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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피폐소설) 질나쁜 장난 [아케보시 히마리]

녘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30 15:51:57
조회 6112 추천 40 댓글 21
														

유우카편은 왜인지 날라가서 노벨피아 링크로 대체


유우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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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에서 사고를 당했다. 심지어 싯딤의 상자도 소지하지 않은 상태로.


골목에 떨어진 500엔을 주으려다 코너길에서 나오던 차를 보지 못한게 원인이었다.


다행히도 차의 속도가 빠르지 않아 경미한 부상으로 끝났지만... 아무래도 그 후폭풍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까지도 모모톡에 99+란 숫자가 떠 있는걸 보면....


"다들 엄청 걱정하고 있나보네....."


"당연하죠. 선생님은 선생님만의 것이 아닌걸요?"


아로나가 일침한다.


"그치만 벌써 2시간째 아이들에게 답장중인데... 한 명을 안심시키면 또 다른 한 명에게서 톡이 온다고... 톡이 복사가 된다고...!"


"그러게 항상 저희를 데리고 다니셨어야죠. 선생님 잘못이예요."


"아로나 선배의 말이 맞습니다."


이 쪼끄만 녀석들이...


난 언짢은 기분에 입을 툭 내밀었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표정을 폈다.


"아! 장난!"


"선생님!!!"


이젠 일상이 된 아로나의 호통.


"그치만 내가 실제로 병원에 입원한 이 상황이야말로 엄청난 찬스라고?"


"최악이겠죠! 안 그래도 다들 걱정하고 있는데 뭘 더 하려는거예요?!"


"선생님....."


아로나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고, 프라나가 싸늘한 눈빛을 보낸다.


윽, 역시 이번엔 좀 힘드나. 아무래도 트리니티에서의 일도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반발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


"....좋아. 알겠어."


"오오, 드디어 제 조언을 좀 들으실 생각이....."


"너희는 잠깐 내보내는게 맞겠다. 거기 학생! 잠깐 이 태블릿 좀 밖에 놔둬줄래?"


"잠깐만요??!?! 선생님!!!!!!!!"


그렇게 성공적으로 조력자가 될 수도 있었던 방해꾼들을 제거한 나는, 곧바로 장난 칠 준비에 들어갔다.


자고로 완벽한 몰래카메라에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한 법.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병원관계자와의 은밀한 협력 덕분에 무려 침대에 구멍을 뚫고 유리창을 박살낸다는 미친 짓을 가능케 하는데에 성공했다.


"잠깐, 환자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뭐, 합의금도 일종의 협력 아닐까?


아무튼 꼬박 몇시간에 걸친 고된 작업 끝에 완성된 세트는, 이제 막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가여운 피해자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흐흐흐흐......'


속으로 음흉한 실소를 흘리며, 나는 있는 힘껏 목소리를 깔았다.


"들어와."




******




"병문안이라... 병문안엔 어떤 선물을 가지고 가는게 좋을까요?"


"그냥 아무 과일이나 가지고 가면 되지 않아, 부장?"


아케보시 히마리는 어제 선생님으로부터 한 메시지를 받았다.


긴히 부탁 할 것이 있으니 자신이 입원중인 병원으로 찾아와 달라는 것.


흔히 말하는 '병문안' 이벤트라는 것이다.


"후후, 뭔가를 모르는군요. 어째서 크게 다치시지도 않은 선생님께서 저라는 초천재병약미소녀를 부르셨겠어요? 그것도 '누구보다 빨리, 혼자서 최대한 조용히 와줘'라고까지 말씀하셨으니,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거라구요."


"부장은 자기객관화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애초에 선생님은 모모톡으로만 말하려던걸 부장이 억지로 만나서 얘기하자고 떼 쓴거잖아."


"음? 뭐라고 했나요 에이미?"


"아니. 아무것도."


혼잣말로 궁시렁대는 에이미를 뒤로 하고, 히마리는 과연 선생님이 어떤 부탁을 늘어놓을지에 대해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절 부르는 이유가 대충 예상이 되네요. 앞으로 다시는 차에 치일 일이 없게 이 키보토스의 모든 도로망의 상황을 10ms마다 송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거나, 시속 100km로 달리는 뺑소니라도 절대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밀레니엄 특제 순간번호판포착카메라의 메인 os라거나. 뭐, 그런거 아닐까요?"


휠체어의 바퀴가 굴러가는 속도보다 훨씬 크게, 그리고 빠르게 재잘거리는 히마리.


