베쉬를 낚아 올려 위성궤도에 옮겨 놓고 나서 이틀 후인 오후 현재. 아아, 그래 그래 드래프트 말이지 볼게 지금부터, 라고 포장마차에 틀어 박혀있던 마기리가 셔츠를 입고 바지를 허리로 잡아당겨 올리면서 스케일을 한 손에 들고 나왔다. 마찬가지로 자기 부담인 정보판을 소매에서 꺼낸 시비가 표시된 것을 소리내어 읽는다.

  “베쉬의 몸을 구성하는 주된 물질은 탄소, 규소, 게르마늄 등 탄소족 원소와 미지의 리튬 동위원소이며, 이 네 종류가 전체 부피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미지의 리튬 동위원소라니, 뭔데!?”

  “그가 미지라고 했으니, 정말로 모르는 거겠죠. 그 물질이 매우 가벼운 덕분에 운동에 의해서 비행할 수 있다는 것 같네요. 또 그 외에 질소, 산소, 염소, 유황, 인, 철, 아연, 그리고 당연히 대기성분인 수소와 헬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광석 같은 자원물질로 볼 경우에는 유용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슬픈 일이야. 우리가 처음 발견한 지구 외 생물에 대해서 그 식성이나 번식 댄스 같은 게 아니라 우선 원료로서 정제할 방법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말이야. 구복이 원수지…….”

  베쉬라고 명명된 새로운 존재에 대해서 시비는 솜씨 좋게 설명했다. 베쉬의 성분은 무척 기묘해서 지구계와도 FBB계와도 다르다는 점. 예의 미지의 동위원소가 특수해서 핵의 구조 자체가 상식적으로 알려진 알칼리 금속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점. 브리핑을 땡땡이치고 자고 있던 마기리는 중요한 부분에서 적절한 질문이나 적절하지 않은 개그 등으로 반응하면서 베쉬라고 하는 생명체를 이해해 나갔다.

  이번에 잡힌 베쉬, 종래의 채집물이었던 베이크, 그리고 대기권내에서 매우 드물게 관측되는 이젝터라고 불리는, 저층에서 올라오는 암석에는 성분 측면에서 공통점이 발견됐다. 즉 행성 FBB의 대기의 깊은 곳에 무언가 고체 구조가 있다고 짐작되지만, 통상적으로 가스 행성의 심부에 그런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 밖에서 온 별개의 천체가 이 행성의 심부에 가라앉아있을지도 모른다──.

  “밖에서 온 천체? 그런 게 확인된 전례 없지? 낭만 있네에.”

  “쬐끄만 얼음 혜성 같은 게 부딪힌 기록은 산더미처럼 있습니다만.”

  “그렇지만 말야, 뭣하면 그 천체가 생명을 옮기고 왔을지도 모르잖아? 역시 낭만이 있어.”

  “낭만은 나중으로 미뤄두세요. 달리 생각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니까요…….”

  이번처럼 한 마리씩 낚는 것은 채산성이 떨어져서 라덴비자야는 자루그물을 이용한 트롤 어업을 제안했다. 밀집해 있는 베쉬를 문자 그대로 일망타진하면 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심산일 테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그물이나 강력한 엔진을 가진 배가 필요한데 그 설비들을 어떻게 갖춰갈 것인가가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하지만 시비가 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도 마기리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보였다. “강력한 엔진? 베쉬 가루라도 연료로 써보든가?” 같은 엉뚱한 대답이나 할 뿐, 새로운 산업을 이룩할 것인가, 아니면 모처럼의 기회를 허무하게 끝낼 것인가 하는 스태프들의 검토에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변한 것은 시비가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돌렸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파파 앙리가 말한 것입니다만, 베쉬는 기묘한 성질이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제까지의 이야기에서 기묘하지 않은 점 있었어?”

  “뭐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이건 진짜 신기한 얘기니까요. 파파는 베쉬의 해부 후에 그것이 어째서 그런 체형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기 위해서 지구산 생물과 비교검토를 실시하고 있었다고 해요. 디스플레이 데스크에 베쉬의 지느러미 실물을 두고, 그 옆이나 바로 아래에 다양한 기존 종의 영상을 비추고 윤곽이나 골격을 비교해봤다고요.”

  “흠흠.”

