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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귀의 여정 - 전국시대 25편

Noig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7 20:46:55
조회 256 추천 12 댓글 2
														


부제 : 저주의 속삭임


인사? 인사를 한다고? '저주'라 불리는 저 끔찍한 것이 자신에게? 대체 '저주'의 의도는 무엇이지? 라는 의문에 사로잡히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요루히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저주'는 재차 입을 연다.

'긴장 마.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야.'

"......"

'미움받은 모양이네. 슬퍼... 단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인데.'

"그딴 소리를 지껄이고 싶다면. 그 끔찍한 힘부터 거두어라."

드디어 요루히메가 침묵을 깼다. '저주'는 기쁘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사죄의 한마디를 입에 담는다.

'미안해.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 이건 내 의지로도 어찌할 수 없는 힘이니까.'

"흥! 거짓부렁을 잘도 나불대는군."

'거짓이 아니야.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니?'

"그 말을 믿으라?"

'믿어줘. 라고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네. 그러니 믿어 주겠니?'

"네놈 같으면 믿겠느냐?"

당연히 믿을 수 없지. 어찌 '저주'라 불리는 끔찍한 존재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역겹기 그지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차라리 인간의 말을 믿는 것이 더 납득이 될 것이다. '저주'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슬프네. 슬퍼. 그래도 이해해.'

"닥쳐라. 너같은 존재가 무얼 안다고...!"

'알아. 원망스럽지? 살아가리라. 너희가 태어난 세상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리라. 그러한 너희들의 긍지를 지키고 싶을 뿐인데. 너희들의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짓밟고. 모욕하고. 무참히 빼앗는... 그러한 불합리를 정의라고 부르는 세상. 그걸 납득할 수밖에 없는 시대. 누구도 믿지 못해. 누구도 의지 못해. 그러니 미워. 모두가 밉고 밉고 또 미워. 그렇지?'

"닥치라고 했다!"

끄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요루히메의 팔이 분질러진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요루히메 자신의 의지로 저지른 행위다.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만한 고통이 아니었더라면 그 순간 솟구치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러지 못했다면 분명 이 '저주'의 힘에 순식간에 집어삼켜지고 말았을 것이다.

"어디 실컷 지껄여 봐라. 그 더러운 힘을 믿고 이리 오만방자히 구는 것이겠지만. 이 요루히메...! 네놈의 뜻대로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제 멋대로 평가하며 이해하는 척 군다. 뭐가 저주란 거냐? 그냥 오만하기 그지없는 인간인 주제에... 치욕과 굴욕에 가슴이 타올랐다. 허나 어차피 '저주'는 곧 잠이 들 것이다. 요괴의 본능이 그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이 치욕을 견뎌내면 된다. 하지만 '저주'는 그러한 요루히메의 생각이 틀렸다는 듯 말했다.

'오해하지 말아줘. 네게 치욕을 줄 생각은 없어. 사라져가는 너의 일족들.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또한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 여지껏 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던 삶과 아픔을. 진심으로 존경해.'

"흥!"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대체 무얼 안다고 저따위 헛소리를 지껄이는가? 들끓는 증오를 고통으로 억누르면서 요루히메는 고개를 들었다. 그 거짓임이 틀림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저주'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증오가 아닌 조소의 감정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저주'의 얼굴을 마주한 그 순간... 요루히메의 감정은 조소가 아닌 '경악'의 감정으로 물들었다.

"그 눈동자!? 어떻게 네놈이...!?"

'아아. 그래. 알고 있어. 작은 뱀이 내게 먹여줬지. 요괴. 오니. 괴이. 그리고 신... 여지껏 들렸던 땅에서 그랬듯 이 땅에서도 많이 먹었어. 덕분에 알아. 이 땅에는 그러한 전승이 있다며? 인간과 요괴. 결코 이어져선 안 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에게는. 이 황금색의 눈동자를 가지게 된다는 전승이.'

