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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번역) 루터 후스 - <챕터 10>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2.11 04: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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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방이 아니라 북부 드라크발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아이제나흐는 큰 편이었다.


그것은 숲의 동쪽 측면의 널찍한 가장자리를 가로지른 황무지와 중앙 산맥의 암석들까지 이어지는 계곡 사이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땅은 탁 트인 곳으로, 높은 산봉우리에서 울부짖는 바람과 서쪽에서 불어오는 비바람을 맞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드문드문 자라는 나무들은 노파처럼 구부정하고, 나뭇가지는 팔짱을 끼듯 뻗어 있었다.









아마 그 풍경은 한때 덜 척박했으리라.


농작물로 가득한 밭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잘 정비된 대로가 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는 아니었다.


폭력과 파괴의 흔적이 풍경을 엉망으로 망가뜨려 놓았다.


가축들의 시체가 들판에서 썩어갔고, 고립된 농장은 텅 비어 있었고, 건물의 창들은 구덩이처럼 깊게 파여 있었다.








아이제나흐도 예외는 아니었다.


후스와 슐레히트, 밀라가 도회지에 접근했을 때, 그들은 수백 피트를 따라 난 광란의 발자국과 방벽과 대지에 남은 그을린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제국의 깃발이 여전히 망루에서 휘날리고 성벽에는 병사들의 형체가 움직였으나, 그곳은 황폐해 보였다.








그들은 정오에 성문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후스는 늘 그렇듯이 침착하고 집중한 표정이었다.


슐레히트는 여전히 쫓기는 듯 눈을 뒤룩거렸지만, 긴 여행 동안 광기는 약간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는 최대한 밀라의 뒤에 바짝 붙어서 절뚝절뚝 걸어가며, 이따금씩 넓고 매료된 것 같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회지가 가까워 질수록 밀라는 불안에 떨었다.


높은 방벽이 그녀를 압도했다.


그녀가 전에 본 어떤 것보다도 훨씬 크고 넓은 것들이었다.





그녀는 제국의 대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


황제 폐하께서 정의를 베푸시기 위해 황금 옥좌에 앉아계신 알트도르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거인들이 속이 빈 땅을 파내 만들었다는 탈라브하임,


늙은 아버지 울릭께서 산등성이를 자신의 망치로 내려쳐 조각했다는 미덴하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장소를 상상하는 건 어려웠지만, 아이제나흐는 그녀의 상상 만큼이나 넓고 웅장해 보였다.







그녀는 뒤로 약간 물러서서 후스가 앞장서 성큼성큼 걸어가게 두었고, 신중하게 멍한 표정을 지어서 공포심을 숨겨 보려고 했다.


도회지로 들어서는 입구는 육중하고 강철로 장식된 한 쌍의 참나무 성문으로 막혀 있었고, 거칠게 깎아낸 이십 피트 길이의 빗장이 쳐져 있었다.


더 자그마한 문이 오른편에 나 있었고, 이건 반쯤 열려져 있었다.


한 무리의 병사들이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어떤 이들은 양쪽 벽에 기대고, 어떤 이들은 무기를 내보이고 있었다.







밀라는 그들 중 누구의 표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흉갑과 개방형 투구를 입고 있었고, 몇몇은 손에 긴 미늘창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최대한 조심해서 그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면도하지 않은 얼굴에, 볼은 움푹 들어갔으며, 수상쩍어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병사는 백랍 맥주잔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고, 공기는 퀴퀴한 알코올 냄새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후스가 성문으로 걸어오자, 덥수룩한 회색 수염을 기르고 불룩 나온 배 옆에 브로드소드를 찬 병사가 앞을 막아섰다.





‘안녕하심까.’ 환영하는 기색 없이 그가 말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후스를, 더더욱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슐레히트를 바라보았다.


‘무슨 용무로 오셨죠, 사제님?’






후스는 그 사내를 내려다봤다.


