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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 내게 살인은 게임이다-[48]앱에서 작성

B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3 12: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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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도플갱어
다음 날, 슌 웨이의 리스폰 시간이 끝났을때 시련과 가이샤는 부활한 그가 벌이는 짓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껏 두 사람이 봐왔던 슌의 무력의 '편린' 은 대형 골렘 몇마리와 소형 골렘 수백마리 정도였다. 그 정도로 재고 있었던, 허나 그것만으로도 경인의 카테고리에 들기엔 충분한 무력. 그러나 그조차도 아득히 뛰어넘는 무언가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었다.

평소처럼 슌이 포션을 꺼내들기만 하면 가이샤를 이겼던 골렘보다 더 강한 골렘 '들' 이 쏟아져 나온다. 몇십체고, 몇백체고 말이다. 그 수는 이제 검은성의 넓이만으로는 감당이 안되어 성 주변의 황야를 애워싸고 있을 지경이었다.

흠...이 정도면 충분할까. 아니,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이럴거면 어제는 뒤에서 물약이나 던지지 대체 왜 앞으로 간거야? 그 놈이 아무리 잘나도 이 정도면 이겼을것 같은데."

가이샤는 골렘이 땅속에서 솟아올라 성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을 몇번이고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흠, 확실히...궁금할 만하겠지.

"그때는 갑작스러운 적습에 상황이 급해 오늘보다 소지한 괴형액도 적은 상태였고, 이게 보기보다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당장은 2체 밖에 만들 수 없었네. 단기 결전으로 갈 생각이었지."

"그럼...두번째, 영감이랑 저 안경이랑 같은 직업 아니야? 레벨도 2밖에 차이 안나는데 안경 너는 왜 저런거 못하냐??"

고의든 실수든, 타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가이샤의 발언에 나나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관찰력이 좋았던 시련은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녀의 얼굴을 슥 쳐다본 뒤에 약간 머뭇거리면서도 가이샤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가,가이샤...실례잖아요...!"

"그냥 궁금해서 묻는건데 왜?? 직업이 같으면 스킬도 같을거고 스킬이 같으면 같은 것도 할줄 알아야지. 쓰는 놈마다 위력 차이는 있어도 보니까 그 종교 쟁이들도 같은거 쓰더만."

음, 걱정이군...혹시 또 저번처럼 되는건...

"나나도 집중하면 저런걸 만들 수는 있어."

그리고 그때, 시련의 뒤에 서 있던 젝스가 입을 열었다. 가이샤의 발언을 조심히 지켜보고 있던 슌의 긴장이 풀린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효율은 안좋지, 가이샤 당신이 수인과 힘으로 싸워서 이기려고 시도하는것 만큼이나."

"? 그건 무슨 소리래."

"직업에는 개인마다 특화된 자질과 재능이 있어. 슌 어르신의 경우 골렘과 회복 포션, 나나는 버프 포션에 재능이 있지. 전투에 쓰는 슬라임은 호신용일 뿐이고 숙련도도 부족해. 물론 어르신은 경인이기에 나나가 만드는걸 어르신이 만들어도 완성품의 성능이 약간 낮을지라도 잘 연성될거야."

"뭐야~ 그럼 결국 저 년은 허접이라는-"

"참고용으로 설명하자면 내 직업은 정령투사, 하지만 내가 정령이나 원소 같은걸 다루는건 거의 본적이 없을거야. '물' 을 빼고는."

"..."

젝스 군은 생각보다 더 그녀를 더 잘다루는군.

나나를 향한 가이샤의 조롱을 무시한채 젝스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시련은 가이샤가 품에서 민들레를 꺼내 젝스를 노려보다가 이내 기습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걸 알고 도로 집어 넣는걸 목격했다.

"본래 정령투사는 불, 물, 땅, 바람, 4가지 속성을 자유롭게 끌어내 주로 중근거리에서 싸우는 타입의 직업이야. 난 물속성을 강하게 타고난 대신 다른 속성의 재능이 굉장히 낮아. 시련, 내가 손에 쥔게 뭔지 한번 맞춰볼래? 이 앞의 허공을 더듬어봐."