얼어붙은 요루히메의 황금색 눈동자에 비추어진다. 심연의 어둠을 등진 채, 신비로운 꽃을 피워내는 소년의 형상을 갖춘 '저주'. 어둠 속에서 선명히 빛을 발하는 그의 눈동자 또한 같다. 요루히메와 같은 태어나선 안 될 금단의 존재들에게만 새겨지는 '낙인'이 새겨져 있다. 그 사실에 요루히메는 말문을 이을 수 없었다. 그야 처음이었으니까. 자신과 같은 금기를 범한 존재를 마주하는 것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전승이란 뒤바뀌지. 너희들의 땅에서는 이 눈을 금기를 범한 죄라고 부르지만. 내가 태어났던 땅에서는. 신의 혈통을 잇는 자들이라 불리며 신성시 여겨졌어.'

"......"

'이제야 이야기를 들어줄 의향이 생긴 모양이구나. 고마워. 하지만 아쉽게도 그리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바로 너에게 나의 이야기를 보여줄게.'

"무, 무슨...!?"

'저주'가 손을 뻗는다. 그 한줌의 온기조차 없는 차디찬 손길이 다가오고 있다. 요루히메는 그 손길을 뿌리치고자 했으나. 그 의지마저도 '저주'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 집어삼켰다.

"크흑!!!"

'괜찮아. 긴장하지 않아도 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어찌 너 같은 끔찍한 존재의 말을 믿을 수 있단 말이냐!? 라는 의지조차도 '저주'의 힘에 굴복당해 삼켜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저주'의 손길이 요루히메의 뺨에 닿는 그 순간... 심연의 어둠이 요루히메를 집어삼켰다.

"------"

심장을 쥐여오는 침묵 속에서. 요루히메는 여지껏 없었던 긴장된 얼굴로 자신을 둘러싼 어둠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도중 또 다시 이변이 일어난다. '저주'가 피워대던 꽃들이 어둠을 빨아들이며 피어나는가 싶더니. 서서히 요루히메를 둘러싼 어둠을 거두고 단 한번도 상상조차 못했던 광경을 만들어낸다.

'그곳'은 너무도... 너무도 거대한 숲의 세상이다. 이 일본이라는 땅을 모조리 집어삼키고도 그 끝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숲의 대지. 어찌 같은 하늘 아래 저토록 광활한 땅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여지껏 상상조차 한 적 없었던 세상의 모습. 그 충격적인 광경에 압도되고 있었던 그때였다.

'아름답지? 여기가 생전의 내가 태어나 자랐던 고향이야. 작은 뱀과 서역의 사람들은 이곳을 신대륙이라고 불러. 나는... 우리는 이곳에 있었어.'

푸른 창공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숲의 세상을 비추던 광경이 바뀐다. 이번엔 그 세상 안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그 광경 속에서 요루히메는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저주'라고 불리는 존재. 생전의 그와 그가 사랑했던 일족들의 모습을. 허나 요루히메의 시선을 사로잡는 광경은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생명들을 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들은... 그녀가 사랑하는 존재들이니까.

'우리들의 땅에도 있었어. 이 땅에서는 요괴라 불리지만. 우리는 너희를 정령이라고 불렀지. 너희와 함께 살아갔어. 서로의 형태와 의지를 존중하며. 함께 저 아름다운 땅을 돌보았지. 아아--- 참으로... 참으로 행복한 시절이었지.'

거짓...은 아니리라. '저주'로부터 전해져 온다. 그가 사랑했던 존재들과 함께.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부르며 대자연의 생명들과 어울리던 그 시절의 기억들과 마음들을. '저주'라는 끔찍한 존재임을 알고 있음에도. 차마 부정할 수가 없는 진실을...

'하지만 똑같았어. 너희들처럼. 정령들도. 우리들도. 그릇된 존재들이라며 핍박받았지.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그날이 찾아온 거야.'

행복했던 시절은 돌연히 끝을 고했다. 아니... 어쩌면 징조는 수도 없이 있었으리라. 이 세상의 구조가 그렇다. 어떠한 결말이든 그에 따른 인과의 흐름은 존재한다. 그들은 그저 외면했을 뿐이다. 그 결말이 분명 그날의 '참극'이리라.

"------"

요루히메는 그저 말없이 지켜만 보았다. 그날밤... '저주'로 불리게 될 아이가 마주했던 잔혹한 현실을. 그래. 확실히 그것은 너무도 잔혹한 현실이었다. 허나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젠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는 익숙한 광경이니까.

'역시나... 너라면 알아줄 거라고 믿었어.'