마치 다른 모든 이들을 내려다 봤던 것처럼.


‘사제가 자신의 용무를 설명했던 때가 있었소?’ 그가 말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않소.’






그 병사는 슐레히트를 다시 한번 훑어보고 나서, 밀라를 바라보다, 다시 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물론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근데 꽤 오랫동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서요. 당신 같은 분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여기엔 교단 사람이 없소?’ 후스가 물었다.





병사는 고개를 저었다.


‘죽었거나, 떠났지요.’






‘그럼 누가 그대를 사목하오?’






병사는 적막한 목소리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웃었다.


‘우리를 사목한다구요?’ 그는 아무도 웃고 있지 않은 자신의 동료들에게 몸을 돌렸다.


‘사제님,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후스는 그를 아주 못마땅하게 쏘아보았는데, 밀라에겐 익숙한 시선이었다.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구려.’ 그가 말했다.


‘도회지엔 사제가 필요하오. 사람들은 이끌어줄 이가 필요하지. 율법도. 그리고 희망도.’







그 남자는 마치 잔혹한 농담이라도 한다는 듯 후스를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희망이요?’ 그가 낄낄거렸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두 거지를 사목하시는 사제님?


황무지를 거니는 망자들은 보지도 못하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멀리서 오셨으리라고 장담합죠.


아니면 그런 단어를 사용하진 않으셨을 테니까요.


아이제나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계신다면, 감히 그런 말을 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목구멍에 턱 걸리실 걸요.’






후스는 냉담하게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의 시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소?’ 그가 물었다.






수염난 병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예상하셨듯, 제일 큰 저택이죠.


하지만 환영은 바라지 마십쇼: 알렉사이 사제께서 그분을 머물도록 설득하셨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보면, 그분은 그 결정에 만족하시는 것 같진 않네요.’





‘그대의 사제가 한 조언은 옳소. 우리 주 지그마께서 이르신 대로, 성벽을 유지하는 것은 시장의 의무라오.’





‘주 지그마는 지랄-‘







밀라는 뱀처럼 빠르게 후스의 건틀렛이 휘둘러지는 걸 보고 움찔했다.


꽉 쥔 주먹이 병사의 얼굴을 갈기면서 그는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마저 병사들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전투 사제를 반원형으로 둘러싸고 무기를 겨눴다.


하지만 후스가 매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자, 아무도 감히 달려들지 못하고 뒤로 주춤거렸다.







밀라는 열심히 눈을 굴렸다.


전투 사제의 굳건한 믿음이 난처할 때도 있구나.


다시는 그분을 욕하지 마라.’ 후스가 늘 그렇듯이 조곤조곤 말했다.






수염을 기른 병사는 반쯤 얼이 나간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굵은 핏줄기가 수염을 타고 흘러내렸다.


뭐라고 대답하려는 것 같았지만, 알아들을 순 없었다.


그는 충격 때문에 흐릿해진 눈으로 사제를 멍청하게 바라만 보았다.







후스는 참을 수 없는 경멸의 표정을 한 채로 밀라를 돌아봤다.


‘오시오.’ 그가 말했다.


‘해야 할 일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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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제나흐의 거리는 쓰레기들로 가득해 좁고 구불구불한 데다가, 여기저기에 유리같이 멀건 웅덩이가 있었다.


저택들은 대부분 조잡하게 나무판자 지붕을 올린 단층 오두막이었다.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건물들은 약간이나마 웅장해졌고, 돌출된 대들보와 함께 타일들이 경사진 지붕에 얹혀 있었다.








주민들은 그들 셋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지나갔다.


아이제나흐의 주민들은 대부분 초라한 옷차림에, 야윈 얼굴엔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표정이 걸려 있었다.


그들은 후스가 다가오자 뒤로 물러서며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내리깔았다.


몇몇은 그가 지나갈 때 약간의 희망이 섞인 표정을 지었고, 밀라는 그들이 가슴에 혜성의 성호를 긋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수염 난 병사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 시큰둥하고, 비통하고, 배신당한 표정.








