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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문학] [트갤 백일장] 크레페의 첫 손님맞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2 19:22:23
조회 559 추천 29 댓글 10
														

이곳은 엘리아스의 어느 대저택


원래는 이층집이었으나 간악한 부동산 업자에 유혹에 넘어가 재산을 탕진하여 대저택으로 바꾼 어느 인간... 교주의 집이었다.


허나 교주는 후회하지 않는다. 매우 큰 대저택인 만큼 생활하는 데 있어 만족감도 높고 그 무엇보다 청소를 대신해줄 귀여운 메이드가 같이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님 어서 오세요!"



이 깜찍한 생명체는 엘리아스에서 매우 작은 축에 속하는 용족 키디언보다도 한 볼뼘쯤 작은 크기의 키를 가졌음에도 몇십 배는 더 큰 이 대저택을 매일매일 깔끔하게 청소해 놓는다.



"응 크레페 오늘도 청소 열심히 했니?"


"물론이에요 주인님!! 바닥도 천장도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해졌어요!!"



그녀의 말대로 이 대저택은 정말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해서 광이 날 지경이었다.

오늘도 수고했다는 뜻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달콤한 간식을 건네주었다.



"헤헤.. 저 열심히 한 거죠..?"


"물론이야 늘 언제나 고마워"



크레페에게 있어 이 간식은 특별한 것이었다.


간식이야 교주가 사다 놓은 여러 가지 간식거리가 있어 먹고 싶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었지만, 이 간식은 청소를 열심히 했다는 증표로 선물 받은 간식이었기에 크레페는 아주 소중한 날이 아니면 이 간식들을 모아서 보관해두고는 했다.



"맞다 내일은 에르핀이 집들이를 오기로 했어. 그러니 특별히 잘 부탁할게"


"에르...핀님..? 요정여왕 에르핀님 이군요!!"



이따금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에르핀이었기에 그녀도 어느 정도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



"여.. 여왕님이라면 귀중한 손님이 아닌가요..?? 기.. 긴장돼요 주인님..."


"뭐... 여왕이 맞기는 하지만.. 친구처럼 대해도 괜찮을 거야 그래도 너무 불편하다면 다음에 같이.."


"아 아니에요!! 저는 주인님의 메이드!! 청소뿐만 아니라 손님을 대접하는 일도 완벽하게 할 수 있어요!!"



청소봉을 높이 치켜들고는 맡기라는 듯이 가슴을 두들기는 그 행위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마구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사건이 시작되었다.







똑똑







분명 저녁 전까지는 손님이 올 예정이 없을 거로 예상한 크레페는 예상치 못한 손님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대저택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아앗..!! 요정여왕 에르핀님?? 분명 저녁에 주인님과 같이 오신다고 하셨는데..."



노란 왕관에 긴 생머리 세련되어 보이는 복장과 망토 여왕이라는 이름이 걸맞은 거대한 볼따구 어딜 봐도 높은 직위에 어울리는 차림새였다.



"응 맞아 그런데 기다리다 배고파져서 먼저 와있으려고 헤헤..."



배고파하는 에르핀은 어쩐지 여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듯한 자세나 특유의 멍청한 표정에 조금 당황한 크레페였지만 귀한 손님이었기에 그러한 편견을 던져두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대저택의 접대용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안내를 시작했다.



"저기.. 여왕님..?"


"뭔데?"



아주 당당하게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에르핀은 바로 이전까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반짝반짝 광을 내놓은 바닥에 동글동글 귀여워 보이는 신발 자국을 남기었다.



"제.. 제가 열심히 청소했으니 신발은 벗고 들어오셔도 괜찮아요..!"


"아... 알고 있어!!"



허겁지겁 신발을 벗어서 던져놓은 에르핀은 어째서인지 양말까지 다 벗어 던져 바닥을 어지럽혀 놓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 크레페는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다시 방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방에 도착한 크레페는 재빨리 준비해 두었던 다과와 차를 준비해 대접하였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돼요! 제가 주인님에게 따로 연락도 드릴 테니 여기..."



아주 잠깐.. 고개를 돌린 틈이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수북했던 다과를 담은 용기는 비어있는 봉투로만 가득해 있었다.



