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18년 11월 출간. 난 며칠 전에 읽었음.

출판사 단비.

청소년문학, 청소년SF소설 이라고 라벨링되어 있다.

수록작 목록 -

정명섭 「우주 택시」

김창규 「소행성대의 아이들」

김성희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

박애진 「이상한 차원의 안리수」

듀나 「그깟 공놀이」

김이환 「인셉션 안 본 뇌 삽니다」

출판사에서 청소년용 이라고 딱지 붙인 만큼, 듀나 글을 제외한 수록작 전부가 어린이/청소년 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SF로서는 듀나, 김이환 이 좋았음. 아이디어나 내용 자체야 이전에 봤던 것들의 변주 및 확장 이지만, SF적 상상력을 토대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청소년 소설로서는 김성희, 박애진, 김창규 가 좋다고 생각. 물론 난 청소년이었던 시절을 한참 전에 보냈으니 실제 당사자들과는 좀 감상이 다를 수 있음.

아래는 스포일러라서 가림막 처리.

우주 택시

청소년 우주 추리 탐험? 왠지는 모르겠는데 딱히 여기 적을 말이 안 떠오른다.

소행성대의 아이들

부모 및 가정으로부터의 탈출 이야기. 상황 안 좋은 일부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자기를 소중히 여겨주지 않는 주위 어른들이 하는 소리는 다 믿을 필요 없고, 자기 제대로 안 키워주고 팔아먹을 생각만 하는 부모라면 아무리 부모라도 그냥 갖다 버리고 도망쳐 나와야 한다는 것을.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

가상 인터뷰. 교육 인프라 안 좋은 달에서 공부 열심히 해서 인지구 인서울 서울대 입학 합격한 학생이 합격 기념 인터뷰 하는 글. 배경은 달도 가고 화성도 가고 하는 근미래이고 SF가 맞긴 한데 SF적인 재미는 조금 덜함. 일단 주인공 주변 사회가 현재랑 너무 똑같아서. 청소년소설이라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한 차원의 안리수

한 학생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타일의 환상을 경험하는 내용. 앨리스 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주인공이 경험하는 내용이 목적, 인과관계, 정신 등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 읽다 보면 경험하는 환상들이 모두들 주인공의 평소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보이고, 그것을 고려해서 다시 잘 생각해 보면 주인공이 처한 폭력적인 환경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글 마지막에 노골적인 힌트를 주기도 하고.

그깟 공놀이

어린이 사회/문명 과의 만남. 듀나의 옜날 글 어른들이 왔다 생각하면 됨. 이 경우엔 조난자 후손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우월한 외계인이고.

어른들 기준으로는 얼핏 봐선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이 다운 특성들, 그리고 어린이들이 주위 어른 및 사회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고 변해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

인셉션 안 본 뇌 삽니다

인격의 전자화 관련 내용. 기억 수정, 복제, 융합, 인공지능 등. 공각기동대 등에서 많이 듣던 이야기들이지만, 공각기동대가 20세기 작품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대상 독자들에겐 이 글이 관련 내용을 처음 접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공각기동대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쓰여 져 있음. 폭력적인 거 하나 없고. 물론 친절하게 잘 쓰여졌기 때문에 꼼꼼한 어린이/청소년 독자가 잘 읽고 생각한다면 공각기동대까지 이르는 으스스한 상상을 할 수 있을 길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