밀라는 자매가 아파서 며칠 동안 아이를 돌보지 못했을 때 아이에게서 그 표정을 봤었다.


나약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었다.






이들은 아이와도 같아, 이들은 말이야.


세상에, 내가 괜히 무서워했구나.






후스는 그들 모두를 무시하고, 무거운 장화 때문에 망토에 오물이 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더러운 거리를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는 왜인지 마을을 잠깐 걸었는데도 화가 잔뜩 나서 턱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나약함을 용인하지 않는 걸 거야.




밀라가 생각했다.




아니, 생각해보니 아니군.





슐레히트가 동행할 수 있도록 해준 걸 보면, 그는 분명 나약함을 용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가 무엇을 그토록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단력이 없는 거나, 어쩌면 부정직함일지도.





어찌 됐든 간에, 그와 함께 있는 걸 지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순수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를 불쾌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죄악이라고 여기게 하는 것 같았다.





밀라는 꽤나 짜증이 났다.


후스는 분명 뛰어난 전사여서, 윙윙거리는 벌레를 잡는 것처럼 망자의 공포를 없애 버릴 수 있었다.


허나 모든 사내들이 그와 같진 않았다.


다른 이들은 어둠과 맞설 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어둠을 두려워해야만 했다.


고대의 갑옷과 강력한 전쟁 망치를 쥔 채로 엄격한 도덕성을 설교하다니; 드라크발트 변두리의 농민들 대부분은 그러한 사치품이 없었다.






허나 후스는 상관치도 않으리라.


그는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짚이 깔린 시장바닥을 가로질러, 다 허물어져 가는 가게들이 널린 광장을 걸어갔다.


닭들이 꼭꼭거리면서 그의 앞을 지나쳐 총총거렸다.


진흙탕에서 놀고 있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그를 보고는, 겁을 집어먹고 달아났다.







문지기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시장의 집은 저편에 서 있었다.


다른 집들보다는 조금 깨끗한 벽돌 저택이었다.


몇몇 창에는 유리가 끼워져 있었고, 돌출된 이층 처마에는 조잡한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기와 지붕 위로 위태롭게 솟은 굴뚝이 짙은 나무 연기를 뱉어냈다.







후스가 저택에 가까이 다가서자, 누렇게 뜬 얼굴의 경비병이 미늘창을 더듬거리면서 일어섰다.






‘물러서시오.’ 후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으나, 절대적이고 완전한 위협이 서려 있었기 때문에 경비병은 실제로 뒤로 물러섰다.


그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후스가 문짝을 발로 차서 열고, 위층으로 향하는 위태위태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후였다.






밀라는 급히 그의 곁을 지나가면서 경비병에게 미안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슐레히트는 혼자 남기 싫은지 재빨리 뒤를 따랐다.







대궐 같은 집이었다.


돌로 된 벽난로에서는 불이 타올랐다.


오래되서 색이 바랜 듯한 성화가 그 위에 걸려 있었다.


바닥은 윤을 반질반질하게 낸 목재였고, 계단도 마찬가지였다.


밀라는 후스를 따라가려고 열심히 발을 놀리면서, 라날드조차도 꿈에서 그릴 것 같은 주변의 호화로움을 힐끗힐끗 살펴보았다.






후스는 주변을 둘러보려고 멈추지 않았다.


그는 층계참에서 두 개의 출입구에 다다라 그곳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더럽고 때묻은 학자의 망토를 두른 사내가 그를 막아서려 했으나, 그의 표정을 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후스는 문을 밀어 열고는 건너편 방으로 들어섰다.


밀라와 슐레히트는 그의 그림자에 숨어 뒤를 따랐다.


그 방은 심지어 입구 회랑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벽난로에서 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타올랐다.


초상화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밀라는 그걸 바라보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해야만 했다 – 초상화의 얼굴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놀랍고 불안할 지경이었다.