젝스는 손가락을 구부리며 마치 막대기를 쥔듯한 손모양을 취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을 뿐인 공허, 그러나 시련은 특유의 감으로 허구 속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만지지 않고도, 심지어 보지 않고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원형의 구, 뾰족한 돌기, 그리고 손잡이...이건...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낀다는건 하수와 고수의 차이, 재능이 없는 이라면 40의 스탯을 전부 다 운이나 지능에 투자해도 느끼기 어려우리라. 시련은 젝스가 만들어낸 무언가를 손끝으로 만지고서는 차분하게 말했다.

"메이스...철퇴...같은 건가요?"

"맞아. 바람을 주변에 둘러 몸을 띄우거나 달리는 속도를 가속시키고, 무형의 무기를 만들기도 하지. 이건 기본중의 기본, 내가 할 수 있는 유이한 바람 기술이지. 말하자면...드루이드의 석피와 비슷한 거야."

"비슷하다고요?"

"비슷하지. 둘다 해당 직업의 기본기이며 어느 정도 숙달되면 양학기가 된다는 점이 말이야. 바람으로 만든 무기는 보이지 않으니 직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거의 피하지 못해. 그리고 석피의 방어력과 질량은...예전엔 상대하기 어려웠어. 난 공격력이 부족하니까."

확실히, 아레군에게 천적이라고 들었는데...그런데 예전엔...? 지금은 파훼법이라도 찾은건가?

"땅 속성도 이것과 마찬가지로 기본기밖에 못쓰는 수준이지. 특히 불은 내 주속성인 물과 상극이기 때문인지..."

이어서 젝스가 검지를 치켜세운채 눈을 감고 집중하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연기가 손가락 끝에서 피어올랐다. 차마 불꽃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그것을 젝스는 가볍게 숨을 내쉬어 꺼트렸다.

"...이 정도, 그냥 못쓴다고 봐야겠지. 내 길드장, 시치도 나랑 직업이 같은데 그 녀석은 이것보다 더 화려한 기술을 쓰지. 파이어 토네이도 해달라고 하면 해줄걸? 이처럼 유저의 실력은 무력만으로 정해지진 않아. 적절한 방법을 찾는다면 나나가 경인이 되는 것도..."

"그, 런데 길드장이라고 하면...?"

"저번처럼 애착인형 되기 싫으면 거기까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내젓는 젝스를 보자 시련은 후방에서 주먹을 든채 자신을 노려보는 가이샤의 존재를 알아챘다. 두려움에 사로 잡힌 시련이 세발짝 정도 물러서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눈빛을 순하게 바꾸면서도 전혀 순하지 않게 말했다.

"그 이름 말했으면 패려고 했는데 아깝다아~"

"아깝다?!"

"콩트는 그만 찍지. 슬슬 적이 올 시간이야."

두 사람을 만류하던 젝스는 검은성의 주변을 둘러싼 산더미같은 골렘 무리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그대로 눈을 감은채 말했다.

"...라고는 해도 아마 청귀 혼자서 올거야. 저만한 골렘들을 상대로 어제의 전력만으론 무리일 테니까. 가장 강한 악어 수인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작전을 짜서 '하나씩' 상대해도 네다섯 정도가 한계이-"

삐삐-! 삐삐-!

그때, 인기척을 감지한 탐지 골렘의 신호가 울렸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오는군..."

음...귀가 아프군. 음량을 줄일걸 그랬나...

슌과 젝스를 비롯한 몇몇의 인원들은 골렘의 시야와 연결된 스크린으로 눈길을 옮겼다. 전쟁...이라고는 해도 대부분의 싸움을 골렘에게 맡겨두게 되겠지만 바로 전날에 이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자들과의 재전이란, 크든 작든 긴장이 되지 않을 순 없었다.