"과자.. 더 없어..?"



크레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3배 정도는 더 많은 다과를 준비해 왔지만 에르핀은 그에 질세라 3배 더 빠른 속도로 과자를 먹어치워 비워버리기 시작했다.



"짭짤한 것만 먹었더니 달한 것도 먹고 싶어졌어. 케이크 같은 건 없어?"


"네...? 저기.. 그게..."


"나는 손님이란 말이야!! 손님은 왕...아니 여왕이니 더 특별히 대접해줘야 한다고!! 달콤한 거 더 먹고 싶어!!"



적반하장으로 행패를 부리는 에르핀을 교주가 보았다면 꿀밤이라도 때려 주었겠지만, 크레페는 그저 귀중한 손님으로 주인님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손님을 만족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손님용 다과는 비어버린 지 오래고.. 주인님이 자유롭게 먹으라고 남겨둔 간식마저도 벌써 다 떨어졌다..


남은 건 결국... 크레페가 소중히 간직한 주인님에게 받은 간식뿐...


크레페는 결심한 듯 자신의 소중한 간식 상자를 열어 그중 달콤한 것을 몇 개 집어서 에르핀에게 대접했다.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지만 이것도 모두 주인님을 위한 거라며 스스로 다그쳤지만 그런 결심이 무색할 정도로 에르핀은 빠르게 먹어치워 버리고는 만족하지 못한 듯 뻔뻔스럽게 말했다.



"헤헤... 이건 왜인지 모르게 더 맛있었던 거 같아 좀 더 먹고 싶은걸..!"



그 번쩍임에 순간 크레페는 자신의 간식 상자가 위험해 질 거 같다는 직감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에르핀은 갑자기 방을 나와 이곳저곳 냄새를 맡아대며 대저택의 온 방을 헤집기 시작했다.


크레페는 자신의 간식이 걱정되는 마음으로 에르핀을 말리려 해 보았지만, 크레페의 작은 덩치로는 2배 정도는 더 크고 배고픈 에르핀을 말릴 수 없었다.


이곳 저곳을 들쑤시며 어지럽히던 에르핀은 기어코.. 크레페의 방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킁킁... 여기야.. 여기서 달콤한 냄새가 나"


"여.. 여왕님..! 여기는 간식이 없어요..! 제가.. 주인님에게 간식 많이 사오라고 할 테니 제발 돌아가요!!"



또륵또륵 눈망울을 흘리며 에르핀을 붙잡고 돌아가려 했지만 질질 끌려오듯 자신의 방까지 도달한 크레페는 자신이 소중하게 모아둔 간식 상자 앞까지 도달한 에르핀을 보며 기겁을 했다.



"쿠헤헤...! 여기구나!!!"



조그마한 상자 안에는 그동안 크레페가 모아온 특별한 간식들이 그녀의 성격을 잘 반영한 듯 예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러나 에르핀의 무자비한 손길에 그 소중하게 간직해온 간식들은 하나둘씩 어지럽혀지며 비워져 갈 뿐이었다...



"으앙!!!!! 그만 먹어요!!! 그건 주인님이 주신 소중한 간식이란 말이에요!!!"



귀중한 손님으로서의 접대에 대한 기본도 잊어버릴 정도로 흥분한 크레페는 들고 있던 청소 봉과 조막만 한 손으로 에르핀의 등을 두들기며 말렸지만 배고픈 에르핀에겐 오히려 소화력을 높여주는 촉진제 역할만을 할 뿐이었다.



"후... 잘 먹었다..!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은 거 같아 앞으로도 자주 교주의 집에 들러야겠어 푸헤헤!!"



크레페의 가득 차있던 간식 상자에는 흐트러진 과자 봉지와 부스러기.. 그리고 밤양갱 정도뿐이었다.



"으앙!!! 여왕님 미워!!! 이건 주인님이 주신 소중한 간식이었단 말이에요!!!"



교주가 줬다는 선물과 자신보다 조그마한 생명체의 눈물 때문이었을까.. 에르핀도 양심이 조금 찔리는 듯 허 재채기를 몇 번 한 뒤 이 상황을 모면할 만한 궁리를 생각해냈다.