그 방의 가운데에는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 뒤에는 양피지 더미에 둘러싸인 채로 손에 깃펜을 든 뚱뚱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는 희끗하고 턱이 불거진 그의 얼굴엔 주름이 깊었다.


아이제나흐의 주민들 중 그만이 후스의 시선을 마주하고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약속을 잡는 게 일반적이오만.’ 남자가 무거운 눈꺼풀 안의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건성으로 말했다.





후스는 그의 앞에 섰고, 밀라는 여전히 그의 안에서 서서히 타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대가 이곳의 통치자입니까?’ 후스가 물었다.




남자는 꾸벅 절을 했다.


‘이곳이 살아남는 한 말이오.’





‘현재 상태라면, 오래는 아닐 거요.’





‘눈은 있으시군.’





후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를 조롱하려는 사람은 많이 없소, 시장.’ 그가 경고했다.





남자는 몹시 지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대를 조롱한다고 했소, 사제?’ 그는 탁자에서 의자를 뒤로 밀치며 일어섰다.


그는 키가 작았다; 후스 앞에서는 거의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작았다.


‘그대를 조롱하는 게 아니오. 내가 왜 그러겠소?’







밀라는 시장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충혈된 눈 아래엔 그늘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극도의 피로를 드러내며 떨어댔다.






‘아마 그대는 두려움 받는 데 익숙했겠지.’ 시장이 냉담하게 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그대를 두려워했을 거요.


하지만 그 이후로 너무나 많은 걸 봤소.


나는 죽은 이들이 일어나 산 자의 가슴에서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걸 봤소.


나는 갓 죽은 아이들이 피 냄새를 풍기면서 땅 위로 기어나와, 꼴록거리는 걸 봤었다고.’







말하는 동안, 무심코 씁쓸한 표정이 그를 스쳐지나간 것 같았다.








‘나는 이십 일 동안 밤낮으로 성벽에 방어를 총동원해왔고, 어릴 때부터 잘 알던 벗들이 악몽 속에나 있으리라 생각했던 괴물들에게 도살당하는 걸 봤소.


그대 같은 사제들은 파멸의 설교를 늘어놓지만, 낙제점을 주고 싶소.


우리 주변의 땅에서 온 피난민들이 아이제나흐로 몰려들고, 일종의 피난처를 찾고 있소.


허나 망자들도 그 뒤를 따르지. 피난처는 없소.


놈들은 결국 이곳에 들이칠 것이오.


아마도 오늘 밤이나, 어쩌면 한 달 후에.’







그는 퉁퉁 부은 손을 꽉 쥐었다가 폈다가 했다.


‘사제, 그대는 피난처 삼을 마을을 잘못 고르셨소.’ 그가 말했다.


‘아이제나흐는 그대의 성역이 아니라오.


주민들은 그대 같은 이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소.


그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누구도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주지 않는다고 믿는다오.’






밀라는 그런 말들이 전투 사제가 직접 벌하는 종류의 이단으로 간주될까 봐 초조하게 후스와 시장을 번갈아 보면서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후스는 침묵을 치켰다.


그는 천천히 시장에게서 몸을 돌려 저 멀리 벽에 난 창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창을 비틀어 열고 시장에게 마을의 전경을 보여주었다.






거리 아래에서는 남녀들이 노곤하다는 듯 사지를 느릿느릿 움직였다.


보초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성벽을 따라 걸었다.


허름한 집이 즐비한 어딘가에서 여자가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절망의 장막이 번개를 쏘아보내려는 뇌운처럼, 망가진 마을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후스는 거대한 팔짱을 끼고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낮은 눈썹 아래서 몰두하고 동정하는 듯한 눈빛이 번뜩였다.


한동안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도 침묵을 깨뜨리지 않았다.






‘시장, 이름이 어떻게 되오?’ 그가 마침내 입을 뗐다.




