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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우시오 노아와 바닷가에서 조금 시시덕거리는 이야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14 21:53:19
조회 3178 추천 24 댓글 9
														

우시오 노아와 바닷가에서 조금 시시덕거리는 이야기(생일을 맞이하여)


4710자



────────────────────



덜컹거리는 버스 창문 너머로 즐비하게 늘어선 항만 시설들이 휙휙 지나간다.

기능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듯한 그 구조는 오히려 일종의 아름다움을 자아내 내 남심을 들썩인다.


『... 오늘 생일인데 미안해.』

"아뇨, 괜찮아요. 유우카쨩에게도 차였고, 선생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녀, 우시오 노아와 둘이서 간 곳은 이 해변가의 창고, 그 곳에서 벌어진 학생들 간의 트러블을 듣기 위해 찾아간 것이다.

밀레니엄과 관련된 사안이었고, 관계자가 많아 청취 조사에 불안감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도 도와드릴게요, 라고 제안해준 것이다.


『파티를 준비해 주고 있으니까, 차였다고 말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

"후후, 선생님은 상냥하시네요. 그래도 이왕이면 저도 좀 돕고 싶었는데."


오전부터 시작된 일들은 노아의 정확한 유도... 아니 질문과, 자연스러운 상황 정리, 그리고 레코더가 필요없는 기억력 덕분에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덕분에 며칠 걸릴 줄 알았던 일은 몇 시간 만에 끝났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지금부터 돌아가면 도와주기 딱 좋지 않을까? 시작, 저녁 예정이었지?』

"네, 지금부터라면 14시면 밀레니엄에 도착하겠네요. 16시에 시작하는 파티니까 충분히 여유로워요."

『글쎄, 메인 게스트가 돕는 것도 어떨까, 생각하는데...』

"... 확실히. 선생님 말씀대로네요..."


2인용 좌석에 나란히 앉은 것이 조금 민망할 정도로 텅 빈 노선버스.

바다를 낀 산업도로, 그 울퉁불퉁한 노면의 요철을 규칙적으로 밟으며 차는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달린다.

휙, 건물이 끝난다. 갑자기 반짝이는 푸른 수면이 눈에 들어온다.


『점심시간이니... 가볍게 뭐라도 먹고 돌아가면 딱 좋을 것 같아.』

"으음, 그렇네요... 아,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이 있어요."

『물론이지.』


나의 쾌답에 빙긋 웃는 노아.

그리고 허리를 살짝 든 뒤,


띵동♪ 이번 정류장에서 정차합니다.


『어라? 노아?!』

"선생님,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정류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아이스티를 사서 그녀의 권유에 따라 잠깐 걷고 있다.


『저기 편의점이 있는 걸 잘도 알았네?』

"예... 창문으로 보고 있었으니까요."

『보고 있었다니... 여기 역에서 30분정도 걸리는 곳이였지?』

"네. 처음 오는 장소면 무심코 이것저것 기억하고 싶어져서... 나쁜 버릇이네요."

『아니, 기억하고 싶다고 기억할 수 있는 게 대단해.』

"아, 아까 들은 11명 분의 기록은 확실히 해 두었으니 안심하세요♪"

『세미나 서기, 두려워...』


임해공업지대라고 할까?

완만한 커브의 멋진 도로와 인도는 시설에 비해 황폐해, 정말로 산업만 우선시하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인도 옆에는 커다란 상자 모양의 건물들─노아 말로는 유통단지라고 한다─이 줄지어 있다. 그 반대편 차선에는 망망대해의 수면이 고요히, 고요히 이어져 있다.

섬뜩할 정도로 탁 트인 시야와 달리 걷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따끔 대형 트레일러가 굉음을 내며 달려간다.


『그런데 노아 씨...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거의 다 왔어요."


그녀가 말하지만 아직인가. 걸을 때마다 커브길 너머 검은 그림자 사이로... 작은 건물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혹시 저기?』