"그... 그래..! 크레페 너는 이 요정여왕 에르핀에게 극진한 대접을 해 줬다고 교주에게 잘 말해두도록 할게..! 그러면 아마 잘했다고 간식을 지금보다 왕창 줄지도 몰라..!"



에르핀 답지 않은 기막힌 발상이 크레페에 먹힌 걸까 크레페는 조용히 울먹울먹 하며 정말이죠..? 정말로 주인님에게 잘 말씀해주실 거죠..? 라고 물으며 정말이야!! 진짜로 아주 극진히 대접받았다고 얘기해줄 거라고 하자 그제야 기운을 차린 크레페를 보고 에르핀도 한숨 돌이키기 시작했다.



"간식이 전부 비워져 버린 건 슬프지만... 저는 주인님의 메이드니까요!! 에르핀 여왕님을 마지막까지 극진히 대접할게요!!""좋아 좋아!! 아주 좋은 자세야 크레페!! 그럼.. 간식도 다 먹어서 그런가.. 조금 졸린 거 같으니까 여기서 자도록 할께"



염치없는 에르핀은 그대로 일반 요정이 쓰기엔 조금 작은 치수의 침대에 몸을 던져 드러눕기 시작했다.

크레페의 작은 침대는 삐걱 대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어딘가 부서진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크레페는 주인님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여운에 잠겨 듣지 못했다



"그럼 저는 청소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도록 할게요 여왕님!"


"그래그래.. 교주 오면 깨워줘... 하암.."




그대로 잠들어버린 에르핀을 뒤로하고 크레페는 그동안 뒤돌아온 자리를 살펴보았다.


바닥은 과자부스러기나 비어있던 봉투들로 어지럽혀져 있으며 에르핀이 마구잡이로 들이닥친 방들에도 그 더러운 흔적들이 잔뜩 남아 있었다.


하지만 크레페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특기로 모든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돈하여 금세 다시 깨끗한 대저택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단 3시간 만에...!


청소를 마치고 귀중한 손님께서 불편한 게 없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보니 에르핀은 그 자리에 없었다. 남은건 비어버린 간식 상자와 다리가 하나 부서진 듯한 침대.. 잼이나 소스로 얼룩진 이불과 밤양갱...


크레페는 청소도 중요했지만 귀중한 손님의 걱정이 되어 이곳저곳을 살피며 에르핀을 불러보았지만 가는 곳마다 어지럽혀진 가구들과 얼룩 그리고 과자부스러기만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술래잡기하듯 어지럽혀진 방을 청소하며 에르핀을 찾아다니던 크레페는 이 끝없는 청소가 도대체 언제 끝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조금씩.. 마음 한구석에 어두운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부엌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먹고 있는 에르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여왕님..?"



무언가를 뒤적이던 에르핀이 뜨끔 하는 효과음이라도 날 것처럼 흠칫 떨고 난 뒤 냉장고를 닫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헤헤헤.. 하면서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다.



"그.. 그게.. 낮잠을 많이 자서 그런가.. 별로 잠이 안 와서 교주의 집이 넓어서 이곳저곳 뛰어놀다 보니 목이 마르네 헤헤..."


"조금만 기다리세요 여왕님 마실 걸 가져다 드릴게요!"



메이드로써의 정신이 투철한 크레페는 당황하지 않고 냉장고를 열어 물을 찾기 시작했다.

열심히 정리정돈 해둔 냉장고는 어째서인지 마구 어지럽혀져 있으며 그럼에도 나름의 규칙성을 찾아 어떻게든 불을 꺼낸 크레페는 고급스러운 손님용 컵에 물을 따라 에르핀에게 전해주었다.



"음.. 새콤달콤한 오렌지 주스가 당겼지만... 뭐 일단 목이 마르니 물이라도 마셔야겠다"


"주스는 아까 여왕님께서 전부다.."


"뭐..뭣.!!! 크레페 너는 지금 귀중한 손님에게 드릴 음료수가 아까웠다는 거야..!!?"



에르핀에 기세에 눌린 크레페는 연신 사과를 해대며 에르핀에게 고개까지 숙이자 에르핀도 미안했는지 사과까지 할 필요는.. 이라며 크레페를 용서해 주었다.



