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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노아 덕분에 유우카가 휴가를 얻는다면(3, 마리편)앱에서 작성

ㅇㅇ아닌유동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1 15: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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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스터 후드의 교회. 고풍스러운 트리니티의 옛 건축양식이 잘 드러나있는 곳. 대리석 소재의 기둥과 벽은 햇빛을 받아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안은 지금 성가대의 연습으로 한창...

-와장창! 쾅!

"구호를!!"

"키에에엑!"

이였어야 한다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이젠 어디서 시작했는지도 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는, '정의구현'과 '구호'의 충돌. 정의실현부의 츠루기 부장과 구호기사단의 미네 단장이 싸움이 교회를 덮쳐왔다.

그렇다.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른다. 단지 이 둘의 수준이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벽을 부수는 게 효율적인 정도라는 것.

트리니티를 전전하며 그 '효율적인 행위'를 반복하다가 교회까지 오게 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건지, 교회는 두 사람의 교전이 종료되는 장소가 되었다.

"싸움을 멈춰 주세요-!"

바로, 성가대의 노래를 들으며 기도하던 시스터 '마리'의 제발 싸움을 멈추라는 외침이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둘은 그제서야, 4할이 파멸된 교회에서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제대로 된 대화를 진행했다.

그 성스러운 모습에 교회 내부의 성가대들은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이 '당신들이 부쉈잖아...'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 대화로 오해는 풀렸는지 둘은 싸움을 멈추고 구호기사단이 운영하는 보건실로 향했다.

잠시 뒤, 구호기사단과 정의실현부가 함께 전투의 피해자들을 호송하러 왔다.

시스터후드의 수장, 사쿠라코도 함께. 그녀는 땀을 흘리며, 천재지변을 예상한 사람같은 표정을 하고선 현장에 있는 마리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성가대의 연습에 마리 자매님만 보내는 게 아니였습니다. 이건 제 실책입니다."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사쿠라코 정도의 위치 쯤 되면 터무니 없는 걱정을 하고 있기도 하니까.

그런 사쿠라코를 보며 마리는 순수한 위로를 전하려 했다.

"아니에요. 사쿠라코님... 모두 무사하시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 감사합니다. 마리 양."

마리에 위로에 다시 포커페이스를 찾을 수 있던 사쿠라코 였다.

그리고 그녀가 마음을 진정시키자, 사쿠라코는 다시 '한 집단의 수장'으로써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마리 양, 역시 사람을 진정시키는 모든 것을 타고났네요. 표정이며, 목소리며... 목소리?

... 이번 주는 피해복구를 위해서라도 주일을 챙기는 것은 무리... 하지만 다음 주일까지 챙기지 않는다면... 시스터 후드의 쇠퇴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질 테죠. 역시 성가대 인원을 대신할 사람은 필요한 상태군요.'

이런 생각을 거친 뒤 사쿠라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반드시 얼마간은 성가대 활동을 못할 사람이 나올 것 같은 피해상황이 보였다.

하지만 사쿠라코의 눈에 비춰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마리는 주변을 둘러보는 사쿠라코의 행동이 의아했다.

"사쿠라코님 왜 그러시나요?"

마리가 질문하자, 사쿠라코는 다시 마리와 시선을 마주했다.

저 단정하고 순수한 모습, 저기서 나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역대의 목소리까지. 역시 마리에게 성가대의 빈자리를 맞기는 것이 적합해 보였다.

결국 사쿠라코는 머리로 생각하던 가능성을 말로 꺼냈다.

"마리 자매님... 혹시 성가대에 관심있나요?"

"좋으신 분들입니다. 오늘도 성가대 분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드렸는걸요."

순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마리였다.

사쿠라코가 자신을 성가대의 넣을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는 마리였다.

마리 스스로는 자신의 재능에 겸손하니까.