"네. 가는 버스에서 봤을 땐 앉아서 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기서 점심을 먹지 않을래요?"



~~~~~



노아의 말대로 반대편 차선 방파제를 따라 바다로 돌출된 부분에 휴식 공간, 작은 정자가 있었다.

횡단보도도 없는 2차선 도로를 건너는 것은 조금 겁이 났지만, 마침 분리대가 끊어진 지점을 발견해 둘이서 뛰어 건넜다.

조금 들떠 보이는, 그녀의 웃는 얼굴이 눈부시다.


"딱 좋은 느낌이지 않나요?"


가드레일을 넘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노아.

애초에 도로 폭만큼 넓게 잡힌 인도가 그곳은 무도장처럼 더욱 넓어져 있고, 그 공간에 갈색 철제 지붕과 같은 색 벤치 두 개가 바다를 향해 놓여 있다.

길의 커브와 어우러져 앉으면 시야 180도가 전부 바다가 되는 제법 멋진 구조다.


『정말 멋있네. 갈 때 밖을 보고 있었지만 전혀 몰랐어.』

"그럴 것 같았어요. 이곳을 지날 때 선생님은 저... 갠트리 크레인 쪽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요."


노아가 건너편을 가르킨다.

광활한 운하의 수면 너머, 빛이 살짝 비칠 정도로 먼 거리에 주홍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중장비들이 줄지어 있다.


『아, 갠트리 크레인이라고 하는구나.』

"선적용기를 싣고 내리는, 하역하는 설비의 일종이죠. 선생님은 저런 메카 정말 좋아하죠?"

『어린애 같아서 미안.』

"아뇨 아뇨. 저도 저게 삐걱삐걱 움직이는 것을 보는 걸 좋아해요. 뭔가 귀엽잖아요."


그런 잡담을 하면서 벤치를 가볍게 손수건으로 털어내고 정성스럽게 두 장을 까는 그녀.


"앉으세요, 선생님."

『아, 미안... 뭔가 다른데, 신경쓰게 해 버렸네...』

"신경쓰지 마세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챙겨두길 잘했네요."


세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조금 떨어져 둘이 앉는다.

시야 너머로, 갠트리 크레인과... 잘 모르겠는 이상한 형태의 배가 몇 척 떠 있는 것이 보인다.


『... 노아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네.』

"그런가요?"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린다.

계란샌드위치와 햄샌드위치에 음료수도 2개 꺼내 비닐봉지를 시트 대신 깔고 사이에 놓는다.


『아까도 항만 관계자들과 대등하게 얘기할 수 있었잖아. 용어들이 난무하는데 전혀 모르겠더라...』

"그렇네요... 밀레니엄의 업무에는 무역 관련된 것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식이 쌓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게 그렇게 쉽게 나온다니 대단해. 나였으면 절대 무리였어.』

"후후,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수건을 옆으로 치우고 샌드위치 포장을 벗긴다.

세 조각이 들어있으니 내가 조금 더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고른 두 가지.


『뭐부터 먹을래?』

"그러네요, 햄샌드위치부터 먹을게요."


그녀가 먹기 쉽도록 양손으로 한 포장지의 자투리 부분을 벌리듯 잡고 내민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아, 온화한 봄볕과 어우러져 기분이 매우 좋다.


『자, 여기』

"......"


내민 하얀 삼각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노아.


『... 노아?』

"... 선생님. 저 중요한 것을 깨달았어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한다.


『어, 그럴리가, 뭔가 잘못됐어?』

"... 저 아직 생일선물을 받지 못했습니다."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 아, 생일선물은 저녁에...』

"오전에 도와드린 답례도 아직 못 받았어요. 어떻게 할까요..."

『... 노아?』


무슨 일인가, 하고 보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그 투명한 눈동자의 반짝임에 시선을 빼앗긴다.

다음 순간, 장난을 들킨 아이처럼 히죽 웃으며 노아는.


"선생님? 선물 대신 먹여주실 수 있나요?"


조금 뻔뻔한 부탁을 해오는 것이었다.


『먹여달라니... 샌드위치인데 괜찮아?』

"네, 괜찮아요. 딱히 선생님 손이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맞긴 한데...』

"아아~ 선생님의 생일선물,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그녀는 무미건조하고 쿨해 보이지만, 의외로 이런 장난기도 있다.

일적인 관계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런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알겠다고. 자, 아앙~』


가급적 먹기 편하도록 조심하면서 오른손으로 직각 부분을 잡고 예각 부분을 천천히 내민다.


"네, 아앙♡"


놀리듯 흉내내면서 입을 벌리고, 베어먹는 노아.

우물우물거리며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노아의 매력적인 모습은 눈에 나쁘다.


『자, 마저.』


계속해서 반대쪽 모서리를 내미는 나.


"(냠냠...) 진짜 (우물우물) 저는 (우물) 그렇게 빨리 먹을 수 없다고요?"

『아니... 빨리 먹어줘야 나도 먹지...』

"흐음... (우물우물) 이러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며 내 왼손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더 꺼내 내미는 노아.


『에...』

"(꿀꺽...) 네, 아앙♡"


이걸 노렸구나 노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생일이니까 응해주는 나.

부드러운 빵과 조금 매콤한 마요네즈, 오이와 햄.

씹을 때마다 퍼지는 향과 약간의 부끄러움.


"앗, 선생님 안 돼요. 한 입 더 주세요."

『노아쨩, 충분하지 않아?』

