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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외전] 여러 사람의 현재 상태 프롤로그 (完)

supadope(yo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14 00: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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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에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폐하께서는 환담 중이십니다."

 황제 집무실의 문 앞에 선 비서관──그 사람 외에 문 근처에는 나름대로 실력이 뛰어난 황실 지호병단의 모습이 다수 있다──으로부터 그렇게 통보되었다.

 제국 4기사가 한 명, 「격풍」 님블 아크 데일 아녹.
 
 제국의 최고 권력자 황제 지르크니프 룬 파로드 엘-닉스의 최측근이자, 집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은 사람 중 한 명인 님블을 황제의 판단을 청하지 않고 비서관이 막을 수 있는 것은, 지금 집무실에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 와 있다는 의미다. 

 그럼 내방자는 누구인 것일까.

 예를 들면, 마도국의 사자가 와 있는 경우 ──아니.

 와 있을 때에는 반대로 동석을 요구받을 것이다. 만약 마도국 측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황제로부터 사자가 와 있다는 정보가 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정보는 님블에게 오지 않았다.

 그럼, 애첩이 와 있는 경우 ──아니.
 애첩이 아무리 말을 해도, 님블의 내실을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지르크니프라는 남자는 여성의 성적 매력보다도 황제로서의 본분을 우선시한다.
 그렇다면 어떤 자가 먼저 방에 들어간 것일까.

 사실, 그 정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님블은 추측할 수 있었다. 그 상상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수차례,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와 있는 것은 ──선혈제의 유일한 친구.

 쿠아코아의 왕
 페·리유로가 와 있을 것이다.

 그와 만날 때는, 황제는 어느 누구라도 방해하게 하지 않는다. 확실히는 모르나 유일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때라고 한다. 동료가 "……아내나 아이는 어떻습니까?"라고 말했지만, 그와는 여러 의미로 다르다는 것일 것이다.

 님블은 한 손에 쥔 양피지에 잠깐 눈을 떨어뜨렸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요건이다. 가능하다면 시급히 건네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신의 주군의 마음도 뼈저리게 안다. 아주 조금 망설이고, 님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면 옆방을 쓰십시오. 폐하께서 용무가 끝나셨을 때, 바로 부르러 가겠습니다"
 
 감사를 표하고, 님블은 지르크니프의 옆방 ──높은 지위의 손님이 왔을 때 사용하는 대합실로 들어간다. 일단, 방을 노크한다. 아마 틀림없이, 먼저 와 있는 자가 있을 것이다.
 방에서 「오-」라는 ──상상했던 대로의 남자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님블은 방문을 열었다.
 호화스러운 실내에 놓인 긴 의자에는 갑옷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었고, 님블에게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동료── 제국 4기사 중 한 명 「뇌광」 바지우드 페슈멜이다.
 원래라면 님블이나 바지우드 중 한 명이 거의 항상, 황제와 같은 방에서 신변 경호를 맡고 있다. 아마 떨어지는 건 후궁에게 갈 때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페·리유로와 만날 때만큼은 방해하지 말라고 했기에 이 방에 있도록 지시를 받은 것이다. 

 "여어, 님블. 어제 이후지만 건강해 보이구먼"

 "오랜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오랜만입니다, 바지우드……"

 얼마 전까지는 「공」을 붙여 불렀지만 그가 "동료가 된지 오래됐으니까 슬슬 그것 좀 그만해"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낯설어, 입안에서 우물우물 해 버린다. 

 그게 재미있었는지 바지우드가 히죽 웃는다.

 "뭐, 서있지 말고 그쪽에 앉아. 올려다보며 얘기하면 목이 아프다고 "

 "그렇게 하겠습니다."

 님블은 바지우드가 앉은 긴 의자의 맞은편── 그곳에 놓인 비슷한 긴 의자에 앉았다.

 "오래전에 왔으니까. 평소 같으면 슬슬 끝날 무렵이다. 넌 그렇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거야."

 "그렇습니까. 그건 기쁘군요. 이 양피지는 시급히 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오. 도대체, 어디의 누구한테 온 건데?"

 님블은 바지우드에게 봉랍에 찍힌 인장을 보여준다.
 그것은 국새.
 바지우드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이봐 이봐. 저 괴물들의 소굴에서 온 거야?"

 그렇다.
 그곳에 찍힌 것은 아인즈 울 고운 마도국의 국새이다. 

