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토는 쿵(고트렉과 붙었다가 순살당한 카오스 투사)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욕을 내뱉었다. 쿵의 시신은 여전히 박살난 도끼를 쥐고 있었고, 갈라진 두개골 옆의 눈동자들은 멍하게 위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칸토가 신들의 관심을 피한 것도 이래서였다. 오직 소수만이 그들의 은혜를 받았고, 나머지는 몰락한 채 구더기들의 먹이가 되었다.

한번 그 길을 택하면, 오직 두 개의 운명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승리, 아니면 죽음. 그 길에 선택권이란 너무나도 제한됐다. 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기꺼이 걸었다. 자신들이 변덕스러운 신들을 만족시킬 수 있기를. 북부의 바람의 속삭임에서나 들려오는 악마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 그들의 이름이 발키아와 로타르 부보니쿠스와 같이 으스스한 곳에 세워진 고대의 모노리스에 새겨져 이정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했다.

칸토는 그들을 증오했다. 그는 그들을 증오한 동시에 자칼이 늑대를 우러러보듯이 존경했다. 그들은 신념에 걸맞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고 수많은 이들의 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어둠의 정점까지 올랐다. 그러한 점에서 그들을 존경하지 않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칸토는 그들을 증오했다.

칸토는 남부로 떠나는 생각이 구미가 당겼다. 모을 수 있을만큼의 병사들을 모은 다음, 을씨년스러운 곳으로 떠나 마음껏 불을 지르고 약탈하여 또 한 번의 백년 동안의 갈망을 잠재우고 싶었다. 그가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을 때, 그는 틸레아 남쪽 황금빛 해안에 자신만의 별장을 꿈꿨다. 가난한 귀족에게 걸맞는 멍청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그가 절대로 떨쳐내지 못한 소망이기도 했다.

살육따위가 아닌, 안락함.

그것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갈망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말로 떠나버린다면, 가름은 그를 추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어울프는 반란과 배신을 용인할 뿐만 아니라 부추겼지만, 탈주만큼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칸토는 그들 무리에 속했다.

'전 지금껏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사악한 짓을 저지른 사악한 사람이였습니다. 하지만 전 괴물이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단 한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