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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창작] 프로듀서가 정계입문하는 이야기 - 1

ㅇㅇ(49.97) 2022.07.18 20:14:08
조회 1791 추천 17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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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9일, 도쿄도 시부야구 모처.


번쩍이는 하얀 화면 아래에 그와 비교될 정도로 하이얀 손가락들이 키보드 자판 위에서 춤을 춘다. 손을 놀리는 남자의 눈빛은 부지런히 북스탠드 위의 서류들과 그의 등 뒤에 놓인 일정표, 그리고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향한다. 얼마간 더 이어진 손가락들의 향연은 이윽고 엔터키를 리듬감있게 누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후..."

몇번의 클릭 끝에 이 문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내둔 남자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의자바퀴가 표면과 마찰하면서 나는 드르륵거리는 기분좋은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책상으로부터 떨어졌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바라보면 '283'이라고 보이게 붙여놓은 거대한 스티커 너머로 시부야의 화려한 조명이 밤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자기도 자각하지 못한 채 입을 헤벌레 벌리고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이윽고 고개를 두어번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서는 책상에 놓여있던 커피잔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는 이 사무실, 즉 283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였다. 처음에는 16명, 그 뒤에는 19명, 그 뒤에는 23명, 그리고 마침내 지금은 25명으로 구성된,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는 프로덕션의 7개 그룹을 총괄하는 남자였다.

그의 역사는 이 회사의 역사와도 같았고, 그가 걸어온 길은 그가 담당하는 아이돌들이 걸어온 길과도 같았다. 그가 단순한 가정집과 별반 다를바 없는 이 사무소로 처음으로 출근했을 때, 사무소에는 그 어떠한 아이돌들도 없었다. 단지 사장과 그를 돕는 사무원만이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를 반겨주었을 뿐.

그가 이 회사에 들어온지도 벌써 4년째였고, 이 해가 지난다면 5년째를 맞이하게 될 터였다. 참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단지 '재밌어 보이고' '일 할 맛이 날 것 같다'는 이유로 처음으로 무작정 프로듀서라는 길을 선택했었을 때,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과 해프닝들이 그를 맞이하곤 했다. 야근은 일상이었고, 아이돌들이 일정이 없을 때도 그는 주말에 출근하여 못다한 일을 끝마쳐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주말근무는커녕 야근조차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 16명만을 담당할 때에 비교하면 일이 무려 1.5배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난 4년간, 그는 서류의 말머리만 봐도 전체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었고(정말로 좋은 일은 쓸데없는 경구를 붙이지 않는 법이었다), 강도에 비해 수입이 짠 일을 상대의 감정을 해치는 일 없이 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그의 거짓말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가장 중요하게는, 묘령의 여성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능수능란해졌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가장 감정이 풍부하면서도 그 싱그러우면서도 연약하기 그지없는 속살을 숨기기 위한 가시를 바짝 세우는 시기가 이른바 사춘기라고 불리는 이 시기였고, 그는 처음에는 그녀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뭇 실패를 겪어야 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반반한 외모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실수를 무마할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실패만 할 수 없는 노릇. 4년 간의 교훈을 디딤돌 삼아, 그는 마치 수술용 메스처럼 깔끔하게 치부는 놔두고서 그에게 필요한 부분만 섬세하게 도려내곤 했다.

그의 성공은 곧 사무소의 성공이었고, 그의 성장은 곧 아이돌들의 성장을 의미했다. 한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283 프로덕션의 문을 두드렸던 소녀들은 이제 일본인이라면 한번쯤은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정도의 거물들로 성장했다. 이제 그녀들에게 일본 열도라는 곳은 지나치게 작았다. 그녀들은 어느덧 전세계로 날개를 펴고 웅비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이미 해외에서의 라이브 역시 예정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들이 성공을 거듭해나갈수록 그의 가슴 속은 기쁨이 아닌 허무와 고독감이 메우기 시작했다. 4년 전, 그가 그녀들과 처음 만났을 때, 모두는 똑같은 아마추어에 똑같은 무명이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그녀들은 거물로 성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프로듀서였다. 업계에서는 '민완'이니 '천재'니 칭송받지만, 정작 이 세계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내딛으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단순한 범인(凡人) 말이다.

컵에 묻어있는 커피얼룩을 대충 흐르는 물에 씻어서 놔두고 온 그는 자리로 돌아가서 가방을 챙기는 대신 사무소 한복판에 놓인 소파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이미 세상에는 땅거미가 내려앉았고, 그 대신 하나둘 켜지는 조명들은 불야성처럼 시부야의 저녁을 낮처럼 화안하게 불밝히고 있었다.

그는 마치 시부야의 이 풍경이 그와 같다고 생각했다. 밝은 불빛으로 스스로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양 떵떵대지만, 구름 위, 하늘 위에 수놓은, 훨씬 밝게 빛나고 수많은 별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광공해 때문에 별들이 보이지 않을 뿐, 수천, 수만 광년 너머의 별들과 비교하면 인간이 만들어내는 빛은 손전등과 반딧불이의 그것에 불과하리라.

그 역시 업계에서는 칭송받을지언정, 그 밖으로 나서게 된다면 그녀들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인 인간에 불과했다. 지금까지는 억지로 그 밖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지만, 파열음과 함께 지층이 갈라지듯이 그녀들과 그의 사이는 더욱 더 벌어져갔고, 그녀들과 비교했을 때 그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미천한 존재인지 매일매일 강제적으로 자각해야 했다.

슬슬 다른 직업을 찾아보아야 하나. 슬슬 그녀들과 이별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매일매일 고민하고 흔들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그였다.

그때, 그가 틀어놓고 잊어버리고 있던 70년대 재즈음악이 멎었고, 광고가 시작되었다. 다음달에는 꼭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자고 다짐하면서 그가 컴퓨터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간 순간, 꽤 낯익은 남자가 화면에 나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自民党総裁の岸田文雄です。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1오입니다."

"命と暮らしを全力で守り、
생명과 삶을 전력으로 지키고,"

"成長と分配の好循環で、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으로,"

"豊かに生活できる新たな日常を。
풍요롭게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일상을."

"一人ひとりの声に寄り添い、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다가가,"

"多様な意見を受け止める、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信頼と共感の政治を、
신뢰와 공감의 정치를,"

"全力で。
전력으로."

"新しい時代を皆さんと共に。
새로운 시대를 여러분과 함께."

"自民党。
자민당."



평소 같았으면 5초가 지났을 때 바로 스킵을 눌러버렸을 그였지만, 왠지 지금은 그럴 의욕이 없었다. 아니, 의욕이 없다기보다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자신있게, 마치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화면 속의 남자에게, 그는 무심코 집중해버렸다.


정치인들은 다 똑같은 놈들이야. 누굴 뽑아도 우리네 인생은 변하지 않지- 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버릇처럼 붙이고 살던 그였지만, 그는 툭 던지듯 입을 열었다.

"나도 정치나 해볼까."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미1오 금지어 실화냐 씨발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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