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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써봄

ㅇㅁㅇ(221.145) 2017.12.27 21:44:30
조회 188 추천 0 댓글 1

나이 공책 꿈




편의점의 벨이 울리며 찬 바람이 실내로 들이닥쳤다. 

회색 후드를 쓰고 같은색 누비옷을 입은 사내가 터벅터벅 카운터로 다가왔다. 

발걸음이 멈추자 주머니에서 꾸깃한 지폐 몇장을 꺼내들었다.

"팔리아멘트 하이브리드요."

수염은 너저분하게 여기저기 흩어져있지만,
워낙 피부가 하얗고 어려보여서 나는 메뉴얼 절차를 밟았다.

"민증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어려보이셔서"
"아 그래요? 안갖고 왔는데."
툭툭 스스로 몸을 확인해보곤 마저 이어갔다.
"30대에요."
"음..."
30대라는 말에 나는 가늠할 수 없는 나이가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삐빅-
그 사내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주면서, 현금으로 정확히 4,500원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 불공평함을 떠올리며, 가공해나갔다.
그가 30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믿어야 한다.
시끄러워지는 것은 정말 질색이니까.
생각하던 중에 의심쩍은 사내는 찬바람을 풍기며 사라졌다.
마저 생각해보면 나이가 제공하는 정보는 불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증을 보여달라는 건데.
불확실한건 증명을 해야 상쾌한 법이니까.
그러다 갑자기 되도 않는 사색이라 여기고 머리를 잠시 흔들었다.

또다시 문이 열렸다. 벨이 울리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작은 꼬마처럼 보였다. 옷을 두껍게 입어 뒤뚱거리며 걸어오는게 귀여웠다.
"아저씨. 공책있어요? 문방구가썼는 데 요문이다쳐이써서 긍데 긍데 아빠가여서바따고해서요."
"아 저기 있어."
내 손가락으로 잡화코너를 가리켰다. 이내 꼬마아이는 고개를 손가락 방향으로 먼저 돌리더니 몸이 따라 돌아갔다. 
핑크색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표지를 골랐다. 나에게 건네주곤 다시 입을 열었다.
"얼마에요 요?"
삐빅-
"응. 천원이야. 근데 여기 혼자왔니?"
꼬마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지폐 한 장을 내게 건넸다.
"으으응. 바께아빠이써요 담배펴요."
"그렇구나, 뭐 공부하려고?"
꼬마아이는 고개를 다시 저었다.
"으으응. 엄마 생일선물이에요 공부한대요"
이때 편의점 문이 화들짝 열리고 벨이 세게 울렸다. 

사람은 들어오지 않고 굵은 목소리만 찬바람과 함께 들어왔다.
"서현아. 안됐니?"
"아, 됐어. 아빠 춥겠다. 어서 가봐"
"안녕히계세요."
귀엽게 인사하곤 귀엽게 나갔다. 문이 닫히자 담배냄새가 살짝 났다.

나이를 묻지 않았지만 여섯 살 정도는 되어보였다.
저렇게 귀여운 얼굴에 30대일리는 없으니까.
엄마의 심부름인지, 선물을 사기 위해 아빠를 끌고 나온건지 궁금했다.
꼬마아이처럼 나도 고개를 몇 번 저었다.

나의 근무시간이 끝나고 다음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했다.
편의점을 빠져나오면서, 담배를 한 개 꺼내폈다. 맛이 정말 끝내준다.
문득 중간정도 태우고 나니, 나이 생각이 다시났다.
내 나이가 서른인데 아직 직장이 없으니 신경이 쓰인 것 같다.
어쩌면 나도 꿈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저 학비만 축내고 흥청망청 보낸 세월.
이룬것이 없다. 잊고 있던 걱정이 찾아왔다. 
갑자기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모금을 쭉 들이키고, 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겨냈다.
편의점도 꿈이 없겠네. 매일 떠 있으니까. 
나랑 같은 처지네. 마치 양극처럼 서로 끌려온걸까.
근데 내 꿈이 진짜 뭐지?
내일이면 잊을 사색을 떨며 막차버스를 기다린다.

"으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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