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전문가 A교수가 전한 일화다. 중국측 인사들과 비공개 심층면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 그는 중국 인사들에게 중국 외교정책에서 한반도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기간으로 환산할 때 1년 365일 가운데 며칠이나 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딱 일주일이었다. 정상회담 같은 대형 이벤트는 물론이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 계산이었다고 한다. 역대 최장 기간인 6년6개월 주중대사로 재임한 김하중 전 대사를 제외하고는 우리 쪽 대사가 중국 외교부장과 따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외교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친중(親中)정부’로 비치는 현 정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2.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미국 외교관과 만난 인사는 그가 대사로 새로 부임한 국가와 한국 중 미국이 비중을 더 많이 두는 국가는 어디냐고 물었다. 이 외교관은 주한 미국대사관엔 한국인을 제외하고 약 250명이 근무하지만 새로운 부임지 대사관 직원은 600명 정도라는 설명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 국가는 경제규모로만 놓고 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보다 몇 배나 뒤처진 곳이다. 당연히 미국에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것이라는 짐작과는 다른 답변이었다.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는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2015년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윤 장관은 미·중 사이의 러브콜은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고 했다.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를 놓고 정부가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을 때 나온 말이었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는 그대로다. 자화자찬과 ‘국,뽕’은 냉정한 현실 인식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다.
미·중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중 사이 선택을 마치 양념 반·후라이드 반 치킨이나 짬짜면을 주문하는 것처럼 접근해선 곤란하다. 확실한 원칙과 기준 없이 이쪽저쪽 기웃거리다 양쪽 모두에게서 신뢰를 잃으면 북한이 우리를 향해 쏟아낸 막말 중 하나인 ‘똥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사드 관련 장비를 한밤중에 반입하고, 북한의 수준 낮은 위협적 언사 한마디에 곧바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고 탈북단체를 고발하는 것은 원칙을 저버린 행태다.
2013년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에 맞서는 편에 베팅을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했던 인물이 현재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돼 지지율 50% 이상 기록 중인 조 바이든이다. 그때 바이든은 “미국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미·중이든 북한이든 어느 쪽으로부터도 ‘똥개’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우리의 원칙에 대한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한다. 어느 쪽에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나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에선 섣부른 양보 없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집 잃은 ‘똥개’가 되지 않는 길이다.
김민서 국제부 차장
그러니까 저 때 저런 말한 바이든은 평행세계의 바이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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