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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큐어러블 페인 번역 - 5 끝

하나비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09 16: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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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AO 베타테스트 마지막 날. 테스트 종료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아인크라드 전 층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미토는 제10층 미궁구역인 《천뱀성》 가장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대회랑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목표는 10층의 플로어 보스를 쓰러뜨리는 것——그것이 무리더라도 발견되지 않은 보스방에 발을 들여놓아 테스트 기간 중에 누구보다 먼저 도달하는 것이다.


 미토 근처에 있는 테스터는 단 한 명뿐.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미궁구역에서 최강 수준의 일반 몬스터인 《오로치 엘리트 가드》의 맹공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테스트 종료까지 남은 건 수십 초. 이제 보스 격파는 도저히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보스방의 문만큼은 이 손으로 열고 싶었다. 조바심에 사로잡힌 채로 맹렬하게 대낫을 휘두르는 미토의 옆으로 불현듯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 테스터는 미토도 순간 넋을 잃을 정도로 날카롭게 다듬어진 소드 스킬 일격으로 오로치 엘리트 가드의 거구를 양단하고 착지하자마자 회랑 안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미토도 필사적으로 쫓아갔지만 거리는 벌어지기만 했다.


 테스트 종료까지 10초……, 5초……. 검은 옷을 입은 테스터가 회랑의 막다른 곳에 도달해 양손으로 대문을 밀었다. 하얀빛으로 된 라인이 어둠을 가르고 순식간에 세기를 높여갔다. 테스터의 뒷모습이 흘러넘치는 빛에 녹아들었다………….




 그때 미토를 앞지르고 《베타테스트에서 누구보다 먼 곳까지 도달한 자》라는 자리를 차지한 검은 옷의 한손검사가 바로, 정식 서비스에서 제1층 플로어 보스에게 라스트 어택을 가하고 아스나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키리토였다.


 솔직히 마주하고 싶은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키리토는 1층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달하리 지루에 구명줄 없는 프리 솔로 클라이밍으로 도전해 70퍼센트 이상 올라갔다가 화려하게 추락사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런 도전자라면 분명 울버스의 공중 테라스에도 올라가려고 했을 것이고, 남몰래 성공했을 가능성도 제로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미토는 일팽 격파 후 키리토가 규탄당할 때, 자신도 테스터 출신이라며 나서지 못했다. 이대로 계속 열등감을 안고 있기보다는 차라리 이른 시일 내에 사과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자신의 등을 떠밀고 "울버스의 공중 테라스에 올라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알려줘, 정보료는 상의 후에."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불과 1분 만에 "울버스 북문 앞 광장에서 기다려."라는 답변이 왔다.


 직접 만나려고 한다는 것은 인스턴트 메시지의 글자 수 제한을 넘어선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건 좋은 소식이지만, 메시지로 간단히 끝낼 생각이었던 사과를 대면으로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머릿속으로 단어를 곰곰이 떠올리면서 어두운 샛길을 빠르게 걸었다.


 미로 같은 뒷골목을 뚫고 지정한 북문 앞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빛이 상당히 짙어져 있었다. 반원형 광장 입구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NPC가 두세 명 걷고 있을 뿐 플레이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광장 중앙에 덩그러니 서 있는 반쯤 무너진 커다란 돌기둥까지 걸어가 몸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상대방도 울버스 권내에 있다고 생각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도시를 떠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므로 그럴 경우에는 한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다. 물론 이쪽이 부탁한 것이니 불평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면 시간을 지정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2분 정도 기다렸을 때였다.


 고개를 숙인 시선 너머로 보이는 붉게 물든 벽돌길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든 미토가 본 것은,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한손검사……가 아니었다.


 연지색 후디드 케이프를 걸치고 왼쪽 허리에 세검을 차고 있는 여검사. 크라운 하프업으로 땋은 긴 머리가 저녁 바람을 맞아 부드럽게 흔들렸다.


 "…………아스나."


 멍하니 중얼거리다가 미토는 비소로 깨달았다.


