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쟁이어로 에티르라고도 불리는 힘은 카오스 렐름에서 새어 나와 현실 세계를 가로지르며 다시 카오스 렐름으로 흘러가는데 마법사들은 이를 마법의 바람이라고 부름. 이 마법의 바람들은 제대로 된 마법사의 의지와 감정을 바탕으로 세상을 마법사가 원하는 대로 뒤틀어버리는 강력한 힘들임.

마법의 바람이 현실에 끼치는 영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기이하게 나타남. 일반인조차 잠깐이라도 접촉한다면 기이한 일을 겪기 마련임. 그렇다보니 마법의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들은 자신이 다루는 바람의 영향이 내면에 새겨지면서 성격이 변하거나 재수가 없으면 육신이 뒤틀리는 등의 위험이 있음. 예컨대 불의 학파 출신의 마법사들의 머리털이 불꽃처럼 꼿꼿이 서거나 혹은 아예 타오르는 등의 영향을 들 수 있음. 성격이 불같이 좆같아지는 것도 그런 양상 중 하나고.

카오스 렐름의 혼란스러운 에너지는 현실에 풀려나면 8개의 바람으로 갈리는 일관적인 법칙을 보여줌. 이에 대해서 마법사들 간에 다양한 학설과 멱살잡이가 있었으나 대체로 동의하는 것은 이 에너지가 현실의 매개와 엮이면서 변화를 일으킨다는 거임. 올드월드 최강의 마법사 집단이자 올드원의 첫번째 자손들인 슬란은 이에 대해 딱히 남긴 말이 없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슬란 다음가는 마법사들인 높귀의 마법사들은 카오스의 힘이 세상으로 나오는 그 순간 8개로 분화되고 마법사들이 이를 감지하는 사실을 고대에 알아내었음.

마법사들에게 마법의 바람의 인식은 주로 색깔로 나타남. 그렇기에 각 마법의 학파마다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는 색깔들이 있는 것임. 다만 바람이라 묘사하는 것은 그냥 은유일 뿐이고 카오스의 힘에서 나온 에너지인 만큼 제멋대로이고 지들 꼴리는 대로 흐르는 성질을 지녔다고 함.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색깔 이외엔 마법을 인식하는 방식들이 서로 다름. 가령 금속학파이자 챠몬의 바람을 다루는 연금술사들은 유달리 변덕스러운 챠몬의 바람을 '정수적 유머'라고 칭하고, 빛의 마법사들은 히쉬 고유의 완고한 성질덕에 '마법의 틀', 야생의 바람 구르를 다루는 호박색 마법사들은 왠지는 모르겠으나 '세계의 꿈'이라고 칭함.

문제는 이런 바람의 인식이 너무나 제각각이라서 마법사들마다 지네들이 쓰는 방식을 제대로 정의내리지 못 한다는 거임. 어떤 새끼는 이런 기분이 들고, 어떤 새끼는 쓸때마다 진동을 느끼거나, 혹은 마법의 정령들을 본다는 식이라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을 거치지 않은 마법사들은 제자한테 지가 보는 방식으로 마법을 설명함. 그런데 제자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법을 인식해서 스승의 말에 어떻게든 끼워맞추기 하다가 대참사가 나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는거임. 그래서 제국의 마법 대학 설립 이전의 마법사들이 위험하다는 소리임.

그러나 저런 대참사를 겪지 않고 제대로 훈련되었으며 바람의 영향으로 이상하게 변하지 않은 마법사라면 숙달되면서 주문들의 발동과 술식들이 항상 일정하다는 사실과 바람들간의 색깔을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었음. 그래서 마법 대학에서는 이런 일관된 주문의 방식들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한 마법 사용 방법을 창안해냈음. 사실 거의 대부분은 높귀 귀쟁이들이 한거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