"...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생일인데요?"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짓는 그녀를 이길 수 없구나, 생각하며 오른손을 내민다.


"아앙♡ 후후훗, 마히써요(맛있어요)."


그 후에도 남은 한 조각을 뺏기고 먹여지거나, 계란샌드위치는 그녀가 주도권을 쥐거나, 시종일관 농락당하기만 했다.


"아, 선생님, 왜 그러세요. 제 손가락에 소스가 묻었는데. 핥아 주실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칫... 농담이에요."


손가락에 묻은 달걀샌드위치의 소스를 핥으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같은 나이대였다면 분명 반해버렸을 것이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바다로 시선을 옮겼다.


『... 만족했어?』

"으음, 어떨까요? 오늘 오전의 보상 정도는 됐으려나?"

『노아쨩...』

"후후훗..."


파티에 대비해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샌드위치 4조각은 조금 많았던 것 같다. 음식 외적인 요소에서도 포만감을 느끼면서 잠시 탈진.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바다는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난다.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뺨에 느껴진다. 상쾌하지는 않지만, 바닷내음과 은은한 기름, 배기가스같은 냄새가 멀리 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저는, 바다를 좋아해요."


갑자기 노아가 말문을 연다.


『... 이유는?』

"... 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항상 거기에 있고, 항상 같은 모습이고, 그러면서도 변화무쌍하고, 제가 신경쓰던 안쓰던, 항상 그 자리에서 조용히..."


은은하게 그녀의 머리 향기가 난다.

풍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잔잔하지만 바쁘고 시끄럽다.


"저는 여러가지를 신경쓰게 되니까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잊어버려도 돼,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네요."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아.』

"그래요? ... 왠지 기쁘네요."


문득 그녀를 바라본다.

흰머리가 바다에서 오는 바람에 요동치며 춤을 추듯 하늘하늘 나부끼며 반짝인다.

어딘가 모르게 덧없어 보이는 울적한 옆모습과 먼 곳을 보는 공허한 시선은 잔잔한 수면같기도 하다.

어느새 내가 바라보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선생님. 오늘은... 감사합니다♡"


그녀의 매력적인 도발에 굴하지 않고 평정심을 가장하며 대답한다.


"생일 축하해... 노아."


그런 느낌으로, 어쩐지 좋은 분위기.

내가 시선을 피하는 것도 왠지 지는 것 같아서 서로를 쳐다보지만, 언제 그만둘 지 모르겠다.

자신의 경험 부족이 미워진다.


"......"

『......』


스윽, 노아가 고개를 돌린다.

살짝 들여다보이는 그 뺨은 손에 든 아이스티처럼 조금 붉게 물든 듯 했다.


"... 5분 남았네요."

『...?』


그녀가 벌떡 일어선다.


"여기 바로 뒤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이제 갈까요?"

『좀 더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아?』

"아뇨... 죄송합니다. 그 버스가 마지막이라 놓치면 곤란해요."

『어?』

"가시죠, 선생님."


재촉하듯 일어선다. 노아는 재빨리 자리를 정리하고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괜찮아요. 버스 정류장은 바로 옆이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쪽, 반대방향 아니야?』

"그건 타고나서 설명해 드릴게요?"

『에에...』

"앗... 파티는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네요. 유우카에게 연락을..."


그 후 바로 찾아온 버스에 시키는 대로 올라탄다.

노아가 말하기를, 이 버스는 순환 노선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빙 돌고 돌아와서 괜찮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반대편 차선에서 기다리면 되는거 아니야?』

"...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요."


우시오 노아답지 않은 애매한 정보에 깜짝 놀랐다.


『... 흐음?』

"... 바다가 예쁘네요."


창밖을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지 않는 노아.

그런 노아를 곁눈질하며 그녀와 무슨 말을 할 지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며 생각한다.


아마도, '순환'은...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보이는 시간표에서 눈치채긴 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는 상냥함을 발휘하기로 했다.


역시 이 아이는, 이런 점이 귀엽다.


지금은 잠시 그녀와의 단 둘만의 시간을 즐기자.

나중에 줄 생각인 선물을 연 그녀의 미소를 상상하면서.

늦은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는 유우카와, 들뜬 채 얼버무리는 노아의 주고받기를 멍하니 상상하면서.



────────────────────



번역모음: https://gall.dcinside.com/projectmx/4910864

태그있는 번역모음: https://gall.dcinside.com/projectmx/5247587

출처: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68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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