가장 먼저 화면으로 거수자의 체형을 얼추 확인한 젝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옆으로 내저었다.

"일단 겉모습이 청귀는 아닌것 같군요. 물론 변신을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큰 의미는 없지만요."

"확대를 해보겠네."

가장 앞에 있던 슌이 스크린에 두 손가락을 가져다 댄채 당기자, 골렘의 발치에 가만히 서 있던 누군가의 체형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정체를 확인한 슌은 갑자기 눈을 찌푸리더니 젝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혹시 내 눈이...헛걸 보고 있는건가?"

"아닙니다. 제 눈에도 확실하게 보이네요."

젝스 군이 농담을 하진...그럼 이건 확실하게...

"...저 사람, 여러분들이 아는 분인가요?"

시련의 순수한 질문에 눈을 감은채로 뜸을 들이던 젝스는 이내 다시금 눈을 뜨면서 조용히 응답했다.

"시치다. 우리의 길드 카데바의...길드장."

젝스가 말을 꺼내자 마자 화면으로부터 몇발자국 뒤에 서 있던 가이샤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에...? 저 사람이요??"

평범하다, 말끔하다, 잘생겼다. 시련이 시치를 본뒤에 받은 첫인상은 그 정도였다. 마치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미남과도 같은, 그가 연예인이라고 말하면 믿을 법한 준수한 외모, 지나가던 사람이라고 말해도 믿을 법한 산책을 나온것만 같은 간편한 차림새.

둘중 어느 쪽이든 본래 시련이 상상하고 있던 시치의 예상 외모와는 100광년 정도 떨어진 인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치 군이 우리를 지원하기 위해 온건가?"

"그럴 가능서...어?"

짧게 대화를 나누던 중, 스크린의 화면 끄트머리에서 또 하나의 실루엣이 움직였다. 시력이 좋았던 젝스와 시련은 이를 거의 동시에 포착했고 그와 함께 대상이 누구인지도 빠르게 읽어냈다.

"어르신, 저것도 시치 같은-"
"...숫자가 둘이네요? 저 시ㅊㅣ...아악!!"

시련이 말을 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뒷목에 강한 충격이 덮쳐왔다. 큰 고통을 동반한 기습에 한순간이지만 그의 집중력은 흐트러졌다.

"지금 시치 군이 장난이라도 벌이고 있는겐가?"

"아니요, 아마 이건..."

머리통만한 돌에 직격당한 것 같은 얼얼함에 고개를 뒤로 돌린 시련이 보게된 것은 수상할 정도로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이샤의 표정이었다. 차마 시련이 이유를 묻기도 전에 그녀는 엄지를 치켜들면서 말했다.

"내가 분명 팬다고 했잖아. 완벽한 복선 회수☆"

시련은 싫어하는 반찬을 먹는 아이같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가이샤를 바라 보았다. 평소 같았다면 '표정이 그게 뭐냐' 며 꿀밤을 먹였을 그녀였지만 이번엔 어쩐지 시련의 불편한 반응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별 수 없구먼...

"시련, 이쪽을 봐라."

그때, 어깨를 툭툭치며 말을 거는 젝스의 목소리를 따라 시련은 스크린 화면으로 눈을 옮겼다. 젝스는 화면 속에서 과자 봉지를 꺼내 서로 나눠먹고 있는 2명의 시치를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중에 하나는 시치고 하나는 청귀일거야."

"네...그럴 가능성이 높겠네요. 저기,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는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묻는건데요. 시치가 양십자가 쪽에 붙었을 가능성은 없나요?"

그의 말을 들은 젝스는 턱을 손으로 짚은 채로 생각하다가 금새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 시치는 무조건 가이샤의 편이야. 저 여자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지. 아주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뭐 임마?"

저 말은 진심이군.

마치 '뭘 꼬라보냐' 는 듯한 표정으로 중지를 내밀고 있는 가이샤. 그녀의 압도적인 살기에도 아랑곳않고 젝스는 불필요한 관심을 차단한채 다시금 시련에게로 눈을 돌렸다.

