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밀린 스카이캐슬 보다가

오늘 눈비비면서 일어나서 핸드폰을 켰는데

유튜브에 갑자기 솔져가 게이였다!라는 영상이 올라와 있길래

ㅅㅂ 뭔 아닌 밤중에 홍두깨여 하고 올라온 영문판 소설을 읽어보았다

(지금 공식페북에 한글번역본도 올라왔다)

그 소설에 나온, 블리자드가 느닷없이 공개한 솔져 동성애자 설정 때문에 

지금 관련 커뮤니티가 싹 불타고 있는 거 지금까지 잘 봤다

나는 동성애가 지탄받을 개인의 결함이나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간혹 퀴어축제 실황 txt.라고 올라오는 사진들 보면 눈쌀이 찌푸려지고

그걸로 일부 사람들은 거봐라 역시 똥꼬충 사회악 아니냐 비판하는데

그럼 위에 2명도 사회악이냐? 성평등주의자들 중 워마드 같은 상또라이 ㅄ집단이 있는 것처럼 

그런 사람들도 인류 역사 70만년 동안 존재해온,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일부 이단아들일 뿐이다

암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단편소설 공개를 통해 밝혀진 솔져의 개인 설정이 비판받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고 볼 수 있는데

1. 가뜩이나 전개도 느린데, 유저들이 원하는 메인 스토리 풀이 대신 중요도가 미약한 서브 스토리 + 개인 설정만 주구장창 풀어낸다는 점

그리고

2. 어느 정도 모호한 캐릭터성을 가진 영웅이라면 몰라도, 대내외적으로 정형화된 캐릭터의 설정을 파괴하다시피하는 지나친 PC짓

먼저 1번부터 설명하자면 우선 공개된 소설 '바스테트'의 내용부터 봐야 한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앞서 공개된 단편만화 '노병'으로부터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으로서

아나와 솔져가 각각 이집트에서 하킴이라는 범죄자를 쫒고 있다.

-> 솔져가 하킴의 아지트를 습격하고 거기서 리퍼와 맞닥뜨린다

-> 아나가 나타나 솔져를 돕고 아나는 가면 속 리퍼의 얼굴을 보고 경악한다

-> 솔져와 아나가 죽은 줄 알았던 서로의 생존을 확인한다(여기까지가 '노병'의 스토리)

-> 은신처인 네크로폴리스(섬멸전 맵 그 네크로폴리스가 맞다)로 돌아오던 중 리퍼에게 당한 상처 때문에 쓰러진 솔져를 아나가 부축해 옮긴다

-> 과거 얘기하고, 유물 얘기하면서 썰풀이하다가 아나와 솔져가 의견충돌을 빚는다.

솔져는 리퍼와 탈론을 먼저 쫓아야 한다는 입장, 아나는 하킴을 먼저 잡아서 주민들의 핍박을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입장.

-> 결국 솔져는 아나와 협력하여 하킴 일당을 소탕하고(이 중간에 솔져 연인 사진이 나오면서 게이 설정 공개) 네크로폴리스를 떠난다

스토리 흐름 자체는 자연스럽고 소설 자체의 묘사도 괜찮은데

문제는 소설 '바스테트'로 이어지는 단편만화 '노병'의 공개일자가 2016년 7월 22일, 그러니까 2년하고도 6개월 동안 저기 서브 스토리 하나에서 진도가 안 나갔다는 얘기다.

직무유기도 유분수지, 메인 스토리에 해당하는 사건 2년동안 꼴랑 2개 풀어놓고 서브 스토리 하나 전개에 2년 반을 들여? 일을 안 하는 거냐 아니면 설정을 지금 짜고 있는거냐?

여타 블리자드 IP 게임들(스타, 와우, 디아)와 비교하면 대단히 서사가 빈약한 오버워치라는 게임에서 일단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를 구분한다고 하면

메인 스토리는 일단 '옴닉 사태의 기승전(결)과 오버워치의 흥망성쇠, 그리고 부활' 이라고 요약된다

서브 스토리는 영웅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나 에피소드, 특히 오버워치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되겠지

메인 스토리라인에서 굵직한 사건들만 떼놓아서 연대순으로 정리하자면

< 옴닉의 등장 -> 옴닉사태 발발 -> 오버워치 창설 -> 옴닉사태 종결 -> UN의 감사와 오버워치의 해체 -> 오버워치의 부활 >  요 정도가 되겠다. 중간에 탈론 정도는 끼얹을 수 있겠네.

제작진이 메인 스토리에 해당하는 캠페인 컨텐츠로 내놓은 게 '기록 보관소'이고, 2년 반이 다 되어가는 지금 공개된 건 '옴닉의 반란', '응징의 날' 요 2개다. 

