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목 그대로 두렵습니다.


지난 39년 이란 세월을 보내며 전 일반인 기준으로는 한참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별 볼일 없는 인생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른아이 노랫가사 처럼 말만 잘 들으라 해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내일 모레 불혹이요 이뤄논게 진정 하나도 없군요.

예, 그렇습니다.

시골 면 소재지에 있는 작은 면사무소라는 기관에서 작은 부품으로 온 몸을 갈아가며 지내 온 세월이 벌써 14년이 되었읍니다.


집에서 노느니 여기라도 와서 궂은 일 좀 도와주게

라는 반 부탁 조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체 시작하셨던 공직 생활이 38년 인가 되셨던 김씨 계장님,

레미콘 기사로 일 하시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하여 에라 이럴 바엔 집에서 농사나 짓겠다던 그러다 운전도 큰 기술이라고 어서 오시게 해서 시작하셨던 김씨 아저씨,

아들이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신줄도 남달라 삶에 풍파가 많기에 이를 누르려 고물을 주우시다 얼떨결에 되신 정씨 아저씨

모두들 축복 속에 정년을 하시었으니

옆에서 이 모든걸 지켜보던 인연도 이젠 여기까진가 봅니다.


처음엔 원망도 많았습죠.

누군 연줄 넣어서 들어갔네.
남는 자리에 누가 들어갔네.
이번엔 누가 얼마를 들였다지?
그 사람 친척이 누구라며?


참 기다리던 사람 눈에 눈물짓게도 만들던 날들이 이젠 아련하기까지 하니 어찌된 조환가요.

니가 아파봐야 남 아픈 줄 안다.
니가 고락을 겪어봐야 남 괴로운줄 안다.
니 눈에 눈물깨나 흘려봐야 눈물에 대해 알지..


이 모든게 진짜 제자 내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흩어 지나가는 날들 중에 잊혀질 저만의 착각인겁니까.

할머님.

전 일반인으로선 망한 인생입니다.

제자인줄 알고 공판 열어봤더니 텅이야?


이럼 전 울홧병에 제 명에 못 갑니다.
억울해서라도 안됩니다.

일반인으로서 망한 인생이면 제 2의 인생길 정도는 터 주셔야죠.

두렵습니다.
진심으로 두렵습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자도 아니고 그저 그 사이 어딘가에서 표류하며 앞으로 남은 인생마져 부평초 처럼 살다 가라시면 저로선 너무 두려울 따름입니다.

그러니 제발 일러주세요.

두렵지만 앞으로도 두려움에 떨며 인간 마음이 앞서겠지만 그래도 일러주세요.

제가 14년이란 세월을 공들인 자릴 이번에도 막으셨으니 이번엔 신명께서 제게 뭔가라도 주시는게 강호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이대로는 못갑니다.
억울해서라도 못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