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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인터뷰] 삼성전자 프로게임단 ‘칸’의 여성감독 김가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6 06: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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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4

 

2007년 12월호


누나 리더십이라고요?

삼성전자의 프로게임단 ‘칸’에는 화려한 스타가 없다. 프로리그 개인전에서 우승한 선수도 없다. 그런 ‘칸’이 2007년 프로게임 판을 접수했다. 2007년 전기리그에서 17승5패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것. 지난 8월 4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전기리그 결승전’. 7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든 이곳에서 삼성전자 ‘칸’은 르까프 ‘오즈’를 세트스코어 4대 0으로 누르고 2000년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이 결정되자 10대와 20대 초반인 ‘칸’의 혈기왕성한 선수들은 뜨겁게 달아오른 무대 중앙으로 모두 뛰어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생수와 얼음을 서로의 몸에 끼얹으며 열광적인 7만 명의 관중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 무대의 한편에서 5년간 이들과 동고동락해 온 한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팀을 이끌고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 낸 여전사 김가을(30세) 감독이다.

2000년 팀 창단 후 2005년 후기리그에서 준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지 못한 채 만년 중하위권 팀으로 분류되던 삼성전자 칸. 그런 팀이었기에 2007년 전기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김가을 감독의 가슴은 짜릿한 전율로 가득 찼다.


그녀에게는 늘 ‘최초’, ‘1호’, ‘1세대’,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프로게임 판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대 초까지 활동했던 게이머들을 1세대 게이머라고 부른다. 이들 1세대 게이머들은 어두침침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분위기의 PC방에서나 이루어지던 게임을 바둑이나 체스와 같은 또 다른 종류의 두뇌 스포츠로 진화시킨 주인공들로 평가받는다. 김가을 감독은 1세대 게이머 중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스타였다.

대학생이던 2000년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첫해 ‘베틀탑 스타크래프트 여성부’ 우승, ‘국가대표 선발전 스타크래프트 여성부’ 우승, ‘온게임넷 롯데리아배’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듬해 ‘2001 iTV 서바이벌 리그’ 우승, ‘삼성 디지털배 KIGL 여성부’ 우승, 2002년 ‘스카이 겜티비 특별전’ 우승 등 프로 게이머로서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스물네 살이 되던 해였다.

맞수가 없을 정도였던 프로게이머 김가을은 2002년 갑자기 게임 판에서 사라졌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던 그는 “더 이상 휴학을 지속할 수 없다”는 통고에 학교로 돌아갔다. 그렇게 사라졌던 김가을 감독이 2003년 이번엔 ‘최초의 여성감독’, ‘최연소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삼성전자 칸의 감독이 되어 게임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5년, 그는 2007 전기리그의 우승컵을 끌어안았다.

“제가 쉽게 우승하는 타고난 게이머였기에 노력형을 더 좋아해요”

김가을은 타고난 게이머다. 스스로도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해서 나간 대회는 데뷔 무대와 그 다음 경기 딱 두 번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났다. 그런데 그녀는 “게이머에게 재능은 ‘독’이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대회 전날까지 놀다가 아침이 돼서야 나간 대회에서도 우승을 한 경우가 있었어요. 자아도취에 빠졌죠. 20대 초반 또래들이 만져 보기 어려운 큰돈도 생기고, 어딜 가도 스타처럼 대접받았습니다. 세상 사는 게 쉬웠죠. 연습보다는 노는 데 시간과 돈을 쓰면서 생활 자체가 엉망이 되었죠.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연습을 잘 하지 않아요. 노력의 의미를 잘 모릅니다. 쉽게 배우고, 쉽게 이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매일 훈련하고, 공부하는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지게 되죠. 그리곤 금방 무너집니다.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10대와 20대 초반의 나이에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재능이 독이 된 거죠.”

그래서인지 감독 김가을은 ‘재능형’ 선수보다 ‘노력형’ 선수를 좋아한다. 그녀는 10대 초ㆍ중반의 선수들을 자신의 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10대 선수들은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그 시절은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입니다. 친구를 사귀고, 성격이 형성되고, 사회성을 배우는 때죠. 너무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어 절제를 잃어버리면 아이들은 금방 시들어 버립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충실히 받은 아이일수록 더 오래도록 선수생활을 하며, e-스포츠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선수들이 대학 공부까지 마치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20대 후반의 여성감독이 막내 동생뻘 되는 선수들로 구성된 ‘칸’ 팀을 이끌며 우승컵을 끌어안자 세인들은 김가을 감독에게 ‘누나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붙여 주었다. 이 말에 그는 그저 웃음으로 답한다. 하지만 그녀와 오간 대화에서 충분히 그녀의 리더십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서로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은 단어인 ‘냉정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스스로를 조금은 보수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팀은 자유롭다. 프로 선수로서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선수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그녀의 스타일이다.

“프로는 스스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선수 한 명 한 명을 따라 다니며 모든 것을 챙겨 줄 수는 없죠. 프로의 세계에서는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하면 절대 살아남지 못합니다. 프로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입니다. 선수들에게 잘못된 것을 한 번, 두 번 이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세 번, 네 번이 되면 팀 전체를 위해서라도 이 선수와는 함께 갈 수 없는 거죠. 이 선수는 팀을 나가야 합니다. 저는 감독으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의무와 책임,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냉정한 듯 말하면서도 그녀는 마치 큰 누나가 막내 동생을 정성스럽게 보살피듯 자신의 팀원들을 대한다. 삼성전자 칸 팀원들의 연애 카운슬러가 되기도 한다.

“저는 팀원들이 또래의 문화를 충분히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20대 초반 꽃 같은 나이에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또래들처럼 여자친구도 만나고, 재미있게 놀기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저는 이런 게 건강한 거라 생각합니다.”

이성교제를 엄격히 제한하는 다른 프로 게임 팀과는 달리 삼성전자 칸의 선수 20명 중 2~3명을 빼면 대부분 여자친구가 있다고 한다. 그녀는 아직 세상물정에 어두운 어린 선수들의 재무설계사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프로 선수가 되면서 또래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큰돈을 벌게 됩니다. 그런데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를 때죠. 미래를 준비하기에도 어린 나이이고요. 흥청망청 쉽게 돈을 쓰면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제 시대 프로게이머들이 밟아온 전철을 아이들이 답습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우리 팀은 원칙을 하나 정했죠.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의 돈을 저금과 펀드에 넣거나 주식을 삽니다. 미래도 준비하고, 세상 공부도 하는 거죠.”

김가을, 그녀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란다. 그녀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김가을 감독과 삼성전자 칸의 색깔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제부터 색깔을 만들어 갈것” 이라는 답도 함께 돌아왔다. 그녀는 “멋진 롤플레잉게임(RPG) 게임을 만드는 게임기획자, 어릴 때부터 꿈꾸던 건축가 등 하고 싶은 일도, 욕심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욕심은 “영원히 멋진 감독으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10년 후에나 20년 후에나 최고의 팀을 꼽을 때 삼성전자 칸이 가장 앞에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팀의 감독이 바로 ‘김가을’이라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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