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tenkahyakken.jp/visual-story/inc/?page=19

무라사메・쥬즈마루 츠네츠구

「마음은 소나기에 사라진다」

계속 풀죽어 있는 쥬즈마루를 보다 못해, 코가라스마루가 둥글게 웅그린 등을 팡 하고 두드렸다.

[코가라스마루]

"그 후로 무라사메의 소식은 어떻게 됐누……?"

[쥬즈마루 츠네츠구]

"실마리조차 없어요. 아슈라마루와 함께 있을거라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만……"

[코가라스마루]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만. 역시, 그때 억지로라도 붙들어 놨어야 했던 게야……"

그것은, 소나기를 마주한 동안의, 아주 조금의 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빗방울에 흐려진 시야와 빗소리에 뒤섞여, 오하나미슈 0번대사・아슈라마루는 무라사메를 데리고 도주를 꾀했다.

사태를 맨 먼저 눈치챈 코가라스마루로부터, 비번이었던 쥬즈마루에게 무엇보다 빨리 연락이 갔다.

그것은, 그녀가 무라사메와 오랜 인연이었기 때문에──.

비가 멀어지고 있는 하코네 언덕에 접어든 무렵에, 쥬즈마루는 무라사메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무라사메, 기다리세요. 적어도, 저와 이야기만이라도……」

무라사메는 문득 발을 멈추고, 말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눈짓으로 동행자를 먼저 가게 하고, 혼자 그 자리에 남았다.

등을 돌린 채 더듬더듬하며, 그저 평온하게 말했다.

「……저는, 따를 뿐입니다, 그 사람을」

쥬즈마루는 깜짝 놀랐다. 그 한마디에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미츠루기사용자로서, 선택했다고 말하는 건가요? 그 사람을……」

「네. ……금생의 반려로서」

그렇게 말한다면, 쥬즈마루는 할 말이 없다. 미츠루기가 미츠루기사용자의 뜻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부디, 다시 생각해 주세요……당신이 가는 길은, 그저 수라의 길일 뿐입니다. 희망 같은 건 없어요!」

「……희망 같은건 필요없어요……그저 끝까지 목숨을 다 바치는 것이, 미츠루기라는 존재니까」

「…………그, 그러면……무라사메, 당신은 저의……적입니다」

「별 수 없지요. ……쥬즈마루, 그럼 안녕히」

쓱 하고, 망설임 없이 걸어가는 무라사메.

「기, 기다려 주세요! 전 당신과……싸우고 싶지 않아!」

「……우리는 미츠루기. 싸우는 도구입니다」

무라사메는 칼을 빼들고, 주위의 자연물을 스치듯이 베어나갔다.

그러자, 자연물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형의 무언가가, 물러가는 무라사메의 등을 감추듯이 앞을 가로막아섰다.

벤 물건에 혼을 깃들게 하는 무라사메의 능력 「베어 엮기」──그 기이한 힘으로 생겨난 이형의 생물들.

쫒아갈 길이 막혀간다…….

「쥬즈마루, 기꺼이 쫒아가겠습니다!」

쥬즈마루는 어쩔 수 없이 칼을 뽑고, 좁혀오는 이형의 것들을 베어나갔다.

뺨을 타고 내리는 뜨거운 물방울을 닦아냈을 때, 드디어 소나기도 지나갔다는 것을 눈치챘다.

몇 번이고 무라사메의 이름을 외치면서, 이형의 것들을 쳐내버리는 동안, 어느새 무라사메는 모습을 감췄다.

「이것이 미츠루기의 운명……? 싸우는 것만이 미츠루기인 것은 아닐 텐데」

비 그친 정적 속에서, 쥬즈마루는 아무도 모르게 계속 오열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