문밖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에이미는 한숨을 내쉰다.


"그냥 선생님이 불러줘서 기분 좋다고 말하면 될텐데..."


그리곤 부장을 따라 문밖을 나서기 위해 한발짝을 떼지만, 히마리가 팔을 척 들고 그 앞길을 제지한다.


"부장? 뭐해?"


"누구보다 빨리."


".......응?"


"그리고 혼자서, 최대한 조용히."


"............."


질릴대로 질린 표정을 내비치는 에이미에게 따봉을 날린 히마리는 그대로 방향을 꺾어 다시금 복도를 가로지른다.


"흥, 돌아오면 얼어죽을 줄 알아."


그리고 냉랭한 목소리와 함께, 초현상특무부 소유의 에어컨 숫자는 18을 띄울 뿐이었다.




******




- 똑똑


생에 가장 빠른 속도로 병원까지의 길을 주파해낸 히마리는 마치 극비임무를 맡은 양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그 옆에 붙은 이름표에 적힌 글자는 분명, 선생님의 이름.


"들어와."


마침내 안에서 화답이 들려오고, 미닫이 문을드르륵- 하고 열자 침대에 앉아 있는 남자의 뒤통수가 눈에 들어온다.


히마리는 순간의 집중력으로 선생의 상태를 살폈다.


반쯤 이불을 덮은 채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선생.


'상처도 적고 붕대도 두르지 않으셨네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으셨다는 말은 안심을 위한 거짓말이 아니었나봐요.'


내심 불안감이 미약하게나마 존재하던 히마리였으나, 멀쩡해보이는 선생을 바라보자 그마저도 단번에 날라간다.


"초천재병약미소녀, 저 아케보시 히마리를 필요로 하신다기에 급히 달려왔어요. 당부하신대로 혼자서, 아주 조용히말이죠, 후후."


"........."


가슴께에 손을 얹으며 당당히 외쳤음에도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분명 장본인이 부른 객이 방에 들어왔음에도, 그것을 인지하고 직접 노크에 응했음에도, 이쪽에 눈길 하나조차 주지 않는다.


그제야 히마리는 이 방의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보통의 링겔은 팔에 꽂혀있을 텐데, 수없이 많은 투명한 줄들이 이불 밑으로 이어져있다. 그 종착지는 아마 선생의 하반신.


침대 옆에 보통의 환자들은 쓰지 않는 휠체어가 나동그라져 있다. 다리가 멀쩡하다면 쓰지 않을.


창문은 깨져있고, 방바닥 이곳저곳에 종이들이 널부러져있다. 마치 이곳에서 누군가 난동을 부린 양.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향해 돌아본 선생님의 얼굴이 초줴하다는 수준을 넘어 시체와도 같았기에.


"....히마리, 와줬구나. 고마워."


자신의 이름을 부른 목소리가 갈라지다못해 바스라질것만 같았기에.


물밀듯 밀려오는 당혹감과 충격에, 히마리는 굳은 채 더듬더듬 대답한다.


"그야, 어, 부르셨으니까요....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별 일은 아냐. 그냥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담담하게 자신을 부른 이유를 설명하는 선생.


허나 히마리는 그 템포에 맞춰 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버벅이기만 한다.


분명 선생의 얼굴은 잠잠한데, 그 안에선 쉬이 잠재울 수 없는 끈적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만 같았기에.


그 괴리감을 눈치챈 명석한 두뇌만이 비상등을 켤 뿐, 늘 자유로이 움직이던 혀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히마리가 타고 다니는 휠체어는 실용성이 좋은거 같아서. 혹시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그, 어.... 엔지니어부가 만든 휠체어를 제가 개조한 건데... 요....."


"그렇구나."


"그, 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별 건 아니고, 내가 휠체어가 하나 필요할 것 같아서 부탁하려고 했거든."


".......네?"


히마리의 되물음에 잠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딫힌다.


먼저 떨어진 것은 선생의 시선.


자연스레 그 끝을 따라간 히마리의 것 또한, 선생의 눈동자 끝이 닿은 곳에 함께 떨어진다.


종착지는 하반신을 덮고 있는 이불.


"........!"


허나 그곳에는 무언가 존재해야 할 것이.


마땅히 존재하여 이불의 윤곽선을 드러내야 할 것이 없었다.


"서, 선생님....?"


"............."


설마. 자신이 착각한 것이리라.


