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글링들에게 너글-짜장의 제조법을 확인받고 검수하는 중인 에피데미우스 해병님의 존안)

구더기 왕, 너글의 선택받은 검수인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에피데미우스는 플레이그베어러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네임드 악마이자 동시에 너글이 만든 온갖 역병의 감염률, 치사율, 감염 증상과 2차 증상 등을 모조리 문서화해 기록하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은 악마임.

물론 현실의 행정 업무와 옆동네 4만년대의 행정 옥좌가 그러하듯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에피데미우스가 이 영광스러운 과업을 묵묵히 진행할 수 있도록 24마리의 선택받은 너글링들이 에피데미우스가 탄 가마를 끌고, 질병을 기록할 도구들을 준비하고, 주판을 튕겨 계산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에피데미우스를 보좌함

이 보좌관 역할을 맡은 너글링들은 활기찬 개초딩 잼민이들 같은 동족들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과묵한 편인데, 그 이유는 에피데미우스가 자신의 과업을 방해하는 어떤 종류의 방해도 혐오하는 데다가, 그의 작업 중에 하나라도 작은 실수가 있으면 그 너그럽다는 너글이 코른처럼 진노해 유혈갈망마 같은 기세로 달려와 에피데미우스의 가슴팍을 걷어차기 때문임. 그리고 그로 인해 에피데미우스에게 내리갈굼을 받는 것도 너글링들이 바라지 않는 일이기도 하고.

물질계에 새로운 역병이 퍼지는 곳이 곧 에피데미우스가 검수할 장소이며, 그렇기에 에피데미우스의 행적을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중에서도 에피데미우스가 가장 좋아하는 건 너글의 역병에 더 오래 저항하는 강인하고 야심찬 영혼을 관찰하는 것임. 너글이나 그 휘하 악마들이 퍼트린 역병은 육체적 오염을 넘어 정신과 영혼까지 오염시킬 수 있지만, 에피데미우스처럼 정신적으로 서서히 부패하는 희생자의 영혼을 관측할 수 있는 건 드문 특권이라고 함.

엔탐에선 토붕이들이 내달라고 징징대는 마고스 로드들과 함께 제국을 침공했는데 탈라브헤임 전투에서 제국의 어느 떠돌이 엔지니어가 탈라브헤임 공대에서 탈취해 운용중이던 스팀 탱크 '미랄리아노'를 발견, 난전 속에서 너글 군세를 상대로 맹활약하는 미랄리아노를 본 에피데미우스는 휘하 너글링에게 "저 기열 제국 탱크에게 '장난'을 실시한다!"라고 명령함. 그러자 그 너글링이 미랄리아노의 제국-포신 안으로 들어갔고 그걸 미처 모른 채 발포한 미랄리아노는 앙증맞은 폭발을 일으켰고 탈라브헤임 총사령관이 유폭된 파편에 맞아 사망하는 사소한 사고가 겹쳐 제국군의 패배에 일조함.

하지만 이후 참가한 알트도르프 공방전에선 마고스 로드, 타우록스와 함께 알트도르프 동쪽 성문을 공략했으나, 정작 본인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질병 목록만 검수하는 찐빠짓을 저질렀고 그걸 본 제국이 대구경 대포로 헤드샷을 날려 어이없게 사출당함. 사출당하는 와중에도 계속 질병 목록만 외우고 있었다는 건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