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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 오진과 이현걸 사상 정리 (쿠키본 내용 포함)앱에서 작성

DRO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14 00:50:57
조회 10797 추천 94 댓글 34
														

담당자 연락 시 쿠키본 관련 내용은 일체 삭제함 (insta. @buryourp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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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휴재 이전 오진과 호걸의 대화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걸의 사상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굴다리는 아이들이 자라는 데에 전혀 적합한 환경이 아니고, 굴다리 공업단지의 사람들이 지금의 세태에 이르게 된 이유는 환경이라는 요인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
따라서, 인간은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 = 굴다리 밖으로 나감으로써) 행복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사상이다.

그렇다면 오진은 어떤 생각으로 생체 실험을 집도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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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핍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한다.
호걸이 말하는 ‘환경의 개선’은, 지방 촌구석 고등학교의 학생이 서울 명문고로 전학을 간다고 행복해질까 — 라는 간단한 예시로 반박을 들 수 있다.
지방보다 서울의 1등급 허들이 훨씬 높을 것이고, 지방보다 서울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환경의 개선만으로는 행복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오진은 좀 더 근원적인, ‘건드릴 수 없는 것’을 건드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의 욕망이다.
배고픔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성욕은? 배설욕은?
자원은 한정된 반면, 욕망은 무한하다. 그것이 인류가 고대부터 늘 분쟁을 이어온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며, ‘자유의지가 없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진은 인간이 유전자, 호르몬, 뉴런으로 집합된 방대한 알고리즘일 뿐이라고 설파한다. 말만 어려울 뿐, 위에서 이미 다룬 주장이다. 우리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쾌락을 느끼고, 뉴런으로 신경감각이 전달되어 고통을 느끼고, 유전자를 통해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호걸은 환경을 선택하여 경험을 조장하고 — 굴다리 밖으로 나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오진은 알고리즘을 선택하여 욕구를 조정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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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걸과 오진은 충돌한다.
오진은 충족할 수 없는 욕구와 가능한 욕구를 알아내어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주관적인 해석임)
호걸은 욕구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포기함으로써, 그리고 거기서 오는 상실을 인내함으로써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존엄성을 갖게 된다고 설득한다.
여기서 배제와 포기는 엄연히 다른 단어라고 생각된다. 뚜영이나 이창과 같이 통증을 ’배제‘한 이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존엄성이라는 개념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윤리학을 배운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근대에도, 현대에도 이 ‘존엄성’을 정의하는 것에는 매우 많은 의견이 갈린다.
오진은 이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호걸의 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

최신화로 돌아와, 어릴 적 이들의 대화를 살펴보자.

사실 여기서부터 둘의 성격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호걸은 낙관적이다. 그가 행복을 논할 때, 오진은 노화에 의한 뇌 기능 저하를 논한다.
그가 시간의 개념을 움직임으로 칭할 때, 오진은 그것을 연산이라고 일컫는다.

시간은 기억으로 수렴된다.
시간을 체감하려면 기억력이 요구된다.
기억에는 쾌고와 감정이 새겨져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쾌락에도, 고통에도, 감정에도 적응한다.
적응은 곧 면역이다.
면역은 무뎌짐을 의미한다.
인간은 늙어가면서 —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또 적응하면서 — 점점 익숙한 자극에 무뎌진다.
결국 무뎌진 것들을 잊는 망각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오진과 호걸의 견해가 갈린다.

둘 다 결핍에 주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호걸은 그것에 충돌하고자 한다.
즉, 결핍을 계속해서 마주하며 새로운 것을 탐구함으로써 과거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감정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호걸의 관점에서, 인간은 계속해서 자신의 결핍을 직면하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며 과거를 기억하고, 기억을 토대로 미래를 기대한다. 당연히 계속해서 무뎌질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반복된다.
결핍 -> 충족 -> 결핍 -> … 의 과정에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망각은 곧 자아를 상실하는 것이다. 과거의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존재할 수 없으므로.

오진은 이 순환을 완전히 절망적으로 바라본다. 그에게 망각은 불행이 아니다. 그는 아저씨가 충족과 결핍의 쳇바퀴에 들어서는 대신, 단순히 인지력을 향상함으로써 시간을 잘 지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저씨는 이 논쟁을 어렵지 않은 논리로 마무리짓는다.
과거를 전혀 잊지 않은 사람에게 기억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른들이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학창시절의 고통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는 12년 내내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에게 과연 학창시절은 추억의 대상일까? 그는 과연 그것을 잊을 수 있을까?
결국, 인간에게 망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것은 일종의 생존본능이기도 하다. 과거에 매달리는 자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

이현걸은 드디어 본인의 위선을 인정한다. 그는 처음 굴다리 인물들에게 주지태를 소개할 때, 주지태가 이미 (심적으로)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따라서 자신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그는 실패했다. 주지태는 고등학생이었고 그는 그것을 알아 버렸다.

그는 주지태가 그동안 굴다리에 쏟아낸 비난을 부정한다.
확실히 그들은 늘 정의를 정의하고 믿고 따랐다. 전쟁은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할 때 —심지어 식물에마저— 억제된다.
그런데, 이 제로섬 게임에서는 대체 누가 이기는 거지?
제철공단? 레드헬?
어느 쪽이든, 본전조차 못 챙기고 간신히 최대 손실을 면하는 게임판이었다.
정색을 빨며 짜증내는 주지태에게 이현걸은 그답지 않게 능글맞은 소리로 쏘아붙인다.
키다리재단은 수 년 전, 생체 실험의 뒤처리를 조건으로 굴다리 공업단지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한다.

-

여러모로 중요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오진과 호걸의 사상 충돌을 훨씬 직설적으로 드러냈고, 드디어 굴다리의 첫 단추가 풀렸다.
호걸은 주지태에게 파이트머니를 모두 건넸다.
앞으로 그가 하는 이야기가 어떻냐에 따라 주지태가 굴다리를 떠나는지 여부가 결정될 듯하다.
또, 전이라면 이미 이현걸의 죽빵을 갈겼을 주지태가 응석을 부리긴 했지만 잠자코 앉아 말을 듣고 있었다는 것도 제고할 만하다. 정보미의 오열 이후로 지태의 변화가 기대된다.
이학이 휴재 기간 동안 얼마나 설정 및 사상 재정비에 집중했는지 알 수 있는 회차였다.
만신 폼이 앞으로도 쭉 유지되길 소망한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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