그도 그럴게, 선생님 본인이 직접 말했으니.


"부, 분명 얼마 다치시지 않았다고......!"


".........."


히마리의 덜덜 떨리는 손을, 선생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눈으로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히마리는 그제야 이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째서 저 많은 줄들이 선생님께 연결되어 있는지.


어째서 우그러진 휠체어가 침대맡에 있는지.


어째서 환자실이 누군가의 난동에 의해 난장판이 되어있는지.


어째서.... 선생님의 모습이 이리도 망가져있는지.


"...최대한 숨기려고 숨긴건데, 미안. 걱정하게 만들었네."


"그, 아, 아니예요. 그런건, 괘, 괜찮으니까..... 아니, 그, 그보다 중요한게....!"


"괜찮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어. 조금만 늦었으면 괴사가 더욱 진행되서 위험할 뻔 했는데, 목숨이라도 건진게 어디야, 하하."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선생.


"저, 전혀 괜찮지 않잖아요.....!"


이에 히마리는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버리고 만다.


그것은 아마 선생의 끔찍하도록 담담한 목소리 때문이겠지.


"두 다리가 없다는게 어떻게 다행이예요...!! 그런 건 절대, 절대 괜찮은게 아니라고요...!!!!"


어째서인지 차오르는 눈물을 꾸역꾸역 참아내며, 히마리는 되려 선생에게 호통을 친다.


신체부위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삶의 동력조차 놓아버린듯한 그를,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자랑이랄 것은 아니지만, 히마리또한 병원을 자주 들낙거리는 처지였다.


그렇기에 응급환자가 이송되는 현장도 여럿 보았고, 응급환자였던 자들과도 대화를 나눈적 또한 부지기수.


그 중에는 신체의 일부를 잃고만 자들도 있었으나, 의외로 그들 중 대다수는 우울의 늪에 빠져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여타 환자들보다 훨씬 더 활기차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히마리는 유독 그런 환자들에게 신경을 쓰는 의료인들에게 의문을 가지곤 했다.


....적어도, 그들 중 하나가 옥상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는 소문을 듣기 전까진.


그제야 히마리는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그들이 그토록 밝았는지, 아니, 밝은 척을 했었는지.


- "무의식 중에 현실을 부정하는 거예요. 일종의 방어기제인거죠. 그래서 저희가 유독 그런 환자들에게 신경을 쏟는거예요. 이런 류의 환자들은 타인에게 괜찮다는 말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안하다가도, 막상 혼자 남게되었을 때 급격히 찾아오는 우울을 견뎌내지 못하거든요. 그 순간에 우발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한 간호사가 자신에게 해줬던 설명을 떠올린 히마리였기에.


지금 눈 앞에서 웃고 있는 선생에게서 그 때의 환자가 겹쳐 보였기에.


"그런 거짓말에 제가 속아 넘어갈거라고 생각하신건가요..?! 제가, 흑, 제가 그렇게 기댈 수 없는 못미더운 학생이라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애써 훔치는 히마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선생은, 나즈막히 말한다.


"그래서 뭐."


"....네?"


"안 괜찮으면 뭐가 달라져? 너한테 기대면 뭐, 잃은 내 다리가 돌아오기라도 해?"


"서, 선생님...?"


선생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다.


그의 몸 안에서 꾸물거리던 검은 기운이 히마리를 향해 덮쳐오기 시작한다.


"누군 좋아서 밝은 척 하는 줄 알아? 누군 할 게 없어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너희들 메시지에 하나하나 대답하고 있는 줄 알아!"


실핏줄이 터진건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히마리를 노려보며, 그 안에 쌓여온 진득한 감정의 잔재들을 내뱉는다.


"그래 나 안 괜찮아! 개 좆같아!! 이딴 다리병신이나 되고서는 별일 없다는 거짓말이나 하면서 코흘리개 애새끼들이나 달래고 있자니 더 비참하다고!! 제일 힘든건 난데....! 왜, 왜 니들이 나서서 지랄을.....!!!"


"죄, 죄송, 히끅, 죄송합니다... 제, 흑, 제가 말실수를...."


20년도 채 되지 못한 짧은 일생에서 가장 큰 적의를, 그것도 누구보다 동경해 마지않던 선생에게서 받게되리라 예상치 못한 히마리의 여린 마음에 하나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왜 말을 제대로 못 해? 이런 말을 듣고싶어서 나한테 화낸거 아냐? 원하는대로 해 줬으니까 좋아해야 될거 아냐?!!"


