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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이바나시 (결핵, 조각, 독자)

ㅇㅇ(121.184) 2019.01.31 15:47:02
조회 65 추천 0 댓글 0

그대, 이해해주십시오. 나름 의지를 갖고 펜을 들었지만 감각이 없는 손가락이 자꾸 떨구는 바람에 오래 쓸 수가 없습니다. 창문을 두들기는 바람에도 기침이 나오니 제 상태가 심각하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요.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전 제 몸이 이리 될 거란 걸 이미 예견하고 있었으니까요. 잘못된 시대에 올바른 행동을 한 결과일 뿐입니다. 그래요, 전 이 시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말을 하여도 눈치를 보게 되고, 바른 행동을 보여도 손가락질을 받는 이 시대가 어찌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반동분자라고 명명한 자들을 한 방에 가두고 제대로 먹이지도 재우지도 않게 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이젠 그걸 소위 교육이라고 칭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멀쩡한 사람들을 가두고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그 작자들의 모습을 말입니다. 그 역겨운 모습을 떠올리면 설사 불구덩이에 떨어진다 하여도 제 뜻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잘못된 자들이 올바른 자들을 가르치는 게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벌이라고 해도 마땅찮은 일이지요. 그건 단순한 폭행일 뿐입니다. 마치 쓰나미처럼, 짐승의 손톱처럼 거슬리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삼켜버릴 뿐이죠.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겁니다.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폭력은 언제나 이성적이고 정의로운 신념을 몰고 오기 마련입니다. 올바른 자들이 심어놓은 희망이 그대로 사라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반드시 뒤따라온 자들이 품고 올 것입니다. 그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네, 맞습니다. 바로 독자들이죠. 그대, 우리가 지금껏 줄곧 쓰고 출판했던 종이 조각들을 기억하십시오. 눈을 뜨고 있어도 진실을 보지 못하니 어찌 맹인과 다를 바 있으랴. 이 문구가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비록 수많은 피바람을 몰고 오게 만들었지만 그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니까요. 제 몸을 시시각각 갉아먹고 있는 이 결핵도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히려 달기만 합니다.


그대, 그러니 그대도 다시 일어서주십시오. 비록 가족을 위해 몸을 아낀다는 생각은 이해하나 이 땅은 지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살아갈 후손들을 떠올려주십시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손에 칼을 쥐어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땅의 부모는 그 작자들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국민들입니다. 부디 후손이라는 자식들을 위헤서라도, 그리고 저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나와주십시오.


이제 끝맺으려 합니다. 쇳바람 같은 기침이 나와 더 이상 쓰시가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 조금 있으면 먼저 떠나갔던 동료들과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허나 전 두렵지 않습니다. 제 의지를 갖고서 죽음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에서 가장 보람된 일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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