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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열대

ㅇㅇ(49.143) 2022.03.02 16:10:53
조회 428 추천 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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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거 추리소설 아님. 근데 하우미스터리에서 올해의 추리소설로 2표 받은 거 보고 감상문을 써도 되겠다 싶어서 씀.


작가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간혹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는 도전을 하는 작가들이 있음.

나는 그런 이야기를 이제까지 총 세 편 읽어봤는데 후루카와 히데오의 아라비아 밤의 종족, 마이조 오타로의 쓰쿠모주쿠 그리고 모리미 도미히코의 열대임.

그중 아라비아 밤의 종족과 열대는 천일야화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움.

천일야화라는 기묘한 이야기의 구조가 작가에게 마법과도 같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뭐, 정작 난 작가도 아니고 애초에 천일야화를 안 읽어봐서 모르겠음.


아라비아 밤의 종족은 독자가 읽고 있는 이야기 내의 등장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독자가 읽는다는 기묘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독자가 읽을 때는 이야기가 파편화되어 하나의 제대로된 극으로 꾸며지지 않은 채 날것으로 던져지고 등장인물에게 닿을 때는 섬세하게 조절하여 전해지기에 독자는 등장인물보다 좀 덜 재미있게 이야기에 닿게 된다는 말도 안 되게 도전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음. 

작가 - 이야기 - 독자라는 전통의 구조가 작가 - 이야기 - 등장인물이라는 구조로 변하고 그 과정을 관음하는 독자가 있다는 놀라운 형식을 지닌 소설인데 형식이 놀라운 거지 내용이 놀라운 건 아니라서 추천하긴 힘드네.


열대는 열대라는 가상의 소설에 홀린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에 홀린 사람들의 궤적을 천일야화의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음. 작중 종종 마치 추리소설 같네요, 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이야기와 이야기에 홀린 사람들을 추적하는 중반부까지의 형식에서 추리소설의 향기가 약간 나긴 나서 그런 거임. 물론 열대는 수수께끼를 알기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라서 굳이 범죄가 아니라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 그 자체가 추리소설이 맞지 않냐면 할 말이 적긴 한데, 그렇게 따지면 세상 무슨 소설이 수수께끼를 담고 있지 않냐는 말 정도밖에 할 수 없긴 함. 그러니 하우미스터리의 이용자 두 사람이 열대에 투표를 했겠지.


모리미 도미히코는 밤의 짧아 걸어 아가씨야, 야행, 펭귄 하이웨이 등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선을 녹여 그 사이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로 명성이 높음. 내가 읽은 건 야행밖에 없긴 한데... 열대는 그런 작가의 집대성이라고 하네.


열대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무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는 수수께끼의 책 열대와 그 책의 비밀을 풀려고 하는 몇 사람의 행보를 담은 초중반과 열대의 정체를 밝히는 중후반부임. 묘한 스릴이 있는 중반까지는 추리소설 독자들도 제법 즐길 수 있을 법한데 완전히 비현실로 들어가는 후반부부터는 환상의 세계를 즐길 준비가 된 독자들에게 허락된 부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우리는 왜 이야기에 빠지는가, 이야기란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토록 매료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긴 책임. 평소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이야기 그 자체에 흥미를 가졌다면 유명 작가가 들려주는 환상의 이야기에 대해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일단 추리소설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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