  “그 사이에 잠깐 화장실에 갔다 왔더니 데스크에 금붕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뭐?”

  적당히 흘려들으려던 마기리가 떡하니 입을 벌렸다.

  “금붕어? 그 안노 도미니의?”

  “안노 도미니 때 탄생하고, 지금도 아직 폴룩스4의 호수와 늪으로 된 행성에서 사육되고 있는 관상어인 금붕어에요.”

  “어째서?”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 파파의 데스크에 표시된 것은 금붕어였다고 합니다.”

  “……베쉬의 사체가 금붕어로 변했다는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애초에 죽지 않았던 것 같다고.” 시비는 어깨를 으쓱였다. “베쉬란 겉모습대로의 생물이 아니란 거죠. 부정형 생물일지도 모른다고 해요. 머리, 몸통, 꼬리가 있고 체절이 있고, 감각기관도 있고, 라고 배 위에서 파파 앙리가 그럴듯하게 분석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예측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어요.”

  “부정형 생물……?”

  “말 그대로 정해진 형태가 없고 여러 형태로 변하는 생물이에요. 부정형 생물이라고 해도 종류가 있는데, 지구의 아메바나 오징어, 전설로 전해져 오는 고양이 같이 그 자리에서 휙휙 모습을 바꾸는 생물도 있는가 하면, 장어나 점균, 장수풍뎅이처럼 성장단계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생물도 있는 모양이에요. 베쉬도 필요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걸지도 모른다고……”

  “흐음…….”

  끄덕이며 듣고 있던 마기리가 문득 공중의 한 점을 응시한 것은 그때였다.

  “필요에 따라 모습을 바꿔……?”

  “네.”

  “그럼 실험실에서 변형한 베쉬는 어째서 변형한 거야. 거기서 금붕어가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네? 그건……” 시비는 당황했다.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판단해서 변형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확실히 금붕어가 될 필요는……”

  “없, 지.”

  돌아본 마기리의 눈동자에는 일찍이 어떤 한 때, 시비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빛이 깃들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가스 행성의 대기권에서 물고기가 될 필요도 없어. 그렇지 않아? 될 거면 더 비행이나 활공에 적합한 것…… 콘도르나 글라이더, 프테라노돈이 될 필요성이 더 크지 않아?”

  “그것도,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시비가 끄덕이자 마기리는 갑자기 짐칸에서 뛰어내렸다.

  “확실히 신기한 이야기였어. 알려줘서 고마워, 시비.”

  “마기리? 어디 가세요?”

  “잠깐 좀.”

  그렇게 말하고 낡은 마차가 있는 외진 곳에서 나간 마기리가 10년 만에 행성에 무단으로 강하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로부터 얼마 안 돼서였다.



  시비 엔데버는 10년 전 처음 단독강하 했을 때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주회궤도를 도는 선단으로부터 수소를 채취하기 위해서 셔틀이 일상적으로 FBB 대기권으로 내려가고 있었지만, 셔틀의 파일럿 양성과정에 있던 당시 19살 시비가 졸업까지 남은 700일간의 과정을 날려버리고 긴급 투입된 것이 그 단독강하였다.

  임무는 극비로 이루어졌는데, 그 목적은 도망친 겐도 마기리 선단장의 회수였다. 마찬가지로 투입된 입이 무거운 30명의 파일럿들 중에서 그녀가 맨 처음 마기리를 발견했다.

  지금 시비는 그때와 완전히 똑같은, 팻 비치 볼의 북열대 벨트 북단의 초거대 고기압 폭풍, ‘왼쪽 눈알’의 가장자리로 내려가고 있다.

  “들립니까, 마기리!”

  시비는 구조기의 무선기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엔데버입니다. 제 뒤로 300기 와있어요. 이쪽에서는 레이더로 확실히 볼 수 있고, 기체들 중 1할은 강제포획기가 부착되어 있으니깐, 50기압까지 달라붙어서 반드시 잡을 거에요! 돌아오세요!”

  300기라고 한 것은 진짜였다. 그뿐이랴, 서쿠스 전체가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리더로서의 마기리는 아직 필요하다. 베쉬 포획이라고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지금이야말로 중요하다.