 아스나는 지금 키리토와 콤비를 이루고 있으니, 미토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 함께 있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미토는 키리토에게 부탁을 해도 되는지 아스나한테 먼저 확인을 받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공중 테라스에 대한 것을 떠올렸을 때부터 조금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선 아스나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망설였다. 애초에 어째서 키리토가 아니라 아스나가 나타난 걸까. 혹시 파트너에게 무턱대고 연락한 것에 화가 난 걸까?


 우뚝 서서 그런 생각까지 들었을 때, 아스나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지는 전혀 아닌가. 보스방에서 헤어진 지 아직 두 시간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


 수줍은 표정으로 내뱉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미토는 자신이 했던 이런저런 생각이 모두 억측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스나는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예상보다 빠른 재회를 기뻐하고 있었지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미토와 똑같이.


 "……그래도 무지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야."


 어떻게든 그렇게 대답하자 아스나는 쿡 하고 정겨운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정말 그렇네. 보스방에서는 거의 얘기할 수가 없었잖아."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강한 충동이 솟아올라 미토는 숨을 죽였다.


 아스나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달려가서 힘껏 껴안고, 가슴 깊숙이 밀어 넣은 것들을 전부 풀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외면한 채로 사과해봤자 짐을 내려놓고 편해지려는 행동일 뿐이었다.


 간신히 충동을 억누르며 미토는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길 기도하며 말했다.


 "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어째서 아스나가?"


 "미토가 키리토 군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나도 있었는데 메신저 역할을 부탁받았어."


 아스나는 태평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덧붙였다.


 "둘이 같이 가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어디론가 휙 가버렸어. 그 사람 분명 미토한테 기죽은 거야."


 "…………."


 기가 죽어? 베타테스트에서도, 지금 정식 서비스에서도 모든 플레이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강의 어태커가?


 지금까지 키리토한테 갖고 있던 과묵한 강자라는 이미지와의 괴리감에 고개를 갸우뚱할 뻔한 미토는 눈을 깜빡이며 생각을 전환했다. 이대로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곧 어두워진다.


 아스나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표정을 고치고 주머니에서 작은 양피지를 꺼냈다. 돌려셔 펼친 다음에 빠르게 눈으로 훑어본 후, 다시 미토를 바라보았다.


 "그럼, 키리토 군의 메시지를 전할게. 음, 우선……,『울버스의 공중 테라스에 오르는 방법을 알고 싶은 이유가 단순한 호기심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상당히 위험하니까.』라고 하네."


 "위험하다고……?"


 남쪽 하늘에 까맣게 떠 있는 공중 테라스를 한 번 쳐다본 후, 미토는 이번에야말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물론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아래쪽은 권내니까 대미지를 입지 않잖아?"


 그러자 아스나는 다시 한번 메모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위험한 건 테라스 아래가 아니라 위야. 베타테스트 때 나는 거기서 죽을 뻔했어.』. ……뭐어? 테라스라면 전이문 광장 바로 위에 있는 원반 같은 곳이잖아……. 저 위는 권외인 거야……?"


 아스나가 놀란 듯한 목소리를 내자 미토도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 쪽지 내용은 아스나도 몰랐어?"


 "응……. 키리토 군이 후딱 쓴 걸 그대로 건네받았을 뿐이니까."


 "그렇구나……."


 키리토가 아스나에게 메신저 역할을 맡긴 것은 정말로 기가 죽었기 때문일까——하고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정보가 더 궁금했다.


 "……테라스 위에서 죽을 뻔했다는 건, 대미지 계열 트랩이 설치되어 있거나 몬스터가 출현한다……그런 뜻이겠지. 으음……."


 중얼거리며 미토는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공중 테라스 위로 올라가고 싶은 이유는 그곳이 유나의 연습 장소로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트랩이라면 파괴하면 되지만, 몬스터가 계속 출현한다면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유나에게 너무 위험했다. 어느 쪽이든——.


 "……역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미토의 말을 들은 아스나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올라가는 방법도 적혀 있으니까 내가 안내해 줄게."