"저, 저는.... 그냥 선생님이... 흐흑, 멀리 떠날것만 같아서...."


"꼭 너처럼 이렇게 나대는 새끼들이 있어. 어? 알아?! 할 줄 아는건 무능하게 질질 짜는것 밖에 없으면서, 꼭 뭐가 되는양 떠들어대는 애새끼들이 있다고!! 이렇게 될게 눈에 선해서 메시지로만 얘기하자고 해도 꾸역꾸역 처기어오겠답시고, 지가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고...!"


이제는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채 오열하는 히마리를 바라보며, 잠시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킨 선생이 말한다.


"후우, 후우.... 하, 하하하... 그래, 너한테 화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 기분만 더 잡치지. 미안해 히마리, 감정에 휘둘려서."


"흐윽.... 아뇨, 제, 히끅, 제가 죄송..... 죄송해여어......."


"휠체어는... 아니, 됐어. 나중에 엔지니어부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네. 이만 돌아가도 좋아."


무정한 축객령을 끝으로, 지쳤다는 듯 홱 돌아눕는 선생.


허나 몇 분이 흘러도 구슬피 흐느끼는 소리만이 방을 메울 뿐, 히마리는 나가지 않는다.


"....뭐해. 이제 나가보라니까?"


"흑..... 제, 제가 뭔가 도움이라도...."


"허, 이젠 병신 다 됐다고 말도 안 듣는건가?"


"히끅.... 으극, 흐윽....."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자신을 밀어내는 선생에게서 과거의 편린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었기에.


지금 뒤돌아 문을 나선 순간부터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게 됨을 직감했기에.


하지만 선생은 지금까지 나눈 대화 중 가장 불쾌감이 깃들은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래. 알겠어. 그냥 내가 나가면 되겠지."


고개를 떨군 채 훌쩍이던 히마리는, 앞에서 난 덜컹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망울져 한껏 산란된 빛 사이로 들어오는 선생의 모습.


온몸을 일으켜 상체를 창문에 걸친 채, 그 바깥으로 나서려 애쓰는 남자의 모습은.


"서, 선생님ㅡ!!!!"


- 쿠당탕ㅡ!!


본인도 모르는 새에 상체부터 앞서나간 히마리가 제 휠체어에서 나가 떨어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윽!"


실없는 신음소리와 함께 볼품없이 나자빠진 히마리는 바닥을 기며 선생의 침대에 다가가려 애쓴다.


마치 구원을 바라는 사형수마냥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위험하니까 제발... 흐윽, 제발 그만둬주세요...!!"


"선생님보고 나가라는거 아니었니? 마침 이 정신병동같은 곳에 있기도 질렸으니까, 이러면 되잖아."


"그, 그럴거면 차라리 제 휠체어라도 드릴테니까..! 제발....!!!"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애원하는 히마리.


"그건 히마리 거잖니. 괜찮아."


"저는 괜찮아요!! 저는 휠체어같은거 필요없으니까...!"


더 이상 그녀의 두뇌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혓바닥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자신이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조차 선생의 썩어들어가는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알아차릴 뿐.


"지금 뭐하자는거니?"


"....아......?"


"내 다리는 잘 붙어있어서, 너같은 병신새끼마냥 휠체어 타고다닐 일 없이 잘만 걸어다닌다- 뭐 이런거야?"


"아아, 아, 아니...! 그런, 그런게 아니....!!!"


이미 엎질러진 물.


말은 물과 같아서 다시 담을 수 없으니.


"와... 하, 하하하,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내 기분을 좆같게 만들지? 자살하라고 응원하는거야?"


히마리는 은연 중에 느끼고야 말았다.


멍청한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는 것을.


절벽끝에 내몰린 끝에, 히마리는 급기야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펴, 평생 기어다닐게요!! 앞으로 다시는, 흐끅, 건방지게 휠체어를 타고다니지 않을테니까 제, 제발...! 용서해주세여어..!!"


몇 번이고, 과격한 충돌에 상처입은 머리가 선혈을 내뿜건 말건.


"흐윽, 기분 나빠지면 절 때리셔도 돼요...! 제, 제 몸도 마음대로 하셔도 되나까아... 흐읍, 제발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그것을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선생.


그 속에서 보이는 건 순수한 불쾌, 그리고 혐오.