 "재상 알베도님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다만 급한 요건이 아니라, 통고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군……. 통고라면 잡담을 방해하면서까지 건넬 정도는 아니라는 건가. 뭐, 그게 아니라면 비집고 들어가서라도 전해야 하는 것이지……. 하지만……" 바지우드의 싫은 얼굴이 한층 더 떫은 빛을 띤다. "……어떤 걸 통고하려고 보낸 건데."

 "글쎄요. 저도 빨리 알고 싶습니다. ……사자는 늘 그렇듯 언데드이기 때문에 전혀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없다고 받은 자가 말하더군요."

 "아―, 폐하의 기분이 좋아지셨더니, 또 엄청 침울해지겠지……. 낙차가 있는 만큼, 쇼크…… 괴로움도 커지는 거겠지. 어째서 그런 최악의 편지를 가지고 왔냐고 원망 받을 거다."

 싫은 웃음을 띤 바지우드에게 님블 또한 싫은 얼굴을 한다.

 "아니요, 폐하라면 그런 일은 하시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런 저주의 편지, 바로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맡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 하실 겁니다."

 둘이서 가볍게 웃는다.

 참고로 마도국의 편지는 조사된 적이 있지만, 마법 같은 것이 걸려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받은 인간이 불행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부 ──지르크니프는 그 일부에 들어가 있다── 사람들은 마도국의 마법 기술은 제국의 기술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정체 모를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경계하는 자 또한 있다.

 "뭐, 그 대답도 금방 알 수 있다는 거지. 그건 그렇고, 심부름꾼 같은 짓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참을 수 없구먼. 솔직히 말해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네요. 바지우드가 말한 대로입니다. 장기 휴가 같은 걸 좀 다녀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재, 지르크니프의 경호로서 둘 중 한 명이 반드시 붙어 있는 상태이며, 역시 밤 등은 황실 지호병단 등에게 맡겨 쉴 수 있지만, 그럼에도 황성 근처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어 버렸다. 
 이걸로 외유 등을 다녀올 때는 다소 일손이 부족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대체로, 우리는 유서 깊은 제국 4기사지? 4기사라고? 빨리 나머지 두 명이 생겼으면 좋겠구먼"

 그 순간. 님블은 없어진 두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만한 힘을 가진 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니까요."

 "제국이라면 대부분이 투기장 같은 쪽으로 갈 테니까. 강한 놈이라고 하면…… 얼마 전, 제도에서 파란타이넨을 봤었지. 보다 더 갈고닦아서 싫어. 그건 이제 우리가 어떤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는 괴물이야."

 "클레보 파란타이넨 말입니까? 저는 투기장에서 밖에 본 적이 없네요." 님블은 고개를 갸웃한다. "강하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의 비장의 카드와 같은 수준입니까?"

 순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바지우드지만, 비장의 카드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고는 웃는다.

 "글쎄. 나 따위가 어느 쪽이 강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뭐, 그 정도다"

 "그거 대단하네요!"

 저 무서운 나라. 아인즈 울 고운 마도국으로부터 빌리고 있는 다수의 언데드 군단. 그중 하나만이라고 해도, 호각이라면 그건 인간의 한계에 선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도국의 언데드 병사를 지르크니프의 경호로 돌린다면, 님블과 바지우드도 장기 휴가와 같은 걸 가질 수 있지만, 역시 타국의 병력으로 지르크니프를 평소에도 지키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대체로, 집무실 경호로 돌릴 수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그 언데드가 언제 마도국의 명령으로 움직일지 모르는 이상, 제국의 중심인 이 도시에서 가능한 한 떨어진 곳에 두고 싶다.
 등의 이유로 대부분이 이 도시에는 없다. 물론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몇 체는 이 성 안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란타이넨이 그만큼 강하다. 이전 녀석들은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 거야? 매직 아이템 광은 차치하더라도, 그 여장남자는 원래 귀족이잖아? 귀족 연줄로 얘기 같은 거 안 듣는 거야?"

 "여장남자라는 건, 제슈 자작가의 셋째 아들인 그를 말씀하시는 거죠? 제국 내에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이상은 모른다.

 님블의 귀족 네트워크에서도 그렇지만, 제국의 첩보부에 해당하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서도 그렇다. 
 첩보 조직이 제국 내에서도 유수한 실력자의 소재 등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은 것은, 이전까지의 제국이라면 그를 화나게만 해도 대처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의 실력은 보증되어 있어, 제국 4기사 전원이 달려들어 호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도국의 군단이라는 두려운 힘을 빌리고 있는 제국이, 어째서 조사하지 않느냐고 하면 거기에 메리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쪽에서 제국을 섬긴다고 말해 준다면 양손을 들어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대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면서까지 거처를 조사하고, 권력 등을 이용해 제국의 전력으로 만드는 의미 따위는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억지스러운 방법으로 전력을 그러모으는 것이, 마도국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디메리트가 더 크다. 

