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reddit.com/r/teslore/comments/1ptr0o/i_am_michael_kirkbride_ask_me_anything/
엘더 설정 구축에 개입한 제작진 중 가장 팬덤과 활발히 소통하며, 위의 짤처럼 팬덤 절반에는 뇌절충 설정딸러 취급을 받는 드로거들의 아이돌 MK.
2014년 그가 레딧에 연 쓰레드, "뭐든지 물어봐(Ask me anything)"에는 작가 본인이 구축한 설정의 디테일 및 비화 뿐 아니라, 켄 롤스톤을 필두로 한 모로윈드-오블리비언 당시의 설정팀이 어떤 식으로 세계관을 구축해 왔는지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단서가 산개해 있다.
1. 당연하게도 엘더 세계관에는 MK가 담당하지 않은 파트가 많다. 일례로 아르고니안의 기원 및 특성에 대한 설정은 주로 (질문자의 말에 따르면) BlueDev가 담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MK는 아르고니안 파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기로 한다.
2. 비벡은 사실상 MK의 자캐인 듯 하다. 비벡의 모티프는 힌두의 주신이자 밀교의 영원한 스타 시바, 그 중에서도 그 배우자 파르바티와의 합체형인 Ardhanarishvara 라고 한다. 아래 이미지만 봐도 일단 디자인은 빼박인 게 확실하다. 여담으로 비벡은 애초에 게임 상에 좆간지 양성구유 신을 구현하고 싶던 (a magical hermaphroditic badass on the XBox) MK 본인의 욕망의 산물이라 한다.
이 대목은 짧지만 모로윈드 시절 엘더스크롤 세계관의 구축, 특히 던머 설정 파트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여러 정황적인 추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하는 위 멘트에 의거한 필자의 전적인 뇌피셜임을 밝혀두자.
2-1. 비벡이 좆간지 양성구유 신을 게임상에 구현하자는 일개 작가의 욕망의 발현이었다는 것은, MK가 적어도 모로윈드 핵심 설정 파트의 결정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일개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모로윈드, 던머 설정의 본질에 그가 아주 깊이 관여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까놓고 말하면, 던머는 MK의 자손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왜? 아래 더 설명해보자.
2-2. 비벡의 모티프인 시바가 검푸른 피부와 충혈된 눈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창세 과정에서 한 방울만으로도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맹독을 자기 식도 바로 위에 머금었기 때문이라고 힌두 신화는 말한다. 창세와 파괴의 본질(놀랍게도 이 역시 시바의 양면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이라 할 수 있는 로칸의 심장을 비벡을 위시한 트라이뷰널이 꿀꺽하는 모종의 과정 때문에 카이머 전체가 시바의 외모를 빼다박은 현대 엘더스크롤 세계관의 던머가 돼버린 걸 생각한다면, 던머의 기원 자체가 힌두 창세 신화 중 시바 파트의 재해석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2-3. 이에 비추어 보건대, 모로윈드 제작 과정을 통해 그 기원 및 종족 컨셉이 구체화된 던머 설정 분야는 MK 본인이 전적으로 (최소 깊이 관여하여) 일궈낸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의 취향에 따라 D&D의 다크엘프와 구분되는, 힌두교 및 밀교적 모티프를 그 심층에 깊이 깔아둔 엘더스크롤 고유의 종족인 던머가 탄생한 것이다.
2-4. 이렇게 볼 때 던머의 힌두교적 모티프를 반영하는 또다른 단서는 트라이뷰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세의 독을 들이키고 반신이 검게 타버린 양성구유 비벡이 시바(파괴)라면, 영광스러운 황금 피부를 보전하고 자애로움을 가장하는 아말렉시아는 비슈누(유지)에 대응할 것이다. 실제 모로윈드 게임 본편에서 비벡이 자신들이 세운 기존의 질서의 파괴와 새 시대의 도래를 용인하고 퇴장하는 것에 대비해, 아말렉시아는 자신의 기득권인 삼신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네레바린과 대립한다. 나아가 '엔지니어' 소사 실은 창조의 브라흐마에 대비될 텐데, 이는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상 출연도 없이 죽어간 그의 포지션과 절묘히 맞아 떨어진다 (실제 브라흐마는 슈퍼스타 시바와 비슈누에 비해 신화 상의 비중에서도, 신도 수로도 많이 후달린다. 애초에 브라흐마는 인격신이 아닐 거다).