하지만 사쿠라코의 눈에는 오히려 그런 점마저 성가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마리 자매님, 염치없지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혹시 아주 잠시만 성가대의 일원이 되어주실 수 있나요?"

"... 네? 제... 제가요?"

어느 때의 평범한 얼굴로 말하는 사쿠라코와 달리, 마리는 자신이 중책을 부탁받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마리를 아는 사쿠라코 였다.

"잠시 주변을 봐주시겠습니까?"

마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전까지 사쿠라코가 눈에 담던 것을 그대로 보게 되었다.

그에 사쿠라코가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피해 상황이 꽤나 큽니다. 상처가 가벼운 자매분들조차 회복시간이 필요하시겠죠. 마리 자매님은 아마 혼자서 연습하시다가 다음주 주일이 되서야 합을 맞추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던 마리는 다시 사쿠라코와 눈을 마주쳤다.

마리의 눈은 결의로 가득차있었다.

다시 한 번 피해상황을 보고 나니, 마리에겐 사쿠라코의 부탁이 도덕적인 의무처럼 들린 것이다.

그에 사쿠라코는 잠시 놀라움에 침묵하다가도, 신뢰를 내보였다.

"... 네, 그럼 부탁합니다, 마리 양."

***

그렇게 마리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트리니티 자치구의 길 어딘가.

밝은 회색의 돌덩이들로 포장된 길은 달콤한 스위트 가게들을 가로지르고 있다. 레몬 색과 핑크 색의 건물 외관들은 눈으로 마저 달콤함을 느끼게 하는 듯하다.

다만 이 길을 걷고 있는 마리는 긴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 내용인즉슨

'일단 악보는 받았습니다만... 역시 다른 분들과 합을 맞춰 볼 시간이 없다는게 아쉽네요... 연습을 도와주실 분들이 있다면 좋을 텐데.

음... 하나코 씨라면 어떨까요? ... 역시 아니에요. 제 부탁이라면 무조건 들어주시겠지만, 그래서 더욱이에요. 결국 시스터후드 내부의 사정으로 하나코 씨에게 빚을 질 수는 없죠... 자연스럽게 보충수업부 여러분들도 안되겠네요.

구호기사단이나 정의실현부 분들은... 역시 책임을 지라고 따지는 것처럼 보이겠죠...? 게다가 공무를 집행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리기도 죄송하네요.

일반 학생분들 중에 도움을 요청해볼까요? 음...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이... 분들이... 없네요...'

라는 생각을 거쳐, 생각만으로 힘이 쭉 빠진 마리는 근심이 입밖으로 나와버릴 지경이 되었다.

"휴... 어떡하면 좋죠..."

-철썩

그 순간 마리의 얼굴에 웬 종이가 날라와 붙어버렸다.

"웁... 파하."

종이을 떼어낸 마리는, 이 와중에 울상이 되어선 자책을 시작했다.

"역시 다른 분들게 도움을 받을 생각이나 하니, 벌을 받은게 분명해요. 시스터 실격이네요... 응?"

다만 자책 도중에 종이의 내용을 보게 된 마리는 이 종이가 벌이 아니라 은총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 종이는 잡지의 한 부분이였다. 바로 잡지에 수록된 '타학교의 인원모집공고'. 그 중에는 삼대 학원(밀레니엄, 게헨나, 트리니티)가 맨 앞줄에 위치해 있었다.

거기서 마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밀레니엄 엔지니어부의...

"'여럿이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AI합창단과 함께하는 가라오케 기계'를 시운용해주실 분들을 구합니다... 추천복장: 체육복'...?"

차분히 글을 읽어본 마리는 화색이 되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아... 제 기도가 닿았군요."

보통 길을 걷던 사람이 가만히 서서 기도하기 시작하면 미친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의 경건함은 후광처럼 퍼져나가는 수준이었기에, 오히려 길을 걷던 이들 중 몇몇은 함께 기도를 시작하기도 했다.

...

