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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4

[일상] @@앱에서 작성

세코

2021.02.08 22:34:26

조회 70 추천 0 댓글 2

진짜 이기적인 얘기지만 대가리 꽃밭으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어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어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 기억은 거의 싹 사라졌는데 내가 열 살인가 열한 살 때 아빠랑 엄마랑 싸우다가 아빠가 내 어깨 붙들고 보여 준 빚 문서가 똑똑히 기억나네 그 이후로 돈 얘기 꺼내는 게 조심스러워진 것 같아 그리고 작년에 아빠가 바람피운 것도 알게 됐어 엄마도 분명히 아는 것 같던데 그냥 묻어 두더라고 내가 먼저 말해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괜히 신경 쓰는 것 같아서 나도 입 닫았어 또 어느 날은 내 방에서 혼자 조용히 공부하는데 엄마가 나 있는 줄 모르고 안방에서 통화를 했어 자기가 돈이 많았으면 나한테도 충분히 지원해 줬을 텐데 그렇게 못 해 줘서 너무 미안하대 그거 듣고 안 그래도 개복치인 멘탈 터져서 한동안은 무슨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엄마한테 너무 미안했어 학원 다니고 문제집 사서 뭐 하고 해도 성적이 그렇게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글이 점점 산으로 가네 여튼 이런 사실들 다 모르는 채로 그니까 대가리 꽃밭처럼 살았다면 지금보단 덜 우울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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