 "엇, 같이 갈 거야?!"


 "나도 테라스 위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은걸. 위험하니까 안 된다고는 안 할거지?"


 미토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아스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알겠어. 길 안내, 잘 부탁할게."


 미토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아스나는 피식 하고 이전에는 보여준 적 없는 뉘앙스의 미소를 지으며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울버스 도시를 둘러싼 외륜산 어딘가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숨겨진 통로가 있을 것이다——라는 미토의 예상은 깔끔하게 빗나갔다.


 키리토의 메모에 그려진 간략한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북쪽 구역의 한구석에 있는 작은 폐가였다.


 외륜산에서 50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고 지붕에 사다리가 뻗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스나도 의아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세웠지만, 메모를 흘깃 보고는 부지 안으로 들어섰다. 잔해와 나뭇조각이 굴러다니는 앞마당을 가로지르고 반쯤 무너진 가옥을 우회해 뒷마당으로 향했다.


 고양이 이마만 한 공간은 삼면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땅에는 잡초가 드문드문 자라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스나는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안쪽에 있는 돌담에 다가가 오른쪽 모서리 근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주변보다 색이 조금 더 짙은 돌을 오른손으로 밀어 넣었다.


 그것이 스위치였는지 드드드득……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돌담의 중앙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20초도 안 돼서 높이 1미터, 폭 80센티미터 정도 되는 검은색 구멍이 나타났다. 들여다보니 안쪽은 내려가는 계단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 어떻게 이런 장치를 찾아낸 거지."


 감탄해야 할지, 기가 막힌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미토에게 아스나는 미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메모에는 거기까지 적혀있지 않지만, 아무 생각 없이 이 마당에 들어왔다가 아무 생각 없이 이 돌을 눌러 봤다……고 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아."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벽에 생긴 구멍을 들여다본다.


 "이 통로는 안전하다고 적혀있지만 일단 경계는 해두자. 미토는 뒤쪽을 체크해 줘."


 "알겠어."


 윈도우를 열고 인벤토리에 넣어둔 대낫을 실체화했다. 좁은 통로에서는 불리한 무기지만, 내밀면 바리케이드를 대신할 수 있어서 방어를 철저히 한다면 문제없다.


 먼저 왼손에 랜턴을 든 아스나가 상체를 최대한 숙이고 구멍으로 들어갔다. 미토도 등 뒤를 힐끗 살핀 다음 뒤따라 들어갔다.


 불편한 자세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뒤쪽에서 다시 드드드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몇 분 지나면 자동으로 닫히는 장치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 스무 계단을 지나자 계단은 수평 통로로 바뀌었다. 천장도 어느 정도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똑바로 서면 머리 위의 여유 공간이 10센티미터도 되지 않았다. 몸이 양옆으로 가는 미토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아서 체격이 큰 플레이어는 여기까지 오는 데도 상당히 고생할 것이다.


 "이 통로가 외륜산까지 이어진다면 50미터 이상은 된다는 거네."


 아스나 그렇게 속삭이면서 랜턴을 내밀었지만, 통로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권내 안에 있으니 몬스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대낫 자루를 잡은 오른손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뒤는 내게 맡겨."


 미토가 말을 걸자 아스나는 "알겠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통로는 중간에 갈라지거나 막다른 길 없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벽과 천장의 석조도 견고해서 무너질 기미는 없어 보였지만 그 때문인지 잡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걷고 있는 아스나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전방에 집중하고 있었다. 미토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것은 동시에 아스나의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 이상 아스나는 미토에게 보호받던 초보자가 아니다.


 기뻐할 일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타이르며 미토는 후방 경계에 의식을 집중했다.


 통로는 아스나가 말한 대로 50미터 이상 이어지다가 갑자기 끝났다.


 다음에는 올라가는 계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다른 곳에 있던 것은 수직으로 뻗어 있는 구멍과 그 벽에 설치된 사다리였다.


 "으아, 사다리라니……."