무엇을 근거로 그딴 헛소리를 지껄이느냐!? 이전의 요루히메였다면 분명 그리 반발했을 터였다. 허나 이제는 아니다. 알아버리고 말았으니까. '저주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끔찍한 과거를 통해서. 요루히메 자신 또한 마주하게 되어 버렸으니까. 자신의 꿈이 시작되었던 그날의 광경을...

요괴 퇴치꾼 일족. 자신의 어머니와 자매들을 죽인 원수들. 허나 자신은 그들의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 여자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악몽 속에서 떠오르는 그 무녀... '어머니'의 자리를 빼앗아갔던 그 여자의 품속에서 자신은 성장해야만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참으로 상냥한 인간이었다. 자신의 원망조차 기꺼이 보듬어 주었던 그 무녀의 사랑 속에서. 그 시절의 자신은 서서히... 서서히... 요괴가 아닌 인간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깨닫게 되었다. 지금 '저주'가 마주하는 저 광경과 같은 진실을...

'■■■■■■■!!!'

'저주'가 태어난 땅에서 만들어진 이국의 언어. 그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지만. 저 광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죽음의 너머에서조차 모욕당하는 '연인'의 발치를 붙잡으며 오열하는 그가 목놓아 부르짖을 외침이야 오직 하나 뿐이다. 자신 또한... 그랬으니까...

떠오른다. 그날이... 서서히 무녀의 사랑에 이끌려 감화되어가던 때였다. 처음으로 마을의 일원으로서 역할이 주어졌다. 간단한 일이었다. 마을의 재산을 보관하는 창고를 정돈하는 실로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자신은 반드시 그 간단한 일을 훌륭하게 해내겠노라고. 그래서 '어머니'의 칭찬을 듣고 그녀의 바람대로 마을의 일원이 되겠노라는... 그 따위 하찮은 의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기에 예상조차 못했다. 그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 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마주했다. 너무도 잔혹한 진실을 마주했다.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케케묵은 먼지로 뒤덮인 더러운 단지 속에서. 사랑하며 또 사랑하는 자신의 혈육들... 그들을 다시 재회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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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조차 눈조차 감지 못하고 모욕당하는 자매들. 그들의 비참한 말로에 목놓아 오열하며 깨달았다. '인간'이란 것들이 얼마나 끔찍한 생명인지...! 이 세상에 태어나 뿌리를 내린 생명으로서. 다른 생명을 빼앗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죄다. 그렇기에 모욕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명을 이어준 생명을. 그 죽음에 고마워하며 감사한다. 결단코 그 죽음을 모욕하지 않는다. 허나 놈들은... '인간'만은 다르다 .

생존이라는 어찌할 수 없는 원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더러운 사리사욕을 위해서. 다른 생명을 짓밟는다. 심지어 죽음조차도 모욕한다. 그러한 것들이 '인간'이다. 아아... 참으로 어리석다... 고작 하나의 인간의 사랑에 취해... 그토록 당연한 사실을 외면했다니... 그렇기에 맹세했다. 다시는... 다시는 너희들에게 놀아나지 않으리라고! 그 추악한 욕망을 위해서! 생명이라는 숭고함을 모독하는 너희를 용서치 않으리라!

'그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였구나? 너의 또 한명의 어머니. 그 무녀의 사랑을 너의 손으로 버린 이유.'

"------"

요루히메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핏발이 선 눈동자로 '저주'를 노려볼 뿐이다. 그 안에는 '분노'가 깃들어 있다. 감히 자신의 허가도 구하지 않고 자신이 일평생 감추었던 비밀을 들추어낸 '저주'를 향한 '분노'가.

슈르륵--- 슈르르르---

어김없이 '저주'가 요루히메를 잠식한다. 핏발이 선 눈동자가 피눈물을 흘리며, 그 피눈물을 빨아들이며 노란색 꽃들이 피어난다. 그럼에도 요루히메는 분노를 거두지 않는다. 그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저주'는 사죄했다.

'미안해. 멋대로 보고 말아서. 사죄의 의미는 될 수 없겠지만. 나의 기원도 보여줄게.'

또 다시 새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 또한 '저주'의 과거이리라. 하지만 이번만은 요루히메조차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보였다. '저주'라는 끔찍한 존재가 탄생하게 된 기원이... 그 광경을 통해 떠오른다. 또 한명의 어머니를 이 손으로 죽였던 그날의 광경이...