뢰프 트라이허.’




‘망자들이 오늘 밤에도 오겠소, 뢰프 트라이허?’




‘그들은 매일 밤 찾아온다오.’




후스는 창으로부터 돌아섰다.


그런 간단한 동작에서도, 밀라는 그의 걸음걸이가 변하고, 전투에 빠져들었을 때의 열성적인 활력이 몸을 타고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순간 그녀는 그가 트라이허를 칠 줄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내가 이제부터 이 마을을 지휘하오.’ 후스는 마치 그게 논쟁의 여지 없는 창조의 진실인 것처럼 말했다.


‘내가 모든 남녀가 싸울수 있도록 복돋을 것이고, 그대는 나에게 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게 될 것이오.’





트라이허는 뭐라 끼어들려고 했으나, 후스가 말을 가로막았다.


‘이제 이렇게 될 거요.’ 그가 말했다.


‘망자들이 올 것이고, 나는 놈들과 맞서 싸울 것이오.


나는 놈들을 거룩하고도 성스러운 열정으로 무찌를 것이오.


놈들이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한들, “아이제나흐” 라는 이름만은 두려워하도록 만들 것이오.’









후스의 목소리에는 밀라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힘이 있었다.


그는 전투 중에도 항상 조용히 말을 했다; 이제 그의 말은, 으르렁거리는 낮은 포성처럼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사제님의 설교는 정말로 마음을 복돋는 게 분명한 것 같아요.










‘내가 그대의 사람들을 이끌겠소.’ 그가 말했다.


내가 그들에게 절망이란 어리석음이라는 것과 신앙의 영광됨을 보여주겠소.


인류의 주님이신 분의 무한한 힘을 발휘해 보이겠소.


죽은 자들이 올 것이고, 난 놈들을 뭉개버릴 거요.


불결한 자들이 올 것이고, 난 그들을 파괴할 거요.


타락한 자들이 올 것이고, 난 놈들의 뜻을 박살 내고 더러운 뼛조각을 땅바닥에 흩어 버릴 거요.’








후스는 트라이허를 향해 걸어갔다.


시장은 마침내 어떤 사내가 내실에 들어온 것인지 깨달은 듯, 뒤로 물러섰다.


후스는 갑자기 커진 것 같았고, 오랫동안 둘러 왔던 겸손함의 망토를 벗어던지고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 변신에 감격한 밀라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후스는 성전에서 그랬듯이, 옛 영웅들처럼 햇빛에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살아 계신 성자.


지그마의 종.








‘당신은 나와 함께 싸우게 될 거요, 트라이허.’ 후스가 날카롭고 열렬한 확신으로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제나흐의 모든 사내들이 나와 싸우게 될 거요.


망자들은 이곳으로 와 두려움에 가득 찬 성읍을 찾겠지만,


대신 믿음으로 굳건히 단결하고,


인간의 한계가 없는 영혼으로 단련된 열정으로 불타는 성읍만을 보게 될 거요.


그대와 나는 성벽 위에 서서 밤이 찾아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타락한 신들의 노예에게 두 번째 죽음을 안겨 줄 것이오.’








후스는 움츠러든 트라이허를 압도한 채, 열변을 토하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우리는 이들에게 용기의 길을 보여줄 거요.


우리는 응답받지 못하는 기도란 거짓임을 똑똑히 알려 줄 것이오.


우리는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해서, 인류에게는 오직 한 분의 주님과 구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오.


그분께서는 바로 우리 주 지그마 헬든해머라오.


복되시고, 웅장하시고, 불패하시는 분.’









그때쯤 후스는 탁자 위로 몸을 기울인 채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트라이허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은 이 모든 일을 나의 지휘대로 할 것이오.’ 후스가 갑옷을 두른 주먹으로 시장의 가슴팍을 밀며 경고했다.


‘아니면 내가 직접 그대를 죽이고, 뢰프 트라이허.