 미토는 인상을 찌푸리는 아스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먼저 갈까?"


 "아니야, 먼저 안내하겠다고 한 건 나잖아. 끝까지 해야지."


 그렇게 선언한 후 아스나는 랜턴을 벨트에 메고 사다리의 디딤대를 잡았다.


 미토도 대낫을 등에 메고 아스나를 뒤따라 올라갔다.


 기존 게임에서는 사다리를 오르려면 컨트롤러 스틱을 위로 올리기만 하면 됐지만, 풀 다이브 게임인 SAO에서는 실제로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고 디딤대를 헛디디면 추락할 위험도 있었다. 아직 권외 표시는 나오지 않았으니 떨어지더라도 HP는 보호될 것 같지만, 몸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아스나 역시 신중한 동작으로 한 단, 한 단 확실하게 올라갔다. 사다리는 허름한 나무로 만들어져 체중이 실리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여기는 권내! 라고 머릿속으로 외치면서 손과 발을 번갈아 움직인다.


 걷는 것과 다르게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체감상 50미터 가까이 올라갔을 때, 미토의 얼굴에 서늘한 미풍이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목소리가 들렸다.


 "아……, 출구인가 봐."


 "권외일지도 몰라. 조심해, 아스나."


 "미토도."


 바로 위에 있는 아스나와 잠시 시선을 주고받으며 몇 미터 남은 거리를 천천히 나아갔다.


 몇 초 후, 터벅 하고 바위를 밟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스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미토도 마지막 디딤대에서 떼어낸 발을 자연 그대로인 바위 표면에 올려놓았다.


 순간, 12월의 건조한 바람이 미토의 망토를 펄럭였다. 조금 앞에 서 있던 아스나도 왼손으로 케이프의 옷깃을 여미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폭이 5미터도 안 되는 암반 위였다. 암반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좌우로 끝없이 뻗어나가다가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합류했다. 즉, 이곳이 주거구역 울버스를 둘러싸고 있는 외륜산 정상이다.


저 멀리 앞쪽으로 거대한 기둥이 불규칙한 간격으로 솟아 있는 아인크라드의 가장자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희미하게 남은 저녁놀이 끝없는 하늘을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눈 밑으로 울버스 거리의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그리고 두 사람 눈앞에는 폭이 좁은 돌다리가 쭉 뻗어 도시 바로 위에 떠 있는 공중 테라스까지 이어져 있었다.


 외륜산 정상 곳곳에서 튀어나온 돌다리는 모두 일곱 개가 있는데, 모두 폭이 2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먼 옛날, 테이블 마운틴이 굴착되었을 때 일곱 개의 돌다리와 공중 테라스만 의도적으로 파헤치지 않고 남겨뒀다……라는 설정이겠지만, 지름 10미터나 되는 테라스를 단 일곱 개의 돌다리로 지탱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강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돌다리에 한 발짝이라도 디디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들 지경이었다.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뒤를 돌아본 아스나 역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토, 있잖아. 베타테스트에서 이 테라스가 떨어진 적은 없었지?"


 "……응.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거야."


 "그럼……, 한가운데까지 가볼까?"


 미토는 그렇게 말하며 걸어가려는 아스나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잠깐만. 그가 준 메모에는 이제 아무것도 안 적혀 있어?"


 "아, 맞다."


 아스나는 쑥스러운 듯 살짝 혀를 내밀며 벨트 파우치에서 미니 스크롤을 꺼내 펼쳤다.


 "으음, 이게 마지막 문단이야. 『공중 테라스는 위에만 권외로 되어 있는데, 바보같이 큰 까마귀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어. 공격 패턴은 점프 후 갈고리발톱 할퀴기, 돌진 후 3연속 부리 찌르기, 이 두 가지는 프리모션이 명확해서 방어와 회피 둘 다 어렵지 않지만, 호버링 후 돌풍 공격은 발동 속도가 빠른 데다 범위도 넓어서 발동하면 거의 100퍼센트 당해.』."


