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 시부야에서' 中)

과거의 살인사건에 관련된 두 인물의 극단적인 관계를 다루는 소설이더군요. 

극단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비상식적으로 과격한 행보를 그리기 위해서는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강렬한 동기가 필요한데 그걸 반전으로 삼겠답시고 소설의 끝부분까지 숨겨버렸으니, 이야기가 완전히 공감대를 잃고 그냥 미친 년놈들의 개짓거리 20년사 수준으로 전락해요. 

거기에 '머리도 존나좋고 외모도 존나이쁘고 섹스도 존나잘해서 아무 남자나 따먹고 지 꼴리는대로 후릴 수 있는 여자' 와 '머리도 존나좋고 남성미도 존나쩔고 섹스도 존나잘해서 아무 여자나 따먹고 지 꼴리는대로 후릴 수 있는 남자' 설정은 좀 너무 편의적이지 않나요. 쯔꾸르 야겜도 안 이러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유독 작중 인물들의 동기가 많이 약하지 않나 싶었는데, 가장 동기가 중요한 형식의 서사에, 그것도 마지막의 마지막에 밝혀지는 동기마저도 맥빠지는 수준이니 글쎄요. 정말 '머리도 존나좋고 남성미도 존나쩔고 섹스도 존나잘해서 아무 여자나 따먹고 지 꼴리는대로 후릴 수 있는 남자'가 고작 그런 이유로 그런 관계의 인생을 산다는 것에 공감하세요..? 무언가에 집착하려면 우선 결핍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캐릭터 설정부터가 잘못되어 있어요. 심리 묘사가 없는 게 장점이라는데, 그러려면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도록 사건이 명료하던가. 없는 결핍을 독자가 상상으로 찾아서 상상으로 끼워맞춰야 하나요? 그건 상상력 자극이 아닌 직무유기죠.

이 책에 호평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네요.

총평은 '소설로서의 가치가 없음' 입니다. 

요즘 도서관 사용하기가 원체 귀찮아서 책을 안 읽다가, 그냥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사서 읽기로 했어요. 게임 이외의 리뷰는 그냥 테이스트 노트마냥 혼자 적어서 일기장처럼 가지고 있는데, 마음이 동한 김에 갤에도 한 번 올려봐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