그리하여... 다음날, 마리는 체육복차림으로 밀레니엄의 엔지니어부실로 도착한다.

밀레니엄 중에서도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부 답게, 커다랗고 하얀색의 공장같은 외관은 마리를 조금 압도하는 것 같았다.

마리는 조금 긴장된 표정이 되어서는 마음 속으로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전에도 느꼈지만 어디든지 트리니티랑 너무 다르네요. 특히나 앞에 있는 건물은 이렇게나 크다니...'

하지만 아무리 마음 속이라 한들 시스터가 약한 소리만 머금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마리는 사쿠라코의 부탁을 받아들였을 때처럼 결의에 찬 표정을 짓어 보이며, 스스로의 행동은 스스로의 말을 따라간다는 듯이 혼잣말을 뱉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사쿠라코님이나 성가대의 다른 분들을 위해서라도 힘내야죠."

그렇게 마리가 혼잣말을 마친 그 순간.

"아, 왔구나?"

"힉."

갑자기 엔지니어부 안에서 시원시원하고 당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는 조금 놀라버렸다.

"들어와."

"...네, 실례하겠습니다."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마리였지만, 이내 들려온 '들어오라'는 요구에는 후배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은 친절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 덕에 마리는 예상보다 긴장을 많이 풀고 엔지니어부로 들어갔다.

내부는 거대한 연구실 같기도 하고, 공장 같기도 했다. 한구석에는 다른 학생들의 것처럼 보이는 총기들이 있었고, 넓은 공간에는 용도를 모르겠는 기계들이 여럿 있었다. 와중에 밀레니엄 답게 하얀 인테리어가 주를 이루는 모습이였다.

그 안에는 밀레니엄 교복을 망토처럼 두르고 있는, 연한 보라색 머리칼의 학생이 있었다.

"안녕. 내 이름은 '시라이시 우타하'야. 잘부탁해."

우타하의 인사에 마리는 언제나처럼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네, 이오치 마리라고 합니다."

슬며시 감은 눈에, 평화로운 미소와 65도 각도로 숙인 허리.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마리의 인사가 우타하 또한 맘에 들었다.

우타하는 마리의 인사에 화답하듯 조금 웃어보이며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주었다.

"좋은 사람이 온 것 같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어쩐지 서로가 익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시에 궁금중이 튀어나왔다.

"저기 혹시-"
"저기 혹시-"

"아, 미안. 먼저 말해도 될까?"

"네, 그럼요."

"혹시 황륜대제에서 실행위원 하지 않았어?"

"네, 맞아요. 저도 그게 궁금했거든요. 분명 응원단장이셨던 것 같으셔서..."

"맞아. 응, 어쩐지 익숙하더라."

같은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 덕분인지, 첫만남의 어색함도 빠르게 사라져가는 두 사람이였다. 황륜대제의 의의가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황륜대제의 기억을 환기해 보니, 마리에겐 또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저기, 다른 응원단 분, 아니 엔지니어부 분들은 어디 계시나요?"

"아... 음... 내 후배들은 우리학교 학생회의 사고를 수습해주러 갔어."

마리는 어쩐지 방금 우타하의 화법이 익숙했다. 정치싸움이 심한 트리니티에서 높으신 분들이 딱 필요한 만큼 혹은, 일단은 사실인 정도만 정보를 전달하는 화법.

일단은 트리니티의 3대 집단, 시스터 후드 소속인 마리는 속으로
'설마 밀레니엄도 높으신 분들이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나거나 하는 것일까요.'
라는 날카로운 생각을 해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는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것들' 또한 방치하고 잠적했다는 사실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타하는 어쩐지 깊은 생각에 빠진 것만 같은 마리의 이름을 불렀다.

"저기 마리씨?"

"아! 네 죄송해요. 그저 '마리'면 충분해요."

"알겠어. 마리, 그러면 이제 시운용에 들어가볼까?"

...