그렇다고 요 2개의 사건이 그렇게 중요하냐?

응징의 날은 블랙워치; 오버워치라는 절대선의 어두운 면이 공개되고 리퍼와 솔져 개인의 갈등, 장기적으론 오버워치의 몰락이 시작된 사건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옴닉의 반란은? 응징의 날 이후 오버워치가 감사를 받고 손발 다 잘리고 이미지 x창난 상황에서 훈병짬찌의 소신에 감명받은 사령관이 특공대 보내서 사건해결! 정도의 비중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그게 오버워치의 몰락을 막고 전지구적 평판을 반전시키기라도 했나?라고도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니까 냉정히 말하면 스토리에 있어도, 없어도 되는 사건이다. 

유저들이, 게이머들이 궁금해하는 건 저 굵직한 사건들의 원인/전개/결과에 대한 스토리, 아니면 최소한의 떡밥이다.

누가 왜 옴닉사태를 일으켰는지, 옴닉사태 종결 후 왜 오버워치는 사령관을 바꿨는지, 누가 스위스 본부를 폭파했는지, 

윈스턴이 오버워치 소집명령을 발동한 후 지금 몇 명이나 도착했는지, 솜브라 소개 영상에 나온 그 눈동자라는 조직은 뭔지?!!

몇몇 개의 연결고리는 유저들의 킹리적 갓심으로 유추 가능하다고 해도, 블리자드가 공식으로 확정짓지 않으면 다 헛소리라는 걸 모르나?

게임이 3주년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스토리 전개에 핵심적인 사건을 꼴랑 하나 풀어놓고, 우리가 LGBT나 씹ㅈ와이안피자 같은 소리에 와 대단해! 와 그건 몰랐어! 이딴 소리나 해댈 줄 알았냐 개새끼들아!

그렇다고 서브스토리도 같이 빈약하냐? 그러면 전체적인 제작진의 나태함으로 뭉뚱그려서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또 아닌게

지난 2년 반 동안 공개된 시네마틱 애니메이션, 단편 코믹스, 영웅 소개영상이랑 같이 나오는 배경 이야기,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르포 형식 스토리까지 다 합치면

지금까지 서브 스토리에 대해서는 블리자드가 그 양으로서나 질으로서나 충분히 완성해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우리가 이것들을 토대로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29개 영웅의 배경설정이라던가, 타 영웅들과의 대인관계라던가, 심지어 개인 취향까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시메트라가 자폐증이 있다느니, 모든 영웅들이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한다느니와 같은 트위터로 흘러나오는 사실상 노관심 심심한 땅콩풀이 정도 이야기까지 다! 

뭐 그런 걸 알면 재밌기도 하고 영웅에게 깊이 감정이입도 할 수 있고 그러겠지, 근데 유저들은 진도를 빼는 걸 원하지어떤 새끼가 하와이안을 처먹던지 페페로니를 처먹던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고 쉬발!

그리고 그런 세부 설정 다 풀어대면서, 이거는 뭐하느라 썩히고 잊는데? 까먹었냐? 얘는 올해 기록보관소 내려고 존버하는 거냐? 이 엠레 사리올루 나바리는 30번째 영웅이냐?

고질적인 매치메이킹이나 게임 시스템적 문제도 해결 못하고,

메타의 고착화나 비주류 영웅들의 픽률 개선과 같은 밸런스 문제도 해결 못하고,

그놈의 컨텐츠 부족은 게임 탐색기 던져줬으니 알아서 노셈^^하고 사실상 놔버린 셈인거 같고

그러면 스토리 진도라도 나가던가 짜잔! 누가 LGBT였습니다!라고 하면 개돼지들이 한번은 받아줘도 두번씩이나 받아줄줄 알았나

님폰없 업무태만 PC충들아?

2번째 문제인 어느 정도 모호한 캐릭터성을 가진 영웅이라면 몰라도, 대내외적으로 정형화된 캐릭터의 설정을 파괴하다시피하는 지나친 PC짓에 대해서는

여러 게임 리뷰어들이나 유튜버들이 반박할 내용 동어반복만 할까 봐 그냥 말을 아낄까 보다.

겐갤에서 본 댓글 중 기억나는 거 하나는 '트레는 별로 위화감이 안 드는데 솔져는 왜 이렇게 위화감이 드냐'였는데

이것만큼 요약을 잘 한 표현이 없을까 싶다

좀 더 설명하자면

맨 처음 오버워치가 공개되고 표지에 트레이서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 반응은 '저게 남자야 여자야'였다.

게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트레이서라는 캐릭터의 겉모습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는 영웅의 정보는 매우 적다.

왜냐하면 영웅 자체의 캐릭터성이 모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

'음... 쌍권총 들고 있고 레깅스에 실내화, 조종사 자켓이랑 고글 쓴 걸로 추측해보면 파일럿인가? 가슴에 저 장치는 뭐지?'

