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서점에서 안 보여서 퇴물된 줄 알았던 존 그리샴. 최근 카미노 아일랜드와 수호자들이 출간되며 안 죽었다는 걸 알렸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한글을 익혔는데 초2가 초3때 친구한테 은하영웅전설을 빌리고 그래서 그들은 바다에 갔다를 빌려준 기억이 있다.

이거 쫌 야하당 하며 빌려준 기억이 생생하니 분명 다 읽고 빌려준 거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존 그리샴이 머 거의 내 최초의 추리소설이자 소설작가인 셈.

암튼 되게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였는데 어느새 안 읽게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수호자들을 보고 그리워져서 빌림.

내용은 표지에 적힌 그대로임. 주인공이 무고한 사형수, 장기수들의 누명을 푸는 이야기다.

1인칭이고 어마어마하게 짧고 간결한 서술이 반복된다. 거의 다큐멘터리 수준의 담백함인데 주인공이 숨쉬듯 자연스럽게 유머를 섞어 딱딱하지 않다.

변호사였다가 성공회 신부가 된 뒤 무고한 수감자를 풀어주는 일만 하는 변호사가 된 48살 주인공의 매력이 터진다.

워낙 서술이 담담해서 문장의 길이도 짧고 격정적인 부분이 거의 없는데도 화자의 매력때문에 리듬감과 속도감이 생기는 신기한 현상마저 일어난다.

작가가 얼마나 베테랑인지 깨달을 수 있는 부분. 존 그리샴의 실력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수감자의 무고를 입증하는 역할에 철저히 몰두하고 곁가지는 잘 쳐내서 전개도 아주 빠르다. 

게다가 수감자 한 사람만 다루는 게 아니라 두 사람(작중 동시에 여서일곱 명을 담당하지만 실제 주요 사건은 두 건)을 동시에 다뤄 지루함을 덜었다.

전개가 빠르면서도 탄탄해서 술술 읽히는데 400페이지 즈음에 가면 클라이막스를 향해 속도를 또 붙여서 황홀할 지경.

예전 좋아했던 작가의 폼이 절정인 걸 보니 먼가 뿌듯하고 기쁘고 대단하고 나는 조또 초2때에 비해 성장한 게 없는데 시불쟝...ㅜ

암튼 되게 재밌다. 서양 법정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함. 근데 법정물 별로면 안 추천. 전문용어 같은 것도 되게 많고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