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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제시어: 나이, 공책, 꿈)

플래시 메모리(175.115) 2017.12.28 03:06:00
조회 228 추천 0 댓글 1
														

일기장




 

그저 한권의 공책일 뿐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어떤 근거도 없는 형태소가 나열된 공책일 뿐이다. 그 어떤 미련도 없는 공책일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한숨이 나오는 걸까. 그저 애꿎은 빈 담뱃갑만 구깃거릴 뿐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나는 자부할 수 있다. 죽어라 공부하고, 어렵사리 대기업에 들어와서, 월급도 꼬박꼬박 받아가며 사는 삶. 이런 삶을 마다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담뱃갑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숙취해소제가 잔뜩 들이찬 쓰레기통에.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치자. 새벽까지 회식하는 건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도 다 하는 거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이말이다.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이런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나는 부정한다.

애초에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글러먹었다. 얼른 자야지 내일 또 출근하는데, 고작 공책 한권 때문에 이렇게 심란하게 있으면 안 된단 말이다. 어릴 적에 끄적여놓은 형태소의 집합에 이런 시간낭비는 불필요할 터인데.. 왜 자꾸만 소모적인 꿈을 꾸게 하는 걸까. 왜 이렇게 어릴 적의 근거 없는 희망이 가슴팍에 남는 걸까.

나는 공책을 집어 들었다. 공책을 박박 찢어서 잊어버릴 수도 있다. 창문을 열고 저 멀리 던져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용기조차도 없는 나는-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저 말라비틀어지고 마음속은 텅 비어버린 허물일 뿐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적에, 나는 이미 걸어가고 있었다.

공책을 버려둔 채로, 책상위에 나의 꿈을 남긴 채로, 등을 보이며 걸어갔다. 도망쳤다. 그저 한권의 공책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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