"...하물며 만나지도 않은 사람에게 간부 제안까지 하니 분명 너에게도 호감이 있을거야. 내 생각엔, 장난 비슷한게 아닐까?"

"장난...이요?"

"시치는 단순해 보이지만 아주 똑똑해. 진짜 저쪽에 붙으려고 했다면 든든한 아군이 있다고는 해도 이런 초장거리에서 무수한 군대를 돌파하는 것보단, 동료인 우리에게 연락을 취해 '왕' 을 죽이게 하는게 나아. 그런 의미에서...어르신이 먼저 말을 걸어보시죠. 전화는 안받더군요."

젝스는 스크린 끄트머리에 걸려있던 마이크를 쥐어 검지로 가리켰다. 슌은 누가 진짜인지도 모를 화면 속 시치의 웃는 얼굴을 보고선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지었다.

"후우..."

정말...속내를 알 수 없는 젊은이구먼.

"...알겠네, 받아보지."

(104)-취향 존중
바로 어젯밤, 청귀와 시치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은밀하고 들키지 않아야 하지만 언젠가는 들키게 될 비밀을 하나씩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그 대화의 결론이 바로 오늘날 벌이는 그들만의 기행이었다.

시치의 모습으로 변신한채 과자 봉지를 뜯고 서로의 입에 넣어준다. 단지 그것의 반복, 조금전부터 위에서 그들을 지긋이 내려다보는 골렘의 시선에는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은채 시치는 소풍이라도 나온 것마냥 웃어댔다.

"포테~ 토칩~"

"포테토칩이 정말 최고야~"

"엄마가 사온~ 포테토칩~"

"근데 형이 다~~~ 먹었네~"

"근데 사실은~ 난 엄마도 형도 없지롱~?"

청귀는 눈앞에 있는 시치가 자신이 만난 인간중 가장 재미있는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적어도 본인의 취향으로선 말이다. 지금 그가 부르는 합의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노래에 청귀가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둘의 성격적인 궁합이 잘맞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방금 부른거...엄마 없다는 말 사실일까?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아, 시치 군? 들리는가? 시치 군?]"

"네~"
"네~"

갑자기 골렘에서 들려오는 어느 노인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이번엔 합의했던 내용대로 동시에 대답했다. 조금의 오차도 없는 일관된 반응에 스피커 너머에서 노인은 잠깐 숨을 고르더니 약간은 맥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시치 군만 대답해 줬으면 좋겠네.]"

"제가 진짠데요! 아니! 사실 우리 둘다 진짭니다!"
"제가 진짠데요! 아니! 사실 우리 둘다 진짭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떤지 모를리는 없으리라고 생각하네. 장난은 그 정도면 충분하니 그만하게. 이대로라면 두 사람다 접근을 통제할 수 밖에 없네. 시치, 자네의...'누이' 를 만나야 하지 않겠나?]"

"{이 영감탱이가!!!!!}"

우당탕!

"{야야! 저거 말려!}"

콰직!

마이크와 떨어진 곳에서 가이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동을 부리는듯 사물이 구르고 박살나는 소리와 그녀를 말리는 아레의 고함 소리는 저쪽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가늠케 했다.

오오~ 그려진다 그려져~ 날뛰는 예초기의 모습이.

"{케이지도 치매는 못고치나 보지?! 누-가 누구의 누이야!! 대체 누가, 누가!!! 난 저 망나니 새끼 누나였던 적이 없어!!!!}"

"{이 년 힘 존나 쌔네! 유일아, 그쪽 팔 빨리 잡아!}"

"{그래그래, 너희들 날 계속 붙잡고 있어라. 놓는 순간 저 노인네 몸에 구멍을 50개 정도 추가할 테니까! 물약 보관용 주머니로 딱 좋겠지??}"

"...자네가 오니 상상 이상으로 반응이 격해졌군."