'약속할게. 그자한테서도 모두 빼앗아 줄게. 우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너한테 그랬던 것처럼. 내가...! 내가 반드시 그자한테서도 모든 것을 빼앗을 테니까! 그러니... 작은 뱀... 당신 말대로 버릴게... 모든 걸... 버릴 테니까... 그러니 나한테...! 당신이 말했던 힘을 줘!!!'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빼앗아간 원수. 스스로를 신(神)의 현신이라 부르며 저 거대한 숲의 세상에 제국을 일구어내 지배했던 마(魔). 그자가 '저주'에게서 빼앗아갔던 것처럼. '저주' 또한 그자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서. 사랑했던 연인의 차갑게 식은 생살을 뜯어 먹으며... 스스로의 의지로 인간의 길을 포기했다. 그 힘으로 그의 '복수'를 이루어냈다. 그것은 요루히메에게도 낯이 익은 광경이다. 그야 그녀 또한 그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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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아가야...'

셀 수도 없이 많은 인간을 죽였다. 놈들의 얼굴 따위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인간도 그러잖은가? 자신들 이외의 생명을 얼마나 짓밟을지라도. 그들의 이름도 존엄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 또한 그러했다. 수많은 인간을 죽이고도 단 하나의 얼굴조차 기억 속에 남기지 않았다.

허나 저 여인만은 달랐다. 잠시나마 '어머니'라 불렀던 저 무녀만은 이토록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또렷이 기억한다. 잊을 수 없다. 잊어서도 안 된다. 그 싸늘히 식어가는 온기와 자신의 손을 물들인 무녀의 피야말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노라는 맹세의 기원이니까...

'버리면 버릴수록 힘을 얻으리라. 작은 뱀이 내게 준 가르침이지. 훌륭한 가르침이야. 그러니 너의 선택을 이해해. 그 무녀의 믿음과 사랑을 버렸기에. 지금의 네가 있을 수 있었던 거야. 굉장해. 너는 진정으로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강함을 지니고 있어.'

그리 말하며 요루히메를 응시하는 '저주'의 시선에 깃드는 하나의 감정.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치욕스럽기 그지없다. '저주'라 불리는 존재 따위에게 저러한 시선을 받아야만 하다니. 허나 부정은 할 수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주'의 말을 요루히메 또한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후로 둘 사이의 대화는 없었다. 요루히메는 그저 바라보았다. '저주'라 불리는 끔찍한 존재가 탄생한 그날의 이야기를. 복수를 이루어내고 끝끝내 스스로가 피어낸 '저주'에 집어삼켜지는 그 순간... '저주'로써 다시 태어난 존재가 품게 된 하나의 소망... 어찌 생명을 지녔던 존재가 저러한 소망을 품을 수 있는가? 인간도... 요괴도... 설령 신일지라도... 똑같으리라. 저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소망 앞에 전율하리라. 하지만 위축되어선 안 된다. 떨리는 심장의 고동을 억누르며 요루히메는 묻는다.

"그래서 무어냐? 네놈의 과거를 보여주면서까지. 이 요루히메에게 바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 거냐?"

마침내 입에 담은 물음. '저주'의 목적을 알기 위한 물음. 대체 너는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그 질문에 '저주'는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황금빛의 눈동자를 치켜뜨며 답했다.

'간단해. 너의 꿈을. 이 저주에 실어주지 않겠니?'

"뭐라?"

'알고 있을 거야. 으응. 아마도 너만큼이나 이해하는 자는 없겠지. 너희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상. 이 시대의 흐름을 더는 막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너희들은 결국 사라지게 되겠지. 우리들처럼.'

"네놈...!"

참을 수 없었다. 다른 그 어떤 말도 견뎌낼 수 있었지만. 저 말만은 흘려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태어난 분노를 '저주'가 집어삼킨다. 전신에서 피어나는 '저주'에 요루히메는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구슬프게 바라보며 '저주'는 속삭였다.

'아무리 위대하고 강인한 의지라도.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그걸 알고 있음에도 넌 꿈을 포기할 수 없었지. 그러니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왔어. 더는 무엇 하나도 잃기 싫었으니까. 참으로 슬픈 이야기야. 잃고 싶지 않았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래서 그 짧은 평온을 안겨주었던... '그 아이'마저 상처 입혔구나?'