"푸하..! 교주네 집은 물도 맛있내.. 그런데.. 조금 낮잠을 자서 그런가 다시 배가 고픈 거 같은데.."


"밤양갱이라면 여기.."


"히야아악!!! 양갱은 싫어!!"



마구 울부짖으며 난동 피우는 에르핀을 진정 시기 위한 간식이 더 없었기에 크레페는 그저 자신의 책무인 청소를 묵묵히 행할 수밖에 없었다.


어지럽혀진 부엌을 정리하고 얼룩을 지우고 과자 부스러기를 치우고 냉장고를 정리한다.


오늘은 도대체 몇 번이나 이 행위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마음이 망가질 것 같았지만, 집에 도착한 주인님이 실망하는 것만큼은 죽어도 싫었기에 그저 주인님이 오기 전에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이 그녀를 지탱해 주었다.



"크레페 어차피 더러워질 거 왜 자꾸 청소를 하는 거야?"



그 틈에 또 숨겨둔 과자라도 있던 걸까.. 또다시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며 오물오물 먹어대는 에르핀은 염치없게도 당연한 것을 물어보았다



"네..? 청소된 방이 보기도 좋고.. 위생도 좋고.. 주인님께서도 좋아하시니까..."


"푸하하!! 너 바보구나!! 쓰레기를 치우는 것 보다 쓰레기를 만드는걸 치우는 게 더 빠르고 좋은 해결방법이자나!!"



자신이 말해놓고도 꽤 좋은 말이었다는걸 되새기는 에르핀은 쓰레기를 만드는 건 포장된 과자이며 그걸 먹어서 없앤다!! 와 같은 단순한 발상이었지만 몸도 마음도 지친 크레페에게는 다른 뜻으로.. 아니 오히려 일반인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할 뜻으로 이해했다.


쓰레기를 만드는 건 누구인가..? 방을 어지럽히고 여기저기 묻은 소스를 아무 곳에나 묻히고 다니는 존재가 누구인가..? 계속해서 마음속에 던지는 의문이 점점 도화선이 되고 그 심지가 불타 마음속 얼룩진 곳까지 다다르니 그제야 크레페는 자신이 하고 있던 청소가 저 쓰레기를 치우기 전까지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어디 가는 거야..?"



크레페의 얼굴을 보고는 조금 겁을 먹은 에르핀이 물어보았으나 크레페는 그저 묵묵히 부엌을 떠나 청소도구가 있는 창고로 향했다.


잘 정돈해놓은 여러 쓰레기봉투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반 쓰레기봉투를 제일 큰 크기로 가져와 부엌으로 돌아왔다.



"크...크레페...? 누.. 눈빛이 조금 무섭내.. 그 커다란 쓰레기봉투는 뭐야...?"


"에르핀 여왕님은 정말 똑똑하세요..."



크레페는 큰 쓰레기봉투를 최대한으로 벌려놓고 공허한 눈동자로 에르핀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모르는 것을 쉽게 알려주시니까요"



에르핀은 먹던 과자도 떨구면서 그 공허한 눈동자에 잔뜩 겁에 질려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도망칠 준비를 했다.



"크... 크레페..?? 진정... 진정하고.. 어..라..? 문... 문이 왜 안 열리지..?"



에르핀의 무자비한 괴력에도 어째서인지 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에르핀은 문을 마구 두들기며 열어달라고 소리쳤지만, 방음이 잘되는 대저택에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뚜방뚜방.. 분명 귀여운 발소리였지만 그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네루가 손도끼를 들고 자신을 찾는 고함소리 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청소할 시간이에요!"

"크.. 크레페...!? 미.. 미안.. 아니 죄송... 호에에에에에에에엑!!!!!!!!"



어딘가 귀여운 비명과 함께 크레페의 길고 길었던 청소는 끝이 났다.




...




조금 늦은 오후 분명 집들이를 하고 싶다던 에르핀에게 저녁에 같이 집에 가자고 약속했던 거 같은데 그녀가 있을만한 곳을 전부 뒤져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네르도 모르겠다고 하고.. 오늘은 에슈르 빵집에도 안 들렸다고 하고... 어디로 간 거지?"



