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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snatchers에 대한 해석 (어려움)

반수한다(1.237) 2023.06.11 21:41:12
조회 329 추천 11 댓글 2
														

 직역하면 시체파먹는자들정도로 이해될 수 있을 이 곡은 라디오헤드 7In Rainbows에 수록되어 있다. 매우 공격적인 베이스리프와 몽환적인 기타리프, 그리고 톰 요크 특유의 광기어린 기교가 어우러지는 이 음악은 그 소리의 흥겨움 속에 매우 날카로운 메시지를 숨겨놓았다. 요컨대 이 곡은 그가 맞이한 21세기 세계사회에 대한 비판적이고 분열증적인 시대진단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가 세기말 Ok Computer에서부터 비판해왔던, 신자유주의적 기술문명이 야기하는 인간 삶의 비인간화가 21세기를 완전히 시체파먹는자들의 시대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I have no idea what I am talking about. / I’m trapped in this body and can’t get out.” 프레드릭 제임슨이 말했던 것처럼, 후기자본주의문화논리-포스트모더니즘이 인식적 지도 그리기의 필요성이 솟아오르도록 하는 의미와 위치감각의 상실, 그리고 근대적 주체의 죽음 등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면, 그러한 맥락속에서 이 가사는 언어의 의미상실과 그러한 사회체를 재생산하는 몸 안에 갇힌 근대적 코기토의 비명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곡은 스스로를 모더니스트라고 생각하는 화자의 관점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비명을 지르는 코기토는 21세기의 인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You killed sound. / Removed backbone. / A pale imitation. / With the edges sawn off.” 즉 화자는 21세기의 인간들이 대중 예술로서의 음악을 죽이고(You killed sound.), 그 속에서 중추를 제거해버려 질서를 해체하며(Removed backbone.), 오로지 어떠한 본질적 의미도 없는 시뮬라크르들의 생산만을 공업적으로 반복하면서(A pale imitation.), 모든 개별적 고유성들을 제거해 세계를 무색무취의 동일성으로 덮어버리려 한다고(With the edges sawn off.) 말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근대적 코기토로서의 화자는 더 이상 타자의 발화 속에서 어떠한 의미도 찾지 못하게 되고, 오로지 라캉의 말처럼,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대상만 발견한 채(I have no idea what you are talking about. / Your mouth moves only with someone’s hand up your ass.), 광기어린 음성만을 내뱉는 정신분열자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공격적인 사운드와 어조로 21세기 사회를 비판하던 화자는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와 함께 전환된 우울한 분위기로 타자에게 다시 말을 걸어본다. 정말로 이 시대가 그렇게 회복불능의 상태로 접어든 것이냐며, 정말로 희망의 빛이 자신에게만 아니라 그들에게서조차 떠나가버린 것이냐며(Has the light gone out for you? / Because the light’s gone out for me.). 그런 다음, 침울하게 그가 오래전부터 염려해왔던 시대의 비참이 완전히 실현되었음을 인정하고야 마는 것이다(It is the 21st century.). 이후 알아들을 수 없는 분열증적 중얼거림을 반복하고 나서, 화자는 이 시대에서는 자신이 거짓이 되었다면서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절망에 빠진다 (I’m a lie.).

노래는 다소 정신을 차린 화자가 사실은 자신이 그 시대의 비참이 오는 것을 전부 보고서도 막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끝난다 (I’ve seen it coming.). 화자가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이냐 물으며 곡이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I do not understand. / What it l’ve done wrong.), 결국 이 곡은 그에 대한 매우 비참한 대답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 결국 화자는 시대가 이리도 돌이킬 수 없이 비참해진 까닭을 자신에게 두는 것이다. 자신이 시대의 비판적 실천가가 아니라, 방관자로 일관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시대의 비참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았음에도, 자신은 행동하지 않았거나 그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실제로 라디오헤드는 Ok Computer 시절부터 매우 시대비판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들을 만들어 왔다. 그렇다면 이 곡은 그들 스스로가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음악적, 사회적 노력들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를 반추하면서, 완전히 후기자본주의 논리에 잠식된 21세기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예술가의 사회적 기능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에 대해서도 비관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Bodysnatchers는 단지 오늘날의 시대를 시체파먹는자들의 것이라 비난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예술이 더 이상 세계를 계몽하는 추체험으로 작동하지 않는 후기자본주의적 상황에 직면하면서, 스스로가 지난 십년간 해온 노력들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까지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과제에 사회학적인 시선을 담은 예술작품 분석하래서 해봄. 평소에도 이 곡은 분석하고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잘 뽑혀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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