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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심심해서 올리는 생붕소설 겸 장비소개 1편[생붕문학]앱에서 작성

코리안사복메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3 04:02:18
조회 2018 추천 27 댓글 31
														

“재난(치직)..본부..니다 1급전염병으로 긴급사태를 선포…”
“국민 여러분께서는..(치직)….외출을 자제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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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째인가?
아닌가 이제 32일이던가? 모르겠다
티비에서 저 붉은 화면만 본지 얼마나 지났을까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학교에 있던 친구들은? 부산에 있는 가족들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코로나도 생존했는데!!”
길거리에서 누군가 술을 마시며 소리치던 일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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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하십시오 아직 국가위기상황은 아닙니다.”
“K방역으로 이번 위기도 극복하겠습니다!!”
라고 연설하던 대통령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리고 10일 뒤였나?
전염병으로 대통령의 사망 속보가 떴었던거 같다.
부통령이 국가위기상황을 선포하는게 위법이냐 아니냐
장례식을 국장으로 하냐마냐 시끄러웠지

그때까지도 나랑은 먼 이야기로 느껴졌다.
재난이라는건 원래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법이니까
어딘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몸부림이라고

깨진 유리창에 붙여둔 신문 쪼가리가 눈에 들어온다
‘변종 확산 새로운 팬데믹인가?’
‘에볼라와 동급으로 치명적….치사율..% 혼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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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모더나,머크 주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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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국가비상사태 선포’

‘러시아 대규모 시위 무정부 상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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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비극은 투명하다”
누구도 보지 않았다.
누구도 보지 못했다.
누구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등을 돌리고 현실에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자신이 비극의 일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게 괴로웠겠지.

이젠 집에 라면 부스러기 한조각도 없다.
‘그래…굶어 죽나 감염으로 죽나… 어떻게든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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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밖은 많이 변했다.
바리케이트로 쓴 컨테이너인가?

“나도 살려주세요“라고 휘갈긴 붉은 락카가 묻어있다.
피처럼 보이는건 기분탓이겠지
‘피로 쓴 살려주세요라니 아이러니하군’
하는 시답잖은 생각도 스쳐지나간다.

몇시간째 걷다보니 어느새 한강 다리다
오랜만에 뛰다보니 폐가 찣어지는거 같다
아닌가? 감염의 초기 증상일려나? 이제와서 알게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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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다리 너머로 사태초기 급증하는 감염자들을 감당못하고
급하게 매장하느라 공동묘지가 된 서울숲과 노들섬이 보인다

뭐더라…트리마제였나 연예인 아파트였나
아무튼 엄청 유명했던 건물 창문에
‘매장장 결사반대’라는 찣어진 플랜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경찰스피커에서 나지막히 반복재생되는 소리가 들린다
“20..년 8월…일부터 계엄령을 선포…시민들은 군경의….”
“한강…의 이동을.. 통제.. 계엄사령부의..허가…”

다리 위는 기괴한 광경이다
지옥에서 온 ABC마트가 이런 느낌일려나…..

저건 나이키 에어포스네 크기를 보아하니 여성용인거 같고
비바람에 이제는 다 바랬지만 비싸보이는 구두 
금융사 직원이 신던 구두일려나? 아니면 변호사?
저게 남자애들이 술자리에서 지겹게 말하던 그 군화일려나
저건 가지고 싶던 발렌시아가 신상이네 이제 신상은 아닌가?
‘하긴 뭔 상관이람’

신발을 벗으며 혼잣말을 뱉어본다.
“이제 남색 컨버스화 1개 추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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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자살방지를 위해 한강다리에 글자를 적어두고 그랬다는데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을 보고도
‘나도 신발은 벗고 뛰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걸보니
별로 신통찮은 방법이었을 듯 싶다

노을은 이런 상황에서도 썩 좋은 빛이고
강물은 이런 세상에서도 고요하다….















“저기요….“
이젠 헛것까지 듣고 있네….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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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있다
이게 뇌정지인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녹색잠바….군인????

“저기요 아가씨!“
”이왕이면 부탁 하나만 들어주고 하던거 마저할래요?“
한달동안 방에만 있었더니 말하는 법도 까먹은거 같다.
대화라는걸 어떻게 하더라???

“시간 오래 안잡아먹는데 들어볼래요? 쫌 도와주면 더 좋고”
“번호 물어보는거 아니니까 남자친구 있다고 그러지말고”

힘겹게 입을 땠다.
“…..네”

“그래요 일단 저기 편의점에 나 쫌 옮겨줘요 다리가 부러져서”