눈썰미 좋은 사람이 봐도 대충 이 정도일 거다. 뭐 나중에 시네마틱 목소리 듣고 '아 얘는 가시나네' 라고 성별은 알았겠다만.

아무튼 결론은, 이 영웅의 캐릭터성이 상당히 모호하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뭐라고 딱 규정될 만한 바운더리가 없기 때문에

얘가 남자던 여자던

이성애자던

양성애자던

동성애자던

영국인이던

ptsd를 가지고 있던

조증 환자던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하던 싫어하던

어떠한 설정을 갖다 붙여도 위화감이 별로 없다는 거다!

트레 레즈 설정이 공개되었을 때 블자에게 분노하던 사람들은 뭐 트레를 자기 전용육변기쯤으로 알았나 보지

반면 다른 영웅들, 예를 들어 맥크리를 보면

카우보이 모자 + 리볼버 + 시가 + 망토 + (말을 안 타는데도) 박차가 달린 웨스턴 부츠 + BAMF라고 써진 벨트 

이것들을 보면 미국인 + 남성 + 갱스터 라는 기본견적은 나오고, 뭐 더 나아가서 편견적일 수도 있겠지만 성격도 대충 유추할 수 있겠지

의수? 장애인이라고? 그거 안 봐도 신경 안 써도 얘가 어떤 캐릭인지 딱 견적 나오는데? 맥크리 의수인지도 모르고 플레이하는 사람들 열에 일곱은 될 거다

라인하르트랑 아나가 시각장애인이어도, 정크렛이 의족을 끼고 있어도 그 사실이 우리에게 그렇게 위화감을 조성하던가? 아니잖아 ㅄ들아

성정체성, 인종, 장애여부 등등의 인권감수성을 보호하고 보장하라는 소위 Political Correctness는 이렇게 발현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어느 설정을 갖다 붙여도 자연스러운 모호한=틀에 얽매이지 않은 캐릭터로 설정을 하던가

아니면 별로 의식하거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던가

그럼 솔저:76의 캐릭터성은 어떤가? 

일단 외관만 보면 가면을 썼다는 거와 '76'이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76'은 미국 독립의 해인 1776년에서 따서 미국에서는 '정의'를 상징하며 매우 선호하는 숫자이다. 

필라델피아 NBA 구단 이름도 이것을 기념하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라고 부를 정도.

'soldier', 그리고 '76'을 통해 이 영웅이 '정의'를 표방하는/추구하는/실천하는 군인(이거나 군인 출신) 영웅인 것으로 캐릭터성은 굳어졌다.

이후 나온 시네마틱, 트레일러, 단편 만화 등등을 통해 솔져:76의 이러한 개성은 더욱 기정사실화되었는데

여기다 갑자기 "짜잔! 그는 사실 군 입대 당시 빈센트라는 동성 연인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해버리면

사람들이 '세상에!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오버워치 해체 후에도 자신만의 정의를 위해 싸우던 전직 군인이 게다가 게이라니! 정말 매력적이다!'라고 받아들일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 이게 무슨 소리여 시발 아니 게이라는 떡밥은 1도 없었는데 이게 뭔 개소리야'라고 위화감을 느낄 확률이 높을까?

'똥꼬충 새끼' '아 우리 솔져에 게이묻었어' 이러한 발언들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지만

영웅 자체의 개연성을 파괴하는 블자의 설정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젠더감수성이 부족한 x', 'uneducated'라고 폄하하는 건 옳은지 물어보고 싶네요 PC충년놈들아 

그리고 이건 뭐 어떻게 설명할 건데  뭐 30년 후 디바-대현이 모습이냐? 그냥 엔조이냐?

다른 그럴듯한 영웅한테 갖다 붙였으면 이것보다 반발이 심했을까? 하필 솔져에다가 갖다 붙였으니까 이 사단이 난거 아냐

스토리라인을 갈아엎어서 한 가정의 가장을 동성애자로 만들지 않나

2차 대전 유럽전선에 무슨 중세 켈트족 분장에 카타나를 들고 오지를 않나...

지들이 못만든 결과물을 사회적 올바름이라는 방패 하나로 가리려 하는 치졸한 게임사랑

그렇게 개연성, 고증 다 옆집 개나 줘버린 게임과 제작진 붙잡고 도덕적이라며 웰메이드라며 자위하는 일부 유저들이랑 

잘 만든 게임 애써 망치는 주범들이다

스테레오타입에 반하여 일어난 문화계 PC운동이 지속되어온지 어언 30년...

인권감수성이고 뭐고 숭고한 가치인 건 나도 아는데, 그냥 기본만 좀 지켜주면 안될까

씹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