  하지만 시비는 설득하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말한 대로라면 베쉬는 이 기체들로 편하게 잡을 수 있을 테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은 성공률이 고작 수 퍼센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면 모를까 선단장인 마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아니 그보다. 마기리가 갑자기 강하한 이유가 그때와 같다면 설득해봤자──.

  초조해하는 시비의 귀에 있을 거라고 기대도 안 한 대답이 들렸다.

  “베쉬는 어째서 물고기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네?”

  베쉬가 변형한다고 알려줬을 때 마기리의 반응을 그대로 반사하듯이 시비는 얼빠진 대답을 했다.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누군가가, 물고기의 모습을 베쉬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하지 않아?”

  “누군가라니.”

  “지구산 물고기를 좋아하고, 누구보다도 그것에 대해 잘 알고, 그 지식과 도감과 러버 스트랩을 항상 들고 다니던, 사고를 당해 그대로 하층으로 떨어진 사람이──”

  “마기리!”

  시비 엔데버는 절규했다.

  “쓸모 없는 짓이에요! 그만두세요! 그런 걸 생각할 필요는 1피코그램도 없어요!”

  “에다가”

  시비의 머릿속에서 마기리의 생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혹은 마기리의 망상이.

  성간생물학자 일등박사 드라이에다 데 라 루시드 교수. 반짝이듯 늠름한, 시원스레 뒷머리를 친 숏컷을 하고 우주에서 제일 가슴 펴고 살아간, 안경 쓰고 작은 몸집의 백의의 연구 미치광이. 멋과 삐뚤어짐의 화신인 그녀는 중층을 관측하는 중에 발생한 내압선의 트러블로 필리파 풋의 트롤리 딜레마 같은 선택에 직면했을 때 처자식과 연인이 있는 두 남성 선원을 무사히 돌려보내기 위해 내압선각을 재하투기시켜 자기 혼자만 심층으로 사라진다고 하는 완벽한 대응을 해냈다. 헤어지는 순간의 대사는 ‘앗, 됐어 됐어. 나 아래쪽 보는 거 기대되니까!’. 당시 27세였다.

  마기리에게 있어서 완벽한 파트너의 상실이었다.

  누구도(시비라고 하든, 다른 여자든), 무엇도(10년이라는 시간이든, 우주의 섭리든),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 따위 없다고, 50만 명 전원이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저 무언가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나서, 그것 하나만 제외하고는 무엇 하나 결점이 없는 선단장이 제정신을 계속 유지해주는 것에 걸고 있던 것이다.

  지금 모두가 그 어리석고 어찌할 도리 없는 도박의 결과에 직면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해?”

  적린과 메탄이 소용돌이치는 검붉은 구름 속에서 마기리의 기체는 선행하여 돌진해 나간다.

  “10년 전, 에다가 베쉬에게 그걸 가르쳐줬다면?”

  마기리의 기체로부터 도달한 통신만은 꺼림칙할 정도로 명료해서 그것이 시비의 자책감에 날아와 꽂혔다.

  “그건, 가르쳐줄 만큼의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지?”

  시비는 부스터 스로틀에 걸쳐놓은 손을 열병 환자처럼 떨었다. 모두 개방하면 어쨌든 동반자살은 할 수 있다. 귀환에 쓸 양을 전부 써버리면.

  “알겠어? 상상할 수 있어? 상상해 봐. 에다는 이 밑에서 살아갔을지도 몰라. 몇십 분, 몇 시간, 며칠──아니, 어쩌면?”

  “말도 안 돼요! 마기리, 그건 아니야!”

  “단지, 돌아올 수 없을 뿐이라면?”

  FBB의 기압심도 100바 이상, 거리로 따지면 1000km에 달하는 심부에서 인류는 아직 유인, 무인 불문하고 어떠한 기재의 회수도 성공하지 못했다.

  발밑에 피안을 두고 있는 것이 서쿠스인 것이다.

  죽은 사람이 향하는 곳, 돌아오지 못하는 강가, 이 거대한 폭풍의 구형 세계의 안에 있는──.

  만약 그것이 틀렸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 녀석을, 10년 동안”

  질투와 선망의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시비 엔데버는 스로틀을 밀어 넣으려고 한 순간.

레이더 화면이 요동치고, 무선에서는 노이즈가 귀를 먹먹하게 하고.

  운평선(雲平線) 끝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심층운을 밀어젖히고, 와글거리는 감색 무리의 그림자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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