 물론──

 (──그 마도국에게 있어, 인간 전사가 한 명, 제국의 전력에 들어갔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왜 제국을 섬기지 않는 거지? 나 같은 놈이라도 감당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딱딱한 건 아닌데 말이야."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본디 귀족 출신이기 때문에, 황실을 섬긴다는 것은 자랑스럽지만요."

 "나는 뒷골목에서 살아도 곧바로 뒤져서 끝일 테니까, 라는 것이 하나. 그리고 첫 번째 아내…… 어? 그땐 시집오지는 않았던가? 뭐, 됐어. 어쨌든, 그 녀석을 생각하면 견실한 직업에 취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태어날 내 꼬맹이들에게 좋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기도 했고, 이것저것 남겨두고 싶기도 했으니까 말이야."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네요"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구먼." 바지우드가 어깨를 움츠린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슬아슬하게 합격선 같다고 하던데"

 "──좋은 남편이자 훌륭한 아버지예요"

 아주 최근, 또 두 명의 아내를 받아들였다는 말을 들었다.

 원래는 나름대로 귀족이었지만, 지르크니프의 숙청에 말려들어 창녀로 전락한 여성이다. 제국 4기사 중 한 명인 그가 그런 여성을 아내로 삼는다는 것은 위험하므로, 신변을 세탁하거나 한다. 

 님블의 아버지도 좋은 아버지였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가장 형편없는 종류── 부모가 되어선 안 될 부모라는 것이 있다. 그에 비해서는 실례될 정도로, 바지우드는 좋은 부모이자 남편이다. 물론, 실제 집에서의 모습을 보지 않고서는 단언할 수 없다. 그래도 부모로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냐? 그것참 기쁘군. 그런데, 넌 부모가── 결혼은 하지 않는 거냐?"

 "남작가 차남──"

 "──이봐 이봐. 나 같은 누추한 평민이라도 귀족이 아내를 알선하러 온다고? 분명, 네 책상 위가 넘칠 정도로 소개장 받았지? 무엇보다도, 너 본인은 백작위(伯爵位)를 갖고 있잖냐." 

 "잘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기억하고 있지. 아내에게도 내 동료가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까. 게다가 나도 백작위(伯爵位)를 가지고 있고 말이야. 그래서, 왜 결혼을 안 하는 거냐?"

 참견하지 말라고 님블은 생각했다.

 "사실은 여성이 조금 무섭습니다. 무서운 누나들이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좀 여성에게는 전투 자세를 취하는 면이 있어서요"

 그렇다고는 해도, 결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귀족에게 있어 가문을 남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귀족으로서 교육을 받아 온 님블에게 단단히 배어 들었고, 이를 없앤다는 것은 어렵다.

 "……그거 정말이라면 큰일이구먼. 하지만 그 녀석에게는 그다지 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바지우드가 눈을 가늘게 뜬다. 이건 이상한 착각을 하기 전에 말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여성이라기보다는 동료라는 마음밖에 없었으니까요, 바지우드" 

  "확실히" 진지하게 바지우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확실히"

 사실 님블은 그녀에 대한 애정 따위는 요만큼도 품고 있지 않다. 동료로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정도는 생각했지만.

 "그래서──"

 바지우드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을 때, 문이 몇 번 노크되었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이 열렸다. 서 있던 것은 조금 전, 님블을 돌려보냈던 비서관이었다. 그가 이 방의 문을 연 이유 같은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예상했던 대로의 대답을 듣고, 두 사람은 방을 나와 황제의 집무실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상당히 기분 좋아 보이는 지르크니프의 모습이 있었다. 실내를 시선으로만 가볍게 둘러보지만, 쿠아고아의 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교대로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을 것이다. 그가 오면 며칠은 머무는 것이 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님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당치도 않습니다, 폐하"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님블은 양피지를 내밀었다. 

 "마도국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지르크니프의 웃음을 띤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러고는 힘없이 숨을 내뱉었다. 

 주인의 마음을 님블은 뼈저릴 정도로 알 수 있었다. 

 건네주는 것으로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워질 정도니까.

