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 존2 부정론만 나오기에

그냥 개인적인 경험 하나 툭 던져봅니다

저는 운동 경력이 없고, 활동량 자체도 매우 적었습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취미가 컴퓨터라서 24시간 - 수면 시간 = 앉아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러니 어렸을 때부터 30초도 못 뛰었고 군대에서도 3K를 20분 넘겨서 들어왔습니다

고혈압도 있고 당뇨 전단계 판정도 받았습니다

많이 먹냐 하면 그것도 아닌게, 하루에 1200~1500kcal 내외로 먹었습니다

그런데 체중은 비만이고 온갖 대사증후군은 다 걸렸어요

전역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런데이 30분 달리기를 3번 정도 트라이 했었는데

거진 다 4주차에서 그만뒀어요. 숨이 따라가지지가 않는 것도 문제였고 잔부상도 겪었습니다

올해 8월에 4번째로 런데이를 시도했는데,

런데이 세션이 끝난 후 추가적인 훈련을 붙였습니다

사실 걷기만 해도 심박수가 130~140이 나와서 3주차까지는 걸었어요

4주차부터는 10분 뛰고, 5주차에는 15분 뛰고, 그랬습니다

심박 신경 쓰지 말고 이어서 달려보라고 하셔서 이때의 심박은 85% 전후였습니다

7주차가 되니까 런데이 세션 자체도 심박이 계속 올라가고 페이스는 떨어지고

런데이 끝나고 하는 추가적인 연속 달리기도 심박이 90%에 육박하는데 페이스는 지지부진했습니다

7주가 되도록 달렸는데 유의미한 개선이 없었어요

이때부터 현타가 와서 런데이 던지고 존2 + 존4로만 달렸습니다

중간에 오버 트레이닝도 겪고 스프린트 넣었다가 근육통으로 5일을 고생하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있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런데이+85%~90% 심박의 연속 달리기와 같이하던 7주차까지보다 존2+존4 섞은 7주가 굉장히 많은 개선이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운동을 통하여 or 어린 시절의 준수하거나 높은 활동량으로 유산소 기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빡런으로 기반 복구가 가능하지만

저처럼 베이스가 아예 없는 사람들은 저강도를 통하여 기반을 쌓아 올려서 그동안 의자 위에서 전혀 안 움직인 원죄를 청산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부상 위험도가 낮다거나 미토콘드리아 성능이 향상된다거나 뭐 그런 장점같은건 여기저기 많으니 생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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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의 존2 트레이닝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1. 최대심박수를 알 수 없다

저는 amazfit 계열 워치를 4년째 쓰고 있어서 거기서 기록된 최대 심박을 끌어다 썼습니다

나이 공식(220-나이)도 사실 매우 부정확한 걸로 알고 있고

런정자가 최대 심박을 알기 위해서는 언덕 스프린트 등 몇십분 동안 극한까지 갈궈야 하는데

문제는 런정자는 2분도 못 달려서 최대 심박을 측정하기가 어려워요

결국 나이 공식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안 그래도 환경에 따라 오락가락한 심박이 더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2. 초보자는 일단 움직이기만 하면 심박을 존2에 주차하기가 어렵다

저도 런데이 1~3주차에 걷기만 해도 심박이 140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존2를 하라는건지 개답답합니다

3. 걷는 것보다 느리게 달린다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럽다

천천히 달리기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사람 중 한명이신 양우휘 교수님의 경우 자신이 처방했을 때는 2~3km/h (20:00~30:00 페이스)까지 나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걷는 속도가 5~7km/h 인걸 감안하면 걷는 것의 절반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해요

그런데 런정자의 경우 '걷는 것보다 느리게 뛴다' 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이상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저도 천천히 뛰는 법을 몰라서 '아니 일단 뛰기만 하면 6:00 이 나오는데 어떻게 이것보다 더 느리게 뜀??' 하고 인지부조화가 왔었어요

제자리 뛰기를 가볍게 하면서 그대로 앞으로 느리게 이동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나서야 느리게 뛰는게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그나마도 심박이 계속 튀어서 존2 천장 치면 걷는 식으로 걷뛰로 진행했어요

파워워킹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쏜살같이 추월할 때나

걷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뛰는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 등, 느껴지는 현타가 처음엔 생각보다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4. 여러 심박존 혼재하여 정신없음

갤만 해도 여러가지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HRmax 기반 심박존 (50%~60%, 60%~,...)

카르보넨 HRR 기반 심박존 (여유심박수 50%~,...)

가민(잭 다니엘스) HRR 기반 심박존 (여유심박수 59%~,...)

잭 다니엘스 HRmax 기반 심박존 (65%~, ...)