"감히...! 어디까지 멋대로 내 안을 엿보는 거냐!?"

'가여워라. 가여워. 너도 가엽지만. 너의 선택으로 귀신으로 떨어진 '그 아이'도 가여워. 허나 이제 괜찮아. 이 저주에 꿈을 맡기렴. 그리하면 더는 괴로운 선택을 하지 않아도 돼. 저주가 널 대신해서 이루어줄 거야. 시대의 흐름? 고작 그딴 건 저주란 힘 앞에서 무력하기 그지없어. 자, 보여줄게. 이 저주가 완성되는 미래를...!'

어둠이 펼쳐진다. 여지껏 '저주'가 두르고 있었던 어둠과는 비교조차 안 될 어둠이... 그 중심에 한명의 여인이 보였다. 푸른 빛의 물망초... 붉디붉은 피안화... 그리고 이름 모를 노란색의 꽃... 그 모든 것들이 뒤섞인 화관을 쓴 여인...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보다도 요루히메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그 여인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피로 물든 눈물이다.

'저주를... 완성해...'

서글픈 한마디다. 어쩌다 저토록 비참한 마음에 사로잡혔는가? 바라보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워진다. 요루히메는 무겁게 눈을 감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백발의 여인은 그저 정처없이 심연으로 뒤덮인 세상을 나아간다. 그 발길 아래 펼쳐져 있다. 나락의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피안화'들...

'저주'로 태어난 놈들에게 마음은 없다. 그럼에도 놈들은 마음이 있다는 것 마냥 증오를 부르짖는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에게 저 붉은 꽃은 죽음이며 공포다... 그 죽음을 향한 공포가 투쟁을 일으키고.. 투쟁은 저주란 노란 꽃의 재앙에 삼켜져 귀결되어... 수많은 죽음을 삼킨 저주는 다시금 푸른 꽃의 생명을 토해냈다. 그 끔찍하기 그지없는 윤회가 끝없이 반복된다. 저런 세상의 현현을 '피안화'들은 노래를 부르며 축복한다.

그래. 정녕 저것들은 '저주'임에 틀림없다. 그런 끔찍한 군세를 이끄는 여인... 아마도 저 여인이야말로 그들의 '왕' 이겠지. 그런 저주의 왕의 곁을 저주와 인간의 경계에 선 '동생'이 지킨다. 그녀들에 의해서 세상은 심연의 밑바닥에 가라앉고 '저주'는 거침없이 퍼져나갔다.

'저 아이들의 어머니가 저주를 부활시키겠지. 하지만 그녀는 저주를 완성시키지 못해. 그 운명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두 딸들이 이루어줄 거야. 내가 그녀들에게 그 미래를 인도해줄 거야. 그리되면 비로소 이루어져. 신조차 말도 안된다며 부정했던 나의 소망이...!'

"----"

'나 뿐만이 아니야. 작은 뱀의 소망... 그녀는 비원이라고 표현하지. 무림인이라 불리는 모든 자들. 사내도. 여인도. 노인도. 갓난 아기조차. 모두 남김없이 저 나락의 밑바닥으로 떨어뜨리리라. 그 허무맹랑한 비원도 이루어져. 다른 자들 또한 마찬가지야. 이 저주에 실린 모든 이들의 마음이 이루어지는 거야.'

"----"

'나에게는 소망. 작은 뱀에게는 비원. 그리고 너에게는 꿈이라고 불릴 마음. 저주가 완성되는 그날. 저주가 모든 걸 이루어 줄 거야. 그러니 너의 꿈을 이 저주에 실으렴.'

"----"

'저주'가 내민 손길을 요루히메는 말없이 응시했다. 그리고 서서히... 서서히... 서서히..... 창백한 손길이 구릿빛 피부의 '저주'의 손을 향한다. 그걸로 됐어... '저주'가 미소지으며 요루히메의 선택을 기뻐한다. 하지만 둘의 손이 맞닿는 그 순간... '저주'는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고통'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된다.

'???'

여전히 '고통'이 느껴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저주'는 처음으로 혼란해하고 있다. 그리고 '저주'가 내민 손을 뿌리친 요루히메의 입가에는 차디찬 '조소'가 피어났다.

