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 하나다 쥿키(花田十輝)

콘티, 연출 : 키타노하라 노리유키(北之原孝將)

작화감독 : 마루키 노부아키(丸木宣明)

저번 5화에서 이시다테 타이치가 연출가로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엔 그보다 더 원로인 인물이 연출가로 왔다.

키타노하라 노리유키는 1990년 경 쿄애니가 본격적으로 그로스 하청(의뢰받은 화수의 전체 실제작을 하청사가 다 맡아서 하는 것)에 뛰어들 시기에 입사하여 회사와 다사다난한 역사를 함께한 인물이다.

비록 몇 살 위인 키가미 요시지의 그림자에 줄곧 가려져 있었지만, 키타노하라가 그 못지 않게 하청시절 때부터 회사를 지탱해줬던 중요한 애니메이터였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이 하청시대를 견뎌낸 사람들이 거의 그대로 쿄애니의 임원 라인이 된다.)

그는 1991년 <변덕쟁이 오렌지로드> OVA 시리즈 때 처음 동화가로 배치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1994년 후지코 F. 후지오 원작의 <우메보시 덴카> 극장판 때 첫 원화를 그린 이래 <도라에몽 극장판 노비타의 창세일기>, <마크로스 7 극장판>, <사쿠라 대전 앵화현란>, <이누야샤> 등에서 꾸준히 원화를 그려왔다.

또한 그는 1996년작 <신 오렌지 로드> 극장판 때 작감 보좌를 거쳐서(작감은 키가미 요시지) <제너레이터 가울> 때 작감을 맡기도 했고 <게이트 키퍼즈>나 <소울 테이커>에선 메카작감을 하기도 했으며 <소환교사 리얼 바웃 하이 스쿨>이란 작품에서 첫 연출을 한 이후로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각화 연출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쿄애니가 원청사가 된 이후엔 <문토>에서 이펙트 작감을 맡은 바 있으며 쿄애니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들어간 <바쟈> 시리즈에선 프로듀서로 일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총감독만 안 했지 애니메이터로 업계에 들어와 할 수 있는 웬만한 일은 일찍이 다 해봤던 셈이다.

모종의 이유로 그는 총감독만은 안 하고 있는데 만약 뭔가 하나 총감독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그의 명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보다 1년 위인 이시하라 타츠야나 몇 년 후배였던 타케모토 야스히로 등등 하청시대를 거친 인사들이 다들 공유하고 있는 속성이지만, 키타노하라도 애니메이터로서 캐릭터 액팅에서 메카닉 액션에 이르기까지 딱히 가리는 작화가 없는 것과 같이, 연출가로서도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다.

<풀 메탈 패닉 후못후> 때처럼 개그 연출도 하고 <클라나드> 때처럼 감상적인 연출도 곧잘 하는 등 못 하는 게 없다.

다만 최근에 <메이드래곤> 2기에서 꽤 많은 화를 연출했기 때문에 코미디에 특화돼있다는 인식은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무색하게도 이번 6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서스펜스가 시종일관 유지되는 노련한 연출을 선보였다.

한편 작화감독은 3화 스태프 소개글 때 카도와키 미쿠를 설명하면서 같이 언급했던 마루키 노부아키가 맡았다.

카도와키가 캐릭터 디자이너를, 마루키가 총작화감독을 맡는 식으로 협업한 게 벌써 3번째라고 했을 때의 그 마루키다.

마루키는 오카무라 코헤이와 함께 쿄애니 작감 라인에서 몇 안 되는 남성 애니메이터로 꼽힌다.

<케이온> 1기 때 첫 원화를 그린 후 2011년작 <일상>에서 작감보좌를 거쳐 곧바로 동 작품에서 작감을 했으니 작감 승진은 커리어에 비해 대단히 빠르게 한 셈이다.

그만큼 사내에서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워낙에 카도와키와의 듀오가 두드러지다 보니까 작감만 하나보다 싶을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고 캐디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 나왔던 <우산 편>이라는 자사 광고용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한 번 했었던 적이 있고, 최근엔 쿄애니와 인연이 깊은 소설가 가토 쇼우지가 쿄애니 자체 레이블을 통해 <문 파이터즈>라는 작품을 발간하자 이 소설의 캐디를 맡는 면모를 보였다.

사실 원래는 안 하려고 했는데 선배 이시다테 타이치가 용기를 북돋아줬다 한다.

저번글에서 <중천의 선영>을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만일 애니화된다면 마루키의 진정한 첫 캐디 작품이 나올 거라 봐도 좋을 것이다.

원화 : 카라타 히로시(唐田洋), 야마구치 타이라(山口平), 쿠마노 세이야(熊野誠也), 노지리 소(野尻壮), 가 아츠시(何淳怡)

역시 5명짜리 소수 구성인데 이번엔 다른 때와는 달리 베테랑이 조금 더 많다.

먼저 카라타 히로시는 2005년작 <에어> 때 첫 커리어를 시작한 고참 애니메이터다.

또한 그는 <빙과>, <무채한>, <츠루네>에서 소품설정을 맡은 바 있는 뛰어난 데생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내가 이 애니 스태프 소개글을 연재하면서 언젠가 한 번은 쿄애니의 소위 소품 애니메이터들에 대해 다룰 시점이 오긴 할 텐데, 쿄애니 사내에서 가장 데생이 치밀한 애니메이터들이 모여있는 소품 쪽에서 현재 내가 알고 있기론 카라타가 가장 연공서열이 높다.

일단 <유포> 3기에서 악기설정이 지금은 사망한 타카하시 히로유키고 악기작화감독을 맡은 인물은 카라타의 한참 후배지만 <바이올렛> 시리즈에서 타카하시와 공동으로 소품설정을 맡아서 실력을 인정받은 오오타 미노루인데, 사실 악기작감을 카라타가 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본다.(어쩌면 이미 다른 작품에 소품설정으로 보임된 걸지도 모르겠다.)

한편 야마구치 타이라는 <일상> 때 첫 원화를 그렸던 중견 원화가이며 쿠마노 세이야는 야마구치보다는 좀 늦게 입사하여 <타마코 러브 스토리> 때부터 원화를 그린 인물이다.

이 둘은 저번에 소개한 사토 타츠야나 하네 쿠니히로처럼 비교적 우직하게 원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쿠마노가 <메이드래곤> 2기 때 작감을 두 번 하는 '외도'를 한 적은 있다.

그가 이번에도 작감을 해서 쿄애니 남성 작감진 층을 두텁게 해줄지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