내가 박살내려고 온 괴물들에게 그대의 가치 없고 신앙 없는 몸뚱이를 던져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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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에, 아이제나흐는 바뀌었다.


어둠을 대비해서 거대한 불길이 타올랐다.


거리의 쓰레기는 싹싹 치워졌으며,


치장 물자로 남아있던 무기들이 창고에서 꺼내져서 인부들이 손질하고 수리할 준비를 했다.


선술집 부엌에서는 거대한 식용유 통을 꺼내 성벽 위로 올리곤 맹렬하게 끓였다.


부서진 문들은 트라이허의 귀한 문짝과 저택 내부에서 잘라낸 목재들로 더욱 튼튼하게 수리되었다.








마을 위를 나른하게 나뒹굴던 깃발들은 전부 철거됐다.


카를 프란츠의 그리폰에 앉은 백랑이 그려진 제국 군기가 어딘가에서 발견되었다.


후스는 성벽 밖에 서 있는 몇 안되는 나무 중 하나를 베어 깃대를 만들도록 했다.


복원된 군기는 아이제나흐에서 가장 높은 곳인 시장의 굴뚝에 단단히 매달렸다.







전투 사제의 활력에는 이상한 전염성이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쉴새없이 성큼성큼 걸어다니며 마음이 꺾인 주민들을 말과 행동으로 복돋았다.


그는 싸움꾼들을 선술집과 사창가에서 끌어내고는, 분견대에 설 것을 훈계했다.


그게 끝났을 즈음엔, 가장 지독한 사람조차도 훈계를 더 듣기보다는 성벽에 배치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들은 여전히 무기를 쥐고 있었고, 싸울 의지가 있는 사내들이었다.


트라이허의 호령이 겨우 닿는 빈민가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마른 흙 위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에서 온 사람들은 악취가 진동하는 그림자 속에,


썩은 찌꺼기와 고인 구정물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대대로 살아온 삶과 비슷해 보이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있었다.






‘이리 오시오.’ 후스가 밀라에게 말했다.


그의 움직임은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활력을 띄고 있었다.


‘뭔가를 보길 바라오.’





그들은 언제나처럼 묵묵히 슐레히트를 이끌고 진창길을 지나 빈민가로 걸어갔다.


처음 왔을 때처럼 의심스럽고 무지한 얼굴들이 그들을 바라봤다.





밀라는 그곳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게 좋지 않았다.


그들은 슐레히트를 처음 봤을 때와 아주 비슷했다 – 뼈밖에 남지 않은 몸뚱이에 걸린 누더기, 움푹 들어간 볼, 아픈 살갗, 퍼석퍼석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적대적이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했다.


그들은 공포에 굴복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후스는 그들의 비참한 왕국을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그들에게 소리쳤다.


내게로 오라, 형제 자매들이여! 고통은 잊으라! 절망은 잊으라! 그대들에겐 새로운 힘이 있노라! 내게로 오라!






놀랍게도, 그들 중 일부가 그를 따라나섰다.


처음엔 아주 적은 수만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기어나왔고, 다른 이들은 마치 무엇도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듯 믿으려는 것 같았다.






일단 그들 중 첫 번째 사람이 다리를 절뚝이면서 공터로 나왔고, 몇몇 다른 이들도 나왔지만, 그들 모두 의심스러운 눈초리였다.


더 많은 이들이 굳은살 박힌 발로 비틀거리거나 다른 사람의 어깨에 기대어 왔다.






‘왜 이러시는 거에요?’ 밀라가 후스에게 속삭였다.


그녀는 그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야만 했다.


‘이 사람들은 서있지도 못해요. 아프다구요.’








후스는 미소를 지었다.


‘잘 보시오, 자매여.’ 그가 말했다. ‘어떤지 판단하지는 말고.’






밀라는 하마터면 크게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후스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를 판단하기밖에 더했는가.