 잠시 숨을 고른 아스나는 테라스 쪽을 힐끗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돌풍을 버틸 수 있는 건 중장비를 입은 탱커뿐이고, 아스나나 미토 같은 경장비 어태커는 5미터 이상 날려버리니까 위치 선정에 따라서는 테라스 위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 아래는 권내니까 떨어져도 죽지 않지만, 떨어지면 큰 까마귀는 날아가 버리고 몇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아. 돌풍 공격을 막으려면 호버링하는 1초 사이에 중위력 이상의 소드 스킬을 맞추거나 약점인 눈에 일반 공격을 맞추는 수밖에 없어.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정보는 모두 베타테스트 시절의 정보야. 정식 서비스로 오면서 공격 패턴이 변경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메모는 여기서 끝나."


 "…………."


 잠깐 말문이 막힌 미토는 아스나에게 물었다.


 "키리토 씨, 그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력만으로 쓴 거야?"


 "그럴 것 같아. 끙끙거리면서 쥐어짜긴 했지만."


 "……그래, 이길 수 없었던 거였네……."


 탄식 섞인 중얼거림은 바람 소리에 섞여 아스나의 귀에는 도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아스나를 향해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미토는 허리를 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정보가 그만큼 있으면 어떻게든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아스나, 여기까지 안내해 줘서 정말 고마워. 너희한테는 다음 기회에 보답할게."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내밀었지만, 아스나는 악수하는 대신 손등끼리 서로 부딪쳤다.


 "무슨 소리야, 나도 싸울 거야."


 "어……, 그렇지만 나는 테라스에 가려는 이유도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그건 까마귀를 쓰러트리고 나서 들을게.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잖아."


 또다시 피식 웃는 아스나의 얼굴을 미토는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크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울버스의 공중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있는 큰 까마귀는 《Knavish Huge Raven》이라는 고유명을 가지고 있었다. 번역하면 《악한 큰 까마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토와 아스나가 돌다리를 건너 테라스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권외 경고가 나타나고, 중앙에 지어진 거대한 둥지에서 큰 까마귀가 날아올라 사납게 공격해 왔다. 날개를 펼쳤을 때 길이가 2미터나 되는 큰 까마귀는 상당한 박력을 보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1층 플로어 보스인 코볼트 로드만큼의 위압감은 없었기에 처음 본 몬스터여도 침착하게 싸울 수 있었다.


 공격 패턴도 키리토의 메모대로 할퀴기 공격과 찌르기 공격에는 아스나와 미토 둘 다 여유롭게 대처하며 정확하게 반격을 날렸다. 문제의 돌풍 공격도 까마귀가 호버링하는 순간 아스나가 엄청난 속도로 돌진기 《슈팅스타》를 꽂아서 자세를 무너뜨렸다.


 큰 까마귀의 HP 바는 순조롭게 줄어들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하는 순간에 아스나가 경직된 상태에서 돌풍 공격을 당할 뻔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까마귀가 스스로 펌블(발동 실패) 상태에 빠져 날아가지 않고 끝났다. 마지막 일격은 미토가 발동한 대낫 2연격기인 《트윈 위더》로 이루어졌고, 큰 까마귀는 전투를 시작한 지 약 10분 만에 거구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전투가 끝난 순간, 눈앞에 【INNER AREA】라는 표시가 나타났고 미토는 깜짝 놀라며 그 문자열을 바라보았다.


 몬스터를 쓰러뜨렸다는 이유로 그 장소가 권외에서 권내로 바뀐 적은 베타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스나도 경험한 적 없는 듯 잠시 두 눈을 크게 깜빡거리다가 이내 미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아까 그 큰 까마귀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려나?"


 "그럴 거라고 생각해. 설마 권내 표시가 거짓일 리는 없을 테니까."


 "그렇구나——. 한 번 더 싸워보고 싶었는데……."


 입술을 삐죽 내미는 아스나를 다시 멍하니 쳐다보고 말았다.


 "……왜? 그렇게 네 취향이었어?"