그 구멍낼때 불러주라, 간수 고슴도치 나도 좀 보고 싶네.

비록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생각으로만 삼켜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청귀가 추구하는 색다른 자극을 만족하고도 남았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그럼 슌 하라부지~ 퀴즈~ 해봐요. 이대로만 가기엔 재미없잖아요? 골렘떼랑 현피 붙는것보단 퀴즈지~"

"맞다, 이럴땐 퀴즈~ 로 아는거지~ 퀴즈내다가 누나랑 관련된 뭔가를 뿌슝빠슝해서 여차저차 하면 티날지도 모르잖아?"

와, 되게 잘받아친다.

이번 대사는 청귀가 돌발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둘다 비슷하게 이상해서 누군지 모르겠군.]"

"[그냥 골렘으로 치다보면 안죽으려고 스킬을 써서 반격할테니 그때 티나지 않을까요?]"

그때, 유일이 중간에 끼어들어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청귀가 예상한 방법이기도 했지만 그게 실제로 실행되는 일은 없었다. 바로 옆에 젝스가 있었기에.

"[아니, 우린 시치의 동료인데 대장을 공격할 순 없지. 그리고 저 둘...'공격' 은 무리겠지만 '회피' 는 체술과 겉으로 티가 안나는 기본 스킬만으로 될거야. 목숨보다 장난이 앞서 있는 녀석들이니 컨셉은 되도록 끝까지 유지하겠지. 그러다가 혹시라도 진짜 시치가 죽으면 큰일이고.]"

아니, 난 끝까지 유지 안할건데...시련한테 스승도 못붙여주고, 내가 죽으면 승산이 없어진 나머지 허접들은 성탑에 보고할거고, 그러면 다른 양십자가들이 우르르...좆됨 엔딩이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하니...자네의 염원대로 퀴즈를 내겠네.]"

"와~!"
"와~!"

"[...라고는 했지만 뭐라고 해야- 응? 이게 뭔가?]"

"[이 종이에 적힌대로 퀴즈를 내주세요. 그럼 얼추 가려질 겁니다. 아마도지만.]"

젝스가 건내준 종이를 받아든 슌은 안경을 고쳐쓰고선 종이에 적혀있는 글자를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자...그럼 첫번째 퀴즈, 유일 양과 시치 군이 처음 만난건 어디서...?]"

"델 소나 33구 644번지 덴터 클럽 옥상!"
"델 소나 33구 644번지 덴터 클럽 옥상!"

"[젝스 군이 처음 입단 제의를 받았던 길드는?]"

"시선! 거절하고 유료 정보단을 거쳐 카데바로 이적!"
"시선! 거절하고 유료 정보단을 거쳐 카데바로 이적!"

"[자네가 산 군을 보낸 위치는?]"

"괴형곡! 누나를 찾으려고 보냄!"
"괴형곡! 누나를 찾으려고 보냄!"

"[...유일 양의 스승이었던 사람은?]"

"피아시테 파스칼!"
"피아시테 파스칼!"

그 괴짜가 누굴 가르쳤다고 들었을땐 놀랐는데.

이렇듯 목소리도, 어투도, 프로필도, 심지어 성향까지 비슷했던 청귀는 단순한 변신 이상의 모방을 해낼 수 있었다. 한결같이 웃으며 골렘을 향해 손을 흔드는 2명의 시치를 보고 슌은 한숨을 내쉬었다.

"[젝스 군. 내 귀에는 둘이 거의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들리네만, 자네의 귀에도 그렇게 들리나?]"

"[네, 하룻밤 사이에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했나 보군요. 처음에 퀴즈를 하자고 말한 쪽이 시치일 확률이 높아보이지만...]"

젝스는 항상 '만약' 이라는 경우를 생각했다. 시치의 압도적인 운이 가끔식 빗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예를 들어 골렘들의 감지거리 바깥에 이미 도착한 다른 양십자가들이 매복하고 있다던가, 사실은 저 두사람 모두 시치가 아닐 가능성 또한 적지만 있을 것이다.

