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는 경고 후에 언급됩니다]

제목 한 번 되게 길다

덕분에 글제목 박살남..

제목만 봤으면 '이건 뭐지' 하면서 안 봤을 듯

하지만 오승호잖아? 무조건 봐야지..

오승호는 최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거의 마야 유타카와 동급으로 좋아함

말이 필요 없다

지금까지 읽은 오승호 책 중에 별로였던건 한 권도 없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가 아주 탁월하다고 생각함

누구처럼 가볍지도 않고.

이번 작품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역시 끝내주게 재밌는 책이었다

제목에서는 생각치도 못 했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중간중간 스마트폰도 만지작 거리지 않고

새벽까지 완독함.

너무 재밌잖아

그간 오승호 책이 맘에 들었던 독자라면 반드시 일독할 것

물론 내 추천 여부와 관계 없이 애독자라면 다들 읽겠지만.

다만, 상당한 수준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불편할 수도 있다.

대충 비유하자면 불야성 시리즈의 [장한가] 정도?

근데 이게 더 기분은 좆같음

밑에서부터는 책의 모든 내용을 다 까발리면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쓰는 글이 될테니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서 ㅂㅂ

(별점은 맨 밑에)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과거 2012, 2013, 2016년과

그리고 현재 2017년의 이야기

과거는 주로 요리코의 '가족들'에 대한 미스터리한 이야기

그리고 현재는 요리코의 이상한 동료?인

우라베 아오이와의 협력를 통해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나 모르겠네

시작부터 충격적이다

역시 좋은 책들은 처음부터 떡밥을 잘 던짐

어떤 미친변태사이코새끼가 애를 아파트에서

던져버리는 끔찍한 사건을,

주인공 히나구치 요리코는 담담하게 서술해내면서

그녀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가 막을 올린다

그러면서 시간대가 바뀌고 요리코의 현재로 돌아옴

다시 평범한 듯 안 평범한 일상 이야기.

그런데 소설 분위기가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요리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맛이 간 것인지 몰라도

심각한 사건을 담담하게 유머있게 풀어낸다

'장르가 블랙코미디인가?'

웃긴데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그래, 여기까지는 뭔가 당혹스러우면서도

어디 나사 빠진 이상한 인간들이네 싶었다

그래도 가장 심각한 문제의 원인은

요리코의 분노조절장애 오빠 같았고

다행히도 기억상실에 걸렸기에

고마우신 이로카와 백부님한테 의지하면

그럭저럭 순탄한 생활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개새끼가 여기 있었네

이로카와의 각진 건물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처음부터 구린내를 풀풀 풍기는 집이었지만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면서 보여지는 모습은

마치 어떤 한국 영화에서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바닥을 내려갈 때, 딱 바로 그 때의 감정이었다

'아, 이래서 수위가 쎄다는 이야기가 나왔구나'

하지만 요리코를 비롯한 가족들은 초반부터 묘사되었듯

다들 나사가 빠진 상태다

이들에게 폭력과 섹스는 지극히 당연한 것

특히 요리코에게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아마 독자들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자극적인 이야기에서 눈을 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불편한 감정이 자꾸 고개를 기웃거린다

그래도 고구마 끝에는 사이다가 있을거야

요리코 넌 할 수 있다

다 죽여버리자

하지만 그런건 없었고 애꿎은 소수의 양심 있는

인간들만 모조리 죽어버린다

특히 리쓰카가 죽었을 때는

씨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총명한 어린 아이가 저리 살다가 죽어도 되나

물론 의인 우라베도...

(아, 여기서 우라베를 활용한 '그 트릭'이 나오는데

요즘 참 자주 접한다. 물론 난 또 속는다)

그렇게 한바탕 사건이 끝나고 현재.

요리코와 아오이는 복수를 위해

그리고 할아버지를 위해

요리코를 위해서

힘을 합쳐 악당들을 때려 부쉈으면 좋겠지만

애매하게 때려 부쉈다

오빠는 완벽히 죽였는데

엄마는 부상만 입혔을 뿐이고

이로카와는 생사불명

도키로는 안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이건 사이다가 아니잖아

김빠진 사이다잖아

아니면 내가 사이다충인가

그래 이게 현실적인 결말일거야

그냥 죽여버리면 악행은 드러나지 않고

죗값을 치룰 수도 없겠지라며 애써 위안해도

뭔가 찝찝하다

그래도 요리코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좆같은 삶이었지만 2막이 있으니까

죽은 등장인물들에게도 명복을

오승호는 이번에도 만족스러웠다.

읽고 난 후 한 번 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까지.

다만, 항상 오승호 작품에서 조금의 아쉬움을 느끼는건

마지막 트릭 한 방의 부재다

항상 결말이 놀랍긴 하지만,

본인은 좀 평범한 사람이라

단순하면서도 기똥찬 한방을 즐긴다

그런 느낌의 작품을 한 권만 내주면 참 좋을텐데

p.s 오빠 캐릭터와 아오이 우라베는 뭔가 아쉽다

아오이 우라베는 끝까지 허당이었다고 치더라도

오빠를 통해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던건지..

그리고 도라 아저씨발새끼는 그걸로 끝인가?

뭔가 찝찝하다

우리 주위에 있다는건가

아, 그리고 이 양반 유머 센스가 꽤 좋다

근데 술 마신 뒤에 김치가 별로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