 "그런 건 아닌데, 마지막에 내가 너무 깊게 파고든 탓에 돌풍 공격을 끊어내지 못했잖아. 그게 아쉬워서……."


 "하지만 까마귀도 펌블 상태였잖아. 아스나가 직전에 맞춘 《스트리크》가 효과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건 아마도……."


 거기서 말을 끊은 아스나는 한 돌다리로 눈길을 돌렸다. 미토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테라스에서 외륜산까지 사람 없는 다리가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스나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 레이피어를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 검이 일팽전 때 건네준 《윈드 플뢰레》라는 사실을 미토는 비로소 알아차렸다.


 1층에서 아스나와 함께 리틀 네펜트를 사냥하던 도중에 우연히 출현한 다른 레어 몬스터가 드롭한 물건이었다. 네펜트 무리에게 포위된 아스나를 미토가 버리게 된 계기를 만든 무기——.


 자기 잘못을 번복할 수는 없다. 미토가 아스나와 원래 관계로 돌아갈 날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강해졌구나, 아스나."


 미토가 그렇게 말을 걸자 아스나는 기쁜 듯이 웃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미토는……."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다시 잇는다——.


 "……저기, 미토. 이 테라스를 조사하려고 한 이유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지?"


 "어……, 왜 그렇게 생각했어?"


 "왜냐하면 미토는 상냥하고, 보살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보살피는 걸? 내가……?"


 당황해하는 미토를 보며 아스나는 다시 한번 피식 웃고는 크라운 하프업으로 땋은 자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아주 전에……, 친구가 됐을 때부터 그랬어. 르나 학교 옥상에서 내가 머리카락을 거추장스러워하니까 미토가 땋아 줬잖아. 기억나지?"


 그 말을 들은 순간, 당시의 풍경이 뇌리에 차례차례 터져 나왔고 미토는 숨을 죽였다.


 기억의 역재생은 아스나와의 만남을 거쳐, 훨씬 어렸을 때 친구들과 휴대용 게임기를 가지고 놀던 시절까지 도달했다.


 ——우리 좀 그만 내버려 둬.


 친구들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강적과 싸우면 항상 미토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토는 결코 본인만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다. 그 반대——두 사람이 게임을 즐기기를 원했다. 그래서 전투 중에도 계속 몬스터의 표적이 되려고 했고, 두 사람이 죽으면 적어도 사냥이라도 성공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필사적인 플레이가 친구들에게는 독선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MMORPG의 대인전이나 격투 게임 대회에서 아무리 승리를 쌓아도 갈증이 풀리지 않았던 이유——그리고 초보자인 아스나와 한 방과 후 대전이 그토록 즐거웠던 이유에 드디어 도달한 것 같아 미토는 숨을 깊이, 길게 내쉬었다.


 "…………그랬구나."


 "그랬다니, 뭐가?"


 "음……. 듣고 보니 내가 조금 보살피는 편인 것 같아서."


 미토가 그렇게 말하자 아스나는 "조금이 아니라니까."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함께 미소를 지으며 미토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중얼거렸다.


 ——내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누군가를 위해서.


 ——그게 이 세계에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일지도 몰라.


 쉽지는 않을 것이다. SAO에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힐러 직업이나 버퍼 직업이 될 수 없고, 스킬을 재구축해야 하는 생산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아무리 험난하고, 아무리 먼 여정이라도 길만 찾는다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맞다, 까마귀 둥지를 조사하러 가자. 까마귀는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고 하니까, 분명 좋은 걸 찾을 수 있을 거야!"


 아스나가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고, 미토는 "응!"이라고 힘차게 대답하며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부터 울버스 거리에는 해가 지면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많은 플레이어가 가수를 찾기 위해 도시 구석구석을 찾아다녔지만, 찾아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침)


---


오탈자 제보 바람


미토가 키리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나와서 흥미로웠고

메모러블 송과 다르게 마지막에 밝은 분위기로 끝나서 좋았지만

유나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네용


끝까지 봐줘서 고마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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