또 가출이라도 한 걸까 싶어 내일이면 어디선가 나타나겠지 라는 생각에 별 걱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기다렸... 아니 항상 대기하고 있었어요!!"


"어 크레페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은 뭔가.. 집이 더 반짝반짝 한 거 같내..?"


"헤헤... 오늘은 아주 큰 쓰레기를 치웠거든요!!"



큰 쓰레기라.. 집에 그렇게 버릴 게 많이 있었나..? 싶은 교주는 별 생각 없이 귀여운 메이드에게 쓰담쓰담과 함께 간식을 챙겨 주었다.


오늘따라 특히 더 신 나는 크레페를 보며 흐뭇해하는 나는 혹시나 에르핀이 먼저 집에 왔던 게 아닐까 싶어 크레페에게 에르핀이 왔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오시긴 하셨는데 금방 가셨어요!"


"호.. 혹시 별일 없었니...??"


"음... 손님용 다과랑 간식.. 음료.. 그리고 주인님이 주신 간식들도 다 먹어버리시긴 했지만 큰일은 없었어요!"



텅텅 비어버린 냉장고와 다과들을 보며 나중에 보면 꿀밤이라도 때려줘야겠다 생각한 교주는 별 탈 없이 손님을 맞이한 크레페를 마구마구 쓰다듬어주며 칭찬해 주었다




"잘했어. 크레페 오늘은 냉장고도 비었고.. 어쩔 수 없네 연회장으로 가자 오늘은 고생한 크레페를 위해서라도 내가 요리를 준비할게"


"저.. 정말요..?? 좋아요 주인님!!"



그렇게나 좋은가 싱글벙글 웃는 크레페를 보니 오늘은 솜씨를 제대로 발휘해야겠다 생각한 나는 잠시 밖에 내놓을 쓰레기를 들고온다 하는 크레페를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크레페? 큰 건 나한테 줘 내가 같이 들어줄....어..?"




양손 가득 쓰레기봉투를 들고온 크레페의 한 손에는.. 일반 쓰레기봉투에 묶여 기절해있는 에르핀이 있었다.




"헤헤 주인님 오늘은 아주 큰 쓰레기를 처리했어요~"




교주는 도저히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그 공허한 크레페의 눈동자가 자신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주 잘... 설명해 주었기에...




...




그 날 이후 교주는 크레페에게 무례한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 그런 손님은 내쫓아도 된다고 설명해 주었으며 쓰레기봉투에서 깨어난 에르핀은 무려 일주일이나 연신 더러우면 죽어라.. 배고프면 죽어라.. 쓰레기는 죽어라.. 라고 알 수 없는 말들을 외칠 정도로 피폐해져 혼낼 마음도 사라졌기에 별다른 처벌은 주지 않았다.


네르는 교주의 집에 다녀온 뒤로 에르핀의 도덕점수가 20점이나 오른 것에 감격하며 앞으로 자주 교주의 집에 보내야겠다며 칭찬했다... 물론그럴 때 마다 에르핀은 비명과 함께 도망 다녔지만...


이후 조금의 시간이 지나 집들이 선물로 한 입도 베어먹지 않은 크레이프와 크레페를 향한 사과를 한 뒤에서야 에르핀은 가끔 교주의 집에 놀러 올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주인님! 페트병은 비닐과 병을 따로 분리하셔서 버려야 해요!"


"아아.. 그랬지 미안.. 크레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나 봐"



밀린 수양록을 채우기 위해 밤샘을 했던 탓에 분리수거를 소홀히 했던 나는 크레페에게 사과했다.



"헤헤.. 괜찮아요 주인님!! 제가 늘.. 지켜볼 테니까요"


그 말끝에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때 그 공허한 크레페의 눈동자가 비치는 것 같았다..

아주 큰... 나조차도 들어갈 거 같은 쓰레기봉투를 쥔 조막만 한 손과 함께...


나는... 그날 이후로 분리수거를 빼먹지 않고 열심히 했다.





------------------------------------





누가 크레페 대사 중에 에르핀 발언에 쓰레기를 만드는 녀석을 처리하는 게 더 빠르겠다고 조언 준 걸로 에르핀을 처리했다고 했던 게 기억나서 써봄



게시글 올리니까 띄어쓰기 망가져서 수작업으로 다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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