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으로 작가질하다가 어찌어찌 계기로 목욕탕 청소 알바함

이유는 내가 3년 내내 365일 중에 350일 정도를 새벽 2시에 목욕탕을 갔거든 아파트에 붙어 있는 곳

근데 3년 내내 가니까 사장님이 나만 보면 키를 걍 줄 정도가 되었다

어느 날 알바를 구하는데 해볼 생각이 있냐 묻더라

그냥 일이 너무 간단했음 여기 목욕탕이 1시 반에 물을 빼고 1시간 동안 존나 청소하는데 그 1시간 월~토 출근하겠냐는 얘기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단다

새벽 알바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하루에 근무시간이 정리까지 합해서 90~120분이고 새벽에 그 시간에만 힘쓰는 일 누가 하겠냐

그래서 그 시간에 목욕탕 오는 나한테 딱 제안을 주셨음

근데 제안이 존나 좋더라? 시급이 1만 1천원임

시발ㅋㅋ 이거 노조에서 바라 마지 않는 시급이자너 ㅋㅋ 게다가 눈치를 보니까 목욕해도 뭐라 안 할 기세였음ㅋㅋ

그 뒤로 딱 30분 일찍 출발해서 청소하고 뜨뜻하게 목욕하고 글 좀 쓰다 자고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수입 짭짤하고 목욕비 굳힌 것까지 하면 미친 것 같은 이득

게다가 일도 재밌다

슥슥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청소가 눈에 보이는 것만 닦아내는데 집중하는 구조라 성취감이 있다

보람이 찬다고 해야 하나? 눈앞의 것만 지워내면 끝이니 만사가 형통이고 마음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오늘은 좀 일찍 깨서 1만 5천자 간만에 잘 달리고 퇴고까지 끝냈다

어제 못 본 인테르 도르트문트 한번 돌려보고(인테르 이겨서 기분 존내 좋음 ㅎㅎ) 예약 걸어두고 출근할 생각

요즘은 노하우가 붙어서 4시 전에 목욕까지 끝낸다

너무 좋다 정말 나를 위한 일인 것 같다

사장님과 사이도 좋고 xx씨랑 술 먹고 싶은데 주말 아침에 술 먹으면 남편이 지랄을 해싼다는 얘기에 함박웃음이 터진다

정말 즐겁다 목욕탕 청소 너무 즐겁다 내 삶의 보람이다

우리 웹갤럼들도 삶의 활력소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불현듯 글을 갈겼다 너무 즐거운 일이 생기니 글도 술술 나온다

1만자 써도 즐겁다 목욕으로 땀 뺄 생각에 설레고 또 설렌다

일을 늘리고 용돈거리가 생겼는데 오히려 글이 더 잘 써진다

전업하다가 심심해서 부업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ㅋㅋ

인생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