아니, 사실 이 가능성은 극도로 적다. 시치의 성격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젝스는 실수로 자신의 길드장을 죽여버릴 경우를 생각했다. 그러니 남은 답은 한가지 뿐이었다.

"[시치, 우리가 졌다. 어서 용건을 말했으면 좋겠어. 난 T거든. 놀아주는건 나중에도 실컷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역시 재미없네~ 젝스는."

"[그래, 그쪽이 청귀군. 기억했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아니 어떻게 알았지!!"

맥없이 정체를 들킨 청귀는 지구의 한 개그 프로에서 봤던 어떤 대사까지 따라하며 자신의 당혹감을 드러내지만.

"[시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재미없다고는 안한다. 사람마다의 개성이 있다면서 말이야. 자, 어르신.]"

"[알았네.]"

젝스는 그 이유를 말해주며 슌에게 신호를 보냈고 동시에 골렘이 시치로 변장한 청귀를 향해 바위로 된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여흥이 끝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면서 청귀는 양손에 성은을 담고 골렘을 부수기 위해 기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쌍..."

"자, 둘다 그만그만!"

그렇게 싸움이 벌어지려던 순간, 나머지 한 사람. 진짜 시치가 그들 사이를 막아섰다.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골렘의 주먹을 멈춘 슌은 저자가 시치가 틀림없으리라고 확신했다. 청귀같은 잔악한 자가 처음보는 유저를 막아줄리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남은건 시치의 본의를 묻는 일일 것이다.

"[시치, 왜 그자의 곁에 있는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아...물론이죠 할아버지! 할아버지 질문인데 제가 이 정도를 못할까요. 이건 농담 싹 뺀 진심이니까 잘 들어 주세요?"

'농담 싹 뺀 진심' 이라는 말 그대로, 시치는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고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정색한채 말을 이어갔다.

"...어제 청귀 씨한테 제 '진심' 을 말했습니다."

"[그건...]"

"그리고 청귀 씨도 마찬가지로 '진심' 을 말해주셨죠. 화면 너머에서 이해가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덧붙이자면...반전된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시치는 주먹을 거둔 골렘의 시야를 향해 한쪽 눈을 깜빡이며 윙크하더니 활짝 웃어보였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자-]"

슌이 무언가 대답을 하려던 그때, 젝스의 손가락이 나타나 마이크의 전원을 껐다. 슌이 잠깐 당황한 사이, 젝스는 짧고도 간단하게 용건을 밝혔다.

"둘다 들여보냅시다."

"...그래도 되겠나?"

"아까전에 말했잖아요? 시치는 가이샤가 싫어할 만한 짓은 안한다고 말이죠. 그때는 유감스럽다고 말했지만..."

젝스는 지금 구석에서 씩씩대며 분을 삭히는 가이샤를 힐긋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가이샤가 시련을 마음에 들어하니 시치가 시련을 해치는 일 역시, 할리가 없어요. 그런 이유입니다."

슌은 그런 젝스의 말에 납득했다. 왜냐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치를 만날때마다 그가 가이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기>
시치는 전화가 꺼져서 보고를 상세히 못받은 것보다 메트한테 전화를 못건게 더 싫었음. 다른 카데바들은 자기가 없이도 알아서 잘 할테지만 메트는 동굴에서 사부님이나 하면서 지내니까.

다음날에 무형성 애들이 시치를 봤을땐 의외로 별일 없었음. 평소의 신사처럼 예의 바르게 굴었기도 하고 어쩌다가 경박한 면모가 나와도 청귀에 비하면 선녀같다고 다들 생각했기 때문, 그냥 좀 괴짜인 신사. 셜록홈즈같은 인상을 받음.

...뭐라고 해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본 소설은 노벨피아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동시에 올라가며 두 사이트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관계로 끝에 적히는 후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음. 다른 정보가 적힌 후기를 보고 싶다면 노벨피아로 가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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