2-5. 좀 더 뇌절해 보자면 그가 깊이 관여해 만들어낸 설정임이 거의 분명한 CHIM의 모티프 역시 힌두교적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존재와 비존재의 양립 불가능한 양립을 초극의 동력으로 삼는 CHIM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힌두적인 개념이다. 본디 필멸자인 우리의 갤주, 다고스 우르가 창조와 파괴의 근원인 로칸의 심장에서 힘을 취해 트라이뷰널에 도전하는 부분 역시 힌두 신화의 한 장면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본디 힌두 신화의 여러 대목에서는 존나 수행해서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 브라만 (인간)이나 마족이 그 신통력으로 신들을 개발살 내고 인드라가 비슈누와 시바에 SOS 치는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필멸의 존재가 수행을 통해 초극하여 신들조차 위협한다는 것은 본디 아주 힌두적인 컨셉인 것이다.
2-6. 중간요약 하자면, 비벡의 기원에 대한 MK의 짧은 멘트만으로도 모로윈드 설정 제작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힌두 취향을 듬뿍 담아 던머라는 한 종족을 전적으로 새로이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견강부회적인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카이머를 모로윈드 땅으로 이끌어낸 데이드라는 사실 MK 본인이었던 것이다.
3. 탈모어의 진정한 목표가 타워, 즉 로칸의 창세를 통해 이뤄진 기존의 필멸적인 우주 질서의 파괴 및 불멸성의 회복이라는 떡밥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MK는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질문을 답하는 과정에서 꽤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탈모어는 단언컨대 오르비스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이다. 그 탈로스보다도 말이다. 그들은 이해불가한 집단이다. 그들은 전적인 타자(the Other)이며 조금이라도 필멸성의 냄새가 나는 모든 것을 혐오한다. 그리고 최후에는 그들이 승리할 것이다."
3-1. 탈로스가 Chim을 갖고 몬가... 몬가 위험한 지랄은 한 건 분명하다. 시로딜의 정글을 겨울의 숨결로 말려버린 것이나 신의 반열에 오른 것처럼, 아마 우주의 질서 그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수정을 가했지 싶다.
3-2. "They're going to win in the end." 게임상에서 수많은 탈모어를 척살하고 갑옷 벗겨다 팔아재끼고 CUYC 깔아다 말뚝에 시체 박던 도바킨들을 슬픈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부터는 힘 빠져서 대충 리뷰함)
4. "악튜러스의 이단(The Arcturian Heresy)은 내가 쓴 것들 중 최악이다. 재검토(revisit)가 필요하다."
확실히 이 책은 대거폴의 "언더킹 = 주린 악튜러스"와 전적으로 반대되는, "언더킹 = 울프하스" 설정을 노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 그것 때문에 최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궂이 MK가 이 책을 쓴 것을 후회할 만한 이유를 꼽자면, 수많은 떡밥들을 노골적으로 못박아두는 서술 방식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5. 켄 롤스톤은 MK에게 설정 및 세계관을 구축하는 방법에 있어 중요한 조언 하나를 해주었다. 켄 롤스톤이 초창기 엘더 로어 구축에 차지하던 위치를 생각하면 이 자체가 제작진의 대원칙이었다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선 신의 이야기(God's story)를 풀어라. 그 다음은 필부(the farmer's)의 이야기를 풀어라. then listen to what the dog has to say."
왜 마지막 문장을 원어로 그대로 두었느냐 하면, 이걸 어떻게 번역해야 할 지 필자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The dog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문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앞의 두 문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gods가 아닌 God의 이야기라고 명시한 것은 세계관의 기원과 창조 과정을 의미할 것이다. The farmer's 는 세계관의 일상적이고 생활 전반과 직결되는 부분들을 의미할 것이다. 즉 하늘에 이어 땅의 이야기가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본다. 문제는 what the dog has to say인데, dog은 사실 문맥에 따라 여러 의미를-개새끼, 악인, 아니면 정 반대로 이야기의 주인공?-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listen에 초점을 두어 해석해본다면, 어쩌면 이 말은 교과서적이지는 않은 영어 숙어일 수 있다. 사람이 키우는 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개의 의도를 때려맞춰 짐작하는 것처럼, 큰 틀의 설정이 잡히고 나면 하늘과 땅의 빈 부분들을 알아서 채워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로 견강부회 해볼 수 있겠다.
일단 여기서 한번 끊고 가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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