"하찮다. 그따위 언변으로. 이 요루히메가 네놈의 손을 잡으리라. 진심으로 그리 생각한 것이냐?"

'......무슨 짓을 한 거야?'

이해되지 않는다. 설령 신이라고 할지라도. '저주'의 힘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가 태어난 땅 뿐만이 아니다. 악귀는 수많은 나라에 존재했던 '신'이란 이름을 그에게 삼키게 해주었다. 가장 최근에는 조선이란 나라에서 '산신'이라는 태곳적 존재조차 먹어치웠다. 그 산신과 비교하면 눈앞의 반요는 갓난 아기조차 아니거늘. 어떻게 신조차 먹어치우는 자신에게 '고통'을 안길 수 있단 말인가? 그 해답을 찾고자 요루히메의 얼굴을 바라본 '저주'는 깨닫게 되었다. 어찌하여 이러한 기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하하하하하!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저주니 뭐니 호들갑은 실컷 떨더니. 그 실상은 이토록 어리석기 그지없는 놈일 줄이야. 우습구나. 참으로 우스워. 하하하하!"

'......너...설마...'

"어리석긴. 그딴 소망을 위해서 너의 긍지를 버리고 그토록 추한 존재로 떨어진 것이냐? 우습군. 우스워. 저주니 뭐니 굴지만. 결국엔 네놈도 한낱 인간이로구나. 오직 자신의 생각만이 올바름이라 믿으며. 그걸 다른 생명에게 강요하는 추하디 추한 인간 말이다."

'인간...? 내가...?'

"그래. 인간이지. 추한 인간. 다만... ... 추해서... 너무도 추하고 추해서... 그럼에도 그 비틀리고 뒤틀린 소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저주'라고 불리게 되면서까지 떨어진 네놈을 보고 있자니. 이 요루히메답지 않은 마음이 떠오르는구나. 그러니 말하마. 네놈은 '저주'같은 것이 아니다. 그저..."

'......'

"소망이란 저주에 짓눌려. 모두 잃어버렸지만. 그 일그러진 저주만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떼를 쓰는...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일 뿐이다."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망연자실히 '저주'는 되내인다. 요루히메가 그를 빗댄 표현을. 참으로 황당무개한 소리다. 신조차 먹어치우는 '저주'를 한낱 아이라 부르다니. 그러면서 저 눈은 뭔가? '저주'라 불리는 자신을... '연민'으로 내려다보는 저 황금빛의 눈길... 정말 웃기지도 않는 노릇이다.

'어처구니가 없네.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라며 얕보여지다니. 특히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들으니 더 어처구니가 없어. 그야 너도... 나랑 똑같잖아?'

"부정은 안 하마.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그 부분에서 보자면. 이 요루히메도 네놈과 다르지 않지."

'그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날 연민어린 눈으로 내려다보는 거야? 아이가 아이한테 훈계라니. 오만하기 그지없어.'

"이 요루히메는 요괴의 왕이다. 왕이란 오만하지. 오만하지 않은 왕 따위. 누구의 마음도 끌어당길 수 없다. 인간도 요괴도 말이다. 그렇기에 왕은 고독하며 이해를 갈구하지 않는다. 그게 너와 이 요루히메의 차이점이다.'

'내가 누군가의 이해를 원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그렇네. 차마 그 말을 반박할 수가 없어.'

또 다른 형태의 아픔이 '저주'를 짓눌은다. 심장을 잃어버린 텅 비어버린 구멍... 그 안에서 전해져오는 아픔은 너무도 아프고 아파서... 도저히 '저주'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의 이해를 원했다. 너라면... 사라져가는 운명을 거부하며 싸워온 너라면 이해해주리라 여겼다. 그렇기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눈을 뜬 것이다.

"쯧쯧. 가여운 것... 가르쳐주마. 잘 기억해라. '저주'라 불리고 싶다면. 누구의 이해도 원하지 마라. 이해되어선 아니된다. 고독을 즐기며 망가지고 뒤틀리거라. 그 길만이 '저주'라는 끔찍한 것으로 전락한 네놈이 추구해야 할 강함이다. 네놈이 그 헛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강함 말이다."

'------고마워. 새겨들을게. 그리고 또 하나... 고마워. 덕분에 또 하나의 사실을 배울 수 있었어.'