 그에 반해, 지르크니프는 받은 양피지를 위험한 매직 아이템인 것처럼, 천천히 자신의 책상에 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푸념 속에서, 지르크니프의 마도국에 대한 생각 등을 듣고 있다. 

 확실히 마도국에 의해 고통받은 일은 없다. 제국의 경우에는 손실을 본 적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마도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은 제국에게 있어 메리트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들어 올릴 만큼 들어 올린 다음,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지르크니프는 겁에 질려 있는 것이다. 언데드나 악마가 국가 원수를 맡고 있는 나라 같은 걸 믿는 쪽이 바보다, 그렇다. 

 얼마 후, 각오를 다졌는지 양피지를 다시 들어 올린다. 그러나, 그의 용기는 거기서 사라져 버린 걸까.

 양피지를 펴지 않는다.  

 "미안하구나. 대신에──"

 "──어라? 폐하, 그건 무엇입니까?"

 바지우드의 눈이 책상 위에 놓인 것에 멈추었다. 남빛 대좌(台座)에 유리로 만든 것 같은 커버가 덮여 있다. 안을 자세히 보니 반지 같은 것이 있었다.

 "받은 반지다. 위통 같은 걸 억제하는 마법의 힘이 담긴 것 같다."

 지르크니프의 한때 가라앉았던 위통의 재발은 그 왕국에서의 비극을 알고 나서부터였다.

 어느 정도는 말이 통하는 온후한 언데드 마왕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필요하다면 태연히 빼앗는 언데드 마왕이며, 왕국에서 일어난 비극이 운이 나쁘면 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페·리유로의 이야기로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던 일이 실제로 진행되어 발생한 사망자 수 등이 유례없을 정도였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왕국의 이야기를 들은 님블도, 지난 싸움을 떠올려 다시 악몽을 꿨을 정도다. 국가의 정점에 서 있는 지르크니프라면 그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런 목적의 마법 반지가 있습니까?!"

 바지우드가 경악하고 있지만, 님블도 같은 기분이다. 책상 위에 놓인 은반지에 그런 힘이 담겨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기 보다, 어째서 그런 목적인가.

 "일각수 반지로 위통을 치유하는 건 너무나도 아까워서 말이다. 세상에 널리 구한 결과다."

 님블은 복잡한 생각으로 지르크니프를 본다. 아마, 옆에 서 있는 바지우드도 ──각도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이 같은 눈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 왔는지 볼까?"

 분명 그 생각은 지르크니프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화제를 바꾸듯 ──아니면 그 대화가 각오로 이어졌는 건지── 양피지를 펼쳤다. 시선이 마지막까지 움직이고,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마지막까지 간다. 

 그리고 지르크니프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물론, 황제인 지르크니프에게 일개 부하인 님플이나 바지우드에게 그 내용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은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님블의 업무는 어떤 의미로는 끝이기 때문에, 이 방을 나가도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이대로 방을 나가도 좋은 걸까. 

 "그래서, 폐하. 어떤 내용이 적혀 있습니까? 우리한테 말할 거면, 재미없는 거라면 듣지 않을 건뎁쇼?"

 "……아니, 별거 아니다. 성왕국의 페이스리스는 알고 있지? 그 자가 마도국에 온다고 하여, 환영식을 한다고 한다. 그에 대한 초대장이다. 그것도 마도왕의 도장이 찍힌 것이구나."

 건네받은 양피지를 둘이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읽는다. 확실히 그 취지가 적혀 있었다.

 "그렇군요……. 시간도 별로 없으니 서둘러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님블에 대해, 지르크니프는 싫은 표정을 지었다. 

 "가기 싫다고 하면 대리로 가주기라도 할 거냐? 으윽! 위가 아파!"

 "어색한 연기는 그만하십쇼. 폐하, 마도국의 속국이 된 이후로 조금 달라졌죠? 옛날에는 좀 수완가라는 느낌이었는뎁쇼?"

 바지우드에게, 지르크니프는 싫은 얼굴을 했다. 자신도 조금 생각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와 준 친구에게 싫은 이야기를 해야만 하게 되었구나..."

 지르크니프가 큰 한숨을 계속 내쉬고, 님블은 바지우드와 눈을 마주쳤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속국의 왕이 종주국의 왕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초대를 거절할 수 있을 리 없다. 

 "폐하께 심로를 끼치는 것은 신하 된 몸으로서 바라는 바는 아닙니다만 ──그럼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아. 결코 너를 원망하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고 시작해다오, 님블"




2021.04.15. 06:53 번역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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