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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불한당 처음 본 사람입니다.

ㅇㅇ(223.32) 2017.11.26 19:53:21
조회 2103 추천 29 댓글 7
														

초면에 재수없게 존댓말 써서 ㅈㅅ 왠지 격식 차려야 할 것 같아서 그랬음 ㅎ


내 감상이라면 감상이고 해석이라면 해석일 이 글이 담은 내용이 맞을 리는 없겠지만, 맞다 해도 이미 나온 얘기의 반복일 게 틀림없지만, 그래도 내가 영화 보고 이거 저거 떠오른 생각 정리하고 싶어서 글 쓴다.


나는 무교라서 성경도 모르고 무식자라 예술도 모르지만 태생이 가요덕후라 노래 몇 개가 떠오르더라.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곡은

'타블로 - 나쁘다 (feat. 진실)'


이 곡이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는, 개인적으로 영화 후반부 현수 감정과 사고를 잘 따라갈 수가 없었는데 엔딩씬을 보자마자 이 노래가 떠오르면서 순간에 이해가 확 돼서.


현수는 분명 선이고 재호는 악이지.

그건 불우한 삶 속에서 죽음을 피하려 선택한 방법이 학교-경찰이었던 현수와 약-조직이었던 재호의 시작에서부터 이미 선명하게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현수는 재호를 만나서 악이 되어가. '양아치 다 됐네'란 대사는 괜히 있는 게 아닐 거야. 선이었던 현수가 악이 되었단 걸 말하는 거겠지. 그리고 이 현수가 재호를 만나 그처럼 악이 되었다는 구도는 시작씬과 엔딩씬을 보고도 알 수 있는데,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시작될 때,

'재호가 가장 왕성한 악의 모습일 때/타이틀, 불한당'

이 구도였는데 영화가 끝을 맺을 때,

'현수가 모든 악행을 저지른 후의 모습일 때/타이틀, 불한당'

이 구도였잖아.


이 모습이 선이었으나 악을 만나서 그를 닮아 악이 되어버린 현수를 상징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현수가 악이 된 건, 악인 재호를 사랑했기 때문이고.

(이 사랑은 로맨스적 사랑일 수도 있고 엄마의 대체자로서의 사랑일 수도 있고. 현수가 재호를 사랑했는가 아닌가는 의견이 분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라면 민망한 거지만 적어도 난 사랑했단 것 자체는 진실이라고 생각해)


이제 가사를 살펴보자.


죽이고픈 기억 때문인지
내 마음에서 날 지워가면서
부질없는 착한 마음은
이 세상에선 결함이니까
어서 점점 나빠지고 싶나봐
사랑하면 닮아간다는 말처럼
이렇게 해서라도 너와
조금만 닮아지고 싶나봐

현수가 악이 되어버린, 악이 되기를 선택한 이유. 

현수의 '부질없는 착한 마음'은 이 '나쁜 놈들의 세상'에선 '결함'에 불과하니까.

선이 결함이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고 쉽게 받아들여질 순 없는 얘기지만 좋은 놈들의 세상 뒷편에 자리한 나쁜 놈들의 세상에선 그게 진리가 되는 말이지. 천팀장조차 어설픈 죄책감, 즉 부질없는 착한 마음은 버리라고 하잖아?

그리고 그렇게 해서라도 사랑하는 재호와 닮아지고 싶어서.

엄마가 죽고 어느새 현수의 세상이 된 재호, 그리고 그의 세상에 살아가려면 재호와 닮은 악이 되어야 하지. 

어쩌면 비극으로 끝날 저와 재호의 사이를 알고 재호의 흔적을 제 안에 심어놓으려는 걸 수도 있고.


나쁘다 사랑은 참 나쁘다


현수는 사랑 때문에 제발로 악인들의 소굴로 걸어들어갔고, 사랑 때문에 악이 되었으며, 

재호는 사랑 때문에 사랑을 놓치고, 사랑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지.


사랑은 참 나쁘지. 사랑 때문에 이 비극이 시작된거나 다름 없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불한당의 부제인 '나쁜 놈들의 세상'이란 '사랑하는 놈들의 세상'이 된다고 봐. 그 사랑의 형태와 지향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숨 쉬는 이유가 되어버린
네가 내 숨을 막는다


이미 재호는 현수에게 세계가 되어버렸고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으라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심했지만 상황을 보고서도 사람을 놓지 못한 재호에게도 현수는 숨 쉬는 이유가 됐다고 생각해.

하지만 숨 쉬는 이유가 되어버린 서로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의 숨을 막는(이건 마지막에 현수가 재호를 총으로 쏘지 않고 손으로 '숨을 막아서' 죽인 것에서 그 상징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해) 상황. 이 비극을 축약하자면 이 문장이지 않을까.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의 현수의 모습도 이 가사에 나온 모습일 거라 유추했어.


