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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일본계 영국인 노벨상 작가가 쓴 "나를 보내지 마" 후기.txt

ㅇㅇ(211.246) 2024.05.17 16:59:09
조회 1041 추천 13 댓글 1
														

나를 보내지 마,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등장인물들이 작가에게 하는 말일테다.


캐시와 루스 토미는 모두 복제인간이다. 

만들어진 인물,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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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헤일셤 출신이다. 

헤일셤은 특별하다, 장기 생산 기계처럼 다뤄지는 다른 복제인간들에 비해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나름 교양을 갖춘 교육을 받고 예술성을 함양할 기회를 받는다.


저급하고 평면적인 작품에서 풍부하고 수준높은 작품으로의 이행

그것이 모든 작가와 예술가의 목표일테다.


그거면 족한걸까?

그래도 바뀌는 것은 없다. 그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다. 

깊은 내면을 가지고 서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하고, 그럴듯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지만 끝은 다른 복제인간들과 같다.


그들은 작품을 위해 태어났다.

작품의 마지막 마침표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을 뜻한다.


어릴적 헤일셤 시절, 그러니까 미성숙하고 수준낮은 예술가.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만든 예술작품을 골라 가져가 화랑에 건다


대가는 걸작을 위해 등장인물들의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낸다.

장기는 근원자들, 등장인물의 모티브가 된 현실의 인물, 그러니까 독자들의 양분이 되어준다.

뇌 속 가장 내밀한 곳까지 해부당해 쓸모가 다한 등장인물은 퇴장한다.

그 죽음의 과정, 그들이 겪는 고통까지 모조리 예술을 위해 착취당한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유일한 인물은 간병사 캐시, 똑같은 운명. 

작품 내에서 상대방을 돌봐줄 수 있는건 오직 같은 복제인간. 

작가도, 평론가도, 독자도 침범할 수 없는 캐시와 토미의 상호작용.

인과를 넘어선 상호작용.


사랑을 증명하면 보내준다는 3년간의 휴가,

사랑은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감정. 

그들이 그토록 인간답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다름아닌 그들 자신이 만든 작품들.  

작가의 펜 끝에서 도망치고 싶은 둘만의 휴가

신, 작가, 우주의 섭리, 인과법칙..무어라고 불러도 상관없음.

그것들에게서 탈출하려는 그들의 동아줄은 예술. 


그러나 표현되는 순간, 타인의 눈을 통해 보는 순간 너무나 보잘것 없어지는 예술

캐시의 노래를 듣고 지루한 기계적 평론을 하던 마담

토미의 그림을 비웃던 루스와 방조한 캐시

이정도면 잘 썼다고, 자기합리화 하던 에밀리 선생님.


예술품에 상응하는 것은 당연히 타인.

타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불가능 하다는 것, 

그것은 우리를 좌절하게 하기도 혹은 또다른 희망을 주기도.


이 모든것은 간병사를 마무리하는 캐시의 회고,

기증과 죽음을 목전에 둔 그녀의 1인칭 시점

그녀의 기억, 시간이 부식시키고 왜곡시킨 기억, 시간이 준 거리.

예의를 갖춰 전지적 힘을 내려놓고, 그녀의 기억을 받아쓰는 작가

그 모든 우정과, 싸움과, 재회, 화해와 죽음 이후에 해보는 타인에 대한 이해.


마지막 인물, 화자 캐시의 죽음으로 마침표를 찍을 작가의 펜 끝.

그러나 캐시의 회고가 끝나고 차를 타고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나는 소설


힌트는 토미가 캐시에게 간병사 교체를 부탁하며 했던 말

자신의 마지막, 아프고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뜻.

인간의 존엄.


정해진 운명을 향해 영원히 멀어져갈 캐시의 뒷모습.

유한한 삶의 한 순간에서 영원을 포착해내려 애쓰는게 바로 예술. 

지울수 없는 마침표, 그 옆에 찍은 점 두개가 바로 작가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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