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지방에서 개드립 하면서 가장 꽃다운 나이에 가장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무렵이었다.

댓글에서 띠껍티콘의 몸부림이 담겨있는 '띠껍티콘'콘을 보게 되었다.

 '이건 뭐하는 새끼지 딥웹 컨셉인가'

'띠껍티콘'콘을 보고 내가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다.

 유튜브에 들어가서 띠껍이의 영상들을 차근차근 보았다.

제일 처음 본 영상은 블루와 옐로였다. 대사는 없지만 주변 시선에 아랑곳 없이 연기하며 웃음과 부끄러움을 주는

띠껍티콘의 장면들을 보면서 찰리채플린과 같은 시대에 살았으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새겼다.

 코믹월드편에 담긴 옐로의 담배 한모금을 보며 생각했다.

인간의 외면 치장에 지쳐 자기에게 휴식을 주는것조차 정당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시했던 크리에이터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주제를 희화에 담아 노래하고 있었다.

삭제 무감독판 띠플래쉬를 보기 전까진 재즈는 피아노나 색소폰을 가진 흑인이 우아하게,

동시에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치는 즉흥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예술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틀을 내 마음대로 어디선가 가져와서는

병신같은 가오를 부리며 힙합은 이래야지, 락은 이래야지, 재즈는 이래야지 거리고 있는 틀딱이었다.

 그림이란게 나오기 전 그림을 그렸던 사람은 그림은 이래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재즈를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하면 그게 재즈인 것이다. 띠껍티콘이 그렇게 하면 그게 재즈인 것이다.

건조대에 냄비를 올려놓고 치든 플라스틱 의자를 삼다수병으로 치든 그건 드럼인 것이다.

 이후로 예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나에겐 병영 문학대회가 눈에 들어왔고,

이윽고 마션에 나오는 화성에 갇힌 마크 와트니가 감자라는 식량으로 화성을 탈출하듯

군대에 갇힌 내가 짬밥을 먹고 군대를 탈출하는, 그러나 한층 성장한 내가 된 채로 탈출하는 내용으로 병영문학상을 수상했다.

 띠껍티콘의 챔피언스리그를 보면서 꺼억꺼억 웃어댔다.

승부차기 끝에 무승부로 끝난 장면은 띠플래쉬와 함께 23세기까지 자료화면으로 남을 최고의 장면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불운한 천재에겐 천재성이 주어졌으나 불운도 함께 가지고 태어났다.

생방송중 송출 정지, 여러번의 노란 딱지, 저작권이 잡은 발목이 무거웠기 때문에

블루와 옐로는 한걸음도 나아가기 두려워마지않았을 것이다.

 띠껍티콘의 예술성과 오락성은 다른 무엇들과 비교될만한 그것이 아니다.

띠껍티콘이 돌아와서 방송만 해준다면, 유튜브 영상 하나만 남겨준다면 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부랄 두번 긁으면서 컴퓨터를 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