사랑을 알게 되면 가슴이 아프게 돼
아는 만큼 나쁘게 돼
안내던 화가 나는 말
나답지가 않다는 말
나다운 게 뭔데 라고 말하면서
잘만 아는 말 내가 나를 못 봐
어둠속에 안겨 봐도
눈 감아 봐도 마음 편히 못 자
밤새도록 헤매 한 모금조차
조금도 못 마시던 술이 고파
조바심에 취해서 새벽비가
쏟아지는 길에서 비틀거리며
시비를 걸며 좋은 말만 속삭이던
입에서 숨 쉬면 욕이 나와
불씨가 화가 되기 전엔 못 지나가
버릇처럼 거짓말하게 되고


나쁜 너 보다 나쁜 건
그런 너를 잊지 못해
망가지고 나빠지는 나
다른 사람에게 나쁜 나
나쁘다 참 나쁘다 아프다 참 아프다


선이었던 과거와 달리 악이 된 현수는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재호와 비슷해지겠지. 그걸 부정하면서, 애써 외면하면서.

마치 마음에 안들면 죽이고 편이 다르면 죽였던 재호처럼 다른 사람에게 나빠지고 점점 더 망가지겠지.

그렇게, 고통 속에서 살겠지. 


자살을 한다는 의견도 몇 있었지만, 그것도 훌륭한 의견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현수가 스스로의 힘으로 죽을 것 같진 않더라.

그러나 다만 산다고 해서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진 않겠지. 죽지 못해 연명하는 것일 뿐.

마치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 것처럼, 죽으면서까지 악이었던 재호의 존재는 현수 곁에 영원히 남아서 평생을 아파하며 나쁘게 살아갈 것 같아.


그리고 현수의 최후, 또 그 후를 생각해보자면,

또 다른 이를 악으로 물들이고 그에 의해 종말을 맞이하며 악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또 내가 떠올랐던 다른 곡은

'가인-돌이킬 수 없는'


이 곡은 뮤직 비디오와, 뮤직 비디오 초반에 나오는 원곡에서 피아노가 빠진 버전에 다른 멜로디와 가사를 실은 '진실'을 함께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데다 사실 정말로 모티브를 따온 부분이 있다면 이 곡과 뮤비의 뿌리가 되는 영화 '레옹' (이건 하이퍼 링크가 없어)에서 따온 것이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곡으로만 얘기를 해볼게.


레옹-마틸다의 구도인 이 곡은 포지션으로 놓고 보자면 다시금 현수의 이야기겠지만, 난 이건 재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더럽혀질 빈 곳도 안 남은 
내 몸엔 나쁜 피만 흐르는


악인 재호는 선인 현수의 앞에서 저 자신을 저렇게 생각했지 않을까? 더렵혀질 빈 곳도 안 남은, 피조차 나쁜 피만 흐르는 악 그자체.


lie don't lie don't lie 
다 새빨간 거짓말로 들리는 
난 벼랑 끝에 몰리는 
lie don't lie don't lie 
이 스토리엔 좋은 끝이란 없어 

널 놓고 말고란 없어 


나는 재호가 '진실'과 '신뢰'에 집착한다고 생각했어. 그건 의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그런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재호로 하여금 진실과 신뢰에 집착하게 만든 거지. 물론 여기서 신뢰란 사람 간의 신뢰가 아니라 상황에 대한 신뢰. 결국 그 신뢰가 깨어지고 사람을 놓지 못해서 '돌이킬 수 없게' 된 재호.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겠지.


기어이 난 너를 잡고 버티고 
나를 파고드는 상처마저 모른 채 
더는 망가질 수 조차 
부서질 수 조차 없이 무너지고 
까맣게 탄 눈물만 흐르네 


째깍째깍 시간은 
또 흘러 흘러 내 맘을 
또 흔든다 날 흔든다 


알아. 불한당 속에서 재호는 저렇게 처절하게 굴지 않았지. 그저 현수를 믿어버려서 시간을 주고, 현수에 의한 죽음을 받아들였을 뿐.

그러나 재호가 얼마나 불신과 악으로 가득 차있었는지 알기에, 재호의 현수를 기다린 시간들은 그만의 처절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kill me or love me

선택은 하나


재호도, 현수도 서로에게 그 많은 기회를 주었던 건 결국 사랑을 원해서가 아닐까? 사랑, 아니면 죽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의 뮤비의 결말처럼, 재호는 사랑하기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현수는 사랑하기에 죽음을 내리고 말지만. 


여기까지가 내가 떠올린 것들이야. 


시간이 지나면 더 떠오를 수도 있고 아니면 오류가 생각나서 이 글을 수정 또는 삭제하러 올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이만 여기서 글을 줄일게.

혹시라도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사람이 있다면 고맙단 말을 하고 싶네.

그러면 나는 한번 더 보러간다^^ 안녕



아 그리고 본의 아닌 스크롤 압박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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