마치 자신의 존재 이유가 그것인 것처럼, 평생을 판단하며 지낸 듯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기분이 좋을 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늘어선 오두막집 사이에 약간 트인 공터에 도착했다.


공터는 야채 껍데기와 짚, 동물 똥으로 뒤덮힌 미끄러운 진창에 지나지 않았다.


후스가 그를 뒤따른 군중에게로 몸을 돌리자, 빼빼 마른 돼지가 짜증스럽게 꿀꿀거리면서 그의 앞을 지나갔다.






후스는 장화가 오물 속으로 빠져드는 걸 개의치 않고, 쌓인 쓰레기 더미 위로 올라갔다.


그는 꼭대기에 다다르자 몸을 굽혀 악취가 나는 무언가를 한 웅큼 집어들었다.


후스는 그걸 높게 들어 군중들에게 보여주었다.


밀라는 주변을 조심스레 둘러보았다.


병들고 눈곱이 잔뜩 낀 이들이 백 명은 모여든 것 같았다.


그녀가 훑어보는 와중에도, 더 많은 이들이 수척한 얼굴에 호기심을 띄운 채 절망과 질병의 굴에서 빠져나와 모여들었다.







이게 그대들이오!’ 후스는 그의 갑옷 두른 손아귀 속 썩어가는 쓰레기를 보여주며 외쳤다.


‘더러운 것. 형편없는 것.


그대들은 이 마을이 잊고 싶어 하는 점액과 질병들이오.


그대들은 인류의 죄악이 쪼그리고 앉은 것들이오.’





밀라는 눈을 열심히 굴렸다.


난민들 몇몇은 그녀와 아주 가까이 서 있었고, 슐레히트가 그랬던 것처럼 악취를 풍겼다.


그들은 아주 많은 데다가, 화나게 하기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후스가 손가락 사이로 오물을 으스러뜨리며 소리쳤다.


‘이것 이상을 바랬던 적 없는가?


아니면 그대들의 영혼과 바램은 마치 몸뚱이처럼 시들어 버렸는가?’






군중들 사이에서 불만에 찬 낮은 웅얼거림이 있었다.


눈에 긴 흉터가 있고, 지저분하고 뭉뚝한 턱을 가진 쥐처럼 생긴 사내가 화가 나서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곳이 놈들이 당신을 몰아넣은 곳이오!’ 후스가 단호히 외쳤다.


‘그대들은 그들을 받아들였소.


그대들은 놈들이 자신을 이 악취나는 구덩이에 처박도록 내버려 두었고,


두 손을 들어 맞서지 않았고,


이건 그대들의 잘못이라고 지껄이고 이만하면 좋은 처지라고 말하게 두었소.’






그것이 관심을 끌어모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군중의 뒤에 도착하여 몸을 뒤척이면서 한가운데 우뚝 선 중갑의 전투 사제를 바라보았다.


밀라는 신경질적으로 침을 삼켰다.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지저분한 공터에서 나오는 통로는 모두 막혔다.


그녀는 후스가 자기가 뭘 하는지 알기를 바라며 앞을 열심히 바라보았다.





그대들은 틀렸소.’ 후스가 말했다.


그들도 틀렸소.


그대들은 이것보다 더 나은 이들이 될 수 있소.


그대들은 파멸의 천사들이 될 수 있소.


그대들은 지그마의 거룩한 정의를 전하는 이들이 될 수 있소.


그대들은 그분의 종들 중 가장 순수하고, 파괴적이며, 강력한 사람이 될 수 있소.






군중들은 그의 말에 매달려 지친 눈으로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들은 나를 불신하오?’ 후스는 그들 모두를 하나하나 응시하며 물었다.


‘그대들은 내가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속이려 왔다고 생각하오?


그대들의 몇 푼 안되는 돈을 낚아채 가서는 보답으로 아무 것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오?’




후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광경은 밀라를 놀래켰다; 그는 한번도 그가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내 그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바라오!


나는 그대들의 영혼을 바라오.