"네가 무슨 창녀야? 그리고 애초에 필요없어."


더 이상 이 미천한 몸뚱이로는 구원을 바랄 수 없음을 그제야 깨달은 히마리의 정신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눈에서 이지가 사라지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진다.


"아... 아하아.... 힛, 히에....."


생각을 멈춘 두뇌는 육체의 제어권을 잃고 말았고, 그렇기에 히마리의 자해행위의 브레이크가 사라진다.


- 쿵, 쿵, 쿵, 쿵


하얗던 병실의 바닥 위로 붉은색의 액체가 퍼져나가고, 그녀의 헤일로에 잡음과 함께 스파크가 튄다.


지금 눈앞의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히마리는 결코 알 수 없을테지.


그야...


'어어, 머리에서 피나는거 같은데... 너무 심하게 했나..?'


엉망이 된 히마리의 상태를 본 선생은 새삼스레 장난이 과했음을 깨달은 쓰레기 어른일 뿐이었으니까.


'이거 빨리 안 끝내면 큰일 나겠는데...'


슬슬 히마리의 정신상태가 이상하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한 편인데, 과호흡에 정신착란까지 보이는 이상한 상황.


아무래도 지금 당장 장난을 끝내지 않으면 평생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이 남을 듯 했기에, 선생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만의 지옥에 빠져 당장 눈 앞의 선생이 두 발로 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히마리.


"저기 히마리? 나 두 발로 섰는데."


- 쿵, 쿵, 쿵, 쿵


"히마리? 내 말 안 들려? 어? 어어??"


그제야 제대로 된 심각성을 깨달은 선생이 몸을 날리고.


히마리가 겨우 현실로 돌아온 것은, 말 몇 마디로 그녀를 깨우는 것에 실패한 선생이 온몸으로 그녀를 제지하면서 외친 한마디 덕분이었다.


"미안!! 선생님이 잘못했으니까 그만하자, 응?!!"




******




"저기, 에이미..."


"부장이 돌아가래."


초현상특무부의 부실 앞,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에이미의 축객령을 몇 번이고 들을 수 밖에 없던 나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히마리에게 모든 진실을 밝힌 후 멀쩡한 다리를 보여줬던 것.


나는 새삼 이 키보토스에서 최약체가 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항상 휠체어에 앉은 채 돌아다니는, 자칭 '병약천재미소녀'의 완력만으로도 날 복날 개패듯이 팰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어쩐지 교통사고를 당한 직후보다 더 많은 상처를 얼굴에 단 채로, 사과를 위해 히마리를 찾아온 나였으나...


"앞으로 평생 선생님 얼굴 안 볼거라던데? 대체 뭘 했길래 부장이 저렇게까지 나와?"


"그, 음..... 내 다리가 잘린 몰카?"


"그럴만하네. 양심 있어?"


"그쵸, 선생님은 양심이 없죠. 생각도 없고."


가만히 듣고 있던 아로나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비난에 동참한다.


"이렇게 될 줄 알고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에휴, 정말."


가면 갈 수록 아로나의 태도가 적대적으로 변하는 것 같지만, 어쩌겠어.


"이게 인생의 낙인걸."


"그래서 선생님이 지금 비난받는 거예요."


"동감. 세간의 말을 빌리자면 선생님은 '쓰레기'입니다."


어허 프라나. 사람보고 쓰레기라니.


마치 사춘기가 온 듯한 아이들을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문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에이미? 아직도 안 돌아가셨나요?"


"부장? 어, 아앗?! 선생님?!"


선생이 문을 막고 있던 에이미의 육중한 두 지방덩어리에 온몸으로 밀착하며, 문 너머를 향해 소리친다.


"히마리! 안에 있구나! 선생님이 블랙마켓에서 엄- 청 쓸모없어 보이는 기계를 하나 사왔는데, 같이 연구해보지 않을래??!"


"돌아가주세요."


"엩."


하지만 과감한 액션에도 돌아오는건 싸늘한 목소리.


"저, 저기 선생님...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붙으면 조금... 그, 으음...."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에이미의 혼잣말만이 유일하게 선생에게 적대적이지 않을 뿐이었다.





결국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일주일이나 지난 후였고.


그 날 선생은 히마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온 몸을 바쳐 부릴 수 있는 모든 재롱을 다 부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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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내 남편과 결혼해줘’ 日 드라마로 제작…‘더 글로리’ 안길호 PD 연출 디시트렌드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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