일반적인 최대심박존으로 하면 존2에 파킹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카르보넨이나 가민 HRR 같이 여유심박수 기준으로 굉장히 높게 잡힌 심박 영역을 잡으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그런데 오히려, 초보자의 LT 페이스는 훈련자에 비해 VO2max 대비 낮으므로 오히려 낮게 세팅된 심박존을 골라야 합니다

%HRR의 59~74%가 내 존2군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HRR 75~84%를 존2로 오해하면 끔찍해집니다

그렇게 런정자들이 마라톤 페이스로 달리고는 뭐여 ㅅㅂ easy도 어렵네 하고 런접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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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가 존2 트레이닝을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1. 자신의 Zone 2 심박대를 계속 찾아내기

위에서 말했듯 심박 자체가 개인마다 편차가 매우 심한데 최대심박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고 심박존 정의 자체도 여러가지 혼재해 있어서

특정 심박존 모델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인화된 영역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alk test나 RPE를 이용하여 현재 달리고 있는 심박 영역대가 자신의 zone2가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맨 처음에 평심 155bpm을 zone 2 기준으로 삼았는데, 현재는 계속 내려서 139bpm(72%)을 기준으로 잡고 있어요

2. 느린 페이스에서 달리는 법을 알기

위에서도 말했듯 초보자에게는 느리게 뛰는 것이 어색하고, '달리기는 빠르다' 라는 개념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느리게 뛰라고 하면 케이던스를 낮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게 오버 스트라이드->무릎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느린 달리기일 수록 보폭을 줄이고 착지점을 몸통 아래에 두는 것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걷는 것보다 느린 페이스에서 달리는 방법이 몸에 익으면 쪽팔릴지언정 존2에 파킹 자체는 할 수 있게 됩니다

제자리뛰기만 해도 심박이 존2 뚫는 등 그마저도 안 되면 걷뛰 섞어서 하면 되구요

3. 빠른 달리기 섞기

저는 런데이 접고 존2 트레이닝 하면서 주 1회는 존4도 넣었어요

이유는 여러가지 였는데

- 고강도의 달리기(운동)에서 운동 관련 호르몬 분비가 늘어남

- 빠른 페이스에서 점검할 수 있는 러닝 이코노미들이 있음 (느린 페이스에서는 이코노미 개선을 위한 주법 적용이 갠적으로 어렵다고 느꼈고, 빠른 페이스에서 체감이 잘 됐음)

- VO2max는 지속적인 달리기보다 HIIT, SIT에서 더 높게 향상됨

- 느리게만 달리면 노잼임..

역치 페이스든 인터벌/레피티션 페이스든

일정 정도는 빡런을 가져가는게 좋지 않나 싶은게 제 생각입니다

4. 존2라고 해서 끝까지 쉬우면 안 됨

존2의 핵심은 결국 쉬운 강도로 '더 많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이어서

1) 한번에 뛸 수 있는 거리 자체도 빡런 대비 길어야 하고 / 2) 주간 마일리지 또한 빡런만 뛰는 것보단 길어야 한다

라고 느꼈습니다

동일 심박을 유지한 채로 계속 달리다보면 페이스가 뚝 떨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회복일 개념으로 넣는 거라면 적은 거리를 달려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존2로 달린다면 길게 달려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존2로 8K까지만 달리면 딱 8K 까지의 성능만 늘어나더라구요

그래서 매일 45분 존2 보다는 격일 90분 존2로 달리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자기한테 적응된 거리로만 달리면 성장이 지지부진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오버 트레이닝이나 부상 입을 정도의 러닝은 자제하면서요.. 저도 더 늘리려다가 오버 트레이닝으로 대가리 깨지고 거리 줄이는걸 벌써 두번 했어요

5. 특정 페이스로 미는 훈련도 필요함

심박 기준으로만 계속 달리니까 페이스 감각이 아예 없어지더라구요

또한 걷뛰만 계속하면 걷뛰 자체에 적응해서 지속적인 달리기로 잘 넘어가지지가 않았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HR주와 페이스주를 나눠서 HR주에 뛴 평페 기준으로 페이스주에는 이븐 페이스의 지속적인 달리기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난주차에 존2 걷뛰의 평페가 7:30 이면 이번주에는 무조건 같은 거리를 7:30 이븐 페이스로 밀었습니다, 심박은 크게 신경 안 쓰구요

3주동안인가 천천히 달려도 존2 천장 찍어서 계속 걷뛰를 했는데 페이스 주간 한번 하고 나서 지속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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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갤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존2가 무조건 초보자는 기피해야 하는 훈련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누구에게나 최대의 리턴을 보장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활동량이 매우 적어서 유산소 베이스가 아예 전무한 사람에게는

심박 상관 없는 연속 달리기를 해보고 그래도 개선이 없을 때 시도해볼 수 있는 대안 정도로는 충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