배웠다? 그 이외에 무엇을? 요루히메의 물음에 '저주'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강인한 의지는 기적을 일으킨다는 걸. 놀랐어. 이 분기점은 불가능이나 다름없다고 여겼거든. 그래서 처음부터 눈여겨보지도 않았어. 하지만 너는 도달했어. 네 의지가 이루어낸 거야. 대단해. 처음이야. 하나의 의지가 이토록 가망성없는 미래를 선택해내다니. 상상조차 못했어.'

그 말에 거짓은 없다. '저주'라 불리게 되었던 그날부터. 그의 눈에는 보였다. 셀 수도 없이 수많은 가지들로 뻗어나가는 '미래'라는 이름의 분기점들이. 그렇기에 선택해 왔다.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최선의 결말. 그 지점까지 이르는데 적합한 가능성을 하나씩 선택해 왔다. 허나 지금 처음으로 그의 의지를 벗어난 새로운 미래라는 가지들이 자라났다.

'곤란하네. 여기까지 잘 진행시켰는데. 네 덕분에 분기점이 뒤틀려버렸어. 뭐, 그래도 괜찮아. 어차피 저 결말은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 지금부터 수정해도 늦지 않아. 어쨌든 좋은 가르침을 받았으니.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제안할게. 어때? 너의 꿈을 이 저주에 실지 않겠니?'

"하- 필요없다고 했을 터. 정말 고집불통이군."

어찌 저리 포기할 줄 모르는가? 정녕 못말리는 어린 아이다. 요루히메는 씁쓸한 맛이 감도는 입술을 축이며 돌아섰다. 대화는 끝이다. 이미 악귀도 멀리까지 도망쳤으리라. 더는 이곳에 남을 이유 따위 없다. 그렇게 떠나가는 요루히메를 향해 '저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고마워. 너한테 배운 가르침. 잊지 않고 되새길게.'

"멋대로 해라. 어차피 네놈의 소망이 이루어질 일은 없다. 세상은... 한낱 아이의 소망에 무너질 정도로 만만하지 않으니."

'하하. 너도 새겨들어. 작은 뱀의 조언을. 그녀는 좋은 말로도 착하다고는 할 수 없지. 구제할 길 없는 악귀야. 그래도 우리랑 달리 어른이니까. 어른의 조언은 새겨듣는 편이 좋아.'

"흥! 하찮은 조언이다."

차디찬 조소를 마지막으로 요루히메는 떠나간다. 그 뒷모습을 '저주'의 황금빛 시선이 아련한 감정을 띄운 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너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겠지.'

그래.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리라. 최후의 최후까지. 그녀는 인간도 요괴도 아닌 '반푼이'다. 강인한 의지가 때때로 불가능할 것만 같은 미래를 선택할 때도 있다. 허나 그 미래조차도 결국 '저주'에게 보이는 분기점에 존재했던 미래다. 그렇기에 안다. 그가 바라보는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도. 요루히메는 최후의 최후까지...

'그만두자. 그건 저 아이의 긍지를 모욕하는 발언이야. 입 밖에 내서는 안 돼.'

변할 수 없는 미래. 아마도 본인도 알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한다. 그야 그녀도... 자신처럼 고집불통인 '아이'니까. 허니 저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부럽네. 난 포기했어. 저주같은 것에 미쳐버려서. 긍지마저 저버렸지. 허니 네가 부러워.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으며 쟁취하려는 네가... 잘 해봐. 최후의 최후까지... 너의 긍지를 지켜내렴. 살아가리라.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네가 사랑하는 모든 생명들과 함께. 그 자랑스러운 긍지를...'

'저주'라 불리게 된 자신이 축복을 입에 담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 사실에 서글픈 웃음을 흘리며 '저주'는 다시 심연의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하여 그날밤의 모든 배역들이 무대에서 내려간다. 심연의 맡바닥... 피웅덩이 속에서 떠올라... 한송이의 노란 꽃을 삼키며 피어나는... 피안화만을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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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요루히메의 과거랑 본편 이야기를 조금 다뤄봤어.
아래 글에서 3편이랑 4편을 참고하면 관련된 스토리를 알 수 있을 거야.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1376254

 


그럼 다음화부터 최후반부 전개가 시작될 것 같네. 다음편도 열심히 써서 돌아올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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