어찌저찌 편의점에 도착하니
녹색잠바가 구석에서 가방을 벗어준다.
“자 시간이 없으니까 잘들어요”
“총은 얼마전에 한강에 빠드려서 없으니까 이것만 챙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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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뇌정지 상태인거 같다.
전염병이 지능을 떨어뜨린다고는 못들은거 같은데
지능저하가 변종 초기증상일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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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왼쪽 위에부터 차례대로 설명할께요”
- 등반장비(등강기,하강기,도르래,카라비너)
- 보호장비(고글,헬멧,장갑)
- 행동식(사탕,크래커)
- 물
- 임시방호복 키트(방독면,비닐우의,라텍스장갑,비닐봉지)
- 빠루 겸 나대
- 픽스드 나이프
- IR(적외선)야간투시경
- 전투식량
- 정수도구(라이트스트로우)
- 재난메뉴얼, 재난메뉴얼(핸드북)
- 구조 신호(주황색) 겸용 은박 우의
- 일회용 우의
- 구조신호용 캐미컬라이트
- 로프

“이것만 있어도 3일 정도는 충분할껍니다.”
“자 그리고 이것도 챙기고”

가슴에 차고 있는 가방 같은 것도 풀어주는데 피가 묻어있다.
배를 관통해 피가 엉겨붙어 있는 손가락 굵기만한 철근이 보인다.
“아 이거? 길가다가 미끄러져서”

‘어디서 미끄러지면 다리가 부러지고 배에 철근이 박히지?’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일까
너무 오랜만에 사람과 대화해서일까
헛소리가 튀어나온다
“약이라도 찾아볼까요?”

녹색잠바는 편의점에서 감자칩 고르는거 마냥 태연하다.
“글쎄….편의점에서 주사기랑 모르핀을 팔던가?”
“일단 이거 먼저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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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건
- 건전지
- 숫돌
- 파이어스타터
- 스위스아미나이프
- 나침반
- 피아식별용 표시
- 필기도구, 수첩
- 케미컬라이트
- 무전기
- 바세린
- 충전선

“체스트리그입니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세요”
“아 이걸 깜빡할 뻔 했네”
옆구리에 철근이 박혀있는 사람치고 너무나 태연하게
주섬주섬 작은 주머니를 꺼낸다
잠시 1달전 세상에 와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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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킷
- 멀티툴
- 펜
- 미니 케미컬 라이트
- 라이터
- 은박담요
- 에너지바
- 초콜렛
- 사탕
- 티백
- 건전지
- 예비 조명, 장비이탈방지 장치
- 메인조명
- 페퍼스프레이
- 보조배터리

설명을 다 듣고 나니 왜 내가 이걸 듣고 있나 싶었다.
“신기한게 많네요“

공감능력은 1도 없는 말이었다.
철근이 꼽혀있는 사람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거 같았지만
내가 걸린 전염병은 지능저하와 공감능력저하가 증상인듯하다

“그쵸? 이런거 이제 어디가서도 못구하는거에요”
“들고가요… 난 이제 필요 없을꺼 같아서”

아까 한강 다리에서 벗어둔 신발이 문득 생각났다
“왜 저에요?”

상대는 슬슬 말하는게 힘들어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비극도 투명하지만 행운도 투명한거니까”
“원래 둘다 올때까지 모르는거니까”

‘아 저거 나도 들어본 말인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검붉은 재난방송만 흘러 나오는 자취방이 생각났다.
‘돌아가봐야 달라지는게 있나? 32일이 59일이 되긴하겠네’

“제가 이거 들고 다시 한강다리로 가면요?”
전염병 증상에 인성파탄도 넣어야겠다.

“그럼 어쩔 수 없고”
“그런데 이왕 갈꺼면 쫌 더 멀리가봐요”
“받은거 아깝잖아 거기 비싼거 많은데”
“죽기도 아깝잖아 이왕 태어난거…한강은 왜 가요”
“가장 중요한걸 안줄뻔 했네, 자 받아요”

상대가 마지막으로 건내준건 시계였다.
스마트 워치인가? 처음보는 모델이다.
위에는 숫자가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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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를 살아가는 목표로 삼아봐요”
“고민없이 화면에 화살표만 보고 따라가면 됩니다.”
“거기에 저 대신 도착하는게 제 부탁입니다. 쉽죠?”
“그건 에플워치 같은겁니다 에플워치가 뭔지는 알죠?”

“네… 알아요”
‘그럼 시리 같은거도 있나?’

별안간 지금 상황에선 쓸모없는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이름…그쪽 이름이 뭐에요?”

녹색잠바가 힘겹게 이야기한다.
“난 황고. 황고입니다.”

그래 대화는 이렇게 하는거였지.
이제 이사람이 들을 마지막 한마디를 건네본다.

“……아까 다리에서 구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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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꼭 살아남아요”
몇초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거짓말처럼 세상이 고요해졌다.
약간의 바람소리.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앞에 있는 녹색잠바는 사태 초기부터 이곳에 있던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어떡하지’
맨발이 느껴지면서 아까 벗어둔 신발에 다시 생각이 닿는다.

그때 갑자기 시계에서 진동이 울린다.
“no.416 활성상태 보급소까지 21km”
‘그래 알게뭐람‘
주섬주섬 녹색잠바가 건넨 가방도 체스트리그도 주머니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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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 가보지 뭐 죽기밖에 더하겠어“

(BOB 소개는 하편에 계속….)
- 한국에 디비전이 있다면?으로 쓴 망상 반응 좋으면 하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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