내가 그것을 받아들여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워 새로이 벼려낼 수 있도록 해 주시오.


나는 그대들에게 나약함을 버리고, 다가오는 시련에 맞서기를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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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등에서 전쟁 망치를 꺼내 휘둘렀다.


그것을 높이 들어올리자 악취나는 공기를 가르고 신선한 맑은 숨결을 불어넣는 듯 했다.





저거 빛나는 거야?


내가 미쳤나, 아니면 정말로 저게 금빛으로 빛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밀라는 기분이 고조되는 걸 느꼈다.


후스는 참으로 훌륭해 보였다.


그가 무릎까지 빠지는 똥과 점액 위에 서있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 그는 훌륭했다.






그대들은 이걸 뛰어넘을 수 있소!’ 후스가 고함을 지르자 힘찬 목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


‘우리 주 지그마 그분의 열성으로 싸워나갈 수 있소.


그대들은 그분의 의지를 이루는 도구인, 선택받은 자들이 될 수 있소.


그분께서는 그대들을 위해 피를 흘리셨소.


그분께서는 그대들을 위해 싸우셨소.


그분께서는 그대들을 위해 이 제국을 세우셨소.


그대들은 그분의 후계자요.’






군중 속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화난 소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밀라는 이빨이 숭숭 빠진 남자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넋이 나간 듯 후스를 올려다보는 걸 바라보았다.





‘지그마께서는 싸워나가는 이들을 축복하시오.’ 후스가 고함치며 각각의 군중들에게 차례로 망치를 겨누었다.


희미한 햇빛의 속임수일지도 모르겠으나, 확실히 망치 머리의 룬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절망은 잊고 일어나거라! 병은 잊고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위대함을 쟁취해내자!




군중들은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대들은 나를 따르겠소?’ 후스가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예!



대답은 약했고, 군중 사이에서 여기저기 터져나와 통일성조차 없었다.








‘그대들은 나를 따르겠소?’ 후스가 목소리에 점점 힘을 주며 다시 물었다.



예!



이번엔 더 컸다. 사내들은 구부러진 등을 쭉 펴고 어깨를 뒤로 밀면서 똑바로 섰다.


여인들은 초췌한 얼굴 위로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대들은 나를 따르겠소?’ 후스의 질문이 마치 포병대의 보고처럼 공터에 메아리쳤다.



예!



군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필사적인 손을 후스에게 내밀었다.



후스는 거대한 망치로 허공에 번쩍이는 호를 그리며, 그들을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제국을 위하여 일어나라!’ 그가 외쳤다.


제국을 위하여!


밀라는 그제서야 자신도 모르게 광란의 분위기에 싸여 그들 모두와 함께 소리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카를 프란츠를 위하여 일어나라!’


카를 프란츠를 위하여!


밀라는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뻗어 고함을 지르며, 자신을 싸움에서 증명하고 선택받은 자로 인정받고픈 욕구에 사로잡혔다.


망치는 저항적인 희미한 빛을 발하며 황혼 속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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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마를 위하여 일어나라!’


지그마를 위하여!


군중들의 고함소리는 귀청을 찢는 듯 했다.


그들은 주먹을 흔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들은 더 이상 걸인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군대였다.







밀라는 눈에서 눈물이 맺히는 걸 느끼며, 후스가 만들어 낸 압도적인 변화를 보려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옆에는 모든 것을 잃은 리카르트 슐레히트가 서 있었다.


그녀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던 그가.


그의 삶과 희망은 괴링겐에서 산산히 부서졌고, 이제 그 망자들이 아이제나흐로 밀려들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눈물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두 팔은 마치 사제가 헬든해머의 화신이라도 된 것처럼 후스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의 앙상한 가슴은 황제의 어떤 기사 못지않게 대담하고 용감하게 펴져 있었다.


지그마를 위하여.’ 그는 감정에 차 흐느끼며, 다시 태어난 사람의 열정에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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