그렇게 둘은 엔지니어부 어딘가에 있는 세트장 처럼 생긴, 딱 가라오케 방이 있을 만한 크기의 흰색 상자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마리는 겁에 질리고 말았다.

"꺄아아악!"

가라오케 기계가 가운데 벽에 있는 것은 정상적이다. 다만 그 양쪽 벽에 각각 3체의 기관총 터렛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터렛이 아니라 '전천후만능 이족보행 전투형 [의자]'다.

그리고 먼저 들어간 마리를 따라 우타하가 걸어들어왔다.

마리는 자신의 헤일로가 여기서 깨지는 것인가 하는 오해에 사로잡혀서, 공포에 질린 채 패닉했다.

"저... 저희는 어떻게 해야...!"

"응? 무슨 일이야?"

"저, 저기 기관총들이..."

"아~, 사소한 오해가 있었구나. 저건 '천둥이'라고 해. 우리가 앉아 있으면, 함께 노래를 불러줄 친구들이지."

"...네?"

"즉 '의자'야."

마리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들은 것이 분명하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우타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싱그러운 웃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이 사람이 하고자 하면, 한숨을 내쉬면서도 같이하고 싶게 되고, 그렇게 우타하 같은 부류가 되어버릴 것 같은 마력이 그 웃음에 있었다.

그리고 우타하가 마리를 일으켜 세워주기 위해 손을 뻗자, 마리는 멀뚱멀뚱한 표정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우타하의 손을 맞잡았다.

마리는 맞잡은 우타하의 손에서 투박한 갈라짐이나 물집,  대충 아물어 버린 열상의 흔적 같은 것이 느껴졌다.

'거칠어...' 라고 생각하는 마리였다. 그런 마리의 생각을 읽은 듯 우타하가 말했다.

"미안, 그렇게 부드러운 손길은 아니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일단 만들어버리다 보니까 제대로 아물 생각을 안하더라."

그 순간 마리는 자신이 있는 이 가라오케 시설이 우타하의 순수한 열정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눈을 감고 표정을 풀어낸 마리는, 화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에요. 단지...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우타하의 손길에 맞춰 마리는 일어섰다.

우타하는 마리가 마음을 진정하는 동안 먼저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갔다.

우타하가 안에 있으니 이상하리만치 저곳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마리였다.

분명 눈앞에 있는 것은 위험해 보이는 가라오케 시설이지만, 저곳에 들어가는 것이 죄를 짓는 것은 절대 아닐 것 같았다.

분명 용서를 구할 필요조차 없이 건전한 행위일 것이다.

그렇게 마리는 발걸음을 떼고 천둥이에 앉았다.

그럼 마리를 보던 우타하는 어쩐지 다른 학교의 후배가 흐뭇해졌다.

"좋아. 선곡은 마리가 먼저해."

"아, 감사합니다. 저... 저는 <Kyrie Eleison>으로 할게요."

"좋아. 어디보자..."

우타하는 마리의 선곡이 너무나 마리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딱히 이상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우타하가 의외라는 듯 마리는 입을 열었다.

"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리는 일단은 첨단 시설인 이 가라오케에서 자비송을 부르고 있는 자신이 이상해보일 것이라 여겼다.

우타하는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고 있었으니, 오히려 되물었다.

"뭐가? 오히려 멋진데? 첨단장비 속 신실한 신자라는 이미지는... '로망'이니까."

거기에 이어지는 '로망'이라는 말에 마리는 이상하게 힘이 났다. 기관총에 앉아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있게 노래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에 맞춰 우타하도 마리의 신청곡을 찾은 것 같았다.

"찾았다. <Kyrie Eleison>. 마리, 준비됐어?"

"후... 네!"

마리의 기합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감각에 우타하는 미소지으며 곡을 시작하는 버튼을 눌렀다.

-꾹

천둥이의 기관총이 일제히 수납되고, 스피커가 튀어나왔다.
천둥이도 마리와 함께 노래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 광경을 보며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마리였다.

