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츠신의 소설 <삼체>의 세계관에서는 우주에 수조 개의 문명이 존재하며, "암흑의 숲 이론"이라는 극단적 게임 이론의 논리가 작용해 문명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를 멸망시키는 끝없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저엔트로피체"(엔트로피 증가를 거스르는 존재, 즉 생명체)는 "은닉 유전자"와 "청소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은닉 유전자란 다른 문명에게 자신의 존재가 발각될 경우 즉시 공격을 받아 멸망하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는 본능이며, 청소 유전자는 잠재적이지만 필연적인 위협인 다른 지적문명의 존재를 인지하는 즉시 그들을 멸망시키려는 본능이다. 청소는 우주의 기본 법칙을 이용해 이루어지는데, 소설에서는 "광립 공격", "차원 공격", "광속 공격"이 등장한다. 이러한 기술은 인류의 기준에서 볼 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지만,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흔할 뿐만 아니라 매우 일상적이며 대수롭지 않은 기술에 불과하다. 태양계를 멸망시킨 한 문명에서는 외계문명의 존재를 포착하고 그들을 파괴하는 "청소부"라는 직업이 존재하는데, 이들 문명에서 청소부 직업은 최하위 계층에 해당할 정도이다.

광립 공격은 광립을 광속으로 목표 성계의 항성으로 발사해 초신성 폭발을 유도, 해당 성계 전체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삼체 문명이 지구를 침공하려 하자 인류가 삼체 문명의 성계 좌표를 노출시켰고, 그들은 제3의 문명으로부터 광립 공격을 받아 멸망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항성을 공전하는 행성이 항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초신성 폭발의 반경을 벗어나 있는 경우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이 때에는 다른 공격 방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차원 공격"이다.

차원 공격은 목표 성계 전체를 우주의 공간적 차원보다 한 단계 낮은 차원으로 떨어뜨리는 공격이다. 현재 우주는 3차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2차원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목표 성계에 "2차원 벡터 포일"을 발사하여 공격하는데, 이것은 "종이쪽지"라고도 불린다. 신용카드 정도의 크기의 아주 작은 직사각형 물체이지만, 2차원의 존재이기 때문에 두께는 0이며, 3차원 우주와 어떠한 상호작용도 하지 않아 스스로 빛을 발산하지 않는 한 감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목표 성계에 2차원 벡터 포일이 안착되면 이것의 면적이 점점 커지면서 공격이 시작된다. 종이쪽지와 닿는 모든 3차원 세계의 물질은 2차원에 끌려들어가 고정되며, 2차원에 끌려들어간 3차원 물질은 2차원으로 펼쳐져 마치 해부도와 같은 모습으로 2차원 평면에 고정된다. 2차원 평면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한 탈출속도는 광속이었으므로 광속 항행을 실용화하지 못한 태양계의 인류는 멸망했다. 수 억 명의 인간과 지구 문명의 장구한 역사와 유물, 태양계의 모든 물질이 빨려들어갔고, 태양계 크기의 매우 거대한 캔버스 속에 그려넣어진 해부도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인류는 차원 공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인류가 목격한 것은 삼체 성계에 이루어진 공격을 비롯해 두 번의 광립 공격 뿐이었다. 따라서 인류는 두 차례의 광립 공격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초신성 폭발 반경을 계산해냈고, 폭발 범위가 화성까지만 미친다는 것을 알아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뒤편에 우주도시를 건설하여 이주한다. 그러나 공격자들 또한 태양계를 광립으로 공격할 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차원 공격으로 태양계 전체를 2차원화시킨다.

존재가 발각되는 즉시 멸망당하는 냉혹한 우주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가 존재한다. 바로 성계 주위의 광속 자체를 늦춰 성계 전체를 저광속 블랙홀인 "블랙존"으로 만드는 것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반경 50AU의 공간에서 우주상수인 광속을 태양계 탈출속도인 16.7km/s로 낮추면, 어떤 것도 광속을 넘어 태양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으므로 인류 문명은 외부 우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또한 외부에서 태양계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더라도, 태양계의 광속인 16.7km/s보다 빠르게 비행하던 물체는 저광속 상태의 태양계에 진입하는 순간 상대성 이론에 의해 파괴될 것이었다.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인류 문명은 영원히 태양계 밖을 벗어날 수 없게 되며, 이를 실현할 기술 또한 알아내지 못해 블랙존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물론 우주에서는 이러한 광속 조작이 방어와 공격을 위해 흔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자신들의 항성계 주변을 여러 개의 저광속 블랙홀로 에워싸 "우주 만리장성"을 쌓거나, 적 함대를 노린 함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전술했듯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기술들은 매우 흔하며, 전쟁 시대인 우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광립 공격과 차원 공격, 광속 공격과 방어가 난무했다. 차원 공격이 계속된다면 우주 전체가 2차원으로 추락해 우주 전체의 차원이 한 단계 낮아질 것이었고, 광속 공격과 방어로 저광속 지대가 늘어난다면 결국 우주상수인 광속 자체가 느려질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우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금의 전쟁 시대 이전의 우주는 "전원 시대", 즉 지금보다 차원이 높고 광속이 빠른 상태였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전원 시대의 우주는 11차원 시공(10차원의 거시차원 + 시간 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광속은 무한대에 가까웠지만, 계속된 전쟁 때문에 우주가 4차원(공간 3차원 + 시간 1차원)으로 낮아졌고 광속은 초속 30만 km로 느려졌다는 것이다.

우주에는 우주를 전원 시대로 되돌리려는 "복원자(resetter)"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차원 공격을 계속하여 3차원 우주를 2차원으로, 2차원을 1차원으로, 1차원을 0차원으로 만들고 0차원에서 다시 차원 공격을 가해 차원을 떨어뜨리면, 우주가 리셋되면서 다시 10차원으로 복원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마찬가지로 광속 공격을 계속해 광속을 0으로 낮추면 무한대의 광속을 회복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물론 증명된 바 없는 이론이었다.

우주의 발전된 문명들은 현재의 우주(대우주) 밖에 소우주를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주의 총 질량은 정확히 빅크런치를 일으킬 수 있는 질량이었다. 문명들은 빅크런치를 피하기 위해 소우주를 만들어 대피했으나, 이 때문에 대우주에서 소우주로의 질량 유실이 일어나 대우주의 총 질량이 빅크런치가 일어날 수 없는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빅크런치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주는 수축하지 못하고 영원히 팽창하여 우주 전체가 완전하게 죽은 무(無)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었다. 복원자들은 "회귀 운동"을 벌여 소우주로 피신한 문명들이 질량을 대우주로 되돌려 줄 것을 요청했다. 질량을 되찾은 우주가 빅크런치를 일으켜 새로운 빅뱅이 전원 시대를 다시 한 번 열어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