그렇게 전주가 끝나고 시작된 마리와 성가대(천둥이들)의 자비송.

...

곡이 끝나고 우타하는 천둥이에게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리는 묵묵한 표정으로 강렬한 박수 갈채를 보내는 우타하를 보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거기다 우타하는 깔끔한 평가까지 덧붙여준다.

"잘 부른데?"

마침 가라오케 기계의 점수도 100점의 점수를 마리에게 주었다.

마리는 그 모든 칭찬에 감사하며 미소지은 채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좋아, 그럼 내 차례군."

마리는 우타하가 무슨 노래를 부를 지 기대에 가득찼다.

그리고 우타하가 고른 곡은 <슬픈 술>. 그렇다. '엔카'다.

마리는 이젠 정말 해탈한 표정으로 웃어버렸다.

또저래

(대충 이 표정)

그렇게 엔카와 성가대의 자비송을 주고 받으며, 둘은 저녁까지 거른 채, 늦은 시간까지 가라오케를 즐겼다.

...

이젠 만족했다는 듯 입을 연 것은 우타하였다.

"하- 충분해. 오랜만에 즐거웠어. 마리"

"저야말로 감사해요. 오늘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

"...? 도움?"

마리는 당황하며 우타하의 의문에 답했다.

"그... 사실은 성가대 연습을 위해 여기 온다고 했거든요. 아! 절대 숨길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말할 기회를 놓쳐서..."

그리고 조금은 주눅이 들어선 말을 이었다.

"혹시... 기분이 상하셨을까요?"

"응? 무슨 소리야? 내가 기분이 상할 일이 뭐가 있어. 오히려 좋은 걸? 너가 무얼 위해 이곳에 있던지, 노래를 불러준 것 만으로 내게는 도움이야.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너가 있는 것 만으로도 '로망'인걸."

"풉... 우타하 씨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그런가?"

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부정할 생각은 없는지 슬며시 웃어주는 우타하였다. 마리는 오히려 그것이 우타하에게 더 어울린다고만 생각했다.

우타하는 기분도 좋아진 김에, 여러모로 마리에게 보답할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저녁도 안 먹었네. 샘플을 얻게 해준 답례도 하고 싶고... 편의점이라도 갈래?"

보통 이런 경우에 다른 사람이라면, 트리니티 아가씨에겐 편의점 음식은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말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타하니까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후배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당연히 마리도 기분좋게 화답했다.

"네! 좋아요!"

...

그렇게 둘은 밀레니엄 자치구의 어느 편의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왔다.

편의점에서 나온 우타하의 눈에는 그 옆에 서점이 눈에 띄었다. 서점과 마리를 번갈아 본 우타하는 슬며시 엔카 취향을 마리에게 권할 방법이 떠올랐다.

"저기 마리, 난 말이야. 네 목소리가 엔카를 참 구슬프게 잘 부를 것 같아. 그래서 네가 엔카를 한 곡 불러주었으면 해."

"네... 네?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시간도 늦었는 걸요."

"그건 걱정하지만 여기 서점에서 엔카 모음집을 선물해 줄게. 다시 만나는 그날에 불러주면 돼."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마리같은 사람이 거절할 수 있겠는가.

결국 서점안으로 들어가서 책을 발견해내고야 마는 우타하와 그걸 받아들이는 마리였다.

그렇게 우타하와 마리가 계산대로 향하던 중.

-콩

"아얏... 어?"

마리는 누군가와 부딪힌다.

남색 머리칼에, 완벽주의자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 같은 황륜대제 실행의원이였던.

"어? 분명... 황륜대제 때의 '마리'... 그리고 옆에는... 우타하 선배?! 이 시간에 다른 학교 학생이랑 무슨일로?!"

유우카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것